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211
마탄의 사수 (211)
“그, 그럼 나갈 때 말씀해 주십쇼.”
클락은 이하의 눈치를 보며 멀어져 갔다. 끝도 없어 보이는 책장은 자못 위압적이기까지 했지만 이하는 겁먹지 않았다.
‘내가 찾아야 할 건 마왕군이 사라진 방향에 대한 단서. 제2차 인마대전 초기의 자료까지 볼 필요는 없지.’
이미 미스터 브라운과 미스 엘리자베스 관련 자료를 찾을 때 빠르게 훑어봤던 것들이다. 행군의 평원에서 벌어졌던 최후의 전투, 그 이후의 자료를 찾아보면 반드시 있으리라.
‘전투 하나에 대한 보고서만 스크롤이 서른세 권이야. 우선은 여기부터 뒤져 본다.’
스크롤을 한 권, 또 한 권 펼쳐 가며 정보를 수집하는 이하. 치열했던 전투 이후의 정보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전투가 끝난 후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하고, 부상자를 후송하고, 마왕군이 퇴각하는 방향으로 소수의 추격대를 보내어 그 뿌리를 뽑기 위한 정보를 채집하는 일련의 행위들.
‘찾았다.’
그 난삽한 스크롤의 파도에서 이하는 한 가지 단어를 찾아내었다.
[마왕군은 크라벤 왕국과 본국 사이의 해협을 향해 퇴각. 크라벤의 해군들이 포위한 해역을 돌파.] [인마대전 당시 활약을 아꼈던 서펜트와 크라켄의 합작으로 크라벤의 해군 대패, 생존한 마왕군의 주전력은 여명의 바다로 나아갔음.] [본국의 쾌속선이 쫓으려 했으나, 크라벤 해군의 원호 없이 추적 불가 판단―추가 증언 첨부.]‘여명의 바다. 해가 떠오르는 쪽, 동쪽이다. 바다를 건넜나? 아니, 게다가 그 바다라면―’
이하는 퀘스트 창을 열었다. 브로우리스의 퀘스트 말고도 받았던 퀘스트가 있다. 바로 이곳에서!
‘페르낭! 신대륙을 찾으라는 그 퀘스트!’
개척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유저! 오직 미개척지만 탐험하고 다닌다던 그 사람을 데려오는 퀘스트가 있었다.
[여명의 바다에 있는 새로운 땅]내용: 페르낭과 함께 퓌비엘 왕국의 수도 아엘스톡에 도착
보상: 신대륙 탐험 선단 참가자격, 퓌비엘 국가 공적치 +50
실패조건: 페르낭의 타국 조사대 참여
퓌비엘뿐 아니라 각국의 조사단들이 페르낭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고 했었다. 신대륙을 찾아내려면 그의 도움이 필수니까.
‘그럼에도 여전히 실패 판정이 아니라는 것은…….’
페르낭을 아무도 찾지 못했다는 뜻.
유저가 마음먹고 숨으면 이렇게까지 되는 건가? 그야말로 아무런 정보도 없는 미개척지를 몽땅 뒤지지 않는 한, 그와 만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저레벨들은 정보가 없는 땅이 두려워서, 고레벨들은 그를 찾는 시간이 아까워서 건너뛰었으려나?’
그러나 이하는 궁금했다. 마왕군이 사라진 방향은 동쪽, 여명의 바다 너머.
그리고 페르낭이 가려는 곳도 동쪽, 여명의 바다 너머 신대륙. 게다가 페르낭은 신대륙에 거의 다다라서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설마…….’
아직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대륙에 무엇이 있을까. 이하의 머릿속에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일단 브로우리스의 퀘스트 요건은 충족했다고 판단했지만, 이하는 추가 증언까지 살피기로 했다.
‘신대륙으로 가려면, 그 바다에 뭐가 있는지는 알아야―’
저 선단에 포함됐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선 어떤 공격이 있었는지 미리 알아 둬서 나쁠 건 없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추가 증언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이었다.
―마왕군과의 거리는 대략 5해리, 쾌속선으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거리였으나, 이상한 소음과 함께 조타수의 머리가 폭발.
―마나 파동은 느껴지지 않았으며 탐지를 포함한 그 어떤 탐색 마법에도 주변의 이상을 감지하지 못함.
―일항사에게 황급히 임시 조타를 맡겼으나 그의 머리 또한 폭발하였음. 이미 거리는 6해리 이상 벌어진 시점임.
―퇴각한 마왕군의 병력 중 《마탄의 사수》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우드 엘프의 추측. 추격 불가 판단.
“뭐야, 이거?”
마탄의 사수라는 단어가 왜 여기서 나와?
게다가 증언이라는 게 말도 안 된다. 5해리(海里)라면 대략 9.6km, 6해리는 11km가 넘는다!
‘10km 이상의 거리에서 헤드 샷을 노리고, 심지어 성공……?’
그것도 평지가 아니라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 선박 위에서?
〈전설의 블랙 베스〉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저격총이다.
그러나 이 순간, 이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적중할 거라는 생각은커녕, 현 시점에서는 조준조차 불가능한 거리다.
‘현실이라면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뛰어난 저격총이 있어도 불가능해. 만약 지구를 기준으로 삼으면, 10km의 저격이란 행성의 굴곡까지 고려해서 계산에 넣어야 하는 거린데……?’
하지만 여기는 미들 어스다.
심지어 이미 했다는 기록이 있다. 다른 분야라면 몰라도 저격의 분야에서 이하는 절대 포기하기 싫었다.
‘그러나 여기서라면…… 가능한 건가.’
당면의 과제가 대충 이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안 그래도 삐뜨르 사건 이후 생각한 게 있다.
이하는 필요한 정보들을 챙기고 왕실기록원을 빠져나왔다.
* * *
“다녀왔습니다, 소장님.”
“음. 자네 왔나.”
브로우리스는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직 왕궁에서의 일을 알지 못하는 NPC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난 번 말씀하셨던 정보를 알아 왔습니다.”
“……마왕군 말이겠군.”
“네. 그리고 추가적으로 드릴 말씀도 있습니다.”
로트작에 관한 또 다른 힌트라도 얻으려면 브로우리스에게 모든 사정을 말하는 게 편할 것이다.
이하, 신나라의 퀘스트부터 시작된 국왕의 암살 미수 사건, 미니스와의 전쟁을 목전에 둔 상황과 더불어 제2차 인마대전 당시 마왕군의 흔적 등을 모두 말했다.
“로트작이 또…….”
“네. 수상한 건 확실하지만 증거가 없어서, 세이크리드 기사단의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더군요.”
“워낙 철두철미한 자니까. 잘 말해 줬네, 이하 군. 나는 나대로 왕궁에 접촉해 봐야겠어.”
명색이 삼총사의 일원이다.
지금은 허름한 아카데미에 있다지만 정말 국가전이 시작된다면 어차피 브로우리스는 소환되리라. 그전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그의 뜻을 이하도 알아들었다.
“그리고 마왕군과 관련된 거 말인데.”
“네.”
“아무래도 마지막에 있다던 그 말이 걸리는군.”
“마지막이라면…….”
“《마탄의 사수》말일세.”
[두 사람의 흔적―1]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흔적―2]설명: ‘《마탄의 사수》에 대한 전설은 브라운과 엘리자베스, 나 모두 재미있게 들었지. 제 아무리 먼 거리에서도 목표물을 놓치지 않는다니, 머스킷을 쥔 자로서 그런 말에 혹하지 않을 수 있겠나. 허나 그 증언은 조금 이상해. 제2차 인마대전 내내 이야기가 없던 《마탄의 사수》가 퇴각 할 때만 모습을 드러냈을까? 우선 그 전설부터 조사해 보세. 정말 《마탄의 사수》가 마왕군에 있다면 섣불리 추적할 수 없으니 말이야.’ 브로우리스는 마탄의 사수라는 칭호를 마음에 걸려 하고 있다. 그는 전설 속에 등장하는 존재에 대해 조사코자 한다.
내용: 다크 엘프에게 《마탄의 사수》에 대한 정보 획득
보상: 퀘스트―두 사람의 흔적―3
수락하시겠습니까?
“전설……에 나오는 건가요?”
이하는 퀘스트창을 유심히 살폈다. 마탄의 사수라는 전설이라…….
자신도 찾아봤었다. 화홍과 별초의 길드전 이후 이하의 이름 앞에 붙었던 별명이지 않던가. 관심이 가지 않을 리가 없다.
‘현실에선 오페라의 이름이라고 했었어.’
미들 어스엔 그것과 별개의 전설이 존재하는 걸까.
“그래. 우리가 듣기로도 그것이었지. 신(神)과의 대결에서도 승리한 마(魔)의 힘을 다루는 자, 마탄의 사수.”
“신과의 대결…….”
“우습지. 애초에 인간의 전설이 아니기 때문이네.”
“인간이 아니라면―”
“다크 엘프. 저주 받은 종족의 전설이지. 신의 힘을 받은 성스러운 우드 엘프와 달리, 마의 힘을 받았다는 다크 엘프들은 《마탄의 사수》를 자신들 종족의 탄생 설화라고 믿고 있다고 했어. 전설 속에 나오는 《마탄의 사수》가 이 세계의 첫 번째 다크 엘프를 뜻하는 거라고.”
“그렇군요.”
이번엔 엘프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마지막 구절에서 이하도 보았다. 10km를 넘은 거리에서 목표물을 정확하게 꿰뚫은 힘, 그걸 마탄의 사수라고 증언한 자는 ‘우드 엘프’라고 적혀 있었다.
우드 엘프는 다크 엘프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대륙 어딘가에 있는 다크 엘프를 찾아 《마탄의 사수》에 대한 정보를 모아 주게. 전설은 어떻게 된 건지, 실제로 제2차 인마대전에 《마탄의 사수》가 있었던 것인지 말이야.”
만약 10km 거리에서 저격을 하는 존재가 있다면 추격은 어림도 없다.
그의 존재를 느끼기도 전에 이미 머리에 구멍이 나 있을 테니까. 브로우리스는 마침내 자신들을 계승하게 된 차세대 삼총사를 그리 쉽게 잃기 싫었다.
“다크 엘프는 어떻게 찾죠? 대화가 되나요? 저주 받은 종족이라면―”
“인간과 우호적이진 않아. 그들의 거주지도 알 수 없고. 쉽진 않을 걸세.”
“네?”
“부탁하네.”
“어?”
또 이런 식이야? 그러나 브로우리스는 흐음, 하며 또 다시 깊은 고뇌에 빠진 표정으로 바뀌었다.
인간과 우호적이지 않고 거주지도 알려지지 않은, 저주 받았다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아마도 제2차 인마대전 당시 마왕군의 편에 섰을지도 모르는 종족을 찾아서 정보를 얻어 와라…….
‘제임스 본드도 못할 것 같은데.’
어차피 알고 있다. 여기선 흥정을 쓰든 뭘 하든 다시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하는 조용히 아카데미를 빠져나왔다.
한 편으로는 안심이 되는 퀘스트이기도 했다.
‘마탄의 사수가 직접 언급되기 시작했다. 키드나 루거도 어느 정도 따라잡았을 거야.’
그 두 사람은 이미 이 퀘스트 이후를 진행 중일까. 다크 엘프는 만나 봤을까. 물어봐도 답해 주진 않겠지만.
“뭐, 물어볼 사람이 그쪽만 있는 건 아니니까.”
이하에겐 성스러운 그릴 수도지점이 있다.
‘그전에……. 스탯부터 정리하고, 좀 자야겠다.’
연속 접속이 36시간도 넘었을 것이다. 이하는 캐릭터 창을 열었다.
이름: 하이하 / 종족: 인간
직업: 머스킷티어 / 레벨: 159 (0%)
칭호: 두려움을 모르는 / 업적: 49개
HP: 4,390(3,073) / MP: 1,145
스탯: 근력 205(+148), 민첩 1,419(+347), 지능 129(+78), 체력 145(+52), 정신력 40(+30)
남은 스탯 포인트: 72
“크으. 이거지.”
랭커 사냥과 미드나잇 서커스의 표적 업적, 거기에 레벨 2개 상승, 도합 72개.
‘여전히 블랙 베스의 반동은 치명적이다. 특히 연속 격발을 할 경우 흔들림이 엄청나.’
이하는 왕궁의 정원에서 삐뜨르를 빗 맞춘 일을 생각했다.
랭킹 5위의 암살자답게 움직임이 예측불가능 했고, 갑자기 빛이 사라지는 바람에 눈이 안 보인 것도 있지만 반동도 무시할 게 아니었다.
‘근력도 약간 투자를 해야 해. 물론 민첩이 우선이지만…….’
그 무게를 견뎌 내야 한다. 이하는 근력에 25포인트, 민첩에 그리고 47포인트를 투자했다.
“이제 근력 230에 민첩 1,466. 좋아. 그리고 자러 가기 전에―”
이하는 경매장에 들렀다. 그동안 ‘한 방이면 돼’ 시리즈를 따며 얻었던 필드 보스들의 아이템들 중 장비 아이템들은 대부분 경매장에 내놓은 상태였다.
그 돈들을 전부 수거 후 람화연에게 받은 캐슬 데일의 정산금을 합치자 이하로선 상상도 못할 자금이 되었다.
‘이거……. 엄마 계좌로 쏘기 전에 우황청심환부터 드시게 해야겠는데.’
숫자만 봐도 흐뭇한 웃음이 나오는 금액이라니.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으로 이하는 미들 어스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