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219
마탄의 사수 (219)
찌익―.
이하는 탐지 스크롤을 찢었다. 마나 투시와 형태는 다르지만 어쨌든 숨어 있는 녀석들을 찾아내기엔 제격이다. 한계 범위가 좁긴 했지만 적어도 근방에 숨은 사람은 없다.
“후우…….”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어쨌든 NPC의 말대로라면 숲으로 가서 살아 돌아온 자는 없다고 했으니, 무언가가 있긴 있다는 소리.
‘어차피 유저들이야 죽은 다음에 빡쳐서 다른 곳으로 갔겠지만, NPC의 그런 말을 무시해서 좋을 건 없지.’
찰칵, 그리곤 노리쇠를 당겨 한 발을 장전시켰다.
어디까지 가야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떨어진 나뭇잎과 자갈이 신발 밑창에 자박, 자박 밟히는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행이라면 달빛이 제법 있다는 것.
불행이라면 그 달빛조차 시야를 완전히 밝힐 순 없다는 것.
흐릿하고 어두운 실루엣의 숲으로 이하는 계속 걸어 나갔다. 벌레들의 울음소리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간간히 들려온다.
‘나이트 비전만 있었어도…….’
야간투시경.
조준경 형태로는 바라지도 않는다. 일반 스코프도 끙끙대며 겨우 만들고 있을 텐데, 야간 조준경(Night vision―scope)을 만들 수 있으리란 기대는 무리다.
‘하다못해 고글형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그 재료라면 역시 부엉이나 올빼미류의 동물인데.’
싸이클롭스의 눈알을 떼어다가 조준경을 만들고 있다.
밤눈이 밝은 짐승들의 안구구조를 응용한다면 나이트 비전도 충분히 만들 수 있으리란 추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일반 동물 올빼미의 눈으로는 불가능할 것이고. 역시 그런 류의 몬스터를 찾아내는 수밖에 없나.’
물론 눈알을 어떻게 다뤄야 그것을 인간이 사용할 정도의 물건으로 만드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드워프들의 영업 비밀까지 알아내면 곤란하겠지. 킥킥.’
사박, 사박.
그 와중에도 이하는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
야간에 바삐 움직이는 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발소리는 규칙적으로. 그 규칙 외에 들리는 모든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팃―.
“……!”
바로 지금처럼 걸리게 되니까.
그러나 바로 돌아봐선 안 된다. 소리가 어디서 울렸는지 찾아야 한다.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 단순히 동물일 수도 있지만…….
몇 발자국을 움직였을까, 모든 신경이 집중된 이하의 귀에 다시 한 번 소리가 들려왔다.
틱― 그루르르…….
반향이 있지만 발원지는 알 수 있다.
뒤에서 들렸다. 작은 돌멩이가 떨어지는 소리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하의 등 뒤, 그리고 약간 위쪽.
‘마나 투시.’
이하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규칙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사박― 사박―, 숲의 바닥을 느긋하게 밟아 나갔다. 지금 멈추면 저쪽에 있는 누군가도 알아채리라.
즉각 스킬 사용을 하고 마치 달을 보듯, 별을 보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발견했다.
나무, 덩굴 등의 색상 변화가 없는 지물과 달리 마나 투시에 잡히는 인영들. 수는 다섯. 쏠까? 발견은 먼저 했다지만 결정은 쉽사리 내릴 수 없었다.
다시 고개를 내리곤 천천히 이동을 시작한다.
‘쏘면 반드시 하나는 잡을 수 있어.’
그러나 그게 좋은 일일까? 만약 저들이 다크 엘프라면? 지금 이하는 다크 엘프와 대화를 나눠야 한다.
총으로 대가리에 빵꾸를 내놓고 대화를 할 수는 없다. 동료가 죽었는데 순순히 응, 응, 해 줄 종족은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까.
마나 투시의 안 좋은 점이 이것이다. 마나를 갖춘 무언가가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그 본질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것.
다크 엘프인가? 아니면―.
고민만 해선 안 된다. 급할 경우 스크롤을 쓸 각오도 해야 한다. 만약 다크 엘프가 아니라면…….
불행일까, 다행일까 이하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키킷, 잡아!!!”
저쪽에서 먼저 정체를 밝혀 줬으니까. 이하는 즉각 몸을 돌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런 씨발, 또 너네야?!”
그리고 타아아앙――――!
시안드 개척기지의 숲에서 거대한 총성이 울렸다.
미드나잇 서커스는 끈질겼다. 그들 집단의 이름처럼, 밤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께륵.”
달려오던 한 녀석이 저지력에 의해 다시 뒤로 날아갔다. 즉각 노리쇠 후퇴 전진!
녀석들은 이하의 시야에 잡히지 않으려 나무 뒤로 숨거나,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하지만 지금의 이하에겐 통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나무 사이를 이동해 봤자, 철컥, 타아아앙――――! 마나 투시가 있고.
기둥이 얇은 나무 뒤에 숨어 봤자, 철컥, 타아아앙, 이건 머스킷이 아니니까.
“내가 늬들을 못 죽여서 안 잡는 줄 알아? 이런 허접새끼들이!”
여섯으로 안 됐으면서 겨우 다섯이 온 건가?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암살자들을 향해 다시 한 번 총을 발포하려는 순간, 무언가가 날아왔다. 어둠 속에서 공기를 가르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무엇인가가.
“읍!”
황급히 왼팔을 들어 올려 얼굴을 가렸지만 그게 문제였다.
팔뚝에 따끔거리며 꽂힌 것은 작은 침들, 시야는 검붉어지지 않지만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이 이하의 낯빛을 어둡게 만들었다.
상태이상 ‘부분 마취’에 걸렸습니다.
2분간 피격 부위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덜렁거리며 떨어진 왼팔과 2분이라는 시간은 이하에게 죽음을 가져다주기 충분한 요건이었다.
“킬킬, 우리를 너무 바보로 아는군.”
두 명을 상대로 한 팔의 피스톨로? 그건 모험이다. 저격수는 모험하지 않는다. 이하는 즉각 블랙 베스를 둘러메고 달리기 시작했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도움닫기와 함께 파아아앗―! 그 한 번의 점프만으로도 이하는 나무 위로 오르기에 충분한 도약력이 있었다.
“키히힛, 잡아라, 잡아!”
“잡히면 술―래! 므햐햐햣!”
오밤중 시작된 목숨을 건 숨바꼭질에 광대들의 광대뼈가 올라갔다.
“역시 정신병자 새끼들이었어.”
이 상황을 즐기다니. 미드나잇 서커스의 가입요건은 정신병 보유자가 아닐까.
“멈춰, 멈춰!”
“멈추라면 멈추겠냐?”
안 그래도 초상비 업적을 땄다.
상승한 민첩수치보다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다는 의미.
빛이 부족한 달밤이지만 이하의 속도는 결코 느리지 않았다.
휘이잇― 휘잇―. 어둠을 가르며 나타나는 나뭇잎과 바람이 이하의 얼굴을 때렸다.
이런 술래잡기를 아직도 1분여를 더 해야 한단 말인가. 뒤에서 들려오는 재수 없는 웃음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래도 전문가는 전문가라 이건가, 그전에 따라잡히겠어. 여차하면 스크롤을 써야 되겠― 음?’
마나 투시에 무언가가 잡혔다. 이하가 바라보고 있는 정면에서, 수는 넷!
‘이런 시발?! 양동작전?’
그래서 애초보다 적은 인원을 먼저 보낸 거였나!
이하는 움직이는 오른팔을 꾸물거리며 겨우 가방을 열어젖혔다. 블랙 베스를 쓸 수 없는 지금 여섯 명의 암살자를 감당할 수는 없다!
“빌어먹을, 스크롤이―”
쉬이이이익―!
그 순간, 이하의 양쪽 뺨을 스치며 무언가가 날아갔다.
“케헥!” “끄륵…….”
턱! 턱!
묘한 타격음과 함께 암살자들의 단말마가 들렸다.
* * *
‘화살? 미드나잇 서커스가 아니라면……!’
마나 투시로 보이는 인영들은 급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의 성향은 이하도 익히 아는 바, 인간과는 대화도 하려 하지 않고 죽여 버린다는 다크 엘프 아니던가.
이하도 빈손으로 온 것은 아니다.
“으, 으아아, 빨리, 빨리―”
우드 엘프들이 다크 엘프와 좋지 않은 건 확연히 다른 ‘습성’ 때문이라고 했다. 의식주를 포함한 모든 성향이 서로 반대되는 사이들이었기에 으르렁댈 수밖에 없는 것.
우드 엘프들은 밝은 곳에 마을을 만들고 열매를 먹으며 산다. 그 반대라면?
“대장, 이잡니다.”
“과연…….”
그들이 마침내 이하의 앞에 섰다.
우드 엘프처럼 키가 크진 않았다. 오히려 인간과 비슷한 크기일까.
이름에 걸맞은 칠흑색의 피부는 따로 위장도 필요 없었는지 그들의 옷차림은 최소화되어 있었다.
언뜻 보면 원시인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지만 샤프하고 또렷한 그들의 이목구비는 서구적인 매력을 뿜고 있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저기― 저는 침입자 같은 게 아니고요! 어―”
이하가 허둥지둥 재빨리 꺼내어 든 것은 작은 찬합이었다. 물론 그 안에는 최선을 다해서 조리한 육류 음식들이 들어 있었다.
“―여기! 우선 쏘지 말고 제 말씀부터 들어 보시죠. 저는―”
이하는 다크 엘프들이 듣거나, 말거나 우선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 내었다.
“―결코 적이 되려고 찾아온 게 아닙니다. 우선은 맛있는 음식을 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고요, 어디 가서 다크 엘프의 마을을 떠벌릴 생각도 없으며 그저 다크 엘프 종족의 오래된 설화에 대해 호기심이 있어 찾아온 것뿐입니다.”
다크 엘프들과의 친밀도를 음식으로 올리려던 게 이하의 생각이었다.
이제 시간이 막 되었는지 왼팔도 움직이기 시작, 이하는 두 손으로 공손히 찬합의 뚜껑을 열었다.
“으음, 이 냄새!”
“와, 고기! 고기!”
화악 퍼지는 요리 냄새에 다크 엘프들의 표정이 느슨해졌다. 좋아, 먹혔어!
“모두 멈춰…… 영웅의 힘을 이은 자여, 이게 뭡니까?”
그러나 네 명의 다크 엘프 중 가장 뒤에 있는 자가 무거운 목소리를 내었다. 이하의 음식을 집어먹으려던 다크 엘프들은 모두 움직임을 멈췄다.
‘영웅의 힘을 이어?’
목소리에 적의는 담겨 있지 않았지만 저건 무슨 소리지?
“음식입니다만……. 여러분들과 친해지고 싶어 가지고 왔습니다.”
대장이라 불린 다크 엘프는 이하의 눈을 바라보았다. 역시 적의는 담겨 있지 않다. 어딘지 모르게 아련한 느낌마저 드는 눈빛이었다.
“그러실 필요까지야……. 감사합니다. 족장님께 반드시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뇨, 뭐, 저야말로― 아니, 근데 영웅의 힘은 무슨 뜻이죠?”
대장이 턱을 까딱, 하자 다크 엘프 하나가 이하의 찬합을 받아 들었다. 이하는 그제야 궁금한 것을 물었다.
뭐가 이렇게 쉬워?
사람만 보면 공격하고 대화는 절대 없는, 살아 있는 생명체를 모두 저주하는 뭐 그런 일족 아니었던가.
근데 고기 요리 하나에 헤벌레 하는 거야?
“혈족의 분노를 감고 다니는 자. 과거 혈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도 당당하게 혈족의 뜻을 알린 자. 그것을 저희는 영웅의 힘이라 부릅니다.”
“그니까 그게 무슨― 아, 아아!”
그제야 이하도 알았다. 왜 저들이 이러는지.
그들은 고기 따위에 넘어간 게 아니었다. 현재 이하가 사용하고 다니는 스킬, [금지된 분노]. 그 스킬이 붙어 있는 아이템!
‘아그롬니 이고르가 떨궜던 영웅급 목걸이! 맞아, 다크 엘프 친밀도가 붙어 있는 거였어!’
이하는 목걸이의 아이템 설명을 재확인했다.
다크 엘프와의 친밀도 100%. 우드 엘프 NPC와의 친밀도 -50%.
‘이런 젠장, 애초에 이런 음식 따위는 필요도 없었잖아? 괜히 쫄았네.’
이하의 표정을 본 다크 엘프 대장이라는 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낮에 이곳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마중을 나가려 했습니다만 인간들의 마을로 들어가시어―”
“낮에요? 아! 아아, 네, 네. 그랬었죠.”
시안드 개척기지로 오며 보았던 나무 위의 인영. 그건 역시나 다크 엘프였던 것이다.
그것도 죽이기 위해 대기한 게 아니라 이하를 데리러 온 목적이 있었던…….
“그럼 마을로 안내하겠습니다, 영웅의 힘을 이은자여.”
“네…… 부탁드립니다.”
이고르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이하는 기분 좋게 다크 엘프들의 뒤를 따랐다.
이고르가 이 목걸이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을까. 아니, 이고르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루거와 키드가 다크 엘프에게 환심을 사,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는 이하는 전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