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312
마탄의 사수 (312)
“하아…… 하아…….”
이하는 한참 동안이나 눈을 떼지 못했다.
정말 죽은 건가? 저 레드 드래곤이?
그러나 떨어진 지점이 직선으로 보이지 않아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마나 투시에 그의 모습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 거대한 레드 드래곤의 육체는 보이지 않았다.
“쿠즈구낙’쉬의…… 마나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브론즈 드래곤 블라우그룬의 눈이 휘둥그레 되었다.
그 또한 드래곤의 마나로 드래곤을 알 수 있는 자, 브론즈 드래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죽은…… 거죠?”
골드 드래곤 베일리푸스가 그토록 경계했던 컬러 드래곤의 망나니. 육두룡 티아마트를 일깨우려 했던 폭군 레드 드래곤을 잡았다?!
이하의 입꼬리가 서서히 치솟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블라우그룬이 모습을 바꿨다.
“읏?!”
청록색의 은은한 빛이 감도는가 싶더니 어느새 이하의 곁에는 조각 미남이 아닌 청록색의 용이 자리하고 있었다.
베일리푸스보다는 확실히 작은 몸.
베일리푸스보다 더 큰 레드 드래곤 쿠즈구낙’쉬에 비하면 절반보다 조금 더 되는 정도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크기였다.
[브론즈 드래곤 블라우그룬이 생명의 은인에게 예를 갖춥니다.]“어, 어어? 네?”
그리곤 그 길쭉한 목을 이하를 향해 숙였다. 드래곤이 인간에게 갖출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였다.
골드 드래곤 베일리푸스의 마나가 이하의 몸에 깃들어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덜트 드래곤인 자신조차 포기하려 했던 싸움, 에인션트 레드 드래곤을 향해 믿을 수 없는 활약을 보여 준 인간에게 갖는 일종의 경외심이었다.
“저, 저야말로. 괜히 문제를 일으켜서 죄송―”
이하 또한 거대한 용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들은 한 가지 놓치고 있는 점이 있었다.
베일리푸스가 어째서 쿠즈구낙’쉬를 찾을 수 없었는가.
그 이유에 대해 고민했어야 했다.
“캬하하하핫! 드디어 폴리모프했구나, 브론즈의 꼬마아아아아!”
파사사삭―!
수풀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인간의 형태로 폴리모프 한 쿠즈구낙’쉬였다. 그의 곡도 두 자루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 * *
[이런! 어떻게!]블라우그룬이 황급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쿠즈구낙’쉬의 움직임 또한 만만치 않았다. 날아오르는 드래곤을 도약 한 번으로 따라잡을 정도의 힘이 있다!
“이익―”
타다아앙―!
허공으로 뜬 쿠즈구낙’쉬를 향해 이하가 재빨리 허밍 버드―피스톨과 니들 건―피스톨을 꺼내어 발포했으나, 페이우보다 빠른 움직임을 맞출 순 없었다.
재빨리 재장전을 하면서도 이하는 낭패인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뭐지? 어째서 살아 있는 거야?! 머리를 꿰뚫렸는데!’
미간 사이가 꿰뚫리는 것도 보았다!
쉴드를 깨고 드래곤 스케일을 비집고 들어간 탄환이 그냥 타격만 했을 리가 없다.
미간을 뚫고 들어가 그 큰 머리 속에 있는 뇌를 헤집어 놨어도 충분할 정도의 운동 에너지가 있다.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살아서 움직일 수 있지?
‘게다가 마나 투시에도 보이지 않았고 브론즈 드래곤도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다 했건만―’
그러나 그건 에인션트 드래곤을 너무 얕본 것이었다.
골드 드래곤 베일리푸스가 레드 드래곤 쿠즈구낙’쉬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간단하다. 그의 마나가 일반 탐색으로는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직전에 쿠즈구낙’쉬에게 한 방 먹일 때는 브레스를 쓰고 있었다.
레드 드래곤의 거체 내부의 마나가 아니라, 거체 앞에 모이는 마나의 덩어리 때문에 이하가 그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다.
인간일 때는? 쿠즈구낙’쉬가 인간의 모습으로 다닐 때, 이하는 한 번도 마나 투시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그런 점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비단 마나 투시뿐이 아니다.
같은 에인션트 드래곤급인 골드 드래곤조차 낌새를 찾을 수 없는 레드 드래곤의 마나를, 어덜트 드래곤급인 브론즈 드래곤이 찾을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제기랄! 그래서 베일리푸스도 바로 연락을 달라고 한 거였나.’
에인션트 드래곤을 상대로는 철두만이 아니라 철미도 필요했다.
데미지를 입혔다고, 공격이 통한다고 기뻐하기만 했던 일말의 방심, 이제는 방심의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일렉트릭 체인―]“합!”
전기로 된 사슬이 날아갔으나 아무것도 맞추지 못했다. 허공에 떠 있던 쿠즈구낙’쉬가 공기를 차며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언젠가 페이우가 보여 주었던 허공답보 스킬과 유사한 움직임이었다.
‘게다가 인간 형태로 모습을 바꿔서 조준도 힘들어. 차라리 아까 드래곤 형태일 때가 훨씬―’
투콰아아아앙―!
블랙 베스의 총성이 맹렬히 울렸으나 쿠즈구낙’쉬는 그것 또한 예상하고 있다는 움직임으로 허공에서 몸을 뒤틀어 피했다.
육체파 드래곤은 용의 모습일 때보다 인간의 모습일 때 더욱 위협적인 셈이었다.
“목을 내놔라, 브론즈의 꼬마!”
[그럴 순 없습니다! 흐으으으읍―!]펄럭, 펄럭, 펄럭!
날갯짓과 마나의 사용으로 재빨리 공중으로 날아오른 블라우그룬의 입 앞에 푸른 기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골드와 레드가 화염 브레스라면 브론즈 드래곤은 마법 계통부터 브레스까지 모조리 한 종류였다.
입 앞에 모인 마나 덩어리에서 파츠츠츳―! 스파크가 튀기 시작할 때, 브론즈 드래곤은 전뇌 브레스를 토해 냈다.
[파아아아아아아────────]새가 지저귀는가 쥐가 울부짖는가. 찍찍찍 거리는 소리가 귀청을 떨어지게 만드는 전뇌 브레스가 쿠즈구낙’쉬를 향해 토해졌다.
“블링크!”
그러나 자신의 마나로 공간을 잠근 자는 여전히 공간 마법을 쓸 수 있었다.
새빨간 삭발 머리의 모습이 사라진 자리를 전뇌 브레스가 허무하게 할퀴며 지나갔다.
서 있던 나무들이 모조리 새까맣게 타 버릴 정도의 힘이 있었지만, 그 힘은 적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했다.
쿠즈구낙’쉬가 나타난 장소는 블라우그룬의 머리 위였다.
“캬하하핫! 어차피 쓸데없는 머리 아니던가?! 내가 유용하게 가져다 쓰지!”
[크윽― 이런!]“안 돼!!!”
이하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블랙 베스를 들어 올렸지만 방아쇠를 당길 순 없었다. 머리 위에 쿠즈구낙’쉬를 올려놓은 브론즈 드래곤이 목을 세차게 흔들고 있었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쿠즈구낙’쉬를 맞출 순 없다! 함부로 발포했다간 브론즈 드래곤의 머리가 날아갈지도 모른다!
‘제기랄―’
그러나 쏴야만 했다.
쿠즈구낙’쉬의 곡도 두 자루가 마치 가위처럼 엇갈리며 하늘로 들어 올려 진 그 순간, 이하는 방아쇠를 당겼다.
“목을 내놔!”
[에너지 웨이―]투콰아아아앙─────────!
서로 다른 고함 내지 효과음이 허공에 어지럽게 울려 퍼졌다.
챠아앙, 하늘에 반짝이는 것은 반짝이는 날붙이 파편들. 마지막 순간 이하가 선택한 것은 쿠즈구낙’쉬의 머리가 아니었다.
그가 들어 올린 검 두 자루였다.
“기잇?!”
[―브!]“크아아아아앗!”
무기를 잃은 쿠즈구낙’쉬가 당황하는 0.1초, 블라우그룬의 마법이 캐스팅 되었다.
인간의 몸을 완전히 녹여 버릴 것 같은 전뇌에 쿠즈구낙’쉬의 짧은 머리털도 주뼛거리며 솟구쳤다.
“크, 흐흐, 에인션트였으면― 에인션트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날 막을 수 있었겠지!”
[무슨―]그러나 완벽한 마비효과는 들어가지 않았다. 느린 속도였지만 쿠즈구낙’쉬는 꾸역꾸역 그 거구를 움직이고 있었다.
‘젠장, 뭐 저런 새끼가―’
이하는 재빨리 탄창을 갈고는 다시 그를 겨누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쿠즈구낙’쉬는 검도 필요 없다는 듯, 맨손으로 브론즈 드래곤의 드래곤 스케일을 파고들었다.
[────────────!!]브론즈 드래곤의 단말마가 허무하게 울려 퍼졌다.
인간 형태의 레드 드래곤은 브론즈 드래곤의 경추뼈를 완전히 박살 내었다.
마치 토마토의 꽁다리를 따듯, 쿠즈구낙’쉬는 드래곤 블라우그룬의 머리를 목에서 분리시켰다.
푸츗― 푸츗― 푸츄…….
그의 오른손에 들린 청록색의 용두龍頭에서 피가 쏟아져 내렸다.
그것은 맨손으로 일궈 낸 참수형이었다.
* * *
“우와아아아아―ㅅ“
철컥, 투콰아아아앙───! 철컥, 투콰아아앙───!
이하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노리쇠와 방아쇠를 번갈아 당겼다. 마구잡이로 쏘아 대는 것 같은 그 모습이었지만 탄환은 정확하게 쿠즈구낙’쉬만을 노렸다.
“크흐흐, 흐흐, 좋다, 좋아! 이참에 너까지 끝내 주마, 베일리푸스의 똥개!”
그러나 쿠즈구낙’쉬는 맞지 않았다.
추락하기 시작하는 브론즈 드래곤의 몸을 박차고 뛰어올라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는 기적을 선보이며 이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하의 엄청난 조준 속도조차 모조리 예상하고 있다는 듯 피하는 움직임, 이대로 레드 드래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봐야만 하는가.
그때, 이하를 구하는 한줄기 목소리가 울렸다.
[그렇― 게는 안 됩― ‘기가 썬더’……!]쿠즈구낙’쉬의 오른손에 들린 브론즈 드래곤의 머리가 말을 한 것인가. 아니면 추락하고 있는 브론즈 드래곤의 몸통에서 소리가 난 것인가.
이하는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추락하는 브론즈 드래곤의 몸에서 최후의 마법 일발이 발사되었다는 것!
“끄으으으아아앗, 따갑다! 이 자식, 어덜트 주제에 드래곤 하트가 이렇게 충만했단 말인가? 크흐흣.”
그리고 그 전뇌 마법에 맞은 쿠즈구낙’쉬의 몸이 극도로 느려졌다는 사실이었다.
“블라우그룬 님!”
[드래곤 하트 덕분에― 하지만 시간― 베일리ㅍ―]끊어지는 목소리가 드문드문 이하에게 들려왔다.
즉각 쿠즈구낙’쉬를 향해 발포할 것인가?! 이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더 확실한 방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얼마나 이 순간만을 기다렸던가, 레드 드래곤이 가장 먼저 썼던 마법과 그 마법의 지속시간 카운팅은 계속되고 있었다. 2초, 1초―
―쿠즈구낙’쉬 발견, 전투 중!!!!
제로.
이런 귓속말 정도로 바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귓속말을 받는 대상은 에인션트 골드 드래곤, 베일리푸스다. 이하의 예상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는 두뇌가 있었다.
브론즈 드래곤 블라우그룬의 머리를 들고 이하를 향해 달려오는 쿠즈구낙’쉬의 앞에, 금색의 찬란한 빛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흐, 이런, 이런.”
“쿠즈구낙’쉬!”
온몸에 황금빛 갑주를 두른 인간은 이하의 앞에 생성되기 무섭게 검과 방패를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두 존재의 부딪침에서 생성된 충격파가 주변의 먼지들을 모조리 밀어냈다.
골든 나이트의 모습과 레드 워리어의 모습으로 싸우는 두 드래곤의 전투는 순식간에 벌어졌고, 또한 순식간에 끝났다.
쿠즈구낙’쉬는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캬하핫, 두고 보겠다, 두고 보겠어, 베일리푸스의 똥개! 언젠가 이 굴욕은 반드시 갚아 주마!”
“멈ㅊ― 블라우그룬!”
휘이이익―!
재빨리 몸을 돌리는 쿠즈구낙’쉬를 베일리푸스는 쫓으려 했다. 머리가 뜯겨 나간 메탈 드래곤 동족을 발견하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추격을 멈춘 베일리푸스를 대신해 이하가 블랙 베스 한 발을 더 쿠즈구낙’쉬에게 먹였다.
빠밤―!
업적 소리가 잠깐 들려왔지만 그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블라우그룬, 블라우그룬, 내 말 들리나?”
[베일ㄹ―]“모멘터리 리바이벌Momentary Revival.”
화아아아아앗―!
골드 드래곤이 가진 최상급 회복 마법이 시전 되었다.
죽은 자조차 일시적으로 살려 낼 수 있는 에인션트 드래곤의 최고급 마법은 머리가 뜯겨 나간 드래곤의 생명조차 유지시킬 수 있었다.
‘미친…… 죽은 사람도 살려 내는 거야?’
경악하는 이하와 달리 베일리푸스는 조급했다.
알렉산더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접속 중이지 않은 걸까? 어쨌든 베일리푸스는 머리가 없는 동족의 가슴 곁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어찌 된 일인가. 어떻게 된 일이야. 하트는 괜찮은가?”
[예, 괜찮습니다. 이런 모습으로 인사드리는 걸 용서하십시오, 어르신.]브론즈 드래곤의 가슴에서 목소리가 나고 있었다. 그제야 이하도 알 수 있었다.
‘드래곤 하트…… 그렇군. 약점은 머리 한 군데가 아니었어.’
그들의 뇌이자 심장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드래곤 하트가 약점이라는 이야기다. 쿠즈구낙’쉬가 블랙 베스에 머리를 피격당하고 죽지 않은 것도 거기에 있었다.
머리의 뇌가 일부 파괴되었지만 드래곤 하트를 사용해 순식간에 복원했다는 뜻! 웬만한 상처 정도라면 낫게 만드는 것이 드래곤의 사기성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