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5
마탄의 사수 (5)
“잘 하고 있나, 신참!”
“넷!”
“제아무리 허수아비일지라도 구조상 약점은 있기 마련! 약점을 공격할 때 공격의 효과는 더욱 커진다!”
훈련소는 전투를 익숙하게만 만드는 장소가 아니었다.
몬스터를 상대하기 전 모든 기본을 알려 주는 곳, 허수아비의 머리와 몸통이 이어져 있는 목 부위가 다른 곳보다 조금 붉게 빛났다.
그리고 이하는 눈치 없는 바보가 아니다.
“핫!”
파사삿―!
허수아비의 목이 부러지며 대가리가 땅으로 떨어진다. 몸통만 턱, 턱 때리던 것과는 손맛부터가 달랐다.
“잘했어!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부위가 있는 반면, 일격으로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부위도 있다. 물론 자네의 능력이 그만큼 따라 줘야 효과가 있는 것이니, 수련에 정진하도록!”
치명타도 있고. 즉사도 있는 건가?
이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확실히 현실을 게임화시켜 놨다면, 어디든 한 방에 죽일 수 있는 ‘급소’는 존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레벨 1이 갑자기 레벨 100의 몬스터를 한 방에 죽이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전투 교련 NPC의 말은 그런 의미였다.
‘스탯이 받쳐 주는 범위 안에서는 사냥을 한 방에 끝낼 수도 있다는 뜻? 그러나 포인트를 찾고, 맞추기는 쉽지 않겠지.’
이하는 주변의 이방인들과 구령을 맞춰 가며 허수아비의 몸통을 가격했다.
“다음은 기술이다! 자연의 기운, 마나를 모아 운용하는 것으로 평소보다 3배의 힘을 낼 수도, 5배의 힘을 낼 수도 있다. 기력을 모아 내리쳐 봐라!”
의족의 교관이 훈련소의 돌바닥에 따악, 따악 다리를 부딪치며 소리쳤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하의 눈앞에 작은 창이 뜬다.
〈초심자의 강타〉
설명: 힘을 모아 후려치는 기술. 흐름이 중요하다.
효과: 최대 공격력의 130%로 1회 가격
사용거리: 근접
마나: 30
쿨타임: 10초
‘힘을 모아 후려친다……. 당연히 게임이니까 스킬이 있는 거겠지만.’
이하는 설명에 집중했다.
NPC들의 말도 그렇고, 미들 어스에서는 어지간한 힌트들은 대놓고 말해 주지 않는 편이라고 봐야 했다.
힘을 모아 때리는 스킬이면서 ‘흐름’에 대한 언급이라니?
“강타!” “강타!” “강타!”
주변에서 사람들이 너도나도 강타를 사용하고 있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전투 보조 시스템이 움직임을 만들고 있었지만 분명히 조금은 부자연스럽다. 부자연스러우니 정확한 가격이 되지 않는다.
“그렇군. 그게 흐름이야. 그냥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자신의 움직임과 관계없이 아무 때나 스킬을 쓰면? 움직이던 몸의 흐름을 거스르게 된다.
그렇다면 원래 스킬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으로, 공격과 공격 사이에 끼워 넣는다면?
이하는 주변의 부산스러움에 휘둘리지 않았다.
차분하게 사선으로 내리긋고, 횡으로 몸통을 타격한 후,
“강타!!”
외침과 함께 자연스레 움직이는 팔, 폭발적으로 근육이 늘어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외형상 변화는 없다.
내리치는 목검에서 밝은 빛이 번쩍, 파아앙―――!
“오오?!”
이하의 목검이 허수아비의 팔 하나를 날려 버렸다. 내려친 이하의 손이 짜르르 울릴 정도의 강력한 힘.
130%는커녕 150%, 200%의 힘이라도 된 느낌이 이하를 짜릿하게 만들었다.
“뭐야? 어떻게 한 거야? 허수아비의 팔이 부러졌어!”
“저 사람 강타만 더 센 것 같은데?”
주변에 있던 유저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똑같이 허름한 복장, 똑같은 목검. 그런데 남다른 효과?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하는 멈추지 않았다. 방금 느껴졌던 짜릿한 손맛을 잃기 싫었다.
이번엔 우하단으로 베어 내고, 좌로 한 번 그은 후,
“강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후려치듯 강하게 휘두르는 이하의 목검에서 다시 한 번 붉은 빛이 번쩍였다.
파아아앙―――!
“우아앗!”
“피, 피해!”
다른 허수아비 앞에 서 있던 유저들이 혼비백산 움직이며 머리를 가렸다. 후두둑, 비 오듯 쏟아지는 나무 파편들.
“하아, 하아…….”
이하 자신도 놀랐다.
눈앞에 보이는 허수아비, 아니, 이미 상반신 전체가 박살 나 허수아비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나무 잔해를 보면서.
“말도 안 돼…… 이걸 내가?”
팔이 달아오른 것처럼 화끈거린다.
이런 파괴력이라니? 정말 히어로라도 된 것 같은 느낌에 감동이 벅차올랐다.
‘나무로 된 단단한 허수아비를…… 목검으로 부쉈어. 하핫.’
그러나 감동에 젖어 있을 시간은 많지 않았다.
한순간 소란스러웠던 주변 유저들이 하나, 둘 이하의 근처로 모이기 시작한다.
“헐, 대박! 님 그거 어떻게 했어요?”
“강타 쓰신 거 맞아요? 방금 여기서 배운 거?”
“1렙 맞음? 저 좀 알려 주세요.”
“쩐다. 허수아비가 박살 나기도 하는구나. 같이 공유해요. 방금 뭐 썼는데 이렇게 된 거예요?”
반짝거리는 동경의 눈빛, 어떻게든 강해지고픈 유저들의 욕망이 이하를 파고들었다.
“네? 아니, 저기, 그게. 그냥 스킬…… 쓴 건데.”
“스킬요? 강타?”
“네.”
이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동경의 눈빛들이 순식간에 의심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건 나도 써 본 건데.”
“나도, 나도.”
“그거 말고. 진짜 어떻게 한 건지 비법 좀 알려 줘요. 알려 준다고 닳는 거 아니잖아요.”
“진짜 강타만 쓴 거예요.”
물론 언제 썼는지가 다를 뿐. 게임을 게임으로만 생각한 사람들과 이하의 차이는 이런 곳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비켜, 비켜! 이게 바로 진짜 ‘강타’라는 거다!”
그리고 주변의 유저들을 헤치며, 의족 교관이 이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몸과 기술의 자연스러운 연계! 같은 기술을 사용해도 1.3배냐, 2배냐, 그 효과를 배가시키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 전투는 몸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신참! 이름이 뭔가!”
다리가 의족일 뿐, 그의 눈빛은 날카롭다. 이하는 교관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하이하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하이하를 보고 배워라! 머리를 써! 이것이 바로 전투의 기본이다!”
교관이 흡족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외치자, 유저들의 눈빛이 쏟아진다. NPC가 직접 이름까지 언급하며 칭찬하다니!
그러나 이하는 부끄러워할 새도 없었다. 눈앞에 갑작스레 홀로그램 창이 떴다.
[업적: 캔들 캐슬 훈련소의 모범생(E)]축하합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전투의 기본을 모두 익힌 당신! 하지만 너무 잘난 척 하지 마세요, 모난 돌은 언제나 정을 맞는 법이니까요!
효과: 근력 +3, 지능 +2
‘오오? 또 업적인가? 대박, 대박!’
홀로그램 창의 설명을 보던 이하는 헤벌쭉 벌어진 미소를 재빠르게 감췄다.
‘잘난 척 말라고? 모난 돌은 정을 맞는다……. 하긴, 그럴 만하지. 괜히 눈에 띄어 좋을 거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소란 속에서 의족 교관의 호령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뭘 보고 있나! 다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충분히 연습하도록! 연습, 연습만이 살길이다!”
사람보다 사람을 더 잘 다루는 NPC의 외침. 유저들이 다시 허수아비 앞으로 돌아갔다.
이하를 향한 부러움과 의심, 질투가 섞인 눈빛은 이하를 다시금 긴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근데 이렇게 겁을 주면서 근력 3에 지능 2? 이거 뭐, 많은 거야, 적은 거야? 조금 이따가 기정이에게 물어봐야겠네.’
능력치를 2나 3 올려 주는 게 얼마나 좋은지는 몰랐지만 훈련소의 모범생은 의외로 얻기 힘든 업적 중 하나였다.
레벨 1.
처음 접속한 유저가 평타와 스킬의 연계를 한 번에 성공시켜 허수아비를 격파해야 얻을 수 있는 업적.
초보자 훈련소 최초 진입이라는 자격 조건까지 있으니 사실상 업적 획득 조건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 되어 버리는 셈이다.
외부 커뮤니티에서 알아보면 되지 않느냐?
물론 커뮤니티에는 상당히 많은 정보들이 있는 편. 그러나 남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보통 공유하지 않았다. 결국 친한 사람이나 소속된 길드에서 얻어야 하는데, 그때는 이미 늦었으니까.
“후우, 후우.”
새로운 허수아비 앞에서 목검을 휘두르며 시간을 보내고 있자, 교관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전투의 기본을 익힌 자는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도록! 그대들의 진정한 능력과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곳, 클래스 타워로!”
다른 유저들은 이하에게서 별 정보를 빼내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는지, 교관의 외침이 터지기 무섭게 발걸음을 옮겼지만, 이하만큼은 달랐다.
떡 받아먹고 기분 나쁜 사람은 없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교관님.”
이하는 흐르는 땀을 닦아 내며―여기서도 살짝 놀랐다. 땀이 흐르다니― 의족 교관에게 인사를 건넸다. 업적까지 따게 만들어 준 NPC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하의 인사를 들은 의족 교관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움직임이 부드럽더군. 검에 대해 아는가?”
“아뇨― 가 아니고…….”
“그렇군. 검에 대해 아는 자는 언제쯤 미들 어스에 발을 들일까. 하아……. 즐거운 시간이었네, 하이하 군.”
안다고 했어야 했나?
이하는 방금 대화에서 자신이 뭔가 중요한 걸 놓쳤단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교관의 말은 일정 조건에서 시작되는 퀘스트였을지도 모른다.
보상은 무엇이었을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직업? 스킬?
검이라는 키워드로 보아 초보자 시절에 얻을 수 없는 무기를 줄지도 모른다.
‘진짜 사람인 줄 알고 너무 빨리 대답했어!’
NPC와의 상호작용! 선택지도 없는데 무슨 말이 정답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런 플레이 하나하나도 모두 구플사에서 의도한 그대로였다. 현실에 선택지 있는 대답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사실 검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보여 드릴까요?”
“하핫, 말은 고맙지만 검에 대해 진정으로 아는 자가 아니라면 소용없네. 어서 클래스 타워로 이동해서 자네의 길을 찾도록 하게나.”
“으윽…….”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그 대상이 NPC라도 말이다.
여기서 더 안다고 우겨 볼까? 그러나 NPC와의 호감도에 대한 설명도 들었던 이하다. 역효과가 나리란 건 해 보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아쉽네요.”
“나야말로 아쉽군. 잘 가게.”
이하는 의족 교관을 뒤로 발걸음을 옮겼다. 너무나 현실 같았기에, 놓친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현실만큼 컸다.
‘앞으론 특히 말조심해야겠다. 아으, 아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