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6
마탄의 사수 (6)
―기정아, 나 업적 또 땄다.
―엥? 무슨 업적을 또 따? 형 레벨 몇인데?
―1이라니까. 훈련소에서 허수아비 때리다가 얻었어.
―그게 뭐야. 그런 것도 있어? 효과 뭔데? 아니, 아까 전에도 스킬 주는 업적 먹었다며?
여전히 두개골을 간질이는 기정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하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공략집이니 뭐니 해놓고 업적에 대해서는 자신보다 모르는 건 아닐까?
―큭큭, 응. 근데 아까랑 달라. 이건 근력 3이랑 지능 2 올려 주더라.
―헐, 대박. 1렙 꽁으로 먹었네.
―1렙?
―레벨 하나 오를 때 마다 스탯이 5포인트씩 오르니까, 형은 남들보다 1레벨 앞선 거나 마찬가지야.
―아, 1레벨 당 5포인트구나.
―응, 스탯 창 한 번 열어 봐봐. 아마 플러스 표시로 보일걸?
이하는 두개골을 간질이는 기정의 목소리를 들으며 캐릭터 창을 열었다.
이름: 하이하 / 종족: 인간
직업: 없음 / 레벨: 1 (0%)
칭호: 없음 / 업적: 2개
HP: 160 / MP: 50
스탯: 근력 13(+3), 민첩 13(+3), 지능 12(+2), 체력 13(+3), 정신력 10
―의외로 간단하네?
―눈에 보이는 능력치는 몇 개 없어. 스태미너나 활력 같은 건 어디에도 표시가 안 되거든. 적당히 느끼면서 알아서 채워야 해.
스태미너는 이하도 알고 있다. 달릴 때 사용되는 것. 그러나 다른 하나는 뭐지?
―활력은 또 뭔데?
―쉽게 말하면 배고픔 수치? 활력이 다 떨어지면 HP랑 MP 회복이 안 되다시피 하거든. 포션은 비싸서 어지간하면 못 마시니까…… 초보 때는 활력 관리 못하면 그냥 죽는다고 봐야지.
기정의 설명에 이하가 침음을 냈다.
역시 미들 어스라고 해야 할까. 그야말로 불친절에 의한, 불친절을 위한 게임 같다.
―아참, 아이템 무게도 마찬가지. 어느 순간 걸음이 느려질 때가 있을 거야. 그때부터는 무게 관리도 해 줘야 해.
―마찬가지라니? 안 보인다고? 현재 무게가 몇인지는 알 수 없는 거야?
―응. 들어서 무겁다 싶은 건 어지간하면 놓고 다니는 게 나을 거야. 창고에 맡기든지.
해도 너무한다. 적어도 수치로 표시는 시켜 놔야 관리도 하고 신경을 쓰지.
이하는 발걸음을 옮기며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1레벨이 스탯 포인트 5개. 현재 업적으로 인해 자신은 2개 레벨이 올라간 거나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현재 이하 자신과 미들 어스 최강자와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이거 만렙은 몇이야? 레벨 제일 높은 사람은?
―몰라. 밝혀진 게 없어. 지금 제일 레벨 높은 사람이 200 몇이라고 했는데, 정확히는 몰라.
“200대라고?”
멈칫. 기정의 말에 이하가 침음을 냈다. 오픈 4개월 동안 레벨 200대가 제일 높다고? 대체 그럼 이 게임의 만렙은 얼마야? 이미 100대의 레벨을 초과한 것 보면 만렙은 500 또는 1,000일 확률이 크다.
‘겨우 업적 두 개로 좋아할 일이 아니잖아?’
이하 또한 게임엔 익숙하기에 알 수 있었다. 만렙이 되었을 때, 만렙과 만렙+1 의 차이는 크겠지만 레벨1과 레벨2가 얼마나 다를까.
―엉아는 이제 시작해 놓고 무슨 벌써 랭커에 관심을 가져? 큭큭, 이제 클래스 타워 가는 중이야?
―응. 가서 직업 얻어야지.
―아무거나 만지작거리지 말고! 조합에 따라 자동으로 직업 결정되는 거라고 써 놨었지?
―알아. 알아.
―잘 해. 나 사냥 중이라―
뚝, 갑자기 기정과의 연락이 끊긴다.
두개골에 입을 대는 느낌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이하는 알 수 있었다.
‘이거 영 익숙해지지가 않네.’
머리가 웅― 울리다가 갑자기 조용해지니 이하는 꽤 당황스러웠다.
“여기 초보자 마을이라고 하지 않았나?”
초보자 마을이라지만 캔들 캐슬에도 그럴싸한 갑옷과 무기를 든 사람은 많았다.
허름해 보이지만 그 맛이 더 멋진 가죽갑옷을 입은 사람, 철로 된 둥근 방패를 손목에 끼고 파티원을 구하는 사람…….
최초에 떨어졌던 중앙의 분수대 광장을 지나 남쪽의 클래스 타워에 도달하기까지, 이하는 처음으로 산책 나온 강아지마냥 여기저기를 둘러보기에 바빴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5층 높이의 석탑.
[클래스 타워]. 시작 마을은 달라도 ‘클래스 타워’라는 명칭은 통일되어 있었기에, 미들 어스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정보가 가장 많은 장소이기도 했다.“안녕하십니까.”
이하는 클래스 타워 안으로 들어갔다. 일행을 기다리는 듯, 몇몇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이하에게 말을 건 사람은 정면 중앙에 앉은 남성이었다.
“이방인이로군. 그대의 잠재력을 알아보러 왔나?”
“맞습니다.”
“그 위에 올라서게.”
“네.”
초록 로브를 입고 기다란 지팡이를 든 남성이 이하에게 지시한다. 석재 바닥 위에 그려진 육망성에서 미약한 불빛이 아른거리고 있다.
“준비는 됐나?”
“그럼요.”
“좋은 미소군. 행운이 있길 바라겠네.”
“네?”
샤아아아앗― 이하가 대답할 새도 없이 육망성에서 나온 빛이 몸을 감싼다.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은 빛에 질끈, 감았다 뜨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 *
[쨔쟌! 또 만났군요!]최초 아바타를 만들 때의 공간처럼,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으로 이동된 이하. 가장 먼저 한 일은 옷을 입고 있는지 확인한 것이었다.
“어라? 다시 만날 일 없다면서!”
[그 정도는 농담 아닌가요, 농담. 꺄륵, 그럼 우리 캔들 캐슬의 모범생은 어떤 무구를 고르실까요? 선택한 무구를 확정하시면 전직이 완료되니 신중하게 골라 주세요!]인공지능이 무슨 농담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따질 수는 없었다. 게임과 싸울 것도 아니고.
“우와, 무구가 많다고는 들었는데 이건 완전…….”
게다가 도우미에게 더 이상 신경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하는 아까 기정이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완드를 집으라고 한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이렇게 많으니 눈이 돌아가겠지.’
롱 소드, 언월도, 바스타드 소드 같은 근접 딜러용 무기.
라운드 쉴드, 타워 쉴드, 카이트 쉴드 같은 탱커용 방어구.
스태프, 완드, 보주, 심지어 빗자루 같은 마법 딜러용 무기.
컴포짓 보우, 롱 보우, 크로스 보우 같은 물리 원거리 딜러용 무기.
바이블, 십자가, 염주 같은 힐러용 무기.
그 외에도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무기와 방어구가 수도 없이 쪼개져 공중에 떠 있었다.
검과 방패를 잡으면 기사가 될 것이고, 도끼를 잡으면 투사가, 검도 어떤 검을 잡느냐에 따라 용병이나 전사로 또 갈릴 것이다.
같은 마법사 계통의 클래스라도 한 방에 폭발적인 딜을 넣는 직업과 서서히 말려 죽이는 형태, 또는 마수를 소환하는 형태 등 특성이 모두 달랐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아이템들을 바라보며 이하는 자연스레 발을 디뎠다.
‘완드가…… 어디 보자…….’
하반신 불구라는 현실은 벌써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미들 어스에 빠진 채로.
‘수리검도 있네. 닌자 같은 직업도 있나 보지?’
전체 직업이 몇 개고 얼마나 있는지도 밝혀진 게 없으니 알 수가 없다.
“확정 안 하고 써 보는 건 상관없는 거죠?”
[네, 마음껏 휘둘러보시고 딱 맞는 무구를 고르시면 됩니다!]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나왔다.
이하는 검을 쥐어 휘둘러보기도 하고 활을 들어 쏘아 보기도 했다. 활과 함께 생성된 표적을 향해 날리는 화살. 전투 보조 시스템에 의해 시위는 가볍지만 조준과 명중에 대한 시스템이 제법 어려웠다.
‘궁수 계통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렇게 완드를 배제한 체, 히죽히죽 웃으며 테스트를 하던 이하의 눈에 한 가지 무구가 들어왔다.
“뭐야? 저런 것도 있어? 어, 미들 어스는 중세 판타지 아닌가요? 저건 좀 이상한데? 아니, 중세라면 중세겠지만…….”
[궁금하면 가서 만져 보세요!]이하는 손을 뻗어 허공에 떠 있는 무구를 쥐었다. 마법사들의 스태프와 비슷하거나 조금 짧은 정도.
길이 약 1.5m. 무게 약 4.5kg. 손에 닿는 묵직한 감촉.
나무의 따스함과 철의 차가움이 공존하는 무기, 아니 화기.
“이거……. 총이잖아?”
현대식 소총은 아니다.
FPS 게임이나 전쟁 게임을 즐겨했던 사람은 미국의 반자동 소총 M1 개런드와 닮았다고 떠올릴 만한 외관.
‘아니다. 그렇게 고급 기술이 아니야.’
현대식 소총에 비하면 M1 개런드를 ‘고급 기술‘이라 부를 수 없겠지만, 그래도 반자동 소총은 혁명이었으니까.
이하가 들고 있는 총은 그보다 훨씬 전의 모델이다.
“머스킷…… 인가.”
[무슨 총인지 아시겠어요?]도우미의 물음에 이하가 총기를 살핀다. 조심스럽지만 빠른 손놀림, 낯설면서 익숙한 감촉.
“모델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폴레옹 시대보다 이전, 1700년 전후……. 볼트액션도 아니고, 심지어 후장식도 아닌. 전장식 머스킷이네요.”
화약접시가 있고, 공이에 부싯돌이 끼워져 있는 ‘플린트 락’ 방식. 게다가 탄환을 뒤에 삽입하는 공간이 없다는 이야기는 즉, 총구에 대고 탄환용 납탄이나 쇠구슬을 밀어 넣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로는 많이 본 총이지만 설마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아니지, 게임 상에서 본 거니까 실제로는 아닌가.’
감동에 젖은 이하의 귀에 인공지능의 목소리가 울렸다.
[과연 캔들 캐슬의 모범생! 정답입니다! 총기에 대해서 잘 아시는군요!]“이거, 이거 한 번 쏴 봐도 되나요?”
[물론이죠! 지금까지 다른 검이나 활은 잘 만져 놓고 왜 갑자기 물어보시는 걸까?]꺄르르륵, 인공지능이 이하를 놀렸다. 그러나 그런 것에 신경도 쓰지 못할 정도로 이하는 흥분했다.
‘전장식 머스킷이라. 이런 것까지 구현했다고?’
활을 쥐었을 때, 인벤토리에 자동으로 화살이 생겼었다. 머스킷을 쥐었을 때는 어떨까.
‘인벤토리.’
이하가 가방을 열자 머스킷과 한 세트인 물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흑색화약*1〉, 〈쇠구슬 탄*1〉, 〈꼬질대〉
“하핫, 이거 참.”
현실적인 것도 정도가 있지.
전장식 머스킷이라고 정말 전장식 머스킷이 사용하는 모든 물품을 다 사용해야 하는 건가?
이하는 황당해서 따질 여력도 없었다. 탄이 수량화되는 것이야 이해하지만 화약까지?
‘탄이 있어도 화약이 없으면 말짱 꽝이라는 의미겠군. 그 반대도 그렇고.’
그래도 이하는 즐거웠다. 그래, 어쨌든 총 아닌가.
이하는 머스킷을 들어 올렸다. 순간 허공에 생기는 표적, 거리는 약 40m.
활을 들었을 때 표적이 50m 이상의 거리에 생성되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총임에도 활보다 사정거리가 더 짧다는 의미다.
‘좋아. 쏴 보자.’
두근, 두근.
전투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자 이하의 심장박동이 거세게 느껴진다. 전투 보조 시스템의 작동, 이하는 머스킷을 들어 올렸다.
아무리 총기 덕후라도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사용하는 것은 다르다. 이하 또한 전장식 머스킷을 다루는 건 처음이므로, 그저 전투 보조 시스템에 의지하여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게 두었다.
개머리판을 허벅지에 댄 채 총을 비스듬히 만든다.
그리고 딸깍, 화약 접시를 연다.
가방에서 종이로 포장된 흑색화약을 꺼내 화약 접시에 소량을 부은 후 닫는다.
‘뭐가 이렇게 느려.’
머스킷을 바닥에 수직으로 세우고 총구에 남은 화약을 들이부었다. 그리고 다시 가방을 열어 쇠구슬 탄을 꺼내어 총구에 삽입!
‘이제 쏘나?’
그러나 이하의 손은 다른 아이템을 하나 주워 들 뿐이다.
총열 보다 더 긴 꼬질대를 총구에 쑤셔 박아 쿡, 쿡 누르기를 여러 번.
그리고 나서야 이하의 몸은 머스킷을 들어 올려 어깨에 견착했다.
무게 4.5kg, 만만치 않다.
전투 보조 시스템에 의해 어깨에 견착하고, 조준도 자동.
마침내 방아쇠에 걸린 이하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타아아앙―――!
화약이 튈 때 나는 매캐한 냄새, 그리고 ‘흑색’화약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또 무식하게 뿜어져 나오는 ‘백색’의 연기 덩이.
“콜록, 콜록.”
이하는 머스킷을 세워 열심히 손부채질로 연기를 흐트러뜨렸다. 그러나 목표, 고작 40m 밖에 있는 표적은 아무런 타격이 없다.
“응?”
[빗나갔네요! 일반적으로 머스킷은 40m 거리에서 명중률이 50%랍니다. 무기에 대한 설명부터 보셔야겠죠, 모범생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