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64
마탄의 사수 (64)
“근데 사거리는 얼마나 되세요?”
화약 봉지를 뜯고, 쇠구슬 탄을 삽입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마츠시게가 갑작스런 질문을 던진다.
“네? 어, 제가…….”
솔로 플레이만 해 봤으니 오히려 이런 건 생각 못했다. 몇이라고 하지?
“50m요.”
어차피 머스킷에 대해 모른다.
굳이 40m라고 아이템대로 말할 필요는 없다. 당연히 100m 넘은 거리에서 맞춘다는 말도 할 이유가 없고.
이하가 안정적인 명중률을 자랑하는 거리는 50m 전후.
“생각보다 짧네요. 장전이 오래 걸려서 사거리는 엄청 멀 거라고 생각했는데.”
“맛 짱! 그런 말은 실례잖아.”
“아,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반투명의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마메하나의 말을 듣자마자 마츠시게는 고개를 숙였다. 정말 철저하다 싶을 정도로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다.
“아뇨, 괜찮아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짧다고 느껴지거든요. 하하.”
이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하고 말한 게 50m였는데.
전투 보조 시스템을 켰을 때는 40m라는 걸 알면 얼마나 놀랄까.
아니, 그전에 또 있다. 장전이 길다고? 방금 이하의 장전은 49초 컷이었다. 빠르다고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었는데.
전투 보조 시스템을 켜면 1분 장전이라는 걸 알면 얼마나 놀랄까.
‘이러니까 머스킷티어가 없지…….’
휴우, 한숨을 한 번 내쉬며 마츠시게의 옆으로 다가섰다.
“일단 한 마리. 아마 공격하시면 무조건 한 마리가 또 튀어나올 거예요.”
“알겠습니다. 마츠시게 님만 믿을게요.”
“어그로는 걱정 마세요.”
마츠시게는 투구 면을 들어 올려 윙크를 날렸다.
얼굴을 보자마자 걱정이 되지만, 투구 면을 내리니 다시 조금 믿음직스러운 모습이다.
‘외모로 편견하면 안 되는데 말이지. 큭큭, 집중하자, 집중. 첫 코볼트 사냥이다.’
이하는 잡념을 날리며 무릎쏴 자세를 취한다.
현재 이하의 파티가 있는 덤불 뒤에서 나무 옆에 있는 일꾼 코볼트까지는 약 40m. 가까운 거리인 만큼 코볼트의 생김새가 낱낱이 보였다.
‘어린아이의 몸집. 대략 6~7세 정도 아이의 크기. 그런데 머리는 상당히 크네. 뭔가 밸런스가 잡혀 있지 않은 외형이야.’
몸은 작아도 두뇌는 발달했다는 걸까? 어린아이의 몸에 어른의 머리 크기를 갖고 있으니 기괴한 느낌이 든다.
약초를 뜯는 건지, 버섯을 캐는 건지, 나무 밑동을 팍, 팍 파내는 녀석의 손톱이 제법 날카롭다.
“후우우…….”
이하는 숨을 골랐다. 가늠좌와 가늠쇠,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코볼트의 큰 머리. 이하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타아아앙―――!
정확히 들어갔다. 이하는 머스킷을 바로 세우며 장전 준비를 시작했다.
* * *
“꺄악!”
“우아앗, 소리 엄청 크네!”
머스킷의 총성이 마운틴 셰이무어의 기슭에 울려 퍼지자 일본인 두 사람이 황급히 귀를 틀어막는다.
“아차, 미리 말씀을 못 드렸네요. 이게 소리가 좀 큽니다.”
이하가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연기도 엄청 나네요! 코볼― 응?”
“어떻게 됐어, 맛 짱?”
마메하나는 깜짝 놀라 아직도 동그랗게 토끼 눈을 뜨고는 마츠시게의 뒤로 거리를 벌렸다.
곧 일꾼 코볼트 두 마리가 달려들 것이고, 자신들보다 수준은 낮지만 어쨌든 사냥을 개시해야 할 테니까.
그러나 이하도, 마츠시게도 움직이질 않고 있다.
“하이하 님? 맛 짱?”
무슨 일이지? 탱커인 마츠시게가 자리를 잡지 않으면 어그로가 튈 수도 있다.
“뭐하세요?”
재빨리 묵주를 꺼내어 든 마메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두 사람은 둘 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마츠시게였다.
“하, 하나 짱. 이런 거 본 적 있어?”
“뭔데?”
“이리 와 봐.”
마츠시게는 투구의 얼굴 가리개를 다시 올려, 맨 얼굴을 드러내고는 코볼트를 가리켰다.
“헤에에?”
마메하나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채집하던 일꾼 코볼트는 그대로 머리가 날아가서 사망, 이미 사체는 잿빛으로 변하고 있다.
한 방에 죽은 건가?
아무리 마운틴 셰이무어에서 가장 수준 낮은 몬스터라지만 일꾼 코볼트의 레벨도 30은 넘는다.
애초 레벨 30의 3~4인이 파티로 사냥을 하는 몬스터가 일꾼 코볼트들이다.
‘그걸…… 한 방에……?’
황당한 마메하나였지만 긴장을 늦추진 않았다.
일꾼 코볼트는 2인 1조.
즉, 남은 한 마리가 주변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은 일꾼 코볼트와 조를 이뤘던 또 다른 코볼트가―.
“카― 강한 인간! 카― 도망간다!”
조잡한 바구니를 던져 버리고는 꽁지가 빠져라 도망가고 있었다.
“헤에에에에? 뭐야, 뭐야? 어떻게? 어떻게 된 거예요?”
“심지어 도망쳤어, 한 마리가. 아무리 일꾼 코볼트라도 도망가려면 사람 수를 세고 나서 도망가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보네.”
마메하나도, 마츠시게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꾼 코볼트들이 도망을 가는 경우는 종종 봤다. 그러나 그건 4인이나 5인 파티의 기준.
5명이서 일꾼 한 마리를 죽이고 나면, 남은 일꾼 하나가 ‘카― 네 명 너무 많다!’ 라거나, ‘카― 다섯은 못 당해!’ 하면서 도망가는 것이었지.
그나마도 싸우는 도중에 도망을 가는 거였다.
그런데 지금 저 코볼트의 반응은?
‘싸우기도 전에 도망을……? 아니, 이쪽이 몇 명인지 세어 보지도 않고 도망부터 갔어?’
마츠시게는 들어 본 적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흐으음……. 하이하 님, 레벨 41 맞으세요?”
“네, 네?”
마츠시게는 갑작스레 질문을 던진다. 풍선인형 같던 마츠시게의 눈빛이 갑자기 매섭게 변했다.
“혹시…… 더 높은 거 아녜요? 레벨 70대? 80대? 아니면 100?”
“응?”
이하는 황당했다. 레벨이 낮은 걸 들키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이번엔 다른 의심을 사다니.
“휴우…… 아니지, 맛 짱. 지금 경험치가 올랐으니까 하이하 님은 최대 60레벨! 맛 짱의 경험치도 올랐으면 최대 62레벨이고.”
“아, 아차. 경험치는 최대 20레벨 차이지? 죄송합니다.”
허술하기 그지없으니.
“괜찮아요. 그리고 저도 여러분이랑 비슷한 레벨 맞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조심히 올라가 봐요.”
이하는 고렙으로 의심받아 기쁘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런 의심조차 허술한 탱커 겸 파티장을 믿고 따를 수 있을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 * *
“저쪽에 또 한 파티 있네요. 인원은 네 명. 저쪽으로 가로질러서 가죠.”
마츠시게가 거침없이 방향을 잡아 올라간다.
“파티 사냥에 방해되지 않을까요?”
“이미 일꾼 코볼트들 사냥 중이니까, 근처에 다른 일꾼들은 없을 거예요. 코볼트 녀석들, 어찌나 영악한지 나름대로 일하는 영역까지 정해 놓으면서 하거든요.”
이하의 물음에 마츠시게가 답했다.
확실히 코볼트 사냥을 많이 와 본 사람다운 노하우다.
‘이럴 때 보면 꽤 믿음직스러운 것 같은데.’
묘한 곳에서 허점을 내보이니,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 마메하나라는 여성도 마찬가지야. 뭔가 달라.’
첫 이미지는 조신한 느낌이었다.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옷차림에, 면포까지 얼굴에 드리 내리고 있어 신비로웠는데.
‘코볼트 잡은 걸 보고 하는 반응은…… 영락없는 일본 사람이었지. 애니메이션에서나 저렇게 말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도 그러는구나. 확실히 예쁘고 귀엽지만, 콧소리도 장난 아니고. 여자들은 이런 여자를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네.’
헤에에에에?
하는 반응이 꽤나 신기하게 느껴졌던 이하다.
성인이 된 이후는 군 생활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외국 문화에 대해 신기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웨스트포인트랑 교류 행사 한 번 한 게 전부였던 내가…… 미들 어스에 들어와서는 베트남에 홍콩에, 일본에…… 아주 난리 났어. 큭큭.’
이것도 역시 미들 어스 덕이지. 그리고 미들 어스 덕이라면, 자신을 미들 어스로 데리고 온 기정이 덕이다.
기정이를 떠올리자 이하의 결의가 다시 한 번 굳는다.
아그롬니 이고르를 향한 복수의 불길 또한.
* * *
“땅! 땅으로 들어간다! 하나 짱, 조심해! 하이하 님도 조심하세요! 갑자기 튀어나옵니다!”
구로로로로―――――.
녀석의 머리가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자 흙과 자갈이 마구 튀어 오른다.
“젠장, 눈이―!”
흙가루가 이하의 눈으로 튀어 들어간다. 게다가 튀어나왔던 녀석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
휘익, 이하가 총구를 땅으로 돌리며 방아쇠를 당겨 보지만 총성만 요란할 뿐 아무런 반응은 없었다.
땅속에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꺄, 꺄악!”
“당황하지 말고 모여요! 하나 짱, 이리로! 하이하 님도 오세요!”
마츠시게는 멈춰 서서 이하와 마메하나를 불러들였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 것인가.
마운틴 셰이무어 중턱에 도착하자마자 상대하는 게 마운틴 웜이라니.
‘빌어먹을, 왜 사람들이 마운틴 웜을 싫어하는지 알겠어.’
스크린 샷으로 볼 때와는 압박감부터가 달랐다.
마운틴 웜, 산 지렁이의 거대한 흙색의 몸에선 점액질이 뿜어져 나와 번들거린다. 하물며 갑작스레 경사로에서 땅 위로 솟구친 그 녀석의 크기는 대충 190cm가량!
물론 그 길이가 전부는 아니다. 땅 밖으로 튀어나온 부위를 지탱하기 위해, 그만큼의 길이가 땅속에 박혀 있으리라.
‘즉, 길이 약 4m 이상, 폭 1m 정도.’
거대한 크기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공포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기습선공 형이라는 게 이하에겐 치명적이다.
그나마 표면에 가까운 지하라면 진동이나 흙의 울렁거림으로 알아볼 수라도 있지. 방금처럼 깊숙한 지하에서 갑작스레 튀어 오르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츠시게가 없었으면 죽었을지도 몰라.’
혼자서 오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었다. 알아보면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속도, 이런 패턴이라면 단순히 피해 올라가는 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모여서 어떡하게요?”
“진동. 진동 느껴지면 각자 전방으로 뛰세요.”
마츠시게도 잔뜩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바로 전방으로?”
“네. 마운틴 웜 땅속 공격 패턴이―.”
쿠구구――――.
순간, 진동이 느껴진다.
발밑이 덜덜 떨리는 느낌. 단단하게 받쳐 줘야 할 지면이 떨릴 때, 육상 생물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뛰어!!!
“꺄아아앗!”
구로로로――――!
파아아앗, 거대한 지렁이가 세 사람의 발밑에서 튀어나온다. 흙이건 자갈이건 아낌없이 갈아 버리는 엄청난 위력.
앞으로 도약하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저 거대한 아가리에 몸이 빨려 들어갔으리라.
“슬래쉬!”
마츠시게가 달려가 마운틴 웜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방패를 들고 한손검을 사선으로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기사였다.
‘꽤 하잖아? 어쨌든 레벨 42의 짬은 있다 이건가.’
불안함 속에서도 안정적인 탱킹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프로텍션!”
그사이 마메하나는 캐스팅을 끝냈다.
화아악―!
마츠시게를 감싸 안는 밝은 초록빛. 시스터의 보조 마법이 더해지자 마츠시게는 더욱 굳건한 위엄을 갖추게 되었다.
‘마메하나도 마찬가지. 레벨 40의 짬이 있어.’
첫 기습공격에 당황한 것이야 어쩔 수 없다. 몇 번 겪었어도 기습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거니까.
그러나 그 이후의 대처가 어떠한가에서 각자의 능력이 나타나는 것. 이하는 두 사람이 합을 맞추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 정도면 믿어도 좋을 실력이다. 그렇다면 이제 자신의 실력을 보여 줘야 할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