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676
마탄의 사수 (676)
“칫, 팔다리 여러 개에 스피드는 제법 빠른 것 같지만― 껏.”
촉수 네 개가 야마토의 유저 하나를 파고들었다.
“뭐야!?”
“미, 미친. 〈퓌비엘의 관장님〉이 죽었어?”
무도가라면 배추도사, 무도사 못지않게 이름을 날리던 아웃사이더 유저였으나, 그는 자신이 어떤 공격으로 죽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묭! 묭묭!]“우습게 보지 마! 보통의 슬라임이 아니다!”
“방어 스킬! 배리어부터 써! 〈그레이트 쉴드〉!”
슈와아아아앗, 옥색의 막이 그들을 덮었다.
여전히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그들이었으나, 젤라퐁은 그들에게서 일정 간격을 유지하고 있을 뿐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묭묭! 묘오오옹~!]카아앙! 카아아아앙!
카카카카카캉───!
그러곤 그들을 덮은 배리어를 수백 개의 촉수로 강타하기 시작했다. 쉴드는 순식간에 쩌저적,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쉬, 쉴드에 금이 간다!”
“미친! 말도 안 돼! 물리 방어 포함하면 누적 데미지 3만까지는 문제없는―”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 커다란 파열음과 함께 그들의 쉴드는 산산조각 났다.
혼비백산하며 젤라퐁의 촉수를 베어 내거나, 몸을 비틀어 피하는 야마토의 유저들이었으나 젤라퐁의 본체에서 뻗어 나온 촉수의 수는 백 개를 가볍게 상회했다.
그것들을 전부 다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누적 데미지 3만밖에 못 버티면 깨지는 게 당연하지.”
비명으로 아비규환이 된 와중에, 이하는 마지막으로 알아들었던 야마토 인원의 외침에 대해 생각했다.
〈전설적인 메타―물의 정령: ‘젤라퐁’(민첩형)〉
공격력: (사용자의 근력 * 50%) + 민첩 + (지능 * 30%)
구분: 근접―중거리
효과: 범위 내 동행 시 사용자의 체력 +10%
필요 조건: 업적 〈되살아난 바다의 근원〉
설명: 해신의 정수가 포함된 물의 정령. 물의 정령을 다스리지만 그 자신은 물의 정령이 아니라 신神의 거처에서 태어난 해신의 정수가 포함되어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메타―물의 정령은 사용자의 원을 들어줄 것이다.
‘지금 내 민첩이 얼만데.’
젤라퐁에게서 뻗어 나온 촉수 한 발, 한 발의 데미지는 최소 4,300가량.
누적 데미지 3만 따위는 촉수 공격 열 번도 제대로 버틸 수 없는 공격이다.
하물며 젤라퐁의 몸에서 뻗어 나온 촉수의 개수와 그 공격 속도를 고려한다면?
‘고작’ 배리어 따위로 젤라퐁을 막을 생각을 한다는 게 어림도 없다는 뜻이었다.
“본체! 본체를 공격해! 이 빌어먹을 촉수가 문제가 아니야!”
“저 슬라임 몸통을 쪼개 버려! 〈쓰러스트 피어스〉!”
쐐에에에에엑―!
아비규환의 한복판에서 누군가 창을 내질렀다.
창끝이 향하고 있는 곳은 젤라퐁의 몸통!
확실히 ‘근력형’이 아닌 ‘민첩형’은 공격력이 높을 뿐 체력은 낮을 수밖에 없다.
[뭐, 그래서 내가 있는 거지만요. 〈앱솔루트 배리어〉]────────────!
카아아앙……!
야마토 유저들의 원한이 담긴 통렬한 찌르기의 결과는 창날의 부러짐이었다.
“……뭐야?”
[묭! 묭묭!]“나이스, 블라우그룬 씨!”
야마토의 또 다른 집단, 중앙부를 담당하던 블라우그룬은 좌측의 꼬마와 우측의 젤라퐁 상태를 지켜보며 버프와 쉴드 등의 마법으로 그들을 보조하고 있던 것.
과거에는 단순히 전투를 수행하는 전사의 느낌이었다면, 이하와 함께 다닌 후로 그는 ‘지휘관’의 시야를 조금이라도 갖게 된 상태였다.
[이 정도로 칭찬하시면 곤란하다고요. 〈일렉트릭 스파크〉]블라우그룬이 손가락을 뻗을 때마다 파칫, 하는 불똥과 함께 야마토의 인원들의 머리털이 주뼛주뼛 솟아올랐다.
마나의 소모도 많지 않아 눈에 보이는 모든 야마토의 인원들에게 연속 캐스팅이 가능할 정도였다.
데미지도 별로 들어오지 않고 특별한 〈상태 이상〉도 없는 스킬이라니? 게다가 스킬 시전 모션은 삿대질을 하는 것뿐?
“음?”
“드래곤의 마법은 약하다! 육체 공격만 조심하면 돼!”
야마토의 인원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달려드는 인간들을 보며 블라우그룬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쩜 이리들 멍청한지. 〈기가 일렉트릭〉]데미지가 없는 스킬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하물며 그런 스킬이 특별한 상태 이상 메시지까지 없을 때는 더욱 그렇다.
[〈체인 라이트닝〉]그것은 이후의 스킬 연계를 준비하는 사전 작업일 확률이 높으니까.
블라우그룬의 몸속으로 들어가던 청록빛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갔을 때, 중앙부에서 이하를 노리려던 야마토의 인원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후였다.
서른 명의 인원들이 ‘완전히 폭사’하여 잿빛의 사체조차 남지 않게 되었다는 뜻.
꼬마의 활약과 젤라퐁의 기습은 이하를 비롯한 여러 유저들에게 확실히 인상 깊은 일이었다.
“이럴 수가…….”
“브레스도 아니고 저런 마법 따위― 고작 체인 라이트닝으로……?”
[저런 마법 따위라니. 건방지구나, 인간 네크로맨서여. 하긴 전자電子의 유도와 전류電流의 폭발적인 증가 같은 묘리를 네 녀석이 알 리는 없겠지만.]이고르와 파우스트의 시선까지 잡아채는 블라우그룬의 폭발적인 마력은 다른 〈하이하 사단〉의 모든 활약을 날려 버릴 정도의 임팩트가 있었다.
“……사람들이 하이하, 하이하 하는 이유가…….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라르크마저 블라우그룬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짝…… 짝…… 짝…….
백 명이 넘던 야마토의 인원이 50명 전후로 줄어들기까지 걸린 시간은 극히 짧았다.
당연히 그것을 두고만 보고 있을 레가 아니었다.
“크크크크…… 그래, 그래. 과연 하이하야. 심심하지는 않게 해 준단 말이지. 저 백발 노친네의 환영을 소환해서 시간을 끌려고 했던 건가? 답지 않군. 아니, 이런 어쭙잖은 짓거리로 토온의 머리통을 날린 건가.”
바하무트의 환영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푸른 수염과 거리를 두며 적당한 위협과 공격 태세를 갖추려 했으나, 그런 눈속임이 레에게 통할 리는 없었다.
박수를 치며 걸어 나온 푸른 수염을 보며 이하는 마른침을 삼켰다.
야마토의 인원은 강하다지만 자신에게 비할 건 아니었다.
그러나 푸른 수염은, 지금까지 만난 모든 적을 더한 것보다 더욱 큰 위압감이 있었다.
“꼬마야! 젤라퐁! 돌아와요! 블라우그룬 씨도!”
어차피 이번 전투에서 중요한 것은 푸른 수염을 어떻게 막느냐 하는 것이다. 조무래기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레의 지팡이 끝은 더 이상 땅을 짚지 않았다.
하늘을 향해 솟은 지팡이의 끄트머리에선 검은 기운이 날카롭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토온의 복수라고 하기엔 너무 낯간지럽고. 그렇다고 복수를 안 하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고. 무슨 뜻인지 알겠나.”
“웃기고 있네. 그 지긋지긋한 얼굴을 보는 것도 이제 끝이다. 토온과 똑같은 꼬락서니로 죽여 주지.”
푸른 수염의 미간이 움찔거렸다.
항상 토온을 욕하면서도 그가 토온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 이하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이하는 블랙 베스를 들어 올렸다.
이하의 전방은 꼬마와 블라우그룬, 젤라퐁이 모두 막고 섰다.
푸른 수염이 나섰음에도 야마토의 인원들은 멀뚱히 구경만 하지 않았다.
치요는 철저했고, 이하의 퇴로를 막기 위해 야마토를 멀찍이 우회시키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하는 그들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
치요가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그들의 공격이 엄청난 위협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신의 지팡이〉에서 아예 좌측으로 멀찌감치 떨어진 라르크와 기정도 바쁘기는 매한가지였다.
이고르와 짜르 길드 그리고 파우스트와 그의 언데드 군단은 수적 우세는 물론 질적으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위협이었다.
난전 속에서 분투하는 그들의 고함과 스킬 시전 소리가 퍼졌다.
이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옆을 살폈다.
그러다 다시금 푸른 수염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후우우우…….
이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가오는 푸른 수염. 과연 공격이 먹힐까.
‘초탄부터 적중시키려는 욕심은 버린다. 어차피 막을 거야. 지난번처럼…… 무기의 무력화를 노리는 게 답이야.’
푸른 수염이 들고 있는 지팡이부터 못 쓰게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푸른 수염이 자신의 탄환을 ‘맨손으로’ 쳐 낸 적은 없었다.
즉, 지팡이만 없다면 자신의 공격을 회피는 할 수 있을지언정 막아 내는 것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원하는 답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인가.
푸른 수염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이하 님, 푸른 수염이 다가옵니다.] [묭묭!]“크르르르…….”
야마토라면 백 명이 아니라 그 이상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하이하 사단〉도 푸른 수염을 감당하는 것은 무리였을까?
블라우그룬은 드래곤 폼으로 돌아간 상태에서도 잔뜩 긴장해 있었다.
에인션트급 드래곤조차 한 수 접는다는 푸른 수염을 상대로, 아무리 뛰어나다지만 아직은 쥬브나일급 드래곤밖에 되지 않는 블라우그룬이 긴장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이하 님?]이하는 블라우그룬의 부름에 답하지 않았다.
〈하이하 사단〉의 거체 사이로 보이는 푸른 수염의 자취. 저것을 상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하는 자신이 푸른 수염을 겨누고 있을 때가 그의 움직임을 억제할 수 있는 때라는 것을 알았다.
섣불리 방아쇠를 당겼다간 팽팽하게 조여진 긴장의 끈은 즉각 풀어질 것이고, 쏘아진 화살처럼 레가 날아올 것이다.
‘블라우그룬의 몸통 박치기로 한 턴은 막을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자칫하면…… 그가 죽는다.’
그건 최후의 수단이다.
블라우그룬의 마법과 육체 어느 쪽이든 푸른 수염을 단독으로 막아 내기엔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 유저가 아닌 NPC에 가까운 존재들로 하여금 레와 대치하게 만드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들의 목숨은 오직 하나뿐이니까.’
그렇다면 다음 방법은?
푸른 수염이 자신의 공격을 지팡이로 받아 내게끔 막아 내려면 무슨 수를 써야 할까.
하아아아아…….
이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완벽한 작전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작전 개시는 방아쇠를 당겨야만 시작되리라.
“흐아아아아앗―!”
────────────!
총성이 미처 울려 퍼지기도 전, 푸른 수염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곧 그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푸슉―!
탄환은 목표의 옆구리를 완전히 후벼 놓았다.
* * *
“케헥―”
“아직 멀었어, 한 번 더!”
총성의 메아리가 떠나기도 전, 이하는 재빨리 노리쇠를 잡아당겼다.
푸른 수염은 여전히 일그러진 얼굴로 이하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노리쇠를 당기는 이하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노리쇠를 당기고, 전방을 조준하는 것까지는 평소와 같다.
그러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은?
갑작스레 몸을 비틀며 블랙 베스를 멀리 던져 버리듯 휘두르는 저 동작!
“……그런 방식의 공격을 본 적이 있는데…….”
투콰아아아──────!!
푸른 수염의 읊조림을 총성이 뒤덮었다.
어디선가 다시 한 번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짧은 비명 소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뒤에 찾아온 것은 거대한 혼란이었다.
“이고르! 이고르!”
“전원 이고르를 보호해! 둘러싸라!”
“느, 늦었습니다! 이고르가 이미…….”
“엉아?”
“뭐야, 이건?”
이하는 갑작스레 혼란이 찾아온 장소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쳐다보지 않아도 자신의 눈앞에 뜬 시스템 알림 창을 통해 결과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업적: 랭커 사냥(Top10)―3위, “아그롬니 이고르”(A)]기 획득 업적이므로 효과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고르는 죽었어! 베르튜르 기사단으로 파우스트만 방어하고 기정, 라르크! 두 사람은 푸른 수염에게로, 빨리!”
푸른 수염을 상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하가 내린 답은 바로 원군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예전 같으면 할 수 없었겠지.’
이고르를 죽임으로써 균형을 깨뜨린다?
이하가 몸통만 조금 돌려도 푸른 수염은 그 의도를 즉각 알아챘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코 지금처럼 긴장 가득한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초심자의 커브 샷(Lv.3)〉
설명: 마나의 힘을 이용해 발사체를 휘게 만들 수 있다. 숙달될수록 휘는 구간과 각도, 횟수가 늘어난다. 전설 속의 커브 샷 운용자는 ‘대미궁’의 입구에서 출구까지 발사체가 도달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효과: 발사체의 휘어짐 조정
마나: 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