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7
마탄의 사수 (7)
황당하다. 이 난리를 쳐 놓고 빗나가? 물론 원거리 무기니까 빗나갈 수도 있다지만…….
“우, 우선 한 발 더!”
이하는 두근,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그러나 느릿, 느릿. 몸은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다. 아무리 빠르게, 빠르게! 를 외치고 있어도 머스킷을 쏘기 위해선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
화약 접시를 다시 열고, 가방에 재생성된 종이포장의 1회 분량 흑색화약을 꺼내 화약 접시에 소량을 붓고―.
“야이, 이걸 쏘라고 만든 겁니까?”
꼬물거리며 움직이는 자신의 몸에 답답함을 느낀 이하가 확 전투를 멈추고 소리쳤다.
정말 해도 너무한 공격 속도다.
[그럼요! 머스킷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이방인, 1분에 한 발이면 편의를 많이 봐 준 거랍니다.]“미―…….”
친, 이라는 말을 겨우 삼킨다.
1분에 한 발? 40m 거리에서 명중률 50%?
이하는 머스킷을 다시 허공에 내려놨다. 가방에선 세트 아이템들이 자동으로 사라졌다.
“어디 보자, 아까 활이…….”
이하는 활을 집어 들고 아이템 창을 열었다.
〈시험용 컴포지트 보우〉
공격력: 15 ~ 30
사정거리: 50m
공격속도: 분당 15발
필요조건: 근력 10 이상, 민첩 10 이상, 화살
설명: 합성궁. 동물의 힘줄을 사용하여 만든 활. 휴대가 편리하지만 당기기가 꽤 힘들다.
〈시험용 롱 보우〉
공격력: 19 ~ 38
사정거리: 65m
공격속도: 분당 12발
필요조건: 근력 10 이상, 민첩 10 이상, 화살
설명: 장궁. 적은 힘으로 더 멀리, 더 강하게! 초록색 옷을 입으면 부가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시험용 크로스보우〉
공격력: 30 ~ 60
사정거리: 30m
공격속도: 분당 7발
필요조건: 근력 10 이상, 민첩 10 이상, 볼트
설명: 사용하기 쉬운 개량형 노(弩). 시위를 거는 방법에 익숙해지면 당할 자가 없다.
“너무하네.”
총기 덕후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의 솔직한 표현이다. 머스킷은 사정거리 40m에 분당 1발이었다.
활들의 이 후한 평가는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
‘시험용이니까 레벨 1의 기본 스탯들로 고정되어 있는 건 알겠지만…….’
〈시험용 머스킷〉
공격력: 233
사정거리: 40m
공격속도: 분당 1발
필요조건: 근력 10 이상, 민첩 10 이상, 흑색화약, 쇠구슬 탄, 꼬질대
설명: 한 발에 목숨 하나. 그것이 적이든, 당신이든.
‘적이든, 당신이든? 하긴 명중률이 50%니까 못 맞추면 내가 죽는다 이건가?’
최소, 최대 공격력 없이 공격력을 고정시켜 준 것만으로 감사하게 여겨야 하는 걸까? 아니, 그러나 고정된 공격력도 좋은 건 아니다.
분당 발사속도를 고려한다면 다른 원거리 무기 최대 데미지와 분당 발사 수를 고려해서 만들어 줄 법도 한데.
‘거의 최소공격력*공격속도 기준만큼으로 고정시켜 놨군. 그래도 다른 무기들에 비하면 무지막지한 공격력이긴 한데…….’
분당 1발이라는 엄청난 핸디캡을 메꿔 줄 만큼의 공격력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그렇지만 직접 겪어 본 분당 1발은 정말이지 게임을 때려 치고 싶을 정도의 답답함이었다.
하물며 짧은 사거리, 낮은 명중률은 말해 무엇할까?
“저기, 이거 너무 가혹한 조건 아닙니까?”
투덜거린다고 조건이 바뀌지도 않을 테고, 자신도 머스킷을 택하지는 않겠지만, 나름대로 총기에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런 불합리한 대우를 보니 마음이 불편했다.
[전투 보조 시스템에 의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니까요!]“전투 보조……? 아.”
순간 이하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
전투 보조 시스템에 의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함이다? 그러면 전투 보조 시스템을…… 끄면?
“지금 보이는 이 스펙들은 전투 보조 시스템을 켜고 공격 했을 때의 이야기라는 거죠? 그럼 끄면? 사거리가 높아지거나, 명중률이 올라가거나. 다루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얘깁니까?”
현실적인 게임이라고 했으니까.
게다가 기정에게 듣거나, 이하가 짧게나마 겪었던 미들 어스의 불친절함이라면! 이런 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전투 보조 시스템에 의한 밸런스를 맞춰야 합니다.]“응? 아뇨, 질문이 그게 아닌데?”
꺄르륵, 웃음소리가 들린다. 뭐야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 지금까지완 다르게 남의 다리를 긁는 것 같은 답변. 인공지능이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하다니?
지금 이하가 있는 곳은 게임 내의 공간이라고 보긴 어렵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게임 외 공간이라고 봐야 한다. 일종의 서비스 장소.
더군다나 직업은 한 번 선택하면 끝. 돌이킬 수는 없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대답을 안 해?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전투 보조 시스템을 끄고 원거리 무기를 사용할 경우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명중률과 사정거리는 달라질 수 있는 거죠?”
[전투 보조 시스템에 의한 밸런스를 맞춰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되풀이되는 말.
이하는 그제야 깨달았다. 또다시 나오는 미들 어스 특유의 불친절함! 즉, 이건 시스템이 가르쳐 줄 수 없는 부분이라는 말이다.
정보와 공략 없는 모험의 세계.
‘모든 정보와 모든 자료를 스스로 알아가라, 그것이 바로 ‘현실’이다.’라는 구플사의 의도와 맞물려 생각한다면 틀림없을 것이다.
“좋았어.”
그렇다면? 방법을 찾아보면 된다. 인터넷에 분명 여러 가지 현실적인 공략, 방법들이 나와 있을 테니까.
만약 머스킷을 1분에 10발 쏘거나, 명중률을 80% 이상으로 올릴 방법이 있다면?
저 깡패 같은 공격력을 핸디캡 없이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다면?
“로그아웃! 게임 종료해 주세요!”
[전직 중에는 로그아웃 할 수 없습니다.]“응?”
[직업 선택이 완료되어야만 로그아웃이 가능합니다.]“그, 그게 뭐야! 내보내 줘!”
[직업 선택이 완료되어야만 로그아웃이 가능합니다.]구플사의 의도, 한 가지 더 알게 됐다.
‘스스로의 힘으로.’
눈치를 챘더라도 중간에 나가 인터넷으로 정보를 알아온다든가, 다루기 쉬운 원거리 무기에 대해 조사하는 일은 공정하지 않다.
선택의 순간은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여유로운 시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치사하다, 치사해.”
[누가 치사한 건지 모르겠는데요? 하이하이 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윽.”
이하는 할 말이 없어졌다.
“으음, 그렇다면…….”
이하는 허공에 떠 있는 무구들을 다시 살폈다.
머스킷.
엄청난 공격력과 아름다운 외관. 총기 덕후로서는 헤어 나오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그러나 무기로서의 가치가 너무 적다.
‘과연 익숙해진다고 오버 밸런스의 아이템을 허용할까? 옛날 영화에서도 일렬로 늘어서서는, 코앞에서 쏴 겨우 맞추던 거잖아. 현실에서 익숙한 사람도 겨우 그런 식으로 쏘는 거라면…… 메리트가 없는 셈인데.’
머스킷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의 유무.
그것만 안다면 이하는 거리낌 없이 머스킷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그걸 허용하지 않는 미들 어스. 이하는 둥실둥실 떠 있는 무기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마법보다 자신을 더 매혹시키는 건 확실히 머스킷이다.
그러나 취향 말고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보자면…….
‘나 지금 뭐하는 거야? 즐기려고 게임을 하는 게 아니잖아!’
너무 현실 같아서 깜빡했다.
기정에게 화를 냈던 스스로가 부끄럽게 생각될 지경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 게임 하는 거야. 그걸 잊으면 안 돼.’
이하는 고민을 끝냈다.
[머스킷은 포기하는 건가요? 완드? 스태프?]“맞아요.”
기정이 마법사가 재밌고 유용하다는 말을 한 것 외에, 이하가 조사한 바로도 마법사는 상당히 좋은 직업이었다.
게다가 어느 게임이든 마법사는 돈을 많이 버는 직업에 속한다.
이하가 허공에 떠 있는 완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저는 마―――――――――― 으――――― 어?”
순간 몸이 둥실 떠오르는 느낌과 함께 허공의 무구들이 사라지고, 이하의 감각이 둔해진다.
“어? 어어? 어어어!!!!”
허공에 떴던 몸이 급격히 아래로 추락했다.
있지도 않은 땅에 추락이라도 하듯, 계단에서 뒤로 넘어지듯, 빙판길에 미끄러지듯 힘없이 쓰러지는 느낌.
“끄아아앗――!”
“이하야! 이하야, 정신 차려! 이하야!”
“끄으……. 커헉, 콜록, 콜록!”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이하가 정신없이 눈을 떴다. 눈앞에는 깜깜한 벽뿐. 갑자기 어떻게 된 거지? 둔해진 것 같은 감각은 살아났건만 시야가 하나도 확보되지 않는다.
“으어, 아아으.”
“벗겨 줄까?”
몸부림치는 이하의 귀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또렷하게 알아들을 수 있다.
“어, 엄마?”
당황한 이하를 지그시 누르는 손길.
그리고 눈앞을 가리던 물품을 치워 주는 부드러운 손놀림. 공중에서 추락하여 몸이 산산조각 나는 기분이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이하는 그제야 가상현실 접속기의 강제 종료 사태를 깨달았다.
머리에 쓰고 있던 접속기를 벗겨 주는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면서 말이다.
“괜찮아? 괜찮니? 어디 아프지 않아?”
“네? 네……. 어떻게 된 거예요?”
이하의 어리둥절한 대답에 어머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엄마 돌아온 것도 모르고, 불러도 대답 없고, 끙끙거리고 있더라. 코드라도 빼면 괜찮을까 싶어서……. 정말 어디 아프지 않지? 기정이 녀석이 안전한 거라고 했는데 그렇지도 않나 보구나.”
수심 가득한 어머니의 표정도 이하에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귀에 꽂히는 한 마디.
“코, 코드를 빼셨다고요?”
“응. 걱정되잖니.”
이하는 그제야 어머니의 손에 들려 있는 선을 바라보았다. 코드를 빼서 강제종료라니 이 무슨 원시적인 방법인가.
안전한 기계를 가장 불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이하는 어머니를 탓하지 않았다. 그런 것도 모르실 정도로 한평생 일만 하신 분에게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엄마, 그보다 제가 방금 어땠는지 아세요? 여기서는― 어엇!”
“어어, 조심해야지. 그러다 다칠라.”
두 다리가 제대로 움직였다고요!
라는 뒷말을 이을 수가 없다. 이하는 어머니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려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그대로 쓰러지는 자신의 몸을 느낀다.
가상현실 접속기에서 빠져나오려는 자신의 의지와 달리, 움직이는 것은 그저 가슴께와 팔뿐. 배꼽 아래의 하반신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아……. 다리가…….”
“얘가 오늘따라 왜 이럴까? 조심해야지. 몸도 성치 않으면서…….”
어머니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이하를 부축했다.
끙끙거리며 용을 써도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하는 문득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게 정말 내 몸인가?
방금 전까지, 불과 방금 전까지 허공에서 허우적거릴 때만 해도 의지대로 움직였던 다리다.
미들 어스의 땅을 밟으며 뛸 때의 발목은? 인공지능 여성 목소리에 부끄러워 몸을 움츠리던 무릎은? 머스킷을 쏠 때 단단하게 받치고 섰던 자신의 허벅지는?
오히려 미들 어스에서 더 현실적인 감각을 느끼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