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
#재능만렙 플레이어 1화
1. 프롤로그
한국 플레이어 협회 인사부장 김강철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운이 많이 안 좋았네요. 김혁진 씨.’
그렇게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는 정부에서 주관하는 무료 ‘플레이어 적성 검사 결과지’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
이름: 김혁진
재능판 : □■■■■…… ■■■■
재능 계열 : 측정불가.
──────────
여기서 ‘□’는 살아 있는 재능판. ‘■’는 죽은 재능판이다. 재능판은 곧 성장판과 비슷하다. 성장판에 따라 그 키가 결정되는 것처럼, 재능판에 따라 능력이 결정된다. 재능판이 많으면 많을수록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꽃피울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이게 5년 전 검사결과란 말이지.’
그는 승용차에 올라탔다.
해당 당사자에게 이것을 직접 전해주기로 했다. 이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양심의 표현이었다.
사실 이 검사지의 주인공은 시기만 잘 타고났다면 플레이어로서 분명히 대성했을 거다. 67개의 재능판을 가진,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사람이었으니까.
‘한국 검사기의 검사 한계가 67개라는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그 이상. 훨씬 더 많은 재능판을 가졌을 수도 있다. 말하자면 이 남자는 타고난 천재였다.
오죽하면 플레이어 협회장인 신형석이 결과지를 보고 이렇게 탄식했다.
[아……. 어째서 이런 인재를 이제야 발견했단 말인가!]탄식이 아니라 거의 분노했다. 왜 이제야 이런 인재를 발견한 거냐고. 사실 이제 발견한 건 아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숫자의 재능판을 가진 남자를 발견한 것은 5년 전이었다.
‘천재는 진짜 천재였는데…… 이제는 의미가 없는 얘기겠지.’
한국 최고의 재벌가. 그런데 하필이면 이 남자는 성신의 막내와 같은 시기에 검사를 받았다. 그게 5년 전이다. 검사 결과는 김혁진 당사자가 아니라 성신의 막내. 송진철이 먼저 확인했다. 검사 결과는 그 어떤 기관보다 성신이 먼저 확인한다. 불합리하지만 그것이 관례였다.
당시. 송진철은 이렇게 말했다.
-재능판 67개? 개소리 하고 있어.
송진철의 재능판은 44개로 확인되었다. 꽤 준수한 재능이었지만 어쨌든 재벌가의 막내는 기분이 많이 나빴다.
-이 쓰레기.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어.
당시 김강철은 속으로 한탄했다.
‘이 망나니가 또…….’
한국. 아니 어쩌면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는 재목을 사장시키게 생겼다. 아주 잠깐 개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 같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게 말이 돼?’
혼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이 안 된다. 그렇지만 말이 된다. 이곳은 한국. 아니 다른 말로 성신 공화국이었으니까.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곳이었으니까. 그냥 납득하기로 했다.
‘운이 나빴습니다. 김혁진 씨. 상대가 송진철이에요.’
송진철은 재벌가의 막내 손자. 김혁진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그냥 평범한, 어쩌면 조금은 불우한 환경에 가까운 서민. 애초에 태생이 다르다. 태생이 다른 자에게 찍혔으니 그저 ‘운이 나빴다’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거다.
5년 전부터 결과는 이미 조작되어 있었다. 그나마 최근 ‘재검사’라는 명목으로 불러서 다시 검사를 했다. 무료로. 선심 쓰듯 말이다. 절대 선심은 아니었다. 재능판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살아 있는 재능판은 이제 겨우 하나.’
김혁진의 나이 30세다. 20대 후반부터는 재능판이 급속도로 닫힌다. 재능판이 다 닫힌 것을 확인했다. 이제는 정말로 재능이 없다고 해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마지막 양심을 담아, 김혁진이 혼자 살고 있는 반지하 방을 찾아 직접 검사지를 건넸다.
“송구스러운 결과를 전하게 됐습니다. 재검사를 해봤는데 재능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속으로만 말했다.
‘미안합니다.’
이 남자. ‘죽은 천재’는 하필이면 송진철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김강철이 음료수세트를 건넸다. 위로와 미안함을 담아. 위선이라면 위선이었지만 이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공시 공부를 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힘내십시오.”
“감사합니다.”
또 속으로만 말했다.
‘공시…… 영영 붙지 못할 겁니다.’
하필이면 송진철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으니까. 3년 동안 높은 성적을 받고도 합격하지 못한 것은 그렇게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다.
‘운이. 나빴네요. 김혁진 씨.’
하필이면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포함하여 여러모로.
* * *
반지하 방. 예전에는 가족들이 반겨주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도 없었다. 어두웠다. 습한 기운이 몰려들었다. 이제는 이것도 익숙해졌다. 김강철로부터 받아든 검사 결과지의 결과는 단출했다.
[재능 없음.]사실 별다른 기대 안 했다. 그냥 공짜로 재검사를 하게 해준다니, 그런가보다 하고 갔을 뿐. 다시 한 번 종이를 살펴봤다.
[재능 없음.]피식 웃고 말았다. 재능이 있었으면 진작 플레이어로 각성했겠지. 그럴듯한 ‘수호자’에게 선택받아 떵떵거리고 살고 있겠지.
‘공부나 열심히 하자.’
헛된 희망은 아주 잠깐. 몇 초면 된다. 게다가 30살이면 이제 플레이를 시작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이 들었다. 늦어도 20대 초반에는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 열심히 해야지.’
그냥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재능도, 빽도, 돈도 없다. 공무원 시험에는 벌써 3번이나 떨어졌다. 5년 전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셨고, 누나는 내 뒷바라지한다고 반도체 공장에 들어갔다가 백혈병에 걸렸다.
‘열심히…….’
오늘따라 ‘재능 없음’이라는 글자가 좀 아려왔다. 내가 노력이 부족했던 걸까. 아니면 재능이 없는 걸까. 그도 아니면 둘 다 없는 걸까. 이렇게 살고 있는 건 내 탓일까. 아니면 사회의 탓일까.
침대에 누웠다.
“세상 참 뭣 같네.”
모두가 내 탓인 것 같다.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돈을 많이 벌지 못해서. 돈 많은 부모님을 만나지 못해서.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내가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해서. 플레이어로서의 재능이 없어서.
문득 책상 위에 올려진, 딱 하나 남은 엄마의 사진이 보였다. 마지막 밤. 엄마는 나한테 이렇게 말했었다.
[내가 네 엄마 하겠다고 해서 미안해.]사진 속 엄마는 웃고 있었다. 마치 세상에 혼자 남은 내게 괜찮다고 말해주듯이.
‘엄마. 걱정 마. 잘할게. 나 그래도 잘살고 있다.’
2028년. 4월 26일 밤. 유난히 습했던 그날 밤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그다음 날 완전히 다른 하루가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상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