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0)
#재능만렙 플레이어 10화
6. 튜토리얼의 히든 피스
[‘저울의 아낙네’ 가 당신을 흥미롭게 지켜보기 시작합니다.]나는 순간 멈칫했다.
‘저울의 아낙네?’
이름 자체는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저울의 아낙네’가 어떤 수호자인지 이미 잘 알고 있다.
‘태풍. 곽태운의 수호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8명의 플레이어. 그들 중 한 명이다. ‘공명정대함’을 우선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플레이를 좋아하는 수호자다.
‘특성이 절대선에 가까운 수호자.’
스폰 계약을 맺은 플레이어가 죽든 말든,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용맹한 사자왕’과 다르게 ‘저울의 아낙네’는 ‘정의’에 대해 엄격하며 플레이어의 안위를 우선시한다.
‘합당할 만큼의 보상도 해주고. 지원도 빵빵한 수호자 중 한 명.’
저울의 아낙네가 자신에게 눈길을 주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저울의 아낙네는 공명정대함. 정의. 희생. 헌신. 이런 것들에 크게 반응하는 수호자인데.’
뒤쪽의 선화를 힐끗 쳐다봤다. 흔히들 표현하기를 수호자들이 ‘위에서’ 내려본다고 표현하는데,
‘위에서 보기에 내가 선화를 지켜주는 것처럼 되어서인가.’
아마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잘됐다. ‘재능 없음’ 판정을 받았던 내가 벌써 세 명의 수호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고, 특전까지도 챙겼다는 것은 장족의 발전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빠. 이제 어떻게 해요?”
내가 세웠던 계획과는 조금 달라졌다.
‘원래대로였다면……. 이곳에서 벗어나 근처 안전지대에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권왕 마상현이 D타워 2층의 그놈을 잡을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일단 1층의 ‘고블린 병사’를 잡아내면 그 이후에는 ‘고블린의 습격’ 같은 대규모 공격은 없다. 그 후로는 안전을 꽤 보장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고블린 병사’까지 빠르게 잡았다.
‘일단은 안전하니까.’
D타워 2층의 ‘그놈’. 보스몹을 잡으면 ‘튜토리얼 종결자’의 칭호도 얻겠지만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튜토리얼 필드의 특전을 최대한 이용하자.’
목표가 생겼다. 눈앞에 보이는 목표. 일단 현금 10억. 그것부터 얻을 거다.
‘그리고…….’
솔직한 말로, 더 멀리 보고 싶다. 나도 남들처럼 성공하고 싶고 잘 살고 싶다. 가족끼리 행복하게 살고 싶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싶다. 속단하기 이르지만 현재는 ‘초월급’에 버금가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재능. 썩히고 싶지 않다. 가족들에게 짐만 되었던 만년 공시생은 이제 사절이다.
내가 말했다.
“D타워 바깥의 몬스터들을 사냥할 거야. 최대한 많이.”
“도시여우들이요?”
“아니.”
청계천 쪽으로 조금 나가면 ‘도시 여우’가 아니라 ‘도시 늑대’들이 있을 거다. 도시 여우보다 훨씬 흉폭하며 무리를 지어 행동하는 몬스터들. 그래봤자 레벨은 고블린보다 조금 높은 정도지만.
“놈들의 레벨은 7 내외야. 가끔 우두머리가 있는데 그놈이 9 정도 될 거고. 우리 둘이서 충분히 사냥할 수 있어.”
“그런 건 언제 봤어요?”
“나는 다 알아.”
“역시.”
선화는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 나를 완전히 믿는 눈치다. 세니아에게 ‘거래’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일부러 그랬다. 저쪽에서도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나는 옅게 웃었다.
‘그래. 해보자. 밀당.’
이 밀당에서 누가 유리한지 두고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외모 외에 장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초짜 BJ와 미래를 훤히 꿰뚫고 있는 회귀자. 둘 중 누가 유리한지는 누군가에게 묻지 않아도 너무나 당연할 테니까. 나는 별로 급하지 않다.
‘먼저 안달 나는 쪽이 진다.’
* * *
선화는 정말로 재능이 뛰어난 탱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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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늑대. LV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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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우우우우-!
도시 늑대들이 동료들을 불렀다.
“도발!”
도시 늑대들은 한 마리도 남김 없이, 선화를 향해 달려들었고 나는 그 사이 늑대들의 뒤통수를 공략했다. 몇 번 싸워보니 이놈들에게는 ‘날붙이’보다 ‘몽둥이’ 형태의 아이템이 더 효과적인 것 같아, 늑대에게서 드랍된 ‘나무 몽둥이’를 사용해서 놈들을 사냥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8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1시간 정도 사냥을 하고 근처 편의점에서 휴식 하고를 반복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 레벨 : 11]결국 레벨이 올랐다.
‘진짜로 레벨 11이 됐어.’
한계레벨인 10을 돌파했다. 튜토리얼 필드에서 레벨 11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 지난 10년의 기록을 달달 외우고 있는 나조차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아마 권왕 마상현도 모르고 있을 거다.
내게 알림이 이어졌다.
[축하합니다!] [최초로 레벨 11을 달성하였습니다.] [업적으로 인정됩니다.] [‘최초의 개척자’ 칭호가 주어집니다.]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칭호?’
시스템에는 ‘칭호’가 존재한다. 칭호에 따라 플레이어의 능력이 천차만별로 바뀌기도 한다. 특수한 설정값을 부여하는 특전이라 볼 수 있다.
‘튜토리얼필드에 칭호가 있다고? 튜토리얼 종결자 말고 또?’
듣도보도 못했다. ‘칭호’라 함은 보통 레벨 30 이상은 되어야 하나 얻을 수 있을까 말까다. 실제로 튜토리얼 필드의 준보스 몬스터인 ‘고블린 병사’를 사냥했는데도 칭호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레벨 11을 달성했다고 칭호라니.
“혹시 칭호를 얻었습니까?”
어우. 깜짝이야. 세니아가 갑자기 내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세니아의 무표정한 얼굴 뒤로 날개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어쩌면 수호자들이 ‘무슨 칭호를 얻었는지 알려줘! 알아내!’라고 아우성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칭호를 얻기는 얻었어.”
“어떤 칭호입니까?”
대단히 자연스러운 척 묻지만, 세니아의 표정은 대단히 부자연스러웠다. 원래부터 무표정이기는 했지만, 지금의 무표정은 약간 기계 같다고나 할까.
“안 알려줘.”
“…….”
플레이어가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 알려줘야 할 의무는 없다. 칭호는 스캔도 안 된다. 일단 칭호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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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개척자]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이에게 주어지는 영예로운 칭호.
1. 경험치 +20%
2. 타 칭호와 중복 적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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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가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오빠? 왜 그래요?”
“아무것도 아냐.”
나도 모르게 정신을 놓고 있었나 보다.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의 보상을 몹시 궁금해합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당신의 보상을 궁금해합니다.]수호자들도 지금 내가 어떤 것을 얻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다. 수호자들에게 모든 것을 다 까발려 줄 필요는 없다. 적당히 숨겨가면서 내가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경험치 20퍼센트 추가옵션이라니.’
이 정도면 최상급 칭호다. 특히 초반에 경험치 추가옵션은 어마어마한 나비효과가 되어 내게 돌아올 거다. 모든 것을 선점할 수 있을 테니까.
‘이대로 발전만 할 수 있다면…….’
정말로 랭커가 될 수도 있다. 부. 명예. 권력. 그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런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우리 가족 잘 먹고 잘살 수 있을 정도로는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아니.’
성공하기 위해서 그나마 하는, 남들 다 하는 공시 공부를 하는 것 외에 내게 선택지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살 수 있다.
선화에게 말했다.
“계속 사냥하자. 이틀 정도 더 레벨 올릴 거야.”
* * *
“으랏차!”
마상현이 주먹을 내뻗었다.
깨갱!
도시 늑대가 비명을 질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 레벨 : 8]마상현이 코를 문질렀다. 마상현의 뒤를 따르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또 한 방이네요?”
“뭐야? 한 방 컷?”
“레벨 8도 별거 아니구만.”
도시 늑대. 이름만 늑대지, 지나가는 똥개보다 약한 것 같다. 마상현은 지난 5일간 많은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은 다른 사람들보다 레벨업이 빠르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힘이 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그의 유일한 스킬인 ‘강력한 주먹’을 버티는 몬스터는 거의 없었다. 덕분에 마상현 뒤로는 꽤 많은 사람이 뒤따랐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동아줄을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했다. 마상현을 따르는 사람의 숫자는 대략 10명가량.
“역시 대단하십니다.”
“저 좀 셌어요?”
“그럼요. 튜토리얼 필드 최강자 마상현 아닙니까?”
“에이. 저 그 정도 아닙니다.”
모두가 발견했다. ‘아닙니다!’라고 겸양을 떨고 있지만 마상현의 귓볼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마상현은 틀림없이 지금 부끄러워하고 있는 중이었다. 일견 동네 바보형 같이 생겼지만, 그의 근육은 결코 바보형 같지 않았다. 그의 몸에 범상치 않은 근육들이 꿈틀거렸다. 그런데 그때. 마상현은 누군가를 발견했다.
“어?”
청계천 근처. ‘도시 늑대’를 사냥하고 있는 또 다른 팀이 보였다. 젊은 남자와 어린 여자애. 여자애가 탱커의 역할. 남자가 딜러를 맡고 있는 것 같았다.
“생존자가 또 있네요!”
마상현은 성큼성큼 그쪽을 향해 걸어갔다.
“안녕하십니까!”
방금 막, 도시 늑대 사냥을 마친 김혁진이 마상현을 쳐다봤다. 한 번에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권왕.’
권왕(拳王) 마상현. 그를 실제로 만났다. 그의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었다. 저 사람들을 전부 구출한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을 외면한 자신과는 다르게.
‘권왕을 실제로 보다니.’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8인의 플레이어. 그중 한 명. 키는 약 190cm 정도 되어 보였다. 덩치도 굉장히 컸는데 눈은 굉장히 순박해 보였다. 사람 좋고 서글서글하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10년 후 온갖 시련을 버텨내고 연단되기 전, 지금의 모습은 더욱 순박했다. 다크써클이 진해서 덩치 큰 팬더같은 이미지도 있었다.
약간의 대화를 나눈 뒤, 마상현이 제안했다.
“저희와 함께하시지 않겠습니까? 생존자끼리 뭉치면 좋죠. 어떻습니까?”
김혁진은 마상현을 똑바로 쳐다봤다.
‘만약 내가 알고 있는 과거와 똑같이 흘러간다면.’
저 뒤의 사람들은 전부 죽는다. 광화문 D타워. 2층의 ‘그놈’을 사냥하며 살아남은 사람은 오로지 마상현뿐이다. 마상현의 회상에 따르면, D타워 2층에 사람들과 함께 간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말했다.
“아뇨.”
마상현의 제안을 거절했다. 나는 ‘그놈’을 잡을 생각이 없다. 고블린 병사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사망할 확률이 높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허망하게 날릴 수는 없다.
김혁진이 말했다.
“7일간 살아남으면 튜토리얼 필드는 끝난다고 했어요.”
김혁진의 1차적인 목표는 10억을 버는 거고, 그를 위해서는 이 튜토리얼 필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지나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튜토리얼 필드의 보스몹을 공략할 필요는 없다. 고블린 병사를 잡은 시점에서 더 이상의 ‘습격’ 혹은 ‘웨이브’는 없다. 무리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마상현이 말했다.
“음. 어쩔 수 없죠.”
마상현은 그렇게 크게 미련을 두지 않았다. 원래 성격이 좀 그렇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그런가보다 하는 스타일. 그렇지만 마상현을 따르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김혁진이 조금 건방져 보였다.
‘아직 마상현의 힘을 모르나 본데…….’
‘쯔쯧. 좋은 제안을 자기 발로 차버리다니.’
저쪽도 꽤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도시 늑대를 한 방에 잡아버리는 괴력을 가진 마상현에게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어쩌겠어, 지 복을 지가 차는 거지.’
불편한 기색을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김혁진도 그 기색을 대충은 느꼈다. 김혁진이 말했다.
“살아남으세요. 행운을 빕니다. 혹시 정말로 강력한 몬스터를 만나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면……. 왼쪽 눈동자를 노리시길.”
마상현은 마상현대로. 자신은 자신대로. 이곳을 잘 빠져나갈 궁리를 하면 된다. 역사는 역사대로 흘러갈 거다. 그 역사 안에서. 순리대로 흘러가는 그 흐름 속에서, 김혁진은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의 이득을 챙기리라 다짐했다.
늑대무리를 계속해서 사냥했다.
[‘돌연변이 늑대의 송곳니’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 레벨 : 12]레벨업 초반 구간인 데다가 ‘최초의 개척자’ 버프까지 더해져 레벨업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상대적으로 굉장히 약하다 할 수 있는 ‘도시 늑대’를 잡고 있는데도 경험치가 잘 쌓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요령이 생겨서, 리젠 속도보다 더 빠르게 사냥할 수 있었다.
‘이쪽은 다 잡았나.’
늑대들의 씨가 말랐다. 그런데 그때. 새로운 알림이 들려왔다.
[‘도시 늑대’를 500마리 이상 사냥하였습니다.] [히든 피스 자격 요건을 확인합니다.] [히든 피스 자격 요건이 만족되었습니다.]‘히든피스 자격 요건?’
저 알림은 ‘D타워 1층’에서 들었었다.
‘고블린 병사를 잡았을 때 들었던 알림이잖아?’
그때는 뭔지 몰랐는데 여기서 쓰였다.
[‘히든 피스 자격 요건 & 한계 레벨 돌파 & 도시 늑대 500마리 사냥’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합니다.]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세 가지 조건. 세 가지 조건을 김혁진이 만족시켰다.
[히든 피스를 만족하였습니다.]과거. 공략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알림이 계속해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