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09)
#재능만렙 플레이어 109화
김혁진은 두 다리에 힘을 꽉 주고 섰다. 태흑견(太黑犬). 글자 그대로 거대한 검은 개. 호랑이만한 개가 김혁진을 향해 뛰어 올랐다.
‘버틴다.’
지금 저 태흑견은 공격을 하려는 게 아니다. 자신에게 반가움을 표현하고 있는 거다.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그렇지만 당황해하지 않았다.
‘이론으로 아는 거랑 실제와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영화로 괴물을 보는 것과 실제로 괴물을 보는 게 많이 다르듯, 지금도 같았다. 솔직히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두려움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블랙야크 살코기를 드랍합니다.]크르렁!
크르렁!
태흑견들이 블랙야크 살코기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몇몇은 김혁진을 핥기도 했고 김혁진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김혁진은 마치 숙련된 훈련사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편안한 자세로 태흑견들을 맞이했다.
[블랙야크 살코기를 드랍합니다.]블랙야크 살코기를 몇 번 드랍하고, 태흑견들을 향해 손을 내밀기도 했다.
‘이 정도면 됐나.’
김혁진은 그 많은 몬스터들 앞에서 한쪽 다리를 꿇고 천천히 앉았다. 손을 내밀었다.
크르렁!
태흑견들 몇몇이 김혁진을 향해 뛰어들었고 김혁진의 손을 마구 핥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김혁진의 손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약간의 화상인가.’
태흑견들의 침은 강한 산성. 몰랐던 건 아니다. 손바닥이 따끔따끔 거렸다.
‘놈들과 좀 익숙해지고.’
주위를 한 번 살펴보니 다른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시킨 대로 가만히 있기만 했다. 나이가 가장 어린 선화는 눈을 꾹 감고서 신연서의 다리에 매달려 있었다.
‘잘하고 있네.’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오늘 이곳. 1층을 클리어하고 나면 선화의 멘탈도 조금은 더 단단해질 거다. 물리내성에 비해 비물리 내성이 약한 선화에게는, 충분히 좋은 훈련이라 생각한다.
‘저 일반인들의 존재도 선화에게도 자극이 될 거고.’
선화의 멘탈을 성장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은 어느 정도 들어맞는 것 같다. 시간을 조금 더 끌기로 했다.
‘조금 더.’
태흑견들은 조금이라도 흥분하면 금세 공격적으로 달려들 거다. 애초에 흥분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과거의 기록과 공략을 떠올리며 꼬리를 살폈다.
[태흑견(太黑犬)이 마음을 열게 되면 길다란 꼬리를 ‘8’자 형태로 천천히 흔들게 된다.]이 공략을 처음 성공시킨 사람은 후에 ‘테이밍 마스터’로 이름 높은 ‘라오위’다. ’라오위’가 이 방법을 성공시킨 이후, 몇몇 길드는 실패했고 또 몇몇 길드는 성공했다.
거의 대부분의 태흑견들이 ‘8’ 자로 꼬리를 흔들었다. ‘감각안’과 ‘관찰자의 눈’은 태흑견들의 꼬리 움직임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두어 마리 정도만 더……!’
급하면 안 된다. 흥분시키면 잡아먹힌다.
‘됐다!’
드디어 모든 태흑견들의 꼬리가 ‘8’ 자로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음을 열었다는 뜻이다. 김혁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태흑견들을 얌전하게 만들어놓았으니 다음 작업에 들어갈 차례다.
애써 진정시킨 태흑견들이 놀라지 않게 천천히 걸었다. 중간중간 태흑견들의 등을 살살 긁어주기도 하고 머리를 기대고 누운 태흑견의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천천히 걸었다.
‘저놈이 보스몹.’
머리가 두 개 달린 ‘태흑견’이다. 이름은 ‘쌍두태흑견(雙頭太黑犬)’. 사실상 초보 구간에서는 사냥자체가 불가능한 몬스터다. ‘유플렉스 던전’의 브레이크를 막지 못했던 1차 관문. 저 쌍두태흑견을 레이드 하려면 파티 평균 레벨이 적어도 40은 넘어야 한다라는 게 정설이다.
[쌍두태흑견. LV-?]이름은 붉은색. 레벨은 물음표. 김혁진이 ‘감각안’을 활성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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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두 태흑견]견(犬)과 동물형 몬스터.
1. 이름 : 찰스
2. 레벨 : 42(+5)
3. 고유 능력 : [절삭]
4. 상태 : 평안/배부름/나른
5. 요약 : 주인을 잃은 쌍두견
+ 상태/ 성향 및 특징은 대표적인 몇 가지가 드러나며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합니다.
+ 감각안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상세 정보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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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이 ‘쌍두태흑견’의 이름이 ‘찰스’이며, 이런 친숙한 이름을 붙인 ‘주인’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 라오위가 테이밍에 성공했던 건가?’
엄밀한 의미의 테이밍은 아니었다. 완전 복종이 아니라, 일시적 복종. 1층 관문을 지나갈 수 있도록, 수문장인 쌍두 태흑견이 허락한 정도. 딱 거기까지.
-당시 레벨이 35에 불과했던 라오위가 테이밍에 성공하여 2층으로 가는 관문을 열었다.
지금 김혁진 파티 수준에서는 사냥이 불가한 개체이지만 테이밍은 가능한 특별한 개체. 김혁진이 쌍두 태흑견 앞에 섰다.
쌍두 태흑견은 김혁진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듯 김혁진을 힐끗 쳐다봤다.
저벅.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갔다.
쌍두 태흑견이 김혁진을 쳐다봤다. 아주 미약하지만 살기(殺氣)가 느껴졌다. 아니.
‘살기와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
김혁진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하는 느낌과는 달랐다. 미묘하게 달랐다. 굳이 표현하자면 ‘위협’에 가까웠다.
저벅.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갔다.
과거의 기록을 떠올렸다.
-라오위는 특별한 방법으로 테이밍을 시작했다.
플레이어로서의 능력과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개’를 다루는 방법을 혼용하여 사용했다고 했다. 다행히도 그 방법이 통했고.
김혁진은 공격의사가 없다는 듯 쌍두태흑견과 눈을 피하기도 하고 몸을 측면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여전히 크르렁-거리기는 했지만 공격할 것 같지는 않았다.
저벅.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갔다.
‘직선이 아닌 측면으로.’
조금씩, 조금씩, 직선이 아닌 측면으로 돌아서 다가갔다.
[블랙야크의 살코기를 드랍합니다.]쌍두태흑견이 블랙야크의 살코기를 집어삼켰다. 김혁진을 빤히 쳐다봤다.
[블랙야크의 살코기를 드랍합니다.]한 번 더. 그리고 한 번 더. 김혁진이 더 가까이 다가갔다. 쌍두태흑견의 커다란 몸에 기대어 앉았다. 쌍두태흑견의 붉은 눈이 번쩍! 빛났다. 쌍두태흑견이 입을 크게 벌렸다. 김혁진의 눈에 벌려진 붉은 아가리가 보였다. 이빨이 굉장히 날카롭고 컸다.
‘온다……!’
이를 악물었다. 김혁진의 얼굴이 쌍두태흑견의 입 안에 갇혔다. 김혁진은 쌍두태흑견의 아가리 안에서 저항하지 않았다. 쌍두태흑견의 이빨이 느껴지고 축축한 혓바닥이 느껴졌다.
신연서가 그 광경을 봤다.
‘젠장!’
날카로운 이빨. 뚝뚝 흘러내리는 침. 그 침이 닿은 김혁진의 머리카락과 얼굴에서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
‘저러다 잡아먹히는 거 아니야?’
김혁진을 믿지만, 분명히 믿고 있지만 너무 위험천만해 보이는 상황. 지금 당장이라도 어그로를 끌어야 할 것 같은 상황.
신연서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 믿어야 해.’
저 거대한 붉은 입이 김혁진의 머리를 집어삼킬 것 같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보기만 했다. 김혁진의 말을 떠올렸다.
-절대 살기를 품지 마. 싸우겠다는 생각을 버려. 겁은 조금 먹어도 되지만 투쟁심을 갖는 순간 놈들이 공격할 거야. 믿는다. 너희들 전부. 우리 다 살아서 여기 클리어하자.
‘믿는다.’라는 그 말이 신연서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냥 보기만 했다.
‘진짜…… 물었어.’
쌍두 태흑견의 머리 하나가 김혁진의 머리를 물었다. 김혁진의 얼굴이 쌍두 태흑견의 아가리 안에 들어갔다. 김혁진은 눈을 감았다.
얼굴이 타오를 것만 같았다.
’라오위가 이걸 견뎠었다고?’
슬롯에 미리 저장해놓은 치유포션과 치료포션을 계속해서 사용하며 버티고 있지만 고통 자체가 없는 건 아니었다.
김혁진이 이를 악물었다.
‘이건 쌍두태흑견의 시험이다.’
버텼다.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가 입에 담긴 그 상태로 손을 들어올려 쌍두태흑견의 주둥이를 슥-슥-문질렀다.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라오위와는 약간 다른 방법으로.’
역시 인생은 실전이다. 실전에 돌입하니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가. 쌍두태흑견의 입 속에서 김혁진이 말했다.
“찰스.”
움찔.
쌍두태흑견이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다.
“찰스.”
움찔.
다시 한 번 움찔했다.
“찰스.”
움찔.
다시 움찔한 쌍두태흑견이 김혁진의 얼굴을 놓았다. 김혁진의 얼굴에서 치이이익-! 하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김혁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찰스. 앉아.”
놀랍게도 쌍두태흑견은 그 말을 알아들었다. 실제로 앉았다.
“손.”
손을 내밀었다.
“엎드려.”
엎드렸다.
“옳지. 잘했어.”
김혁진이 ‘블랙 야크의 살코기’를 다시 선물했다.
약 3분의 시간이 흐르자, 쌍두 태흑견은 김혁진 앞에서 아예 배를 까뒤집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가 먹던 ‘블랙야크의 살코기’를 김혁진에게 건네기까지 했다. 선물이라는 것 같았다. 김혁진은 기뻐하는 척하며 그것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와 동시에 알림이 들렸다.
[쌍두태흑견(雙頭太黑犬)이 일시적으로 복종하였습니다.] [일시적인 테이밍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일시적으로 ‘태흑견’ 및 ‘쌍두태흑견’의 공격성이 완전히 사라집니다.]김혁진은 알고 있었다. 쌍두태흑견을 사냥하는 것. 혹은 쌍두태흑견을 일시적으로 복종시키는 것. 그 두 가지가 유플렉스 던전 1층의 클리어 방법이라는 것을.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2층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가 활성화되었습니다.]컹!
쌍두 태흑견이 짖었다. 꼬리가 ‘8’ 자로 살랑살랑 흔들렸다. 그때, 또 다른 수호자 알림도 들려왔다.
[‘양치기 소년’이 놀라움을 표시합니다.]스코틀랜드 서버의 대표적인 수호자가 한국서버에 나타났다.
* * *
나는 ‘양치기 소년’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다. ‘양치기 소년’은 전 세계 모든 ‘테이머’들의 꿈이고 우상이다. 양치기 소년에게 간택받은 테이머들의 숫자는 전 세계적으로 약 100여 명 정도 되었다.
‘그 100명이 전부 테이머계열 최상위 랭커였지.’
테이머 계열 랭킹 100위 내에, 약 80여 명이 ‘양치기 소년’의 지원과 후원을 받은 플레이어들이다. 그야말로 테이머계의 큰 손. 그 수호자가 내게 ‘놀라움’을 표시했다. 단순 집중이 아니라 놀라움. 한 단계 더 발전한 형태의 관심이다.
세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혁진 플레이어.”
이야. 또 ‘일시정지 권능’이 발현되었다. 공략 중간에 과감하게 끊은 것으로 보아, 세니아가 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수호자 중 누군가가 후원을 한 것 같다. 아마도 양치기 소년일 확률이 높겠지.
“공략 중에 죄송합니다만.”
어깨를 으쓱했다. 나한테 죄송하다는 게 아니다. 다른 수호자들에게 죄송하다는 거다. 갑자기 공략이 끊겼으니까. 시나리오가 진행되다가 ‘일시 정지’ 때문에 끊겼으니까. 그래서 일단 죄송하다고 멘트부터 날리고 시작한 것 같다. 처음에는 완전 초보 BJ였는데 조금은 능숙해진 면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뿌듯하다고나 할까.
세니아가 물었다.
“혹시 주클래스 외에 보조 클래스가 설정되어 있습니까?”
“전혀.”
보조 클래스는 레벨 50 때 설정하게 된다. 그때, 다시 한 번 수호자를 선택하는 시간도 오고.
“그렇다면 어떤 스킬을 사용하여 테이밍에 성공한 것입니까?”
“스킬?”
그런 거 없다.
“그냥 했어. 개의 습성을 활용해서.”
“……테이밍 스킬이 단 하나도 없습니까?”
“어. 스캔해도 좋아.”
세니아의 날개가 파르르-떨렸다.
[‘플레이어’의 요청에 따라 ‘중간 관리자’의 스캔이 시작됩니다.] [테이밍 관련 스킬이 없는 것이 판명되었습니다.]이게 이 정도로 놀라운 일인가 싶다. 레벨 35의 라오위도 성공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나라고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애초에 나는 답안지를 다 알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테이밍 스킬 없이 몬스터를 테이밍할 생각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그냥 보였어. 우리의 생로(生路)가.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2층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 그냥 보여, 내 눈에.”
그랬더니 알림이 들려왔다.
[‘천마산의 진주’가 ‘설명할 수 없는 천재들의 고충’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300코인을 후원하였습니다.]‘양치기 소년’과 ‘세니아’의 반응. 그리고 ‘천마산의 진주’의 반응을 토대로 분석해보면, 내가 방금 했던 것은 수호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 틀림없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그저 과거의 지식을 가지고 실행했을 뿐. ‘찰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조금 더 진보된 형태의 공략을 선보였을 뿐.
‘물론 공략법을 안다고 모두가 클리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공략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래도 강심장 없이는 클리어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나는 내 클리어를 확신했기에 자신 있게 도전한 것뿐이다. 일시정지가 풀렸다. 그런데 또 다른 알림이 들려왔다.
[히든 피스. ‘무혈입성(無血入城)’을 만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