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23)
#재능만렙 플레이어 123화
안서희의 설명이 이어졌다. 얘기를 들어보니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미 포식수의 군락지를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
안서희가 약간은 두려운 듯 나를 쳐다봤다. 기본적으로 ‘남성’이라는 존재 자체를 지극히 두려워하는 아이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겁에 질린 것처럼 보였다. 그걸 눈치챘는지 신연서가 안서희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놀라지 마. 괜찮아. 쟤는 레이드 도중에도 명상하는 애야. 집중력이 미쳐버려서 잠깐 저럴 때가 있어.”
사실 집중했다기보다는 놀라서 그런 거긴 하지만, 어쨌든 신연서의 다독거림과 눈웃음에 안서희는 다시 안심한 것처럼 보였다.
“……화나신 거 아니죠?”
“아니야.”
화가난 게 아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 좋다.
“그러니까 네가 특별한 퀘스트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그 퀘스트의 이름이,
“‘찰스를 찾아라’라는 퀘스트라고?”
찰스를 찾아라! 라는 퀘스트가 주어져있단다. 그러니까 내게는 ‘찰스의 주인을 찾아라!’라는 퀘스트가. 안서희에게는 ‘찰스를 찾아라!’라는 퀘스트가 주어진 상태.
“네. 그런데 이제 일주일 정도밖에 기한이 남아 있지가 않아요.”
“그렇구나. 그 주인은 어디에 있는데?”
“포식수 군락지 안에 있어요. 거기랑 이어진 대저택이에요.”
나도 따지고 보면 거의 일주일 정도 남았다.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퀘스트를 받았고, 그 퀘스트를 다른 방향에서 다른 방식으로 진행 중이었던 것 같다.
‘과거에 안서희도 이 퀘스트를 가지고 있었을까?’
그건 모르겠다. 과거의 안서희. 그러니까 나를 만나기 전의 안서희라면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한데.
‘안서희와 관련된 삶의 조각들이 바뀌어가고 있다.’
나도 솔직하게 말했다.
“사실 나도 퀘스트를 가지고 있어.”
내 퀘스트의 내용을 공유했다. 안서희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안서희도 순수하게 놀랐다. 신연서가 옆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와. 이거 대박이네.”
서로의 이해관계가 딱 맞지 않은가.
“대장아. 너 이거 솔직히 말해봐. 이거 알고 서희한테 잘해준 거야?”
“그럴 리가.”
아무리 내 감각안이 사기급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남이 가진 퀘스트까지 꿰뚫어보지는 못한다.
신연서가 환하게 웃었다.
“그랬으면 좀 실망할 뻔했네.”
신연서의 눈웃음에는 묘한 마력이 있는 것 같다. 내 감각안에 잡히는 안서희의 어둠. 그 어둠조차도 신연서의 눈웃음을 맞이할 때마다 조금씩 밝아졌다.
신연서가 내게 찡긋, 가볍게 윙크했다. 나 잘했지? 라고 묻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칭찬해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것 같은 눈웃음 같기도 했다.
‘그래. 고맙다.’
대충 속으로만 칭찬해 줬다. 신연서는 지금 일부러 물어봐준 거다. 노리는 게 있어서, 이득을 챙기고 싶어서 안서희를 도와준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사회와 어른을 두려워하는 어린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 주기 위해서. 그래서 굳이 질문을 던져준 거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내가 물었다.
“서희야.”
“네?”
“솔직하게 말할게.”
거짓 없이 진실되게. 많은 상처를 입고 세상을 두려워하는 이 아이에게 가식의 가면은 치우기로 했다.
“나는 너와 협력하면 좋겠어. 내가 원하는 게 있고, 너도 나를 통해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으니까.”
쉽게 말해,
“우리는 서로를 이용할 수 있는 관계에 있는 거야.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거래.”
무작정 호의로 다가가도 이 아이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당장 ‘나랑 둘이 레이드 갈래?’라고 한다고 해서, 이 아이가 받아들일지도 의문이고. 차라리 이게 낫다. 나도 너한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고, 너도 나한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다. 그러니까 잠시 손을 잡자.
“그렇지만 강요하지는 않을 거야.”
포식수의 군락지. 그리고 ‘찰스의 주인을 찾아라!’는 원래 내 계획에 없던 시나리오. 클리어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클리어하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
“…….”
“지금 당장 대답하라고는 하지 않을게.”
지금은 신뢰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이니까.
“퀘스트 클리어 기간 내에 대답 줘.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네 선택을 존중할 거야.”
* * *
하루가 지났다. 안서희로부터 직접 전화가 왔다. 말투에서 나를 굉장히 어려워하는 것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내게 직접 전화를 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
한참 어려워하더니,
-그쪽 분의 말대로 하기로 했어요.
라고 말했다. ‘그쪽 분’이란다. 나는 딱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평생 살면서 ‘오빠’ 소리를 해본 적이 없단다. 입에 익지가 않아서 그렇다나 뭐라나. 선화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호칭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나는 이 아이를 배려할 마음이 충분히 있다.
‘나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게 너무 어려울 뿐이니까.’
중요한 건 다른 거다.
‘적색귀와의 파티. 아니. 이 우호관계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
마음속에 깊은 어둠을 가졌다. 내 감각안으로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의 깊은 일렁거림이 이 안에 존재했다. 나는 안서희와 협력할 용의가 충분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안서희를 100퍼센트 믿는 것도 아니다.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어.’
환경은 바꿔줬다. 그런데 환경이 바뀌었다고 모든 것이 변하지는 않는다. 만약 적색귀가 과거의 적색귀처럼 행동하게 된다면? 그게 만약 본성이라면?
‘그때에는…….’
아마도 나는 살인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적색귀의 창궐을 막기 위해서. 지금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을 뿐이고, 나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배려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일단은 포식수 군락지부터.’
일단은 함께 ‘포식수 군락지’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오늘도 우리는 햄버거 가게 앞에서 만났다. 이것만해도 장족의 발전이다. ‘남자’인 나랑 둘이서 만났으니까.
“밥부터 먹고 시작하자.”
우리가 햄버거를 먹는 사이 강상구도 도착했다. 햄버거를 네 개나 시킨 강상구는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야. 근데 진짜 거기 갈 거냐? 이런 꼬마 아가씨 한 명 데리고?”
주민등록상으로는 18세. 실제 나이 19세. 꼬마 아가씨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좀 많기는 한데.
“너도 지도 가지고 있잖아.”
“아니. 나는 안 가고 싶은데.”
포식수 군락지. 포식수가 떼거지로 있을지도 모르는 곳.
“얘가 길잡이 역할을 해줄 거야. 이미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대.”
“그거야 얘가 특별한 클래스니까 그런 거고. 걔 포식수 겁나 무섭잖아. 한 마리도 겨우 상대했는데, 진짜로 거길 가자고? 난 그냥 빼주면 안 될까 대장친구야?”
안 된다. 강상구같은 고급인력을 빼주면 아주 막대한 손해 아니겠는가. 그 때, 안서희가 눈을 크게 떴다.
“포식수를 사냥하셨어요?”
“슈밤, 맞아. 그때 우리 불타 죽을 뻔했어.”
기름과 마법 불의 조화. 거기에 더해 부패수와 시독의 효과까지.
“와. 진짜 개무서웠다, 슈밤. 개뜨거웠다고.”
안서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포식수는 제 레벨에서 사냥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너 레벨 몇인데?”
강상구가 워낙에 순진무구하게 묻는 바람에 안서희가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저 34요.”
그리고서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금세 숨기기는 했지만 내 ‘관찰자의 눈’을 속일 정도는 아니었다.
‘레벨을 말하면 안 되는 상황이 있나?’
수호자가 말하지 말라고 주문을 한 건가? 아니면 이 아이의 BJ가?
‘그러고 보니…….’
이 아이의 BJ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 나이에, 이 레벨이다. 말도 안 되는 성장속도. 게다가 특수한 결계에 의해 수호자의 이름을 파악할 수 없는 아이다. 분명히 화제성이 있는 캐릭터인데 어째서? 왜 아직도 계약을 맺은 중간 관리자가 없는 거지?
내가 대화 중간에 끼어들었다.
“다음부터는 네 레벨을 솔직하게 말하지 마.”
“…….”
얘가 그런 상황이라면, 그 상황에 맞게 이용하면 된다. 이 아이를 이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이용하는 거다. 나는 확신한다. 이건 안서희가 스스로 올린 레벨이 아니다.
“네 레벨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레벨이거든.”
지금 최상위 랭커들의 레벨이 30내지 31인 상황이다. ‘결계’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고, 레이드를 제대로 뛰어본 적도 없는 여자애의 레벨이 34?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얘기했다.
“네 스스로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너는 이레귤러야.”
평범하지 않다.
“누군가가 네 레벨을 강제적으로 조정했을 수도 있고.”
그 정도의 개입이라면,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수호자가 엄청난 출혈을 감수해야 할 거다. 그렇게까지 하는 수호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도 아니면 네 시작 레벨이 남들과는 달랐을지도 모르지.”
이를테면 레벨 30부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실을, 네 수호자는 다른 이들에게 밝히고 싶지 않을 거야.”
“…….”
너. 거짓말은 못하는구나.
“그러니까 앞으로는 말을 조심하는 게 좋겠어.”
“……네. 알겠어요.”
강상구는 3번째 햄버거를 우물거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저 괴물 같은 자식. 어우. 질린다, 질려. 무슨 몇 마디 하면 상황을 다 읽어내냐? 너 가끔 좀 무서워. 알긴 아냐?”
“…….”
강상구의 헛소리는 그냥 무시했다. 밥을 먹은 뒤, 우리는 한 공터로 향했다.
“제가 게이트를 주로 활성화시키는 곳이에요.”
“아.”
돌맹이들의 위치. 흙더미의 위치. 철봉과 그네 등의 철골 구조물들의 위치.
’이러한 요소들 모두가 결계술사에게는 중요한 요소.’
그래서 안서희가 이곳을 게이트를 활성화시키는 장소로 선택했다.
“이 장소. 네가 고른 거야?”
“…….”
아닌 것 같다. 아마 저 ‘특별한 수호자’가 알려줬겠지.
‘도대체 누구지?’
적색귀의 수호자는 알려진 바가 없다. 아무리 안서희가 ‘최애캐’라 할지라도, 이 정도로 정성을 쏟아붓는 수호자가 존재한단 말인가.
‘수호자를 알아내면 좋을 텐데.’
저 정도로 헌신(?)하는 수호자는 드물다. 무조건 잡아야만 하는 수호자다. 맹목적인 사랑과 헌신을 베풀어줄 테니까.
“됐어. 말하지 마.”
시선을 돌려 강상구에게 말했다.
“지도 잘 갖고 있지?”
“응. 이게 그나마 내 목숨줄인데 당연하지.”
지도에는 ‘포식수‘들의 위치와 출몰 시간 등의 정보까지도 표기되어 있었다.
“아. 오줌 지릴 거 같다. 지옥을 제 발로 걸어 들어가다니. 세상이 진짜 요지경이다.”
재미있는 건 강상구의 가벼운 태도가 안서희의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는 것. ‘남자 둘’과 함께 필드에 들어가는데, 좀 더 가벼운 마음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안서희의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강상구가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안서희가 돌맹이를 몇 개 주워왔다. 인벤토리에서 작은 삽을 꺼내 흙덩이를 여기저기 팠다.
‘붉은 실.’
그리고 붉은 실을 꺼내 몇 군데에 뿌렸다.
“시작할게요.”
붉은 실이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결계술사(結界術師)의 이동진이 활성화됩니다.] [이동진의 명칭이 확립됩니다.]우리도 클릭할 수 있는 검은색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검은색 일렁거림을 클릭하자 정보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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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수 군락지]포식수 군락지로 이동할 수 있는 게이트입니다.
입장자격 :
1) 게이트를 활성화시킨 자이면서 30레벨 이상.
2) 포식수를 사냥한 경험이 있는 자이면서 30레벨 이상.
입장 자격 1) 과 2) 중 하나를 만족 시킨 플레이어에 한하여 입장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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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설명이었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특이점’이 존재했다. 그냥 지나가면 놓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내용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
’이건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