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25)
#재능만렙 플레이어 125화
강상구는 소리 지를 뻔했다.
‘슈발! 무서워! 무섭다고!’
지금 안서희는 도대체 누구랑 대화하고 있단 말인가. 저 앞에 놓여 있는 붉은 의자에는 그 누구도 앉아 있지 않다.
‘어우.’
갑자기 왜 찬바람이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창문은 닫혀 있는데.’
창문이 닫혀 있는데 느껴지는 찬바람. 요사한 빛을 뿌리고 있는 붉은 의자. 그리고 쾅! 소리가 났다.
‘슈밤! 놀래라!’
문이 저절로 닫혔다.
‘무서워 죽겠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귀신이랑 바퀴벌레다. 그 두 가지는 뭘 해도 너무 무섭다. 그렇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돌발변수를 만들어낼지 모르니까.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 마인드 컨트롤을 계속하며 김혁진을 쳐다봤다.
김혁진이 몇 걸음 앞으로 움직이는 게 보였다.
“당신이 타이콘 씨 되십니까?”
김혁진이 허리를 숙였다. 강상구는 황당했다.
‘뭐야, 쟤 눈에는 뭐가 보이나?’
자신의 눈에만 안 보인다면,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무서운 거 아니겠는가. 김혁진이 대화를 이어갔다.
“제 이름은 김혁진. 찰스를 이미 만났고, 시스템으로부터 찰스의 주인을 찾아달라는 퀘스트를 부여받은 상태입니다.”
이 곳은 고요했다.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김혁진은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휘익-!
가벼운 바람이 불었다.
책상 위에서 불타고 있던 촛불이 저절로 꺼졌다.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보이나?]강상구는 뒷걸음질할 뻔했다. 슈발! 안 보인다! 김혁진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안 보입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김혁진은 타이콘의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냈다. ‘관찰자의 눈’으로 안서희를 관찰했기 때문이다. 안서희의 시선이 닿는 곳. 그리고 안서희가 말을 거는 곳. 음성의 세기. 높이. 심지어 그 떨림까지도 모두 잡아냈다. ‘관찰’이라는 행위를 통해 주변을 재해석하고, ‘타이콘’의 위치를 잡아냈다. 그것이 타이콘의 입을 열게 만들었다.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나는 인간을 믿지 않는다.]그렇다는 말은 ‘인간’이 아닐 확률이 높다. 김혁진은 조금씩 감을 잡기 시작했다.
‘인간을 믿지 않는 존재.’
그리고 찰스를 직접 찾으러 갈 수 없는 존재.
‘안서희에게는 퀘스트를 내렸지만 내게 주어진 퀘스트는 확인할 수 없는 존재.’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따라서 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너는 내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냈구나.]김혁진이 한곳을 응시했다.
‘묘한……. 살기.’
대놓고 자신을 죽이려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결코 자신을 반기는 기운은 아니었다. 감각안에 잡힌다. 미묘한 살기가. 이 저택의 주인은 자신을 마냥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끈적한 살기가 느껴진다.
“찰스의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권태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말한 인간이 벌써 다섯이나 되는군.]찰스를 찾았다고 말했지만 ‘타이콘’은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안서희는 그저 가만히 서있는 상태.
──────────
상태 : -(특별한 힘에 의하여 상태를 읽을 수 없습니다.)
──────────
안서희의 상태를 읽을 수 없었다. 상태뿐만 아니라 모든 정보가 그랬다. 기본적인 정보인 이름과 나이 정도만 읽혔다. 저번에 봤던 정보들도 모두 ‘읽기 불가’ 판정을 받은 상태.
안서희의 눈에서 ‘붉은 기운’이 관측되었다. 안서희의 기운이 묘하게 달라졌다.
‘안서희가…… 내 적이 아니기를.’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다.
‘사람을 유인하여 학살하는 적색귀.’
그 적색귀가 아니기를 빈다. 김혁진이 방 이곳저곳을 ‘관찰자의 눈’으로 훑었다. 김혁진은 타이콘을 이미 ‘적’으로 규정했다. 적이 아니라면 좋겠지만 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
‘놈은 모든 정보를 얻은 뒤, 나를 죽이고 싶어 할 거다.’
그게 느껴졌다. 이건 직감이었다. 정보를 계속해서 읽고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타이콘’과의 대화도 멈추지 않았다.
“저는 정말로 쌍두태흑견인 찰스를 만났습니다. 태흑견들과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찰스 역시 주인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찰스의 위치는 유플렉스 던전 1층이다.
[증거는?]급작스레 살기가 증폭되었다. 그 살기가 김혁진을 향했다. 압박감이 느껴졌다.
[증거없이 인간을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증거 없이 인간을 믿느니, 나는 증오를 택하겠다.]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증거가 있습니다.”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쌍두태흑견인 찰스를 만났을 때. 찰스는 자신이 먹던 ‘블랙야크 살코기’를 김혁진에게 건넸었다. 배를 까뒤집은 다음, 선물을 주는 것처럼 김혁진에게 줬었다. 김혁진은 그것을 인벤토리에 넣었고.
──────────
[찰스가 베어먹은 블랙야크 살코기]──────────
아이템을 땅에 내려놓았다. 잠시. 이 공간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시간이 꽤 흘렀다. 김혁진도 강상구도 안서희도 타이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꽤 긴 침묵을 먼저 깬 사람은 타이콘이었다.
[……찰스의 흔적이 실제로 남아 있구나.]김혁진은 목소리의 떨림을 읽어냈다. 타이콘이 동요하고 있다. 그런데 저 동요와 떨림이 기쁨의 떨림은 아니었다. 거기서 완벽하게 확신했다.
‘진짜 주인이 아니다.’
계속 말을 이었다.
“위치를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 위치가 어디지?]김혁진은 위치를 순순히 말해주었다.
“유플렉스 던전 1층입니다.”
강상구는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중간 관리자인 세니아도 벗겨 먹을 수 있을 만큼 벗겨 먹는 김혁진이다. 친구로 만나서, 동료로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김혁진이다. 그런데 저렇게 순순히 말을 해준다?
[유플렉스 던전 1층. 그곳이 어디지?]“한국 서버 신촌에 위치하고 있는 던전의 이름입니다.”
김혁진은 타이콘의 대답을 주시했다.
‘수호자와 관련이 있는 설정이라면 서버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다.’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얘기했다.
[서버? 신촌? 그곳은 어느 차원이지?]수호자와 연관이 있는 설정은 아니다. 서버에 대해서 모른다.
‘일반 NPC도 아니야.’
NPC였다면? ‘퀘스트’라는 합당한 시스템을 통해 나를 검증하고 찰스를 찾아달라 요구했을 거다. NPC도 아니다.
‘NPC도 아니고 수호자와 관련된 설정값을 가진 것도 아니라면.’
그렇다면 가장 높은 확률은,
‘몬스터.’
몬스터일 확률이 가장 높다. 굉장히 높은 지능을 가진 몬스터. 그러면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몬스터.
‘안서희가 조용히 있는 게 변수인데.’
김혁진의 눈에 보이지 않는 ‘타이콘’의 존재 때문에 대놓고 안서희를 관찰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혁진의 ‘눈’은 안서희를 탐지하고 관찰했다.
‘안서희를 읽을 수 없는 건.’
지금 저기 서있는 안서희가 안서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건…….’
관찰의 시간이 흐르자 알 수 있었다.
‘껍데기다.’
안서희의 껍데기를 가진 인형 같은 것.
‘진짜 안서희는?’
진짜 안서희는 김혁진의 눈에 잡히지 않았다. 김혁진은 이것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
’은신스킬.’
다롱이도 은신 스킬을 펼친다. 안서희 역시 그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것 같다.
‘그런데 어째서?’
이 타이밍에 왜 껍데기를 남겨두고 사라진 걸까. 자신에게 말도 없이 말이다. 안서희는 정말로 ‘적색귀‘일까. 미래의 적색귀와 지금의 안서희는 같은 성정을 가졌을까? 지금 자신은 함정에 빠진 걸까?
‘아니.’
답은 아니다. 김혁진은 확신했다. 지금 자신은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이것 역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안서희를 둘러싸고 있는 기운. 감각안과 관찰자의 눈으로 파악한 안서희의 모습. 아주 사소하고 작은 움직임. 숨결. 모든 것을 통틀어서 종합한 정보다. 그 정보를 토대로 결론과 판단을 내렸다.
‘안서희는 위험하지 않다.’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사실 지금은 안서희를 믿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도 했다. 타이콘이 앞에 있으니까.
김혁진이 지도를 내밀었다.
“이 지도는 당신의 정원과 연결된 포식수 군락지입니다. 이곳 끝에 게이트가 위치하고 있고, 그 게이트를 통해 한국 서버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한국 서버 내에는 신촌이라는 곳이 있으며, 그곳에는 또한 유플렉스 던전이라는 던전이 존재합니다. 그 던전 1층에 찰스가 있습니다.”
한마디를 덧붙였다.
“자력으로는 빠져나오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그 말은 곧, ‘네가 직접 가서 데려와야 한다’라는 뜻이다. 그걸 에둘러 말했다. 확인해야만 했으니까. 모든 정보를 획득했을 때. 타이콘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또 안서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아야 했으니까.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구나.”
붉은 의자에 흐릿한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의 형상. 검은 수염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모습. 이미 저 모습을 봤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오는 그곳 벽면에 있던 초상화. 그 초상화속 남자였다.
“그러면 나는 이제 너를 죽이고 찰스를 데리러 가야겠다.”
갑자기 방 전체가 어두워졌다. 어둠에 휩싸인 것 같았다. 강상구가 불을 밝혔다.
“혁진아!”
그와 동시에 강상구가 방문을 향해 불덩어리를 쏘아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미리 대비하고 있었고, 덕분에 강상구의 움직임은 빨랐다.
흐릿한 형체로부터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찮은 마법으로 나를 기만하는구나.”
하찮지 않다. 문이 뚫렸다. 공간만 뚫려있다면 김혁진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특수 스킬. 이형환위(移形換位)를 사용합니다.]점과 점.
1차원과 1차원을 이은 2차원의 선.
김혁진의 몸이 직선으로 움직였다. 뚫린 문을 향해 쏘아졌다. 빠르게 이동했다.
그런데 ‘타이콘‘도 빨랐다.
“가소롭구나!”
이형환위를 사용하여 이동한 뒤, 전력을 다해 질주하는 김혁진의 뒤로 타이콘이 따라붙었다. 타이콘의 손에는 거대한 낫이 하나 들려 있었다. 타이콘에게는 다리가 없었다. 공중에 둥둥 뜬 상태로 낫을 들고 쫓아왔다.
후웅!
타이콘이 낫을 휘둘렀다.
김혁진이 머리를 숙여 타이콘의 낫을 피했다. 그 일격으로 느꼈다.
‘강하다.’
과연 쌍두태흑견의 주인이라고 ‘주장’할 만한 자격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김혁진은 이미 이곳에 대한 파악을 끝마친 상태.
‘타이콘’의 정체를 짐작한 상태다. ‘명칭’은 그때마다 다르지만 이러한 형태의 몬스터를 인류는 ‘악령(惡靈)‘형 몬스터라 부른다. 그 중에서도, 특정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지박령(地縛靈)’.
악령형 몬스터. 타이콘이 외쳤다.
“멈추거라!”
김혁진의 발 밑에 검은색 고리가 생겨났다. 김혁진은 그 고리를 피하지 못했다. 김혁진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정지 마법’에 걸렸다. 그렇지만 김혁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다가와라.’
김혁진은 악령형 몬스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악령은 인류가 상대하기 매우 껄끄러운 상대다. 약점을 파고들고 어두운 곳을 파고드는 몬스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약점이 존재한다.
‘특히 지박령이라면.’
김혁진은 튜토리얼 필드에서 그 수준에서는 사냥이 불가능한 라이칸스로프를 사냥했다. 미래의 지식을 활용하여 결국 해냈다. 지식과 공략. 그리고 그것을 실천할 만한 배짱과 능력만 있다면, 타이콘 사냥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도…… 나는 해낸다.’
낫을 들고 천천히 다가오는 ‘타이콘’을 응시하며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