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3)
#재능만렙 플레이어 13화
성민철은 마상현을 만난 것이 일생일대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보기엔 마상현은 ‘플레이’라는 것에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천재였다.
[제가 도와줄게요. 같이 가요.]사람 좋은 눈망울을 하고서 고블린에게 잡아먹힐 뻔한 자신을 구해주었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했다. 마상현은 플레이어들 중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적어도 이 ‘괴현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성민철은 의심하지 않았다. 이 ‘튜토리얼 필드’는 마상현을 위한 필드라는 걸.
그런데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저만치 앞에 녹색 근육 덩어리가 보였다. 이름은 ‘마법 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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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트롤. L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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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붉은색. 레벨조차 표시되지 않았다.
우오오오오!
마법트롤이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큭!”
마상현이 그 주먹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상황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왼팔이 덜렁덜렁거리는 것이, 어깨가 탈골된 것 같았다.
“헉! 헉! 헉!”
마상현은 지쳐 보였다. 성민철도 겨우 몸을 일으켰다.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옆에는 저 주먹에 얻어맞고 한 방에 사망한 사람들이 보였다. 기절한 건지, 사망한 건지. 확실하지는 않은데 아마 사망한 것 같다. 정확히 파악해 볼 여유가 없었다. 어쨌든 지금 이 자리에 똑바로 정신을 차리고 있는 사람은 성민철 자신과 마상현밖에 없다.
성민철은 소매로 피를 슥- 닦아냈다.
“젠장…….”
그는 직감했다. 여기서 죽을 거라고. 만약에, 아주 만약에 누군가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은 자신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도망친다는 생각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보스존이 해제되지 않았습니다.] [보스존 탈출은 입장 후 10초 이내에만 가능합니다.] [탈출할 수 없습니다.]그렇지만 탈출할 수 없었다.
‘여기서…… 죽을지도 몰라.’
아니. 높은 확률로 이곳에서 죽는다.
‘죽을 거야.’
공포가 밀려들었다. 2층에 올라오기 전. 호기를 부렸던 것이 진심으로 후회되었다. 마상현의 오른 주먹이 푸른색으로 빛났다.
“으아아아아!”
주먹을 뻗었다. 그것은 녹색 괴물. ‘트롤’의 옆구리에 정확하게 닿았다. 여태껏 모든 몬스터들을 한 방에 때려눕혔던 마상현의 주먹이, 이번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쿵!
소리가 났지만 트롤은 인상을 아주 살짝 찡그렸을 뿐이었다.
‘젠장!’
마상현조차도 거대한 벽과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그때. 또 다른 알림이 들려왔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입장합니다.] [인원수 제한은 없습니다.] [보스존 탈출은 10초 이내에만 가능합니다.]성민철과 마상현이 동시에 에스컬레이터 쪽을 쳐다봤다. 성민철이 외쳤다.
“도망쳐!”
10초. 남은 시간은 딱 10초다.
“10초 안에는 도망칠 수 있어!”
10초 내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돌아가지 않으면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눈앞에 어린 여자애가 보였다. 끽해야 10대 초반.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민아야.’
딱 저만한 나이의 딸이 있다. 이제 갓 중학생이 됐다. 딸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 아이와 겹쳐 보였다. 저 아이가 안 죽었으면 좋겠다. 내 딸은 아니지만. 그래도 살았으면 좋겠다. 여기에는 안 오면 좋겠다. 여기 와봤자 남는 것이라곤 개죽음뿐일 테니까.
“이놈은 절대 못 잡으니까 얼른 튀어!”
자신의 말을 들은 건지, 듣지 못한 건지. 저만치 멀리. 에스컬레이터에서 두 사람이 걸어왔다.
“제발! 제발 튀라고. 내 말 안 들려? 이 미친 괴물놈이 안 보이냐고!”
자신도 저렇게 호기롭게 이곳으로 걸어왔었다. 그래봤자 튜토리얼 필드지. 그래봤자 튜토리얼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곳에는 마상현이 있으니까. 이 플레이를 위해서 태어난 사람과 함께하니까. 그 자만심은 불과 1분 만에 깨졌다. 저놈도 마찬가지다. 그럴 것이 뻔했다.
“만용 부리지 말고 돌아가! 너무 위험하단 말이다!”
제발 돌아가라. 엄한 곳 와서 죽지 마라.
쾅!
무엇인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마상현이 얻어맞는 소리였다. 트롤의 주먹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고서 기절했다.
그러는 사이. 김혁진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 * *
“그러게 왼쪽 눈을 노리라니까.”
김혁진은 트롤에게 가까이 걸어갔다. 너무 빠르지 않게. 너무 튀지 않게. 저렇게 덩치가 클지라도, 몸동작은 호랑이만큼이나 빠르다. 파악이 제대로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어그로를 확 끌어오면 좋지 않다는 판단에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그사이 ‘도망쳐!’라는 절규와도 같은 외침이 들렸지만 무시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트롤’에 관한 정보가 트롤의 머리 위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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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트롤. L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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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으로 표시되는 이름. 김혁진이 잡기에 그렇게 만만한 몬스터는 절대로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잡기 힘들다.
저만치 멀리. 머리를 얻어맞고 기절한 마상현이 보였다.
‘권왕 마상현의 카운터라 할 수 있는 몬스터.’
트롤은 생명력이 엄청나게 뛰어난 놈이다. 맷집도 어마어마하다. 더군다나 ‘주먹 공격’에 관해서는 더욱 특별한 내성을 가진 놈이다. 거기에 보스몹 보정까지 받고 있을 테니 까다로운 놈이 분명했다. 정공법으로 계속해서 데미지를 누적시켜야만 하는 보스 몬스터.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수호자들이 보기에도 현재의 김혁진은 트롤을 잡을 수 없는 듯했다. 김혁진은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해서 전진했다. 김혁진에게 알림이 이어졌다.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당신의 영웅적인 면모에 감탄합니다.]무명의 관찰자는 김혁진이 트롤을 어떻게 잡을지 관찰하고 싶어 하는 듯했고, 저울의 아낙네는 김혁진이 이곳의 생존자들을 어떻게 구해낼지 기대하는 것 같았다. 두 수호자가 원하는 모습의 방향은 조금 달랐지만, 어찌 됐든 트롤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틀림없었다.
김혁진이 ‘철검’을 꺼내 들었다. ‘슬롯’을 점검했다.
‘사용법은 익혀뒀고.’
슬롯을 사용하면 포션을 직접 마시지 않아도 된다. 슬롯에 이동된 아이템은 사용하겠다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게임의 단축키 같은 거다.
‘준비는 다 됐다.’
가슴이 떨렸다. 원래대로라면 절대 들어오지 않았을 곳이다. 그렇지만 이제 김혁진에게는 ‘아이템 상점’이 있다. 포션이 존재한다.
‘어마어마한 맷집과 다르게 공격력 자체는 그렇게 강하지는 않아.’
일례로 마상현 일행의 대부분이 아직 살아남았다. 거의 기절한 상태로 누워 있다. 기절했는지, 죽었는지를 파악하는 지능도 없다. 트롤은 이렇게 정의 내릴 수 있다. 맷집과 체력이 강한, 멍청한 몬스터.
김혁진이 말했다.
“선화야. 저 사람들. 아직 안 죽었다. 시체 아냐.”
“네?”
선화가 찔끔 놀랐다. 얼굴이 아주 약간 붉어졌다.
“주, 죽었다고 생각 안 했어요. 진짜예요. 나쁜 생각 안 했어요.”
“그게 아니라. 이거. 사람들 입에 넣어.”
회복포션을 건넸다. 아이템 상점에서 넉넉히 사놓았다. 이게 있으면 일단 살수는 있을 거다.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외면했던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양심의 행동이었다. 저들을 위해 대신 죽어줄 생각은 없지만, 죽어가는 걸 살려줄 수는 있지 않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
여기서 살아남는 건 저 사람들의 몫이다. 한마디를 덧붙였다.
“혹시라도 정신 차리면,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꼭 말해. 공격하지 말라고.”
“알았어요.”
김혁진 스스로 할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한 뒤, 다시 한 번 앞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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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트롤. L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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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같이 생긴 놈. 마법 트롤도 이쪽을 쳐다봤다.
‘이런 놈을 과거의 권왕이 잡았다라.’
과거에는 마상현이 이놈을 잡았다. 물론 차이점은 있다. 마상현을 제외한 모두가 이 자리에서 죽는다. 그리고 아마 준보스 몬스터인 고블린 병사도 마상현이 사냥했을 확률이 높다.
‘결과적으로 내가 강해진 만큼 튜토리얼의 권왕은 약해진 거야.’
따라서,
‘지금의 역량으로는 역부족.’
마상현은 여전히 기절한 상태. 김혁진은 트롤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가까이 걸어갔다.
‘맷집과 이동속도는 빠르지만, 공격속도는 느려.’
이렇다 할 공략법은 없다. 천천히. 오랫동안 데미지를 누적시켜야 한다. 이쪽도 오랜 시간을 버텨야 한다. 포션을 사용하면 그게 가능해진다.
쿵! 쿵! 쿵! 쿵!
근육질의 몸체가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빨랐다.
[‘탁월한 사냥꾼’ 칭호 효과가 적용되고 있습니다.]후웅!
순식간에 휘둘러진 커다란 주먹.
그런데 그 주먹이 김혁진의 눈에는 훤히 보였다. 다음 동작까지 완전히 읽을 수 있다거나 공격 경로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었지만,
‘공격궤도가 보인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주먹이 어떻게 휘둘러지는지. 똑똑히 보였다.
‘머리를 살짝 숙여서.’
후웅-!
마법 트롤의 주먹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거대한 덩치답게, 어느정도 강력한 힘이 담겨 있었지만 어차피 안 맞으면 그만이다.
김혁진이 트롤의 복부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역시 안 먹히네.’
김혁진이 트롤의 움직임을 읽었듯, 트롤도 김혁진의 움직임을 읽었다. 둘의 속도는 누가 위, 아래라 할 것 없이 비슷해 보였다. ‘탁월한 사냥꾼’ 칭호 효과의 버프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속도는 호각.
‘오케이.’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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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이름 : 김혁진(플레이어)
레벨: 15
호칭: [탁월한 사냥꾼] [최초의 개척자]
힘: 17 지능: 17
민첩: 17 감각: 17
체력: 17 정신력: 17(+30)
보너스 스탯 : 2
랜덤 스탯 : 4
잔여 스탯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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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레벨 15. 이상하게도 랜덤 스탯이 꾸준히 계속 주어진 덕분에 내 스탯은 일반적인 레벨 15와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이다. 일반적인 레벨의 플레이어로 치자면 최소한 20 정도는 될 것 같다.
‘잔여스탯이 6개.’
라이칸스로프를 상대해봤을 때 ‘높은 근력의 비약’을 써봤다. 그때. ‘+6’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몸소 체험해 봤다.
‘모조리 민첩에 투자한다.’
놈은 맷집이 좋은 것이지 ‘방어력’ 자체가 뚫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건 아니다.
[민첩이 상승하였습니다.]…….
…….
[민첩이 상승하였습니다.]민첩이 +6. 따라서 현재 민첩은 23. 민첩이 높아짐과 동시에 몸이 가벼워지는 것도 느꼈다. 트롤의 움직임이 더 정확하게 읽혔고, 속도에 있어서 김혁진이 조금 더 우세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우오오오!
트롤이 주먹을 휘둘렀다. 김혁진은 피하고 찌르고를 반복하며, 다소 위태위태해 보이는 모습으로 트롤 사냥을 시작했다. 멀리서. 성민철이 넋을 잃고 그 광경을 쳐다봤다.
‘마상현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했는데…….’
마상현뿐이랴. 이곳의 열댓 명에 달하는 사람들도 손조차 쓰지 못했던 괴물을 혼자서 상대하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위태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롤을 사냥해 가고 있다.
‘솔로잉으로 잡아내고 있다고?’
천외천(天外天).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있다고 했던가. 성민철은 그렇게 느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자신과 같은 시간을 플레이했을 텐데. 어떻게 혼자서 저 괴물을 감당할 수 있는 거지.
‘저게…… 진짜 천재인가.’
천재라고 생각했던 마상현마저도 범인(凡人)으로 만들어버리는 압도적인 재능. 천재마저 범재로 강등시키는 천외천의 재능. 노력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또 다른 세계에 닿아 있는 어떠한 능력. 그러한 재능과 능력과 그 이상의 무언가가 저 남자에게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성민철에게는 이 상황이 그렇게 다가왔다. 그렇게 1시간이 흘렀다.
* * *
트롤의 왼쪽 눈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김혁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
추정 레벨 25 이상. 그것도 보스몹 보정을 받고 있는 ‘마법 트롤’의 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혁진은 그렇게 다급하지 않았다.
‘할 수 있어.’
김혁진은 마법 트롤을 상대하면서 또 느꼈다. 마법 트롤은 사냥 불가능한 개체가 아니다. 튜토리얼 수준의 플레이어들에게, 솔로잉이 불가능한 개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게 아니다.
‘분명 잡을 수 있다.’
꼼수가 아니고 정공법으로 잡을 수 있다. 아무래도 나, 천재 맞는 거 같다. 김혁진은 싸우는 와중에 그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내 재능과 공략만으로 여기까지 온 건 아니다. 분명히 아이템빨도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포션빨’이 있었다. 한 번에 두 개씩 포션을 사용하면서 싸워서 이 정도지, 포션이 없었다면 김혁진도 진작 쓰러졌다. 그래도 이제는 끝이 보였다.
‘끝이 보인다.’
‘마법 트롤’의 특수 능력에 당했는지, 사람들은 아직도 일어날 생각을 안 했다. 1시간째 기절해 있는 상황. 저들이라도 깨어난다면, 마상현이라도 일어나면 좀 도움이 될 텐데. 어쨌든 끝나간다. 김혁진이 지친 만큼 트롤도 지쳤다.
[마법 트롤의 ‘재생력’이 소멸됩니다.]트롤은 더 이상 재생을 할 수 없다. 1시간의 혈투 끝에 이뤄낸 결과였다. 또다시 10분이 흘렀을 때. 김혁진이 검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막타는 나중에.’
기다려야 한다. 지금은 때를 기다릴 때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모든 그림과 퍼즐이 맞춰질 것이다. 김혁진이 그려온 그림의 마지막 점을 찍을 때가 다가온다.
그런데 그때. 변수가 하나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