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59)
#재능만렙 플레이어 159화
어떤 일에 장점이 있다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빛과 밝음이 있다면 어둠과 그림자가 있다.
[‘불 거인’이 ‘강력한 염원’의 흔적을 인식하였습니다.] [‘불 거인’이 ‘강력한 염원’의 흔적을 찾기 시작합니다.]그리고 이 상황은 약간의 부작용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광화문 던전 브레이크 때에 나타나는 불 거인 중 한 마리가 나한테 온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른다. 다이렉트로 바로 올 수도 있고 돌고 돌아서 올 수도 있다. 한 마리가 내 냄새를 맡았다.
[광화문 던전 브레이크 시나리오-‘불 거인의 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강력한 염원의 흔적’ 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서브 시나리오가 생성됩니다.] [광화문 던전 브레이크 서브 시나리오-‘불 거인의 사냥’이 시작되었습니다.]내가 알고 있던 시나리오가 바로 ‘불 거인의 습격’이다. 이것은 광화문 던전 브레이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곳에서 불 거인 세 마리가 튀어나와 한국 일대를 휘젓는다. 약 3일 동안 수만에 달하는 사상자를 만든 불 거인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광화문 던전 브레이크 시나리오. 불 거인의 습격은 애초에 우리가 클리어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지금은 사냥할 수 없는 세 마리의 몬스터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중 한 마리가 나를 ‘사냥‘한다.
“슈밤. 그게 리얼이냐, 혁진아……!”
거짓말은 의미 없다.
“어. 서브 시나리오가 생성되었다는 알림 있었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마상현이 말했다.
“형님께서는 강력한 염원에 대해서 알고 계셨습니까?”
“알고 있었지.”
우리 누나가 나를 위해 품어준 마음. 나를 생각해 준 마음. 그 마음이 모여 ‘강력한 염원’이 되었었다. 그 강력한 염원 덕분에 나는 ‘노란 부적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있었고. 그런데 그 부작용으로 이 ‘강력한 염원’이 ‘불 거인’을 불러들이게 됐다.
‘누나 잘못이 아니야.’
누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이건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약효가 있으면 부작용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과거를 바꾼 것에 대한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랄까.
‘부작용은 또 다른 약으로 다스리면 돼.’
그런데 어떤 약으로? 병으로 비유하자면 ‘불 거인’은 불치병이다. 그 불치병을 어떤 약으로 다스려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슈밤. 어떻게 하려고?”
원래 내가 그렸던 미래에 이 내용은 없었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이제는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 있고, 그리고 싶은 미래가 있다. 넘어설 수 없는 몬스터가 튀어나왔다고 해서 무력하게 포기해 버릴 수는 없다.
‘길은…… 분명히 있다.’
함소현의 예지서를 본 이후로, 계속해서 준비해 왔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졌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분명히.’
이 시나리오를 헤쳐나갈 수 있을 거다.
* * *
송기열이 침음성을 흘렸다.
“아…….”
보고를 다 받고나자 송기열의 얼굴이 굉장히 어두워졌다.
“지금이라도 보라카이에 파견 나가 있는 플레이어들을 불러들일까요?”
“아니.”
그들을 불러봤자 의미 없다. 김혁진도 못 잡는 몬스터들이다. 김혁진은 이 몬스터들을 일컬어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 같은 것.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할까요?”
방법은 없다.
“지켜봐야지. 상황을.”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숨어만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까?”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에 반해 송정희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송기열이 송정희를 불렀다.
“정희야.”
“왜?”
“불 거인은…… 건드리지 마.”
지금도 매일같이 TV 속에는 ‘불 거인’의 모습이 잡힌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한 마리의 불 거인이 서울역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기자들도 가까이 접근하지 못했다. 저만치 위. 상공에서 ‘불 거인’을 촬영했다.
-불 거인의 손바닥은 강력한 화염계 공격으로 판명되고 있는…….
크기 약 4~5미터. 불타고 있는 커다란 인간형 몬스터. 레벨은 ‘?’로 표시 되는 몬스터다. 광화문 도심 일대가 불타고 있다. 거대한 몸집만큼이나 거대한 손바닥에 얻어맞은 자동차가 형편없이 찌그러졌다. 자동차에서 불길이 피어올랐다.
“왜? 내가 잡을까봐 걱정되는 거야?”
“…….”
걱정은 된다. 동생이. 비록 후계를 놓고 전쟁하는 사이지만, 그래도 송기열에게 있어서 송정희는 동생이다. 송기열은 여전히 송정희의 어린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어릴 때에는 참 순하고 착한 아이였다.
송정희가 피식 웃었다.
“오빠는 너무 물러. 태극방패라는 커다란 떡을 주무르기에도 너무 어설프고.”
“…….”
운 좋게 할아버지의 눈에 들어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는 있다지만, 송정희의 눈으로 본 오빠의 행보는 별로였다.
“그 불 거인이라는 놈. 약점이 뭔지 알려줄게.”
송정희가 재미있다는 듯 말을 이었다.
“한 마리당 사냥해야 하는 개체수가 정해져 있대. 다시 말하면, 만족할 만큼의 인간을 사냥하고 나면 스스로 사라지는 존재라는 거지.”
“그걸 어떻게 알았지?”
“지금 그건 중요한 게 아닐 텐데?”
송정희는 자신의 오빠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러니까 일정 수 이상의 제물들을 바치면 우리는 놈들을 사냥할 수 있어. 정확히 말하자면 사냥한 것처럼 조작할 수 있겠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반원을 그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얼마나 아름다워. 많은 플레이어들의 숭고한 희생을 바탕으로 세워진 피의 철탑.”
“정희야.”
“그들을 국립 현충원에 모시고, 훈장을 수여하게하면 얼마나 멋진 그림이 그려지겠어?”
“정희야.”
“오빠는 너무 물러요. 내가 왜 굳이 불 거인의 약점을 말해줬을까?”
정확히 말하자면 ‘소멸 조건’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까? 한 마리당 약 1만 명을 사냥하면 돼. 1만 명을 잡아먹은 불의 거인은 스스로 산화해서 사라져.”
송정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어차피 말해줘도 오빠는 못할 테니까.”
플레이어들을 희생시킨 뒤 ‘목숨 걸고 불 거인을 사냥한’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만큼, 오빠는 모질지 못하다.
송정희의 눈에 실망이 가득 서렸다.
“나는 오빠가 결단을 내려주길 바랐어.”
성신을 이어받으려면 그 정도 결단은 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아주 만약, 오빠가 플레이어들 혹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태극방패’를 영웅으로 만들 생각이 있었다면. 그러면 오빠에 대한 생각을 조금 달리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오빠는 여전히 무르고. 여전히 몽상가야. 그저 이상주의자.”
“…….”
“사용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은 전부 사용해야지. 그래야 이기는 거야. 싸움이든 전쟁이든.”
“…….”
“어차피 저 놈들은 안 없어지잖아? 어차피 3만 명은 죽어야 끝나는 시나리오야. 그럼 누가 됐든 3만 명을 던져주고 이득을 취해야지. 그게 맞는 거잖아.”
송기열은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저게 동생의 진심이어서 무서웠다. 아니. 슬펐다. 뭐가 동생을 저렇게 만들었을까.
“할 말 없으면 나는 이제 가요, 오라버니.”
“…….”
송정희가 몸을 돌렸다. 송기열은 동생의 뒷모습이, 마치 차가운 쇠로 만든 벽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송정희가 나간 방 안에서 송기열은 홀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누군가 3만 명이 죽어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일 수도 있겠지.”
그건 기정사실이다. 인간이 재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그 3만 명을 네가 임의로 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겠지.”
그러던 찰나.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이름을 보니 김혁진이었다.
-예. 전화 받았습니다.
김혁진으로부터 놀라운 말이 이어졌다.
-진심이십니까?
김혁진이 ‘불 거인’을 사냥하겠다는 연락이었다.
* * *
나는 ‘불 거인의 사냥감’이다. 불 거인이 내게 다가온다. 나는 피할 수 없다. 결국 놈과 부딪치게 될 거다. 그것이 아주 가까운 미래냐, 아니면 조금 가까운 미래냐의 차이일 뿐.
“내 얘기는 여기까지. 불 거인과 싸울 거야. 떠날 사람은 얼마든지 떠나도 좋아.”
아주 잠깐. 침묵이 감돌았다. 아무도 일어서지 않았다.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 모두 불 거인과 같이 싸우겠단다.
내가 말했다.
“죽을 수도 있어.”
그것도 아주 높은 확률로. 그랬더니 선화가 대답했다.
“어차피 오빠 없었으면 저는 튜토리얼 필드에 버려져서 죽었어요.”
선화가 내 옷깃을 붙잡았다.
“그때 제가 오빠한테 뭐라고 했는지 기억 나요?”
그때의 선화는 절박했었다.
-저 버리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나한테 매달렸었다.
“저 버리지 말아달라고 빌었잖아요. 오빠는 절 버리지 않았고요. 저는 이제 오빠 못 버려요.”
신연서가 또 밝게 웃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검후앓이’로 몰아넣은 그 눈웃음. 오늘도 저 눈웃음은 정말 밝았다.
“네가 우리 엄마 구해준 은혜. 나는 아직도 잊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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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은혜를 잊지 않은 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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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검객’으로 표시가 되었다. 검객의 마음가짐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 은혜. 갚을 기회는 줘야지.”
마상현이 팔뚝을 들어 올렸다.
“그렇습니다, 형님. 그깟 불거인. 그냥 부숴버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곽태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자리를 떠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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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굳은 의지/악에 대한 분노/정의/투지
요약 : 헌신하는 영웅의 마음을 갖춘 바람의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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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의 ‘악’이란 불 거인을 뜻하는 것이겠지. 정의를 중시하는 ‘저울의 아낙네’와 계약한 곽태운이니만큼, 이 사회를 어지럽히고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불 거인’에게 큰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에 반해 강상구의 상태는 가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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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도망에 대한 강한 욕구/생존욕구/두려움
요약 : 도망치고 싶지만 도망칠 수 없는(않는) 불타는 생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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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요약 중에 가장 이상한 요약이다.
‘도망칠 수 없는…… 인데.’
괄호하고서 (않는)이라고 표현이 됐다. 그만큼 강상구 스스로도 애매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 같다.
“슈밤. 미쳤어. 다들 미친놈들이야. 그냥 튀어야지, 이럴 때는. 아…….”
다들 미쳤다고 말하고, 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강상구는 결국 자리를 지켰다.
“슈밤. 모르겠다. 그냥 다 같이 죽는 건 괜찮은 거 같애.”
갑자기 미친놈처럼 깔깔대고 웃었다.
“그래. 다 같이 가는 거여! 가즈아! 저 먼 곳으……. 윽!”
신연서가 인벤토리에서 목검을 꺼내 강상구의 머리를 내려쳤다.
“가긴 어딜 가? 나 아직 결혼도 못했는데.”
“어우, 아프다. 뭐 이렇게 세게 치냐?”
곽태운이 핀잔을 줬다.
“연서 누나. 더 세게 때려주세요.”
아무튼 우리 팀원들 전원이 나와 함께하기를 선택했다. 진심으로, 도망쳐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들과 내가 함께한 시간은 그래봐야 반년이다. 겨우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를 위해 목숨을 걸으라고 강요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한두 명 정도는 이탈할 줄 알았다.
‘괜찮네. 이 기분.’
전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지금은 모두가 옆에 있겠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그저 인기척에 놀란 벌레들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그사이 내게 알림이 들려왔다.
[‘불 거인’이 ‘강력한 염원’의 흔적을 보다 정확하게 인지합니다.]그 인지와 더불어 내게도 느껴졌다.
‘느껴진다.’
이것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불의 냄새.’
‘감각안’으로 느끼는 것 같은 느낌인데. ‘냄새’로 느껴진다. 눈으로 맡는 냄새라. 표현이 이상하지만 나는 실제로 그렇게 느꼈다.
‘불의 냄새가 가까워져.’
냄새가 눈을 통해 느껴지고, 그것이 하나의 기운과 흐름이 되었다. 내게도 익숙한 기운이었다.
[칭호. ‘화인(火人)’이 상위 등급의 불길을 인식합니다.]‘불의 냄새’가 더욱 지독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나만 느낄 수 있는 냄새.
내 몸에서 나도 모르게, 어떠한 기운이 폭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인의 칭호를 얻으면서 생겨난 내 몸 속의 화기가 들끓어 오르는 것 같은 느낌.
나도 모르게 본능적인 두려움이 일었다. 더 강한 불이 다가오고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렇지만 가슴 한 켠이 떨리기 시작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커지기 시작하는 또 다른 감정.
‘투지……?’
내 안의 불이, 바깥의 불을 잡아먹고 싶어 안달난 것 같은 느낌. 단순히 투지라고 보기에도 애매하다. 뭐라고 규정할 말을 찾기가 어렵다.
‘이런 느낌은 처음인데.’
불 거인이 다가오는 것이 두려운데, 불 거인이 다가오면 좋겠다. 이중적인 마음이 한 번에 들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 해.”
아무런 준비 없이 불 거인을 맞을 수는 없다.
“불 거인이 곧 다가올 거야.”
불 거인과 싸우기로 작정한 그 순간부터, 이미 이 시나리오는 진행되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흩어졌다.
그리고 1시간이 흘렀을 때. 송기열로부터 연락이 왔다.
-불 거인 한 마리가 신촌 일대를 지나 DMC리버뷰 자이로 향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두 마리는 광화문 근방에서 학살을 자행중입니다. 핸드폰으로 영상을 송출하겠습니다.
영상을 살펴봤다. 불 거인이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대충은 살펴볼 수 있었다.
영상 속에는 불 거인 두 마리가 있었고, 한 남자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불 거인에게 붙잡힌 상태. 한 마리가 머리 쪽을 한 마리가 다리 쪽을 잡고서 주욱 잡아당겼다.
-으, 으아아악!
안타깝게도 남자는 사망했다. 다시 30분이 지났을 때.
-DMC 리버뷰자이 지척에 도착했습니다.
DMC 리버뷰 자이 근방. ‘상위 등급의 불’을 느낀 관찰자 김혁진이 불 거인을 기다렸다.
연락이 온 뒤 다시 5분이 흘렀다. ‘불의 냄새’가 더욱 가까이 느껴졌다.
‘온다.’
저만치 멀리. 도로 아래에 ‘불 거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와라.’
준비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