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63)
#재능만렙 플레이어 163화
몇 분 전.
안서희가 김혁진과 함께 ‘불 거인’ 앞에 처음 섰을 그 시점. 그때 안서희는 알림을 들었다.
[‘양치기 소년’이 당신에게 특전 ‘적옥(赤玉)’을 선물하기 원합니다.] [특전 ‘적옥(赤玉)’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적옥(赤玉)]섭취할 수 있는 형태의 붉은 구슬입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수호자의 권능이 녹아들어 있으며, 이를 섭취할 시 생명력을 흡수하여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 결계술사 전용
* 손에 쥐면 보다 자세한 정보가 입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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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 ‘적옥(赤玉)’을 받아들일 시 ‘양치기 소년’의 조건을 이행해야만 합니다.]그 조건이라 함은,
[‘적안(赤眼)’을 회수할 수 없습니다.] [‘적안(赤眼)’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이는 ‘양치기 소년’의 권능으로 제안되었습니다.]김혁진의 손을 통해 빼냈던 적안을 다시 회수할 수 없게 된단다.
‘그런 건 상관없어.’
적안. 사실 안서희는 그런 걸 갖고 싶지 않았다. 지금에 이르러서도 적안이 뭔지도 모르겠다. 그저 불길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한 번 활성화되기 시작하면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기운을 내뿜는 눈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다.
안서희에게 다른 알림이 들려왔다.
[‘저울의 아낙네’가 ‘양치기 소년’을 비난합니다.] [‘푸른빛의 결계’가 ‘적옥(赤玉)’ 사용 자제를 권고합니다.]평소에는 이런 알림을 별로 듣지 못했다.
‘혁진 오빠랑 같이 플레이해서 그런 거겠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를 전담으로 중계하는 중간 관리자도 없었고, 따라서 그녀에게 크게 집중하는 수호자도 별로 없었다.
‘적옥…….’
조금 망설였다. 적옥을 손에 쥐니 자세한 정보가 자연스레 머릿속에 들어왔다.
‘이거 쓰면…….’
아마도 높은 확률로 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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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섭취할 시 생명력을 흡수하여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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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덜덜 떨려왔다. 단순히 아이템 설명창에만 있는 ‘생명력을 흡수’라는 내용이 실체가 되어 다가왔다.
‘죽을 거야.’
그것이 거의 확실하게 느껴졌다. 대신 또 높은 확률로 저 ‘불 거인’을 사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적어도 ‘불 거인’ 사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다.
‘그런데 내가 이거 안 쓰면?’
결계술사 안서희는 상대의 힘을 정확하게 느낀다. 그래서 포식수를 처음 사냥할 때에도 거침 없었다. 지금의 자신은 절대로 저 불 거인을 사냥할 수 없다. 결계술사가 가지는 살육본능이 움츠러들 정도니까.
김혁진에게 말했다.
“특전이 도착했어요. 적안을 사용한 것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구슬이에요. 결계술사 전용 아이템이구요.”
완전히 솔직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내가 솔직하게 말하면 어떨까?’
내 생명력을 빨아들여, 내 목숨을 담보로 해서 결계를 펼친다. 혁진 오빠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김혁진이라면, 저 사람이라면 못 쓰게 막을 것 같다. 더 솔직히 말하면, 못 쓰게 막아주면 좋겠다. 그래서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처음 만난 ‘어른’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혹시라도 쓰라고 말할까봐 무서워서.
‘내가 여기서 이걸 쓰지 않으면 모두가 죽을 거야.’
모두가 죽는다. 나 혼자만 죽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살고 싶어.’
이제 겨우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고, 세상에는 나쁜 어른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연서나 선화같은 좋은 사람들도 생겼다. 어제 같이 마신 달콤한 커피는 정말정말 맛있었다.
‘지키고 싶어.’
내 삶을. 그리고 저들의 삶을.
‘그렇지만 모두 지킬 수는 없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 지금 저 강대한 불거인 앞에서 눈을 감고 있는 김혁진처럼. 솔직히 말해 이곳에서 죽음을 각오하지 않은 사람을 없을 거다.
‘그러면 내가.’
결심했다. ‘적옥’을 사용하기로. ‘양치기 소년’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어떤 분께서 보내신 건데?”
“양치기 소년이요.”
딱 거기까지만 말했다. 더 이상의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 그게 안서희의 선택이었다. 어느덧, 김혁진의 계획대로 지칠대로 지친 ‘불 거인’ 세 마리가 수호탑 틴틴의 지척에 도착했다.
김혁진의 명령을 받은 ‘수호탑 틴틴’이 불 거인들에게 발포했다. 그와 동시에 마법영창을 미리부터 오래 준비해오고 있던 곽태운과 강상구가 한 번에 마법을 쏟아냈다. 현 시점에서 정상급 마법사 둘이, 많은 시간을 들여 미리 준비한 마법이다.
[Wend Kiratia Metiase-] [Speller Kartina Neu-Armi]3미터에 달하는 바람의 창.
그 창을 감싸고 자라난 불꽃의 덩쿨.
바람과 불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거대하게 변해갔다. 꽤 오랜시간 콤비를 맞춰왔던 둘이다.
[마법 융합에 성공하였습니다.]마법과 마법의 융합이 일어나고, 마법사와 마법사의 의지가 한 데 뒤엉켰다. 각각의 마법보다 훨씬 더 강력한 마나를 머금은 융합마법.
마법사 둘이 만들어낸 ‘바람과 불의 창’이 불 거인을 덮쳤다. 그와 동시에 틴틴의 포문이 열렸다.
콰과광!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이 모든 과정 가운데 김혁진이 사용한 ‘지휘자의 성가’가 작용했다. ‘지휘자의 성가’는 틴틴에게도 적용 되었다.
[크리티컬 샷이 적용되었습니다.]높아진 크리티컬 샷 확률 덕택에 몇몇 공격은 크리티컬 샷 판정을 받았다. 그 사이, 안서희가 ’의지영창’을 완성했다. 안서희 스스로는 의지영창인지 몰랐지만 김혁진은 알았던 의지영창. 무엇인가 교묘하게 뒤틀려있는, 어떤 다른 것에의해 변형이 일어난 듯한 의지영창.
다시 말해 왜곡된 의지영창.
안서희는 스스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대한 기운을 느꼈다. 그 기운은 붉은색이었다. 그 기운과 마치 하나가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살의를 가진 자여.] [내가 명령한다. 영원한 영면으로 돌아가라.]심장이 요동쳤다.
지킨다.
지키기 위해 죽인다.
“숙적필멸결계(宿敵必滅結界)”
적을 반드시 멸하는 결계술사의 사냥 결계.
죽인다.
죽이기 위해 죽는다.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복잡했다. 살고 싶은데 살 수 없고, 지키고 싶은데 도망치고 싶다. 스스로도 무슨 기분인지 모르겠다.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내가 결계를 펼치는 것인지. 결계가 나를 펼치는 것인지.
* * *
나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안서희가 펼친 ‘숙적필멸결계’가 가진 강대한 힘을. 그리고 저 ‘붉은 실’에 담긴 ‘비정상적인 살의(殺意)’를. 아이러니한 것은 저 끈적한 살의 안에 무엇인가를 지키고 싶어하는 커다란 염원과 의지가 담겨져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지키고 싶어서. 그래서 살의를 담는다. 그것이 지금 안서희가 펼친 ‘숙적필멸결계’에 담긴 의지였다.
‘이건…… 비정상적이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붉은 실타래가 불 거인 세 마리를 감쌌다. 작은 구 세개가 만들어졌다. 붉은 실로 만들어진 구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불 거인 세 마리의 몸을 옥죄었다.
‘아무리 안서희라도.’
아무리 결계술사가 미리부터 준비했다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밸런스를 파괴하는 힘이다.
우리는 수호탑 틴틴의 지원과 안서희의 결계를 힘입어, 오랜 시간을 들여 지친 불 거인을 천천히 사냥해야 했다.
‘틴틴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겠지.’
수호탑이 있었기에 그나마 그 정도 전략을 세운 거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틴틴이 없었다 할지라도, 불 거인을 사냥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만큼 이 결계의 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 비정상적인 기운의 증폭.’
이 정도 비정상적인 힘은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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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순교를 각오한 결계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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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희가 죽음을 각오했다는 뜻이다. 왜? 어째서?
‘설마.’
아까 ‘양치기 소년’이 줬던 ‘구슬’이라는 것이 안서희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마약인가. 그랬을 확률이 높다.
안서희의 눈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안서희!”
안서희의 어깨를 잡았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지금 상황이면, 안서희가 무리하지 않아도 불 거인을 사냥할 수 있다. 그런 확신이 든다. 지금의 나는 아직 모든 스탯을 투자하지도 않은 상태이며 초월급 아이템인 이사벨도 꺼내지 않은 상태다.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지금 상태의 불 거인은 이제 사냥할 수 있다.
어깨를 흔들었다. 그런데 안서희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저 ‘죽인다’라는 살의만이 가득할 뿐. ‘불 거인’을 향한 적의만이 타오르고 있을 뿐.
“정신 차려! 이제 그만해도 돼.”
하지만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이제 멈출 수 없다. 안서희의 기운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눈과 귀와 코와 입에서 핏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안서희의 볼을 타고, 목을 타고, 옷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내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시나리오다.
[‘불 거인’을 사냥하였습니다.] [‘불 거인’을 사냥하였습니다.] [‘불 거인’을 사냥하였습니다.]결계술사 안서희가 ‘불 거인’을 사냥했다. 지금 이곳은 수호필드이자 ‘관찰자의 영역’ 안이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 레벨 : 37]순식간에 레벨이 올랐다. 마의 구간임을 감안하면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의 많은 경험치가 들어왔다는 뜻이다.
반짝거리는 아이템이 드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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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거인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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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거인의 목걸이]──────────
그리고 안서희가 털썩 자리에 쓰러졌다. 나는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내가 그렸던 시나리오에서는, 모두가 살아야 했다. 많이 힘들지언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살 수 있었다.
어느덧 안서희가 정신을 차렸다. 안서희가 희미하게 웃었다.
“다 잡은 거죠?”
상태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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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기쁨/안도/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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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상태가 조금씩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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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안도/후련/두려움/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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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냈다는 안도감. 그 이후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스스로를 ‘순교자’로 생각한 안서희의 두려움까지. 그 모든 감정이 절절하게 전해졌다. 이건 아마도 내가 안서희의 교감하고 공감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저번에, 안서희의 어둠을 깊게 느꼈기에. 안서희에게 공감했기 때문에. 그래서 더 정확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안서희의 상태가 시시각각 변했다. 두려웠다가 행복했다가 즐거웠다가 슬펐다가가 계속해서 바뀌었다.
“마지막이니까. 솔직하게 말해도 되죠?”
내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안서희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지키고 싶었어요.”
안서희는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는 듯했다. 내 ‘감각안’이 안서희의 몸에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이건 현대의학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리고 고마웠어요.”
안서희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다.
“세상이 마냥 무섭지 않다는 걸 알려줬잖아요.”
“…….”
선화가 달려와서 안서희를 부둥켜안았다.
“뭐야!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엉엉 울었다.
“피! 피가 나잖아요! 공진훈 아저씨 뭐해요! 빨리 치료해요!”
하지만 공진훈도 알 거다. 안서희는 회복할 수 없다. ‘마약’을 사용한 것 같다. ‘양치기 소년’이 무슨 개수작을 부린 건지 모르겠다.
입술을 깨물었다.
‘내 잘못인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어야 했나. 내가 안전을 도모하고 돌아가는 동안, 수호자들에게 적절한 연출을 보여주는 동안, 이 아이는 죽음을 결심했다. 죽음으로 우리를 지켰다.
안서희가 정말 힘겹게 손을 들어올렸다. 그 손짓이 나를 향하는 것 같았다. 그 손을 잡았다. 안서희의 목소리가 많이 작아졌다.
“떨리지 않네요. 원래 남자 손 잡으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는데.”
여기서의 ‘심장이 뛴다’는 일반적인 두근거린다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남자의 머리카락만 봐도 두려움에 벌벌떨던 아이였으니까.
“고마워요. 안 무섭게 해줘서.”
안서희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이제는 오히려 평온해졌다.
“진짜로 고마워요. 잠깐이지만 진짜로 행복했어요. 진짜 진심이에요.”
안서희의 손이 떨어져 내렸다. 안서희의 숨이 멎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이제 겨우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 10대 어린 여자애다. 보호받아 마땅할 특권을 가진 아이가, 누군가를 보호하다 죽는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그 때. 나는 이상한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인벤토리가 진동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우웅-!
우우웅-!
인벤토리 전체에 지진이 일어난 것 같았다.
‘어……?’
그 동안 잠잠하던 ‘적안(赤眼)’이 미친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마치 원래의 제 주인에게 돌아가고 싶은 듯 말이다.
같은 시각. 기절한 함소현이 작성해놓은 예지서.
-염원을 좇는 자가 포식하며 탐욕에 물든 눈동자가 그곳을 지배하리라.
그 예지서가 저절로 불타 사라지고,
-강력한 염원. 지키려는 의지와 생명이 그곳에 깃들리라.
마지막 예지서만이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