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65)
#재능만렙 플레이어 165화
안서희라는 존재 자체가 가지는 기운. 그 기운과 적안이 가지는 기운. 그 두 가지 기운은 이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해졌다.
적안이 안서희고, 안서희가 적안인 것 같다.
‘불 거인이 세상을 보는 방식으로 본다면.’
불 거인은 불 거인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지금 나 역시 마찬가지다. ‘관찰자의 눈’으로 본 안서희의 기척과 안서희에게 흡수된 적안의 기운은 마치 하나처럼 느껴졌다. 원래부터 하나의 존재 같은 느낌.
[수호탑이 강력한 수호 의지를 받아들일 준비를 완료하였습니다.]그리고 여기서의 ‘수호 의지’란 바로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저것’. 그러니까 안서희와 적안의 기운이 합쳐진 저 기운을 뜻하는 것 같다.
[수호탑주의 승인이 떨어지면 수호 의지를 받아들이는 작업을 시작합니다.]불완전한 수호탑이 완전한 수호탑으로 거듭나는 작업. 그렇지만 내게 그렇게 기쁘지 않은 작업.
[수호 의지를 받아들이는 작업의 성공률은 30퍼센트 미만입니다.]안서희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 눈에는, 안서희가 수호탑 옆에 서 있는 것 같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안서희가 ‘안개화’하여 수호탑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용감한)사냥꾼의 투가(鬪歌)의 효과가 적용된 상태입니다.] [수호 의지를 받아들이는 작업의 성공률이 +40% 적용됩니다.]새로운 무엇인가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수호탑.
수호탑을 감싸고 있는 붉은 기운.
‘받아들인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바로 이것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집중해야 해.’
이것은 마치 강화의 과정과 같았다. 아이템을 강화할 때에는 강화석과 속성 친화가루 등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재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강화와 본질적으로 같아.’
이걸 과연 강화라고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강화의 연장선인 것은 틀림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강화는 플레이어의 재능. 타이밍. 필드의 속성 등 수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지금도 마찬가지.
‘수호탑의 흐름과 적안의 흐름이 일치하는 때.’
타이밍을 정확하게 노려야 했다. 수호탑이 ‘수호 의지’를 받아들이기에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인 타이밍.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시정지의 영역에 들어간 것 같았다.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이 세상에 남은 것은 수호탑과 나. 그리고 안서희의 잔상뿐.
‘지금!’
[수호탑이 수호탑주의 명령을 받들어 ‘수호 의지’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일시정지의 영역처럼 느껴졌던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번쩍!
붉은빛이 폭사 되었다.
솨아아-!
붉은 실이 하늘을 가득 덮었다. 이 곳에 미리 펼쳐져 있던 ‘숙적필멸결계(宿敵必滅結界)’.
불 거인을 잡아먹은 그것이 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셀 수도 없이 많은 가닥의 붉은 실이 세상을 덮었고, 이내 그것은 수호탑을 향해 뻗어 나갔다.
‘붉은 실이…… 수호탑을 덮었다.’
마치 수호탑을 사냥하는 것처럼. 하지만 아까와 같은 ‘살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안서희.’
이후의 일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나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직감했다.
‘안서희는 죽지 않았어.’
안서희는 살아 있다. 예지안이라고 말하기에는 거창하지만, 예지안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수호탑에 ‘수호 의지’가 깃들기 시작합니다.]심장이 쿵쿵댔다. 수호탑을 감싸고 있는 붉은 실 너머.
수호탑의 기운과 적안의 기운이 한데 어우러져 얽히고설키기를 반복했다. 서로를 잡아먹으려는 것처럼.
맹수 두 마리가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부족해.’
부족하다. 사냥꾼의 투가 효과를 힘입어 ‘적안’의 효과가 많이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하다. 무엇인가가 더 필요하다.
허공에 대고 말했다.
“제 수호탑을 최고의 수호탑으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누구 하나를 지목하지는 않았다.
“숏 테이블 던전에서부터 저를 지켜봐 주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때. 분명히 알림을 들었었다.
[‘푸른빛의 결계’가 당신을 주목하기 시작합니다.]‘바람의 신발’ 강화 컨텐츠를 진행할 때. 푸른빛의 결계는 내게 임시 안전지대를 설정해주는 배려를 하기도 했었다. 더 나아가, 나는 ‘푸른빛의 결계’의 큰 호감을 얻어내기까지 했었다.
“저를 많이 도와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위대한 수호자시여.”
푸른빛의 결계가 직접적으로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었다.
[‘푸른빛의 결계’가 당신을 돕기 원합니다.] [‘푸른빛의 결계’가 당신을 향한 강력한 후원의지를 피력합니다.]거기서 끝이 아니었었다.
[‘푸른빛의 결계’가 큰 후원을 약속합니다.]그 ‘약속’을 나는 여기서 언급하기로 했다.
“제 큰 버팀목이 되어 주시는 푸른빛의 결계께서, 제게 큰 후원을 약속하신 적이 있습니다.”
수호자와의 직접 거래. 어지간하면 피하고 싶지만, 그래도 할 때는 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은 나아갈 때다.
“저는 푸른빛의 결계께서 원하시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그럴 자신도 있다. 푸른빛의 결계뿐만 아니라 대다수 수호자들의 유희를 풍족하게 채워줄 자신이 있다.
이번만큼은 정공법으로 가야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수호자에게 빚을 진다는 것. 결코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그렇지만 안서희는 목숨을 걸었다. 빚 정도는 얼마든지 질 수 있다.
솔직하게 말했다.
“지키고 싶습니다.”
예전에 들었던 알림과 같은 알림이 들려왔다. ‘푸른빛의 결계’의 성향을 철저하게 계산하되, 그 안에 진심을 담았다.
[‘푸른빛의 결계’가 당신의 마음을 깊이 이해합니다.]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더했다.
“제가 당신의 보호를 원합니다.”
푸른빛의 결계가 늘상 보내왔던 메시지. 그 메시지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같은 내용. 그리고 다른 진심으로.
[‘푸른빛의 결계’가 당신을 보호하기 원합니다.]* * *
글쎄. 잘은 모르겠다.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에, ’양치기 소년’이 직접적으로 개입했기 때문일까? 그릇된 권능을 사용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푸른빛의 결계’가 나를 정말로 보호하기 원해서일까?
[수호탑에 ‘푸른빛의 가호’가 임하기 시작합니다.]수호탑주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저 ‘푸른빛의 가호’는 수호탑 틴틴과 궁합이 굉장히 좋았다.
붉은 실로 만들어진 구 안에서 서로 부딪치던 ‘수호탑의 기운’과 ‘적안의 기운’이 융합되기 시작했다. ‘푸른빛의 가호’가 중간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과 기름. 둘은 섞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사이에 계면활성제를 넣으면 섞인다. ‘푸른빛의 가호’가 그런 역할인 듯했다.
[수많은 요소가 작용하여 돕습니다.] [수호탑이 ‘수호 의지’를 받아들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순간, 붉은 실이 수호탑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수호탑 틴틴의 머리 위에 ’붉은 눈’이 생겨났다. 수호탑 ’틴틴’의 이름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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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필드를 수호하는 수호탑.
* 성장형 수호탑
* 수호탑주 : 김혁진
* LV: 1
* 특이 사항 :
1) 적안 흡수.
2) 결계술사의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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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말하자면 [수호탑 -틴틴]의 이름이 검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마치 아이템을 강화했을 때 블루등급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마워요.]안서희의 목소리였다.
‘어?’
어디서 그 목소리가 들리나 했더니.
‘수호탑?’
수호탑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 그릇이 필요했대요.]아무래도 ’결계술사의 자아’라는 특이사항이 이걸 뜻하는 것 같다.
[너무 걱정 마세요. 시간이 흘러 수호탑이 성장하게 되면, 제 능력으로 육신을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지금의 안서희는 수호탑에 깃든 정신에 가깝다. 그러나 이후, 수호탑이 성장하게 되면 육체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 같다.
[저, 살았어요.]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과거에도 전혀 없었던 일. 일단 나는 놀란 마음을 숨긴 채, ‘푸른 빛의 결계’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감사합니다. 푸른빛의 결계께서 저를 보호해 주신 덕택에. 그 보호 덕택에 제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이 정도 리액션은 필수다. 사실 세니아가 말만 잘했다면, 세니아가 훨씬 더 좋은 리액션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아직 거기까지는 무…… 어라. 무표정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세니아가 활짝 웃어보이고 있었다.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중계를 하면서 날개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중.
내가 보기엔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어쨌든 제 딴에는 최상의 리액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푸른빛의 결계’가 매우 흡족해합니다.]일단 ‘푸른빛의 결계’는 무엇인가 다른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푸른빛의 결계는 무엇인가를 ‘보호’하는 것을 즐기는 수호자이다보니, 내가 보호를 요청했고 자신이 그 보호 요청에 응답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햄버거 먹고 싶은데. 못 먹겠네요.]내게 말을 이었다.
[얼른 성장시켜주세요. 햄버거 먹고 싶어요.]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안서희가 웃는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이곳 수호필드는 제가 완벽하게 지키고 있을게요. 원래 수호탑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예요.]움직이지는 못해도, 원래 안서희의 육신보다 ’결계술사’에 훨씬 걸맞은 하드웨어를 가지게 됐다나 뭐라나.
[그리고…… 진짜 죄송한데요.]안서희가 조금 어물쩍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호칭 말인데요.]맨날 ‘그쪽’이라 불러댔었다. 나는 안서희를 이해한다. 그래서 다른 호칭을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좀 듣기 싫으실 수도 있는데…… 이게 설정값이라서요.]시스템 알림이 들려왔다.
[퀘스트 ‘수호탑의 맹세’가 진행됩니다.]별로 어려운 퀘스트는 아니었다. 그냥 수호탑-수호탑주의 관계를 명백하게 구성만하면 되는 작업.
[제가, 그러니까…….]안서희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주인님이라고 불러야 설정값 작업이 완료되거든요.]아.
주인님.
뭐냐. 이 괴상하고 께름칙한 호칭은.
지금은 2018년도 11월이다. 한국의 그 누가 ‘주인님’과 같은 괴상한 칭호에 익숙할 수 있단 말인가.
[제가 다른 언어로 표현하고, 다른 단어로 말을 하더라도, 그래도 주인님한테는 주인님이라고 해석되어서 전해질 거예요.]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쉬운 모양이었다. 주인님이라는 말을 술술 잘도 내뱉는다. 나는 듣기 괴로운데.
‘그래도…… 밝아졌네.’
수호탑이 된 지금. 안서희는 조금 더 밝아졌고, 조금 더 내게 마음을 연 것 같다. 나를 훨씬 더 편하게 대했다.
안서희의 목소리.
[제 주인님이 되어주시겠습니까?]내가 속으로 동의하자 시스템의 알림이 이어졌다.
[‘수호탑 – 수호탑주의 주종관계’가 완벽하게 성립되었습니다.] [퀘스트. ‘수호탑의 맹세’가 클리어되었습니다.] [수호탑이 수호탑의 역할에 충실하기 시작합니다.]그래. 뭐, 살아났는데. 호칭이야 아무렴 어떠랴. 원래의 안서희보다 훨씬 밝아진 것 같다. 목소리에서 그게 느껴진다. 안서희가 말했다.
[연서 언니랑 선화한테도 저 잘 있다고 알려주세요. 아직 다른 사람과는 대화할 수가 없어서요.]그건 확실히 전해 줘야겠다. 나중에, 안서희가 다시 제 발로 걸어다닐 수 있는 ‘육신’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선화랑 연서가 많이 기뻐할 것 같다.
[그리고 마상현 아저씨도 그만 울라고 좀 전해 주세요. 제 몸에 콧물 묻어서 싫어요.]신경 못 쓰고 있었는데, 마상현은 수호탑 앞에 쪼그리고 앉아 엉엉 울고 있었다.
저 두꺼운 근육만큼이나 눈이 퉁퉁 부어 있었는데, 눈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코에서는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으허어어엉! 하고 울고 있는 코뿔소가 우는 것 같다.
어쨌든 우리는 ‘불 거인’을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안서희가 또 말했다.
[고마워요.]수호탑-수호탑주의 관계로 얽혀 있어서 그런가. 안서희의 마음이 평소보다 더욱 잘 느껴졌다.
안서희의 저 고맙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평소답지 않게 말을 많이 했다.
[제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게 기뻐요.]그게 진심으로 기쁜 듯했다.
[지키고 싶은 사람이 없는 세상보다, 지금의 세상이 훨씬 밝은 것 같아요. 햄버거 못 먹는 거 빼고.]수호탑의 꼭대기에서 빛나고 있는 ‘붉은 눈’에서 새어 나오는 기운은 더 이상 요사스럽지 않았다. ‘적색귀’의 기운이라고 볼 수 없었다. 무엇인가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기운.
[진짜 고마워요.]나는 안서희의 현재 상태에 대해, 팀원들에게 모두 오픈했다. 현재 이러이러한 상태이고, 나중에는 안서희와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까지.
선화가 수호탑에 볼을 비비면서 말했다.
“우리 같이 꼭 햄버거 먹자, 언니! 내가 돈 많이 벌어서 100개 사줄게!”
그런데 그때. 내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 제대로 찍힌 거 알고 있어요?”
철혈여제 송정희. 아까부터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쪽을 쳐다봤다. 송정희가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제가 지금부터, 당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려드리죠.”
제법 재미있는 이야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