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7)
#재능만렙 플레이어 17화
어렴풋이 알림을 들었다.
[고유능력. ‘감각안(感覺眼)’ 융합에 성공하였습니다.] [고유능력. ‘감각안(感覺眼)’을 각성하였습니다.]내 눈에 세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알림도 들려왔고. 나. 아무래도 살아 있는 것 같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부하러 갔다던 놈이. 공부는 안 하고.”
정말로 퉁명스런 목소리. 누나의 목소리였다. 나 뒷바라지한다고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서 뼈 빠지게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버렸던 바보 같은 누나.
“누나……?”
누나가 몸을 휙 돌렸다. 오늘도 여전히 퉁명스러움. 그 자체다.
“안 죽었음 됐어.”
그리고서 병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소리에 집중해봤다. 튜토리얼 필드를 클리어했다는 것이 꿈이 아닌 듯, 선명한 알림이 들려왔다.
[‘감각안‘(感覺眼)이 활성화된 상태입니다.]‘고유능력. 감각안.’
‘냉정한 관찰자의 눈’과 ‘초감각’이 융합되어 ‘감각안(感覺眼)’이라는 새로운 능력으로 재탄생했다. 튜토리얼 필드의 가장 큰 특전이 아닐까 싶다.
‘감각안이라는 건…….’
10년 전에도 들어본 적 없다. 유수의 랭커들. 그리고 그 랭커들이 자랑하는 수많은 고유 능력들 중에서도 ‘감각안’이라는 것은 없었다. 내 몸에 내재되어 있던 고유 능력. 그것이 개화되었다.
‘일단은 내 감각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주는 건가.’
병실 밖. 작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작은 소리인데도 들렸다. ‘감각안’의 힘인 듯했다. 집중해서 들어봤다.
“뒤질 거면 확 그냥 뒤져버리지, 왜 이렇게 맘고생을 시켜.”
라면서 펑펑 울었다. 병실 문 밖. 쪼그리고 앉아서 울고 있었다. 자기가 우는 모습을 안 들키고 싶어서 일부러 빨리 나간 모양이다. 으헝, 으허허어어엉 하고 울고 있는데 그 소리가 자못 안쓰럽다 못해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모르긴 몰라도 눈물 콧물 다 흘리고 있을 거다.
‘누나야. 미안한데……. 다 들린다.’
감각안 덕분에 다 들린다. 저 정도 작은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것은 둘째 치고,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누나의 저 날 선 목소리를 들으니 실감이 났다.
‘진짜 살아 돌아왔네.’
과거로 돌아왔다. 미래의 지식을 온전히 가지고. 그리고 ‘감각안’이라는 초유의 고유 능력을 가지고서. ‘감각안’은 단순히 기감을 끌어올려 주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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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각성자]이름 : 김아영
나이 : 24
상태 : 안도/기쁨/걱정
성향 : 희생/무뚝뚝/사랑
요약 : 헌신하는 츤데레
+ 비각성자입니다.
+ 성향 및 특징/요약은 대표적인 몇 가지가 드러나며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합니다.
+ 감각안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상세 정보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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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내용이 뭔가 좀 이상한 거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틀린 표현은 아닌 것 같다. 헌신하는 츤데레. 맞긴 맞으니까.
‘누나. 반도체 공장은 이제 안 가도 돼.’
아니 안 가도 되는 게 아니라 안 보낸다. 못난 동생 뒷바라지. 그만해도 된다.
‘호강시켜 줄게.’
모르긴 몰라도 내 재능. 옛날과 같지 않은 건 틀림없다. 마상현보다도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내 눈으로 확인했다. 별다른 일만 없다면, 변수만 없다면 나도 랭커가 될 확률이 농후하다. 그렇게 되면 우리 가족. 잘 먹고 잘사는 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내가 크게 말했다.
“누나! 나 꿀 좀 많이 사다줘! 꿀 먹고 싶다! 왕창!”
바깥에서 울고 있던 누나는 ‘저 븅신이 뭐라는 거야……’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각안이 미세한 소리마저 잡아냈다.
“꿀은 무슨 꿀. 꿀로 쳐맞고 싶나 진짜.”
그렇게 말하면서 어디론가 걸어가는데, 아마 꿀 사러 가는 것 같다. 왕창 사오라고 했으니 진짜 많이 사올 거다.
누나 말고 또 한 명.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그 한 단어 때문에 나도 눈물이 났다.
“울지 마. 아들 안 죽었어.”
엄마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잘난 거 하나 없는, 만년 공시생 아들인데. 그래도 아들은 아들인 모양이다. 옆에는 엄마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나를 끝까지 부축해줬다는, 튜토리얼 필드가 풀리자마자 구급대를 부른 사람이 바로 이 아이. 강선화였다.
“오빠아아아아아!!!”
강선화는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내게 달려와 엉엉 울었다. 조그만 몸으로 나를 와락 끌어안았는데 거추장스럽기 그지없다.
“아이씨. 저리 안 비키냐?”
“다행이에요. 죽은 줄 알았잖아요.”
죽긴 뭘 죽어. 선화는 내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비키라니까 오히려 더 달라붙었다. 진짜로 내가 죽은 줄 알았나 보다. 그게 무서웠나 보다. 얘는 날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뭐 벌써 이렇게 애틋해.
‘서로 생명을 빚지기는 했지만.’
특별한 관계라면 특별한 관계다. 애틋할 만하다. 어쨌든 생사를 같이 넘나들었으니까. 아 물론. 여자로 보인다거나 그런 건 절대로 아니다. 뭐랄까. 그냥 애틋한 조카 같은 느낌이랄까.
“야. 너 땀냄새나.”
떨어질 생각을 않던 선화가 그제서야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제 좀 살겠네.
“어, 어, 어제 샤워했단 말이에요!”
“근데 냄새 나는데?”
“내, 내 냄새 아니거든요!”
“어우. 냄새.”
코를 막았다. 선화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까 누나가 나갔던 그 방향으로. 문을 향해 뛰었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어쨌든.’
뭐가 어찌 됐든. 나는 과거로 돌아왔다. 지금은 ‘현재’가 된 이곳에. 엄마가 있고 누나도 있다. 서로 생명을 빚진 선화도 있다.
‘이번에는 한 번.’
잘 살아보기로 했다.
* * *
‘튜토리얼 종결자’의 칭호를 얻고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마상현은 단박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TV에도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냈으며 튜토리얼의 최강자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한국 최고의 재능을 가졌다고도 소개되었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마상현은 그렇게 대답했다. 사람들은 전부 그게 겸손인 줄 알지만 마상현은 진심이었다.
‘진짜 튜토리얼 종결자는 내가 아냐.’
의식이 흐릿했던 그 순간. 뒷모습을 봤다. 어린 여자애 한 명. 그리고 남자 한 명. 너무 흐릿하게 봐서 정확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확신했다.
‘청계천에서 봤던 그 남자.’
그 남자가 틀림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이 뭐였지?’
통성명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 남자는……. 죽었을까?’
광화문 D타워 2층으로 올라와 다른 이들을 살리려 노력했고, 결국에는 마상현 자신을 살리고 도망친 그 남자. 마법 트롤이 뒤쫓았던 그 남자. 살았을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했다.
마상현은 이렇게 말했다.
-튜토리얼에는 진정한 영웅이 존재했습니다. 저는 그 덕을 봤을 뿐입니다.
딱 거기까지만 말했다. 혹시라도 그가 살아 있다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판단했다. 스스로 나서지 않는데 대신 떠벌리는 것은 오히려 결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살아 있을까?’
물론 그 영웅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모른다.
‘만약 살아 있다면…….’
살아 있다면 그가 생명의 은인이다. 목숨을 빚졌다. 반드시 갚아야 할 은혜를 빚진 거다.
‘어딘가에 살아 있기를 빕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은혜를 갚을 기회. 그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한 달이 흘렀다.
길거리에는 비선공 몬스터이자 일반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사냥할 수 있는 ‘슬라임’이 흔하게 보였다. 동네 어린 애들이 슬라임을 가지고 노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한 달 만에 세상은 몬스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고, ‘플레이어’와 ‘플레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난이도 하.’
당분간은 안전할 거다. ‘던전’ 혹은 ‘게이트’가 아니라면 말이다. 끽해야 ‘도시 여우’나 ‘도시 늑대’ 정도가 모습을 드러내겠지. 물론 도시 여우나 도시 늑대도 꽤 위험하긴 하다. 일반인 기준으로는.
-도시 늑대에 의하여 2명 중상,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매일 같이 도시 여우나 도시 늑대에 의한 사건사고가 벌어졌다. 조건부 비선공 몬스터라,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괜찮은데 굳이 먼저 건드려서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당국은 즉시 경찰을 투입하여 도시 늑대를 제압했으며…….
여우나 늑대는 ‘쉴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너무 초급 몬스터라 그렇다.
‘얼마 후면. 과학 기술력으로는 제압할 수 없는 놈들이 튀어나온다.’
그게 1년 뒤다. 플레이어 협회가 생기고, 플레이어들 간의 길드가 생기고, 세상이 어느 정도 이 ‘시스템’에 익숙해졌을 때. 그때부터 세계가 또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나는 그때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놓을 거고.’
미래의 지식을 최대한 활용할 거다. 과거와는 다르게 살기 위해서. 만년 공시생이 아니라. 떳떳하고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오늘의 날짜. 6월 7일.
‘서울역.’
나는 선화를 데리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시간은 오후 6시. 퇴근 시간대의 서울역은 사람들로 굉장히 붐볐다.
‘서울역 2번 출구.’
2번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이곳에 작은 게이트가 생길 거다. 이 게이트는 ‘서울역 던전’으로 연결되는 게이트다. 등급은 ‘─’으로 표시된다. 다시 말해 등급이 없다는 소리다. 편의상 초보 등급의 던전이라고 얘기한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 저게 뭐야?”
으아악!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자기 2번 출구 쪽에 검붉은 색상의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으니까. 게이트의 크기는 끽해야 2미터가량. 그렇게 큰 게이트는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쪽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혹시 몬스터 튀어나오는 거 아냐?”
사람들은 아직도 종로의 그날. 대격변의 그 시작을 잊지 못했다. 15만 명 중 겨우 5000명이 살아남았던 끔찍한 재앙의 현장. 그때의 충격이 다 가시기도 전에, 이제 겨우 일상으로 복귀하나 했는데 또 괴상한 것이 나타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 정도로 놀라기엔.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해.’
저들도 앞으로는 적응해야 할 거다. 새로운 시스템과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과거의 나처럼.
“가자.”
선화와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게이트는 클릭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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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던전 게이트]서울역 던전으로 향하는 게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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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게이트가 나타난 것 때문인지, 저만치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도 들려왔다. 상황 파악을 위해 경찰들이 오는 것 같았다.
‘경찰들이 오면 귀찮아질 테니까.’
빨리 들어가는 게 좋았다.
[플레이어만이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던전 입장 인원은 최소 7명 이상을 추천합니다.] [레벨 제한 : 10]선화도 나도. 플레이어다. 그리고 레벨도 10을 초과했다.
‘들어간다.’
몇 발자국. 앞으로 움직였다. 순간. 풍경이 변했다.
[서울역 던전에 입장하였습니다.] [채널. #19207이 열렸습니다.] [수호자들이 입장하기 시작합니다.]그리고 그곳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외모. 한 쌍의 날개를 가진 중간관리자. 우리식 표현으로 하면 BJ인 세니아였다.
세니아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입장 인원은 7명 이상을 추천합니다.”
나는 그 말을 무시했다. 한 걸음씩 앞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김혁진 플레이어. 중간 관리자로서 경고합니다. 입장 인원은 7명 이상입니다. 안전지대를 벗어나지 마십시오.”
“어째서?”
“2명이 이 던전을 진행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
“매뉴얼 상 7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플레이하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
아주 약간. 시간을 끌었다. 이 시간에도 세니아의 채널 ‘#19207’에는 수호자들이 입장하고 있을 거다.
‘이 정도면 됐겠지.’
시간을 끈 뒤. 세니아에게 말했다. 아니. 사실은, 저 위에서 우리를 유희삼아 내려다보고 있을 수호자들을 향해 말했다.
“저번에도 말했잖아.”
“무엇을 말입니까?”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보여준다고. 내가.”
그것이 이 세상에 순응하는 방법이라면. 그것이 내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면.
‘보여줄게.’
걸음을 옮겼다.
‘내가 이 세상에 적응하는 방법을.’
그와 동시에 새로운 알림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