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72)
#재능만렙 플레이어 172화
문지기 이성철은 스스로 꽤 근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했다. 방금 무서운 일을 겪기는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문 앞을 막아섰다.
[고유능력. 출입불가(出入不可)를 사용합니다.]게이트나 통로에 사용할 수 있는 이성철의 고유 능력. 자신의 능력을 또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없을 거다.
얼굴은 기억 안 나지만 아까 같은 놈은 이제 없을 거다. 자신했다.
“지나가려면 통행료를 내!”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D타워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과 제각기 따로 살 길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갈렸다.
“어, 얼마나 내면 됩니까?”
“두당 30만 원.”
현금으로 30만 원을 가지고 있던 몇몇이 황급히 지갑을 뒤져 30만 원을 꺼냈다. 또 몇몇은 시체들을 향해 뛰었다. 시체 안을 뒤적거렸다. 시체 안에도 지갑이 있게 마련이었으니까.
“이건 내가 먼저 찜한 거다.”
“좋은 말로 할 때 꺼지지그래?”
생명의 위협 앞에서 사람들은 극도로 예민해졌다. 아주 사소한 자극에도 반응하는 폭탄의 뇌관처럼. 시체 한 구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던 한 남자가 또 다른 남자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좋은 말로 할 때 꺼져라.”
“지금 그게 좋은 말이냐?”
흥분한 둘이 싸움을 시작했고, 그 싸움은 점점 주변으로 확장되어갔다. 그 모든 모습을, 이성철은 흐뭇하게 바라봤다.
‘오늘 하루만 벌써 200만 원을 벌었네.’
이거 참, 좋은 클래스다. 원래 플레이어가 되기 전 그는 한 달에 140만 원을 벌었다. 그런데 하루만에 무려 200만 원을 벌은 거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그런데 그 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을 해댔다.
외국인이었다.
“#^&%^@$#%!$#%^*#$.”
이성철에게는 그저 외계어처럼 들렸다. 투명화되어 있던 중간 관리자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임시적으로 내가 통역을 할게. 뚱땡이.”
중간 관리자는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키가 아주 작고, 걸어다닐 수 있는 나무. 그리고 사람처럼 말하는 나무.
‘중간 관리자?’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다. 겉보기로는 꼬마 나무에 불과할지 몰라도, 중간 관리자의 손짓 한 번이면 플레이어들의 머리통이 터져나가는 게 일상다반사니까.
“알겠습니다.”
[임시적으로 ‘통역 시스템‘이 적용 되었습니다.] [임시적으로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합니다.]외국인 남자가 씨익 웃었다.
“너. 이름이 뭐냐?”
이성철이 인상을 찡그렸다. 다짜고짜 반말이라니. 외국인이라서 그런가. 하기야. 외국에는 존댓말과 반말이 없다고 하니까.
“이성철이다.”
“아. 그래?”
남자가 또 씨익 웃었다. 주먹을 들어 올렸다.
“뭐, 뭐하는…… 크악!”
이성철이 비명을 질렀다. 하늘이 뭉개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
더 이상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고유 능력인 ‘출입불가’도 자신을 지켜주지 못했다.
‘몸이 안 움직…….’
졸렸다. 뭔가 망치에 얻어맞은 것 같은 거대한 충격이 있었고, 아주 잠깐 기절을 한 것 같은데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어느새 그는 누워 있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기야. 이런 쓰레기가 김혁진일 리가 없지. 그렇지, 윌슨?”
“다짜고짜 살인이냐?”
“내가 잘못한 건가?”
“플레이에는 옳고 그름이 없어.”
“그렇지. 재미있느냐, 재미없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그래도 타 서버에서 살인은 자제하는 게 좋아. 그걸 싫어하는 수호자들이 있으니까.”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저런 쓰레기를 보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일반적인 플레이어-중간 관리자의 관계는 아니었다. 아직은 초보 구간.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필요 이상으로 중간 관리자를 어려워하고 있으니까.
“이 안에 김혁진이라는 녀석이 있단 말이지?”
그가 히히- 하고 웃었다.
“죽여도 되나?”
“할 수만 있다면. 아마 힘들걸?”
“하긴. 그건 그래. [백색 사냥꾼]께서 직접 시나리오 퀘스트를 주셨을 정도니까. 앞으로 좋은 콘텐츠를 많이 뽑아낼 수 있을 거야.”
“싸움 잘하면 좋겠다.”
꼬마 나무형 중간관리자 윌슨은 입을 다물고서 자신의 계약 파트너 벨라를 쳐다봤다.
‘네가 죽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아마 죽지는 않을 거다. [백색 사냥꾼]의 보호가 있을 테니까. 윌슨이 말했다.
“지금 안으로 들어갈 건가?”
“물론.”
이탈리아의 플레이어. ‘벨라’가 D타워 정문 앞에 섰다. 곧바로 입장했다.
* * *
벨라가 D타워에 입장하기 몇 분 전.
김혁진은 1층으로 들어온 플레이어들을 외면했다. 그들이 이성철에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들어왔든. 바깥에서 플레이어들이 시체를 뒤져 돈을 마련하고 있든.
그런 얘기들은 김혁진에게 중요한 얘기는 아니었으니까. 그저 이성철의 나쁜 쪽으로의 끈기가 재미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빨 두더지가 나타난다는 것은 알려줬으니까.’
사냥법도 직접 보여줬다. 앞으로의 생존은 저들에게 달렸다.
나는 분명히 이곳에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했었고, 선택은 저들이 했다. 저들은 모두 어른이고 자신이 한 선택에 책임을 져야만 한다. 그 책임의 결과가 비록 죽음이 될지라도 말이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섰다. 저들에게 말했다.
“2층에는 더 위험한 놈들이 있을 겁니다.”
개론에 표기되는 몬스터 종류만 무려 네 종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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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크 전사 : 21마리 (D타워 2층)
* 트롤 : 5마리 (D타워 2층)
* 트롤 병사 : 3마리 (D타워 2층)
* 오크 궁수 : 5마리 (D타워 2층)
──────────
‘날개’ 길드가 올라가 있는데도 클리어하지 못하고 있는 몬스터들.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나는 저들의 보호자가 아니다. 저들을 보호할 의무도 생각도 없다. 앞으로 플레이어들은 계속해서 이 안으로 유입될 거다.
내가 경고했지만, 모든 사람이 내 경고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모든 플레이어들을 도울 수도 없고, 살릴 수도 없다.
“2층으로 가도 좋고. 1층에 남아 있어도 좋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저들의 선택이다. 그래도 2층보다는 1층이 더 안전할 거다.
“1층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저는 2층을 클리어할 겁니다. 그러면 이 시나리오는 종료되겠죠.”
더 정확히 말하자면 ‘3층’을 공략한 뒤에. 숨겨진 스테이지. ‘4급 희귀종 흑색 트롤’이 존재하는 3층을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설명과 배려는 다 했다. 남은 것은 저들의 선택뿐.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2층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2층으로 이동합니다.]2층으로 이동했다.
* * *
광화문 D타워 던전 2층.
나는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발견했다.
에스컬레이터를 등지고 싸우고 있는 사람들. 나와 직선거리로 불과 5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이들.
‘열두 명의 남자들.’
은색 갑옷을 입은 남자들.
‘그리고 한 명의 어린 여자애.’
10대 후반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저 여자애의 이름을 이미 알고 있다. 강철법사(强鐵法師) 김아현. 열두 명의 ‘날개’ 길드원들과 늘 함께 전쟁에 나서는 방어 계열에 특화된 마법사.
‘근데…….’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 저 기사들. 플레이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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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기사(幻影騎士)-LV:31]누군가에 의하여 만들어진 기사입니다. 실체가 없으며 물리적인 공격에 상당한 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작자에 따라 능력치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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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기사라는 것들이 12기가 보였다.
‘날개 길드원들이…… 인간이 아니었다?’
은색 갑옷과 투구를 쓰고 있어서 정확한 생김새는 구별되지 않는다. 그저 갑옷이 걸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
‘인간이 아니라면.’
쌔애액-!
무엇인가 날카로운 것이 날아드는 느낌이 있어 고개를 옆으로 피했다.
‘화살?’
오크 궁수다.
‘느리네.’
영문을 알 길 없지만 지금 ‘환영기사’로 이루어진 ‘날개’가 소녀(김아현)를 보호하며 ‘오크 전사’들과 싸우고 있는 중.
‘트롤 병사들과 오크 궁수들 때문에 애를 좀 먹고 있어.’
트롤 병사를 처리해 주면 밸런스가 너무 ‘날개’ 쪽으로 기운다. 오크 궁수만 없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다. 내가 3층으로 가서 흑색 트롤을 성공적으로 사냥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오크 궁수만 처리해 준다.’
예전에는 그토록 어렵게 느껴졌던 오크 궁수와 오크 전사 무리다. 예전에는 그랬는데. 불과 몇 달이 지나기도 전에 이렇게 쉽게 느껴진다.
‘화살의 궤적이 정확하게 보여.’
너무나 정확하게 보여서 큰 회피 동작이 필요가 없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고 몸을 살짝 트는 것만으로도 화살을 피해낼 수 있었다.
취이익?
오크 궁수 한 마리가 황당한 듯 나를 쳐다봤다.
취이이익!
오크 궁수 네 마리가 나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나를 죽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순간적으로 네 발의 화살이 쏘아졌다. 그 네 발의 화살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이렇게.’
화살과 화살 사이의 공간. 아주 작은 공간. 화살의 사각지대. 그 곳을 찾아 미리 선점했다.
화살을 보고 피한 것이 아니다. 화살에 안전한 자리를 먼저 찾았다. 화살은 알아서 스쳐지나갈 것이다.
‘이거 하나 빼고.’
탁!
잡았다.
손바닥이 얼얼하기는 했는데, 괴로울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것도 되네?’
여유가 있어서 해볼까 싶었는데 진짜로 된다. 화살을 손으로 잡았다. 내가 했지만 진짜 될 줄이야. 해볼까 싶어서 해보면 꼭 된다. 신기하게도.
[특수스킬. 이형환위(移形換位)를 사용합니다.]거리를 좁히고,
“화살을 제대로 쏴야지.”
내게 쏜 화살을 그대로 오크 궁수의 관자놀이에 찔러 넣었다.
푸욱!
날카로운 화살촉이 오크 궁수의 관자놀이를 뚫고 들어갔다.
꿰에에엑!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를 향해 또다시 날아오는 화살. 나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오크 궁수를 살짝 들었다. 무거웠지만 들을만 했다. 방패로 삼기에는 딱 좋은 몸뚱이다.
푸욱!
화살이 오크 궁수를 뚫었다.
놈들만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단도를 꺼내들었다. 배워본 적 없지만 이상하리만치 정확한 단도술을 가지고 있다.
‘거리는 약 7미터.’
이 정도 거리면 충분하다. 단도를 집어던졌다.
푸우욱!
단도가 오크 궁수 한 마리의 눈을 뚫었다. 내 인벤토리에는 단도가 여러 자루 들어 있다. 또다시 던졌다. 연거푸 세 자루를 던졌을 때. 오크 궁수는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
초월급 아이템. [이사벨]을 꺼내들었다. 방패로 썼던 놈의 목을 긋고서, 곧바로 거리를 좁혀 바닥에 쓰러진 놈의 뒤통수에 이사벨을 꽂아넣었다.
[오크 궁수를 사냥하였습니다.]경험치도 아이템도 별 볼일 없다. 그렇지만 나는 실감했다.
‘나 진짜로…… 많이 컸구나.’
전에는 그렇게 어렵게 느껴졌었는데. 성장이 체감되는 느낌. 내가 나의 성장을 몸으로 느끼는 느낌. 이 성취감.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 좋다. 이 ‘플레이‘라는 것이 내게 굉장한 희열로 다가왔다.
‘그러면…… 이런 것도 될까?’
굳이 이유를 꼽아보자면 ‘손이 안 가서’ 정도가 되겠지만 나는 활을 써본 적이 없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오크 궁수의 활을 집어들었다. 마지막 남은 놈을 조준했다. 놈 역시 나를 조준하고 있는 중.
서로가 서로를 조준하고 있다. 활 시위를 당겼다.
‘맞출 수 있을까?’
뭐랄까.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이건…….’
경험해 보지 않았지만 경험해 봤다. 내가 직접 한 것이 아니라 나와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수호탑’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해 봤다.
무엇인가를 조준하고 발사하는 것, 그 과정. 이미 경험했다.
‘아.’
깨달음에 가까운 느낌.
‘지금.’
내가 쏘아낼 화살의 궤적이 정확하게 그려졌다.
‘내 목표는 놈의 미간.’
미간을 정확하게 뚫는 것이 목표다. 활시위를 놓았다. 화살이 쏘아졌다. 오크 궁수가 쏘아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활이 쏘아졌다.
‘맞출 수 있다.’
아니. 맞춘다.
푸욱!
화살이 오크 궁수의 미간을 정확하게 뚫었다.
‘진짜 되네?’
처음 해본 건데. 정말로 되어버렸다.
[크리티컬샷!]심지어 단 한 발의 화살로 오크 궁수를 사냥해 버렸다. 크리티컬샷 적용이 되면서 데미지가 증폭된 모양이다.
그런데 그때. 알림이 들려왔다.
[‘유성이 떨어지는 밤’이 당신을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유성이 떨어지는 밤’이 당신을 후원하기 원합니다.]나는 순간, 이곳이 2층이라는 사실. ‘날개’가 오크 전사들을 상대하고 있는 지금. 빨리 3층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사실도 잊었다.
‘유성이…… 떨어지는 밤이라고?’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름의 수호자가 등장했다.
이 수호자가 지금 타이밍에 등장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원래 전체 서버 상위 40% 플레이어의 레벨 평균이 ‘중수’ 구간에 진입해야만 나타나는 수호자인데. 인류가 분류하기로는 ‘2기 수호자’ 정도 되는 수호자가 갑자기?
1기 수호자든, 2기 수호자든. 그런 건 지금 크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정말 중요한 건 다음 알림이었다.
유성이 떨어지는 밤이, 내게 퀘스트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