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78)
#재능만렙 플레이어 178화
마왕이 내게 다가왔다.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체온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왕의 손이 올려져 있다는 것이 눈으로는 보이는데, 촉감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내 귓가에 속삭였다.
“천공(天空)에서 기다리겠다.”
알림이 들려왔다. 알쏭달쏭한 말이 끝이 아니었다.
[선물이 도착하였습니다.] [‘대장장이의 붉은 보석’이 주어졌습니다.]마왕이 내게 선물을 보냈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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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의 붉은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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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마왕이 사라졌다. 나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또 선물을 보냈어.’
도대체 마왕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무조건적인 호의만 보이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내가 아는 마왕이 이 마왕이 맞나. 뿜어내는 압도적인 기운과 힘은 분명히 마왕이 맞는데.
‘도대체…… 모르겠군.’
그리고 또 다른 알림도 들려왔다.
[‘유성이 떨어지는 밤’이 당신의 자질에 크게 만족합니다.]내 궁수로서의 자질을 상당히 높게 평가한 것 같다.
[암화궁(黯火弓)이 회수되었습니다.]암화궁을 다시 가져갔다. 조금 아쉽다. 진짜 제대로 된 활 아이템이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좋은 활을 한 번 구해봐야겠다.
[‘유성이 떨어지는 밤’이 큰 후원을 약속합니다.]우리 큰손께서 미끼를 정확하게 무셨다. 큰손에게 리액션은 필수다.
“제 모자란 그릇을 어여삐 봐주신 것만큼. 최선을 다해 자질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일단은 나의 성장을 위해. 수호자들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이용해야 한다. 유성이 떨어지는 밤은 더없이 좋은 호객님이다.
그런데 그때 한쪽 구석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 맞아. 벨라가 있었지. 벨라는 한쪽 벽면에 거의 구겨지다시피 쓰러져 있는 상태.
“으으…….”
벨라의 맷집은 상상을 초월했다. 거의 머리통이 박살난 것 같았었는데. 정신을 차리는 데 3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 자식. 어디 있어? 개패야 하는데.”
“…….”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저 ‘투지’는 진짜다. 진짜로 마왕과 한판 뜨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나한테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으면서 마왕한테는 투지를 보이고 있다. 알다가도 모를 놈이다.
순간, 요약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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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숙적을 만나, 투지에 불타는 무투가(武鬪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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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적? 투지?’
만나면 1초 컷일 텐데. 1초도 잘 쳐줬다. 0.1초 컷일 텐데. 너 마왕한테 제대로 맞았으면 죽었어.
‘하여튼…… 투지 자체는 좋네.’
뭐 주눅 들어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어쨌든 벨라는 포션 수십 개를 써가면서 몸을 회복했다.
내가 말했다.
“2층으로 간다.”
원래대로면 클리어되고도 남았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클리어가 되지 않았다. 2층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2층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에스컬레이터를 통해 2층으로 이동했다. 2층에 ‘커다란 일’이 벌어져 있지는 않았다. [날개] 길드원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저들은 인간이 아니야.’
12명의 환영기사. 그리고 두 명의 인간. 소환개체? 인형? 뭐라고 해야 맞을까. 나도 정확한 개념은 모르겠다. 저들 중 진짜 인간은 두 명뿐. 한 명의 소년과 한 명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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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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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김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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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으로 미루어 보건대 아마도 남매인 것 같다. 생김새도 비슷하고. 나이는 각각 19살, 18살. 내 지식 속에도 있는 인물들이다.
강철방벽 김동현. 그리고 강철법사 김아현. ‘8영웅들’과도 가끔 비교될 정도의 실력자로 성장하게 된다. 김아현의 경우는 강철법사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었지만 크게 눈에 띄는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가끔 어떤 사람들은 ‘날개의 후광을 입은 전형적인 낙하산 법사’라고 표현하기도 했었다.
‘세상에는 그렇게 알려져 있었는데…….’
사실 ‘날개’에 ‘진짜 플레이어’는 이 둘밖에 없다라.
“정신 차려봐요.”
상태가 위중하지는 않다. 어떤 특수한 힘에 의해 잠자고 있을 뿐이다. 이 힘의 강제력이 사라지면 저절로 깨어날 거다.
다롱이가 내 어깨에서 뛰어내리더니 김동현에게 가까이 다가가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머리에 느낌표를 띄웠다.
“오. 뭔가 있어?”
다롱이가 가슴을 탕탕 쳤다. ‘나만 믿어!’ 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 다롱이는 김동현의 가슴팍 위로 올라가 마치 땅을 파는 것처럼 가슴팍을 마구 헤집었다. 김동현의 옷이 찢어졌다. 저러다 가슴에 상처 나는 거 아냐?
그때 다롱이가 활짝 웃었다. 손에는 커다란 크리스탈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아.’
김동현이 클리어 크리스탈을 얻었는데, 파괴하지 못해서 이곳이 클리어되지 못한 것 같다.
‘왜…… 다 해놓고 마무리를 못했을까?’
나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마왕의 안배.’
마왕. 뭔가 내가 알고 있던, 미래 지식 속 마왕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내가 알고 있는 마왕이었다면 김동현과 김아현은 물론이고 나와 벨라 역시 시체가 되었어야 한다. 어쩌면 이 던전 바깥의 모든 사람이 죽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마왕은 그런 존재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나도 그런 줄 알았고.
‘굳이 이들을 기절시켰어.’
그리고 마왕은 내게 ‘다롱이’라는 펫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나보고 빼내서 클리어하라는 안배인 게 틀림없는데.’
왜 그랬을까?
‘마왕이 어째서. 나를 위해 안배를 남겨놓은 거지?’
모르겠다. 일단 이곳을 클리어하기로 했다. 클리어 크리스탈을 부쉈다. 마침내 이 ‘돌발 시나리오’가 클리어되었다.
원래의 클리어 조건은 ‘24시간 동안 생존’ 혹은 ‘38,122명의 사망’이었다. 그런데 내가 ‘집행관’의 자격을 얻어 새로운 조건을 발현시켰고 그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클리어를 해냈다.
[‘집행관’의 자격이 소멸됩니다.] [생명을 잃은 ‘시나리오 개론’이 소멸됩니다.]돌발 시나리오 클리어에 따라 보상이 주어졌다.
[돌발 시나리오 클리어 보상을 산정합니다.] [3,000 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클리어 보상으로 3,000 코인이 전부다.
‘뭐가 이렇게 짜?’
무려 3만 명이 죽었어야 했던 시나리오 치고 보상이 너무 적은데.
‘내가 재생혈청을 얻어서 그런가?’
시나리오 내에서 플레이어에게 줄 수 있는 보상의 한계치가 정해져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재생혈청’이라는 ‘보물’을 손에 얻게 됨으로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가져갈 수 있는 보상을 모두 깎아먹었다는 얘기.
‘뭐. 괜찮아.’
내가 아니었으면 정말로 3만 명이 죽었을 거다. 그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을 살렸고 나는 ‘재생혈청’이라는 보물을 얻었다. 쓰임새는 알 수 없지만 마왕으로부터 ‘대장장이의 붉은 보석‘이라는 것도 얻었다.
내게 또 다른 알림이 들려왔다.
[숨겨진 시나리오를 클리어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미래 정보’가 주어집니다.] [24시간 뒤, ‘그랑 서울 던전’이 오픈됩니다.]드디어 그랑 서울 던전이 오픈된단다. 한국 서버에서 플레이하는 이들이라면, 중수구간으로 진입하기 위해 무조건 클리어해야 하는 던전.
그런데 알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랑 서울 던전’의 ‘히든 피스’ 정보를 제공합니다.]벨라가 가지고 있던 정보와 일치하는 내용.
‘저 멀리. 이탈리아 서버의 플레이어가……. 여기 한국 서버의 히든피스 정보를 가지고 있다라.’
이탈리아의 벨라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탐험가 잭슨도 지금 한국에 있다. 이 시기의 한국에, 내가 모르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과거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면…….’
여태까지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에 ‘나’라는 퍼즐 조각을 빼버리면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내가 말했다.
“그랑서울 던전의 지도 한 조각이 제게 주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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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서울 던전의 지도 한 조각]그랑 서울 던전의 히든피스 정보가 담긴 지도입니다. 이 지도를 가진 자에 한하여 히든피스를 활성화 시킬 수 있습니다. 이 지도는 총 두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조각이 더 있어야 활성화가 가능합니다.
*다른 한 조각은 이탈리아 서버의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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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 어느 서버의 플레이어에게 주어졌는지도 알려줬다.
“벨라. 네가 지도 한 조각을 가지고 있겠군.”
“맞아. 근데 어떻게 알았냐?”
“방금 나도 얻었으니까.”
이탈리아에서 여기까지 날아왔고 나를 만났다. ‘돌발 시나리오’를 통해 나와 만났고 우리 둘은 지도를 완성시켰다. 벨라가 내게 지도를 내밀었다.
“지도 두 조각이 있어야 완벽한 하나가 되는 거지? 자. 이거 가져가서 어떻게든 해봐.”
“…….”
벨라는 내 뭘 믿고 지도를 스스럼없이 내줄까. 쟤 진짜 바보인가.
“사람을 잘 믿는 성격이네.”
“아무나 잘 믿지는 않는데?”
누가 봐도 아무나 잘 믿는데?
“나 이래봬도 합리적인 의심 잘하는 사람이야.”
“누가 그래?”
“있어. 내 소꿉친구.”
소꿉친구 페드로. 이탈리아의 유명한 명인이자 유튜버를 말하는 거다. 일단 벨라 말에는 동의해 줬다. 일단 지도를 받아 들었다.
그때, 정신을 차린 김아현이 쭈뼛쭈뼛 다가와 내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뭘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김아현이 김동현의 등을 툭툭 쳤다.
“오빠. 뭐해?”
“아, 아…….”
김동현도 쭈뼛거리면서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강철방벽 김동현. 그리고 강철법사 김아현. 이 둘에게 은혜를 입혀놓는 것은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이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워놓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보답으로 돌아올 거다. 이를테면 ‘상암 월드컵 경기장 던전’같이 높은 방어력과 체력이 필요한 곳에서.
내가 물었다.
“왜 기절해 있었죠?”
“그것이…….”
김동현이 머뭇거리자 김아현이 답답하다는 듯 나섰다.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눈앞이 번쩍하더니 그 이후로 기억이 없어요.”
내가 알고 있는 김동현, 김아현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이후 대외적인 활동은 대부분 김동현이 맡아서 하고, 김아현은 거의 신비에 가려져 있는 법사 플레이어였는데. 지금보니 김동현보다 김아현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동생한테 잡혀 사는 것 같은데.’
그런 것 같은데 이후에는 김동현이 대외적 리더를 맡는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김동현과 김아현을 제외한 다른 기사들은 뒤에 가만히 서 있는 중.
‘모두 플레이어로 소문이 나 있었는데…….’
모르는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다. 참 많은 것을 공부하고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공부했던 세상과 경험하는 세상이 많이 다르다.
[돌발 시나리오가 완전히 종료됩니다.] [D타워 던전이 ‘튜토리얼 빌딩’으로 전환됩니다.]시나리오는 클리어되었다. 잠시 D타워 던전이 되었던 이곳은 원래의 역할을 하는 초보자들의 튜토리얼 빌딩으로 변했다.
‘얘네한테 마왕의 정보를 더 얻는 건 힘들어 보이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이곳은 튜토리얼 빌딩으로 전환되었다.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1층과 2층이 연결된 상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이빨 두더지의 사냥법을 직접 보여줬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죽은 모양이다. 나는 할 만큼 했다.
인지부조화를 써가며 충분한 경고도 했다. 저들의 죽음은 저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값이다. 내 경고를 듣지 않은 책임값.
그때, ‘환영기사’의 주인. 김아현이 마왕과 관련하여 묘한 말을 꺼냈다.
“그런데…… 사람 같지 않았어요.”
김아현이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