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8)
#재능만렙 플레이어 18화
10. 나이트메어 혹은 악몽
[‘속삭이는 악마’가 당신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저울의 아낙네. 무명의 관찰자와 더불어 ‘속삭이는 악마’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단다.
‘누구지?’
기억에는 없는 이름이지만 뭐랄까. 딱 꼬집어 표현하기 애매한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잘 모르겠어.’
어차피 내가 모든 수호자를 다 아는 건 아니다. 일단은 한 수호자의 관심을 받았다는 것 자체는 꽤 좋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어떻게 컨트롤하느냐.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이득의 여부가 결정될 테니까.
‘많은 수호자들이 접속했겠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많은 수호자들도 아마 이 채널 ‘#19207’을 보고 있을 거다. 서울역 던전에 입장한 플레이어가 나랑 선화밖에 없으니까. 우리에게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감각안’(感覺眼)이 활성화된 상태입니다.]감각안을 통해 내게 정보들이 전송되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선화가 내게 물었다.
“여기가…… 던전이에요?”
서울역 던전은 대체적으로 어두웠다. 어두운 동굴 같은 느낌. 상당히 습했고 꽤 추웠다.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튜브로 봤던 거랑 똑같네.’
이 던전은 앞으로 수많은 플레이어가 드나들며 경험을 쌓게 되는, 진정한 의미의 ‘튜토리얼 던전’이 될 거다. 나는 선화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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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이름 : 강선화
나이 : 14
레벨 : 15
클래스 : –
수호자 : –
상태 : 외로움/두려움/신뢰/의지
성향 : 중립/호기심
요약 : 미약한 브라더 콤플렉스
+ 클래스가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 수호자가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 성향 및 특징/요약은 대표적인 몇 가지가 드러나며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합니다.
+ 감각안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상세 정보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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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식 웃었다.
‘벌써 레벨 15야?’
뭔가 이상한 특징이 보이는 거 같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어째. 누나나 선화나. 딱 보기에 그렇게 정상적인 ‘요약’을 가진 것 같지는 않다.
‘잘 키웠네. 저 정도면.’
한국에 끽해야 슬라임, 도시 여우, 도시 늑대 정도의 몬스터들만 풀렸는데 레벨을 15까지 올렸다는 건 나름대로 열심히 플레이를 진행했다는 소리다. 저레벨 몬스터들을 잡아서 이 정도 올렸으면 잘 올린 거다.
선화에게 말했다.
“내가 미리 얘기했던 거. 다 기억나지?”
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먼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BJ 세니아는 반투명 상태로 나를 따라왔다. 무표정이라서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탐탁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질 좋은 콘텐츠’라 할 수 있는 내가 여기서 죽어버리는 건 아닌가. 그걸 걱정하는 것 같다.
‘나를 걱정하는 건 아니지.’
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나라는 상품을 걱정하는 거지.’
세니아를 신경 써줄 필요는 없다. 어차피 나도 죽을 생각이 없다. 나라는 상품을 어떻게 더 잘 팔 수 있을지. 그것을 고민하고 있을 뿐.
‘7개의 갈림길.’
7개의 갈림길. 각각의 갈림길을 지날 때마다, 그곳이 활성화된다. 서울역 던전은 던전의 ‘총합 난이도’가 정해져 있는 던전이다. 7갈래 길이 활성화되면, 위험도도 7갈래로 나뉘어진다. 쉽게 말해 ‘7’의 난이도를 ‘7명’에서 ‘7개의 길’로 나뉘어져 진행하면 각각 ‘1’의 난이도만 부담하면 된다는 소리다.
‘반대로 하나의 길만 선택하면.’
하나의 길에 ‘7’의 난이도가 집중된다. 원래대로라면 그렇다. 평범하게 플레이하면. 하지만 서울역 던전은 수많은 플레이어에 의해 공략되었고, 이 안에 히든 피스까지도 개방이 된 상태.
“오빠. 저기 갈림길이 보여요.”
7개의 동굴이 보였다.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뱀 같았다.
“여기서 기다려.”
[‘저울의 아낙네’가 당신을 흥미롭게 지켜봅니다.] [‘속삭이는 악마’가 당신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표합니다.]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을 진지하게 관찰합니다.]나는 가장 왼쪽. 첫 번째 동굴에 들어섰다. 그와 동시에 동굴 바닥에 황금빛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서울역 던전 1번 갈림길. ‘네파라스의 길’이 활성화됩니다.]그리고서 바로 빠져나왔다. 다음 길도 마찬가지다.
[서울역 던전 2번 갈림길. ‘듀고의 길’이 활성화됩니다.] [서울역 던전 3번 갈림길. ‘데란샤의 길’이 활성화됩니다.]…….
…….
[서울역 던전 7번 갈림길. ‘락키툴라의 길’이 활성화됩니다.]모든 길을 활성화시켰다. 활성화만 시키면 된다. 앞으로 전진만이 능사는 아니다. 전진과 후퇴. 필요하다면 옆구르기도 해야 한다. 갈림길들은 입장과 퇴장이 자유로운 길이다. 모든 길을 ‘동시 클리어’ 해야 하는 조건이 걸린 것도 아니다. 이런 방식의 클리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제 모든 길의 난이도는 ‘1’로 조정 됐다. 나는 1번 갈림길. ‘네파라스의 길’ 앞에 섰다.
“가자.”
* * *
마상현은 이 ‘플레이’라는 것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튜토리얼 필드가 나타났고, 세계에는 ‘중간 관리자‘와 ‘수호자’가 등장했으며, 또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그는 과감하게도, 이미 합격하여 출근하기로 되어 있던 금융회사에 다니지 않기로 했다. ‘플레이’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그의 선택을 비웃기도 했다. 안정적이고 연봉 높은 회사를 왜 가지도 않고 포기하느냐, 욕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마상현은 미래를 봤다.
‘역시…… 계속해서 이어져.’
약한 몬스터가 있으면 강한 몬스터도 있다. 강한 몬스터는 좀 더 좋은 아이템을 드랍할 거다. 지금 슬라임이나 도시 여우, 늑대들만 잡아도 ‘철검’이나 ‘저급 체력 포션’ 같은 것들이 드랍 된다.
‘그것들만 해도 꽤 효과가 좋지.’
이것은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저급 치료 포션’ 같은 경우는, 어지간한 외과약보다 훨씬 뛰어난 효능을 자랑한다. 레벨 10도 안 되는 허접한 몬스터들에게서 이런 것들이 나온다. 그렇다면 더 강력한 몬스터들에게서는?
당연히 훨씬 좋은 것들이 드랍될 거다. 세계는 변화를 맞이했고, 자신은 그 변화에 발 맞추어 가기로 했다. 변해 버린 세계에 빠르게 적응하기로 했다. 그것이 마상현의 선택이었다.
‘저건 던전.’
서울역 2번 출구. 던전이다. 마상현을 중점적으로 중계하는 중간 관리자. ‘넵튠’이 낄낄대고 웃었다.
“저긴 최소 7명 이상이 필요해. 음. 이미 두 명 들어가 있으니까 4명만 더 모으면 되겠네.”
몇몇 플레이어들이 다가왔다. 튜토리얼 필드의 생존자들인 듯했다. 그 사이. 몇몇 정보들이 세상에 더 뿌려졌다. 이 정보들은 ‘중간 관리자‘들을 통해서 전해졌다.
[던전이 생성되고 일정 시간 내에 클리어하지 않으면 던전은 붕괴한다.] [붕괴된 던전에서는 몬스터들이 뛰쳐나온다.] [그것을 ‘던전 브레이크’라고 한다.]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는 것은 ‘플레이어의 자격을 갖춘 자’이다.]경찰들이 서울역 2번 출구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일단 위험한 것일지도 모르니 통제하는 것은 당연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발이 지면으로부터 30cm 정도 떨어져 있었다. 걷기는 걷는데, 땅에서 떨어져서 걸었다. 인간은 확실히 아니었다.
“거참. 귀찮게 하네.”
머리에 뿔 하나가 달린, 푸른색 피부를 가진 생명체 하나가 귀찮다는 듯 중얼거리고서 경찰들에게 다가갔다.
“너희가 내 밥벌이 책임질 거니? 왜 내 방송을 막아?”
그는 손으로 경찰 한 명의 목을 잡아 올렸다.
“크, 크극! 놔, 놔라!”
동료 경찰관 하나가 황급히 테이저건을 꺼내 들었다.
“노, 놓지 않으면 즉시 발포하겠다!”
그 말에 그 ‘괴생명체’가 히죽 웃었다. 목을 두 바퀴나 기괴하게 꺾어서 테이저건을 겨누고 있는 경찰을 쳐다봤다.
“쏴봐.”
그와 동시에 우둑! 경찰의 목뼈가 부러졌다. 그에게 멱살잡혀 있던 경찰관이 순식간에 사망했다. 몰려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벌레들이 참. 시끄럽네.”
그의 손가락에 빨간 구슬들이 생성되었다. 허공에 그 구슬을 뿌렸다. 구슬을 마치 탱탱볼처럼 이리저리 튀어다녔다. 그 구슬에 닿은 수많은 사람들의 옷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왜 남의 일을 방해해? 벌레들아.”
테이저건을 겨누던 경찰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몸이 불타기 시작했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살려 달라 외쳤다.
서울역. 2번 출구 앞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적어도 수십 명의 사람이 그 자리에서 불타 죽었다. 또 수많은 이들이 서로를 밀치고 서로를 짓밟으며 도망쳤다. 이제 주변에 남은 사람이라곤 플레이어와 중간관리자 둘뿐.
“자. 이제 그럼 플레이를 시작해 보실까, 플레이어 놈들아.”
마상현은 도망치지 않았다. 대격변의 종로에서도 살아남았던 마상현이다. 이 정도 소란에는 익숙했다. 남몰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 중간 관리자. 이름을 알고 있다. 중간 관리자. ‘크리스‘다. 그리고 크리스와 함께하는 플레이어의 이름도 안다.
‘서주환.’
튜토리얼 필드에서 잠깐 마주쳤던 적이 있다. 그때. 서주환은 고블린을 사냥하고 있었는데 미친 놈인줄 알았다. 살육을 즐기던 모습. 피칠갑을 하고서 낄낄대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서주환과 크리스. 서로 잘 어울리는 플레이어와 중간관리자라 할 수 있었다.
서주환이 눈인사를 보냈다.
“여기서 보네요. 튜토리얼 종결자씨.”
튜토리얼 필드에서 마상현을 따랐던 무리는 다 죽었다. 그렇지만 서주환을 따랐던 무리는 5명이나 살아남았다. 이곳에 모인 플레이어는 7명이 됐다.
서주환 뒤의 남자가 어깨를 으쓱하고서 말했다.
“역시 튜토리얼 종결자쯤 되니까. 돈 냄새를 맡은 거죠. 앞으로 던전과 몬스터는 세계를 바꾸어놓을 테니까.”
“…….”
이 자리에서 경찰이 죽었지만 플레이어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이미 경험한 세계였으니까. 14만 명이 죽던 그 현장에 그들도 있었으니까.
마상현은 잠시 생각했다. 자신의 중간 관리자인 ‘넵튠’도 7명이 함께 하는 것을 추천했다.
‘선택지가 없나?’
마상현은 저들과 그다지 엮이고 싶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저들은 튜토리얼 필드의 생존자들이고, 꽤 큰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던전 클리어에 분명 도움이 될 거다.
마상현이 말했다.
“파티 맺고 들어가시죠.”
* * *
강선화는 아직, 김혁진만큼 플레이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오, 오빠. 쟤네 너무 커요. 너무 센 거 아니에요?”
“걱정마. 겉으로 봤을 때만 세 보여.”
온몸이 검은색인 ‘소’ 형태의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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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 -LV.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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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는 커다란 덩치와 힘을 가진 동물계 몬스터다. 흥분하면 앞으로 달려가며 상대를 들이받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공격은 더 상위 레벨의 플레이어도 단숨에 절명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음머어어어어!!!
블랙야크 세 마리가 김혁진을 향해 내달렸다.
김혁진은 몸을 옆으로 살짝 피한 뒤, 철검으로 블랙야크의 뿔 하나를 잘라냈다. 그와 동시에 동굴 옆면을 차올라 블랙야크 한 마리의 등에 올라탔다.
음머어어!
블랙야크가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김혁진은 떨어지지 않았다. 양 발에 힘을 꽉 주고서 검을 들어 올렸다가 내리찍었다.
푸욱-!
철검이 블랙 야크의 정수리에 그대로 꽂혔다. 블랙야크가 풀썩, 쓰러졌고 김혁진이 그 뿔을 잘라냈다.
“헐?”
강선화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두, 두 마리를 한 번에.’
모든 동작이 하나의 동작처럼 자연스러웠다. 두 마리의 블랙야크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폴짝.
쓰러진 블랙야크의 시체 위에서 가볍게 뛰어내린 김혁진이, 돌진을 멈추고 제자리에 멈춰선 블랙야크를 향해 몸을 내던졌다. 마치 물찬 제비와도 같이 빠른 움직임.
서걱.
또 하나의 뿔이 잘렸다.
[블랙야크를 사냥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12COIN을 획득하였습니다.]강선화가 떨떠름해하면서 물었다.
“오빠. 근데…… 지금 오빠가 하는 거요.”
조금 이상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무슨 뜻이야?”
“저도 밖에서 플레이하면서 느꼈는데, 오빠같이 움직이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서요. 튜토리얼 생존자들도 봤는데……. 오빠 같은 사람은 없었어요.”
“그래?”
유튜브로는 많이 봤었는데. 김혁진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래봤자 전직도 못한 저렙이다. 저렙이 잘 움직여 봐야 얼마나 잘 움직이겠는가. 미래의 지식으로 본 자신의 움직임은 그냥 그런 그 정도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하는 거예요?”
직접 두 눈으로 봤지만 사람같지가 않다. 플레이를 위해 태어난 맹수 같다고나 할까. 14살. 강선화의 눈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글쎄.”
김혁진은 세니아를 힐끗 쳐다봤다. 자신의 말이 수호자들에게도 중계될 것을 안다.
“열심히 하면 돼.”
“열심히요?”
“어. 후회하기 싫은 만큼 열심히.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김혁진의 말은 진심이었다. 이제는 후회하고 싶지 않다. 이번에는 다르게 살고 싶다. 김혁진의 말은 분명히 진담이었다. 그렇지만 강선화의 눈에 처음으로 의심의 빛이 서렸다. 정말 노력으로 된다고요? 오빠처럼 하는 게?
14살의 어린 강선화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잠깐 김혁진을 의심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기본적으로 김혁진을 전폭적으로 믿었다.
‘나도……!’
김혁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마어마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방금 김혁진의 말에서 ‘어른의 무게감’을 느꼈다. 후회하기 싫은 만큼 열심히. 그 말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무게감만큼, 신뢰감도 가득했다.
‘노력할 거야.’
노력하면 저 오빠처럼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희망같은 게 생겼다. 꿈을 꾸었다. 김혁진과 강선화는 사냥을 이어갔다.
얼마 후.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드디어 나왔네.’
무엇인가가 드랍되었다. 드랍된 ‘그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템이었다. 김혁진이 찾던 아이템이었다.
“오빠. 그게 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