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82)
#재능만렙 플레이어 182화
한 번 빈틈이 보이니 계속해서 보인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명인’ 페드로에게 서브 직업이 존재했다. 레벨이 겨우 30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서브 직업을 가지고 있는 걸까.
‘이레귤러.’
전생에서는 한 번 만나보기도 힘든 이레귤러를 벌써 몇 번이나 보고 있다. 사는 세상이 달라지니 만나는 사람도 달라져서인가. 과거에는 꿈에서도 못 볼 부류의 인간들인데, 이제는 너무나 평범하게 느껴진다.
‘송기영 회장이 그 나이에 플레이어로 각성하여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것부터 해서.’
지금은 수호탑과 함께하고 있는 적색귀 안서희. 거기에 ‘도적’ 직업을 가지고 있는 명인이라니. 세상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들. 그 희귀한 사실들이 이제는 내게 일상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상남자 성애자 페드로가 여자라는 사실이다.
‘여자라는 건 딱히 중요한 건 아닌데.’
그건 내게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다. 얘가 여자든 남자든. 심지어 중성이든 뭐든 나랑은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도적이라니. 명인과 도적,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뭐가 됐든 패가 하나 더 생겼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페드로가 말했다.
“뭔가 음흉한 것을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만?”
“음흉한 거요? 구체적으로 뭘요?”
“뭔가 사악한 느낌의 웃음이었습니다.”
사악하다니. 그저 나는 네가 숨기고 있는 패를 어떻게 잘 활용하여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뿐이라고.
“전혀 아닙니다. 상남자를 상대로 음흉한 생각을 할 리 없지 않습니까?”
페드로는 쉽게 납득했다.
“그건 그렇습니다. 상남자들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법이죠.”
아닙니다. 남자들도 말해야 통합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상남자’는 아마 현실에는 딱히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일 겁니다,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쨌든 우리는 나보나 광장에 도착했고 그곳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분수 앞으로 이동했다.
‘플레이어들이 꽤 많네.’
세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혁진 플레이어. 이것을 선물하겠습니다. 원활한 플레이를 위하여 한 수호자께서 지원하셨습니다.”
내게 ‘통역 구슬’을 선물해 줬다.
‘잘됐다.’
편하네. 역시 플레이를 잘하고 볼 일이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중간 관리자?”
“저렇게 아름다운 중간 관리자가 있었어?”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이쪽에 집중했다. 세니아의 외모 때문이다.
“세상에나……”
아름답다든가, 고결하다든가, 한 떨기의 백합꽃 같다든가. 하여튼 그런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세니아. 비가시화 상태로 전환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네가 있으면 너무 집중이 돼. 이목이 지나치게 쏠려.”
“왜 그렇습니까?”
“그야…….”
세니아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내 착각이겠지? 착각이 맞을 거다. 다시 보니 세니아의 표정은 여전히 얼음장이다. 역시 무표정의 대명사 세니아답다.
그런데 오늘따라 약간 집요하게 묻는다.
“왜 사람들이 저에게 집중합니까?”
“…….”
“김혁진 플레이어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네가 지나치게 예쁘니까 그렇지. 쓸데없이 너무 예뻐서.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거냐, 너는.
“그야. 네가 특이하게 생겼잖아.”
세니아의 날개가 아주 잠깐 파르르 떨렸다.
“특이하게 생겼습니까?”
“날개 달렸잖아.”
“그게 특이합니까? 저기 윌슨은 나무 형태입니다만. 그게 더 특이하지 않습니까?”
오늘따라 유독 기분 나빠하는 것 같은 건 내 착각인가.
“하여튼. 플레이에 방해돼.”
넌 지나치게 이목을 잡아끄는 외모라고.
“특이하게 생긴 저는 비가시화 상태로 전환하겠습니다.”
평소처럼 무뚝뚝한 말투이긴 한데, 오늘은 유독 더 무뚝뚝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뭐, 세니아의 무뚝뚝함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신경 쓰지는 않기로 했다.
‘어디 보자.’
이탈리아 서버는 한국 서버와 비교해서 전투 플레이어의 역량은 떨어지는 편이다. 과거의 기준으로는 그랬다.
‘지금은…… 한국과 비등비등한 수준인가.’
나 때문에 한국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하향 평준화된 것은 사실이다. 위기의식도 덜 느끼는 편이고.
‘그래도 한국 플레이어들의 전투력이 좀 더 높은 거 같기는 하네.’
관찰자의 눈으로 여기저기를 관찰했다. 관찰의 결과, 그래도 여전히 한국 플레이어들의 전투력이 이탈리아 플레이어들의 전투력보다는 높은 축이었다. 평균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장인이나 제작 계열 클래스들은…….’
차이가 많이 날 거다. 이탈리아 서버는 원래 그쪽 계열 플레이어들의 성장이 높은 축이니까. 서버 자체의 대략적인 파악은 끝났다.
‘그런데…….’
분수 앞을, 한 플레이어 무리가 점령하고 있었다. 나는 저 중 한 명을 알고 있다.
‘이름이 뭐더라?’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랭커는 아니었으니까. 얼굴만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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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베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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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베라토. 지독히 유명한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유튜버로서 활동했던 플레이어.
‘한국인들을 몇 번이나 폭행해서 공분을 샀었지.’
그리고 또 유명한 것은,
‘이성철과 비슷한 클래스.’
문지기 이성철과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라는 거다. ‘입구’ 형태의 설정값을 가진 곳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플레이어.
그런데 저쪽에서 이쪽을 발견했다.
‘적의?’
갑자기 적의를 느낀다?
‘나한테는 아니야.’
나한테 적의를 느끼고 있는 게 아니다. 적의의 방향은 벨라를 향하고 있었다.
“벨라. 혹시 저 사람을 압니까?”
“누구요?”
“분수 앞을 점거하고 있는 플레이어 중 한 명.”
벨라는 유심히 저쪽을 살폈다.
“아뇨?”
“저기 가운데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남자, 몰라요?”
“전혀 기억에 없는데요?”
“그렇군요.”
전혀 기억이 없다라. 그때, 윌슨이 모습을 드러냈다.
“벨라, 14일 전 네게 두들겨 맞았던 놈이다. 빈사 직전까지 갔었다.”
“그래? 왜?”
때린 놈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게이트 앞에서 꼬장을 피우다가 얻어맞았지.”
“아……!”
벨라가 떠올린 듯했다.
“걔는 한국인이었는데? 그리고 죽었잖아?”
윌슨의 이마에 붙은 초록색 나뭇잎이 떨렸다. 윌슨은 황급히 그 나뭇잎을 손으로 잡았다.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매우 조심하는 모양새였다.
“그건 다른 놈이고.”
“엥?”
“거긴 한국 서버였어.”
벨라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뭐…… 벨라는 원래 적이 많았지.’
그 화끈한 성격 덕택에 팬도 많았지만, 적도 많았다. 아마 베라토는 벨라의 적들 중 한 명이겠지.
‘편하게 이동하기는 힘들겠어.’
일단 분수 앞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저들이 분수에 게이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이탈리아 서버에서도 제작 계열 클래스의 플레이어들만 알음알음 알고 있을 텐데.
이성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게이트의 냄새를 맡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접근하지 마라.”
베라토의 목소리였다.
“더 이상 접근하면 죽여 버린다.”
으르렁대는 목소리.
“저한테 말한 겁니까?”
“그래, 너.”
아까 벨라에게 향했던 적의는 이제 나를 향하고 있다. 나는 베라토가 왜 저러는지 알 것 같다.
‘수호자를 의식하고 있는 거 같네.’
그리고 저놈을 전폭적으로 후원하는 수호자는 아마도 인종차별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겠지.
“노란 원숭이 주제에 어디 더러운 숨을 쉬어?”
일부러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내가 말했다.
“그렇게 극단적인 성향의 플레이는 다수의 수호자들을 사로잡기 힘듭니다.”
“뭐라는 거야, 원숭이 놈이……!”
벨라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벨라에게 정말 심하게 얻어맞은 모양이다. 벨라가 말했다.
“너 혹시 나한테 맞은 적 있냐?”
“…….”
베라토가 순간 움찔했다. 아주 미약한 분노가 피어올랐지만 이내 분노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도대체 애를 얼마나 쥐어팬 거냐.
“오늘 또 맞아야겠다.”
“헛소리……!”
베라토는 두려운 가운데 소리를 질렀다.
‘게이트 앞에서 더 강해지는 놈이니까.’
분수 자체가 하나의 게이트다. 특별한 조건을 만족시켜 저 게이트를 활성화시키면 ‘드워프의 숲’으로 이동이 가능할 거다.
베라토의 표정에 자신감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뭐, 지원이라도 받았나 보지.’
나는 베라토와 싸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여기서 시간을 많이 버릴 생각도 없다.
“여기에 게이트가 있다는 걸 알고 점거한 거겠지만, 우린 여길 이동해야겠습니다.”
“원숭이는 닥쳐. 어디 인간들이 말을 하는데 원숭이 따위가 끼어들어.”
벨라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윌슨. 나 쟤 죽인다?”
내가 그 앞을 가로막았다.
“살인은 안 됩니다.”
아까 내가 했던 말과 일맥상통하는 거다. 극단적인 성향의 수호자들은 저놈을 죽이는 걸 좋아할 거다.
그렇지만 대다수 중도적인 성향의 수호자들은 이 정도의 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플레이다. 대성하기 위해서는,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살인은 아니지.’
그래도 살인은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주환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불필요한 살인은 지양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원숭이는 못 지나가고. 너희는 지나가려면 코인을 내놔.”
“…….”
“아 참. 원숭이가 지나가려면 1만 코인 주면 되고. 너희는 7천 코인.”
페드로는 베라토를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원래 5천 코인이었잖아.”
“그건 그거고. 오늘 가격 올렸어.”
벨라가 내게 말했다.
“그냥 죽이면 편할 텐데.”
내가 한 발자국 앞으로 움직였다. 게이트에서 미약한 권능이 느껴졌다.
분수에서 물줄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물줄기가 ‘창’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원숭이는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물로 이루어진 창이 내게 쏘아졌다. 피하지 않았다. 그냥 맞아줬다.
치이이익-!
내게 닿은 창은 순식간에 기화되어 사라져 버렸다. 내 안의 화기(火氣)가 저 창이 가진 수기(水氣)보다 훨씬 강력해서 그렇다.
“실력에 꽤 자신 있어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양치기의 소년’이 만들어낸 그릇된 권능과 ‘노란 부적 게이트’의 그릇된 권능을 부순 적이 있다. 그것에 비하면 저 정도의 권능을 부수는 건 일도 아니다.
“네가 하는 플레이가 룰에 어긋나는 건 아니야.”
저 플레이. 그러니까 게이트를 점거하고 그곳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 통행세를 받는 것. 룰에 어긋나는 건 아니다. 그게 저놈의 능력이니까.
“그렇지만 바람직하고 공정한 플레이도 아니지.”
시스템은 ‘공정한 플레이’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릇된 권능은 쉽게 부서지거든.”
굳이 따지자면 상성적으로 내가 우위에 있다. 게이트를 자유롭게 풀어내는 것이, 강제적으로 막는 것보다 더 ‘공정’에 가까우니까. 시스템은 게이트를 들어가라고 만들어 놓았지 들어가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게 아니다.
시스템의 설정이 내 편을 들 것이다.
“부숴버리기 전에, 한 번의 기회를 줄게. 물러나.”
타 서버에서 소란을 피우는 건 딱히 좋을 게 없다. 타 서버 플레이어가 소란을 피우면, 그 서버의 수호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다수가 그렇다.
베라토가 쿡쿡대고 웃었다.
“어디서 개가 짖나.”
……로 시작된 상황은 벨라가 나서서 쉽게 끝이 났다.
[모든 거짓은.] [부서지리라.]나의 작은 영창과 함께 베라토의 권능은 무너졌고, 베라토는 벨라에게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았다.
“사, 살려줘.”
“내 친구한테 원숭이라 그런 거 사과해라. 안 그러면 혀를 뽑아버릴 테니.”
베라토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절대 안 그러겠다고 눈물 콧물을 쏙 뺐는데, 나는 베라토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베라토 같은 피라미에게 신경 쓰고 있는 시간과 정신력이 아까우니까.
그 광경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촬영되었다. 물론, 나는 ‘인지부조화’를 사용한 상태.
페드로가 말했다.
“……게이트를 활성화 시키겠습니다.”
특별한 클래스만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게이트. 순간적으로 분수를 클릭할 수 있었다.
[‘드워프의 숲’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잠깐의 해프닝을 뒤로 한 채, 드워프의 숲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강철로 만들어진 숲이었다. 숲은 숲인데, 쇠와 금 그리고 수많은 광석 등으로 만들어진 숲.
‘저건……’
눈으로 클릭이 가능한 물체. 바닥에 굴러다니는 은색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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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한철(萬年寒鐵)]최소 만년 이상 묵은 한철. 지극히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는 광물이며 특별한 이들만이 만년한철을 다룰 수 있다.
* 채굴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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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은 불가능한 상태.
‘여기에 만년한철이 있네?’
위치를 파악해뒀다. 그런데 벨라가 말했다.
“김혁진아. 근데 뭐 하나만 물어보자.”
“뭐?”
“아까 그 게이트, 어떻게 한 거야? 뭐라 중얼중얼하니까 그놈이 식겁하던데?”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벨라를 통해 영창을 하나 배웠다. 아주 기본적인 영창. 그 말은, 벨라도 영창의 존재를 언젠가는 알아차린다는 소리다.
“영창.”
벨라 뿐만 아니라 페드로도 내게 집중했다. 페드로도 내가 권능을 부순 것이 굉장히 신기했던 모양이다.
“영창? 그게 뭐야?”
“특별한 힘을 끌어내는 주문같은 거야. 너도 나중에 알게 될 거야.”
“…….”
벨라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자식이네. 나도 랭커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나를 우주의 X밥으로 만들어 버렸어.”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근데 아까 그 게이트 말이야. 이걸로도 부술 수 있었을까? 사실 이거 써볼까 했거든.”
벨라가 인벤토리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어?’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아이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