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89)
#재능만렙 플레이어 189화
‘광화문 던전’ 내의 새로운 필드. 정화된 경회루. 과거 이곳에 대한 정보는 전무했다. 내가 공략법을 찾아야 한다는 소리다.
범선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범선의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굉장히 멀리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왔다. 마치 비탈길을 내려가는 굴렁쇠처럼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느낌.
‘그리고.’
보였다.
‘범선 안에 클리어 크리스탈이 있다.’
나는 이미 이곳. 경회루 필드를 여러 번 클리어했었다. 때마다 ‘오염된 생명체’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면서 주변을 관찰했었고 나는 어느 타이밍에 범선이 어디를 지나가는지 이미 알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분 뒤.’
그때가 되면 범선은 내가 서 있는 이곳과 가장 가까운 거리를 스쳐 지나가게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형환위나 한두 번의 점프만으로는 이동할 수 없는 거리다. 결국 헤엄을 치든 물 위를 걷든, 어떤 방식으로든 저 ‘설중수’를 통과해서 범선으로 가야 한다는 소리다.
‘원거리 공격은 불가.’
저 범선을 공격해본 원거리 딜러가 왜 없겠는가. 그렇지만 저 범선에 원거리 공격을 해본 딜러치고 살아남은 딜러는 거의 없었다. 말하자면 저 범선은 ‘비선공 몬스터’나 다름없다. 가만히 놔두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지만 일단 건드리는 순간, 범선에서 수많은 포탄이 날아올 거다. 이곳 경회루를 초토화시킨다.
원거리에 대한 특별한 방어능력을 가진 범선이다.
‘그렇다면 역시 답은 내가 직접 접근하는 수밖에.’
답은 정해져 있다.
‘설중수.’
조심해야 한다. 정말 무거운 물이다. 그리고 늪처럼 사람을 끌어당긴다. 한 번 빠지면, 절대 자력으로는 탈출할 수 없다. 한 번 빠지는 순간. 발목부터 서서히 내 몸을 빨아당길 거다. 마치 블랙홀처럼.
“후우.”
숨을 들이마셨다. 헤엄은 어차피 불가능. 결국 나는 물 위를 뛰어야 한다.
‘연꽃들의 위치가.’
정말 애매하게 떨어져 있다. 그렇지만 저 연꽃들. 분명히 밟고 지나갈 수는 있을 정도의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 실수하면 빠져 죽겠지만 말이다.
‘실수하지 않으면 돼.’
범선이 다가온다. 기회는 한 번뿐. 한 번 놓치면 내 능력으로는 범선을 따라잡을 수 없다. 가만히 있으면 어차피 이곳에서 죽을 거다. 이것은 거의 확신에 가까웠다.
‘뛴다.’
시간이 길지 않다. 오래 고민할 수는 없었다. 일단 저기.
[특수 스킬. 이형환위(移形換位)를 사용합니다.]이형환위를 통해 연꽃을 밟았다. 순간, 내 무게 때문에 연꽃이 조금 가라앉았다.
‘오케이.’
그 감을 잡았다. 연꽃 위에서 중심을 잡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저기.’
뛰기 전에 이미 머릿속으로 경로를 잡아 놓았다.
‘그리고 여기.’
다시 뛰었다. 정말 애매한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연꽃들.
‘그리고 여기서는.’
저 두 개의 연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여기.’
머리로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하지 못했다. 미리 그려왔던 경로. 그리고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경로는 조금 달랐다.
‘그리고 여기.’
저만치 앞. 두 개의 연꽃이 연달아 놓여 있다.
‘저기.’
왼쪽에는 작은 연꽃. 오른쪽에는 큰 연꽃. 오른쪽 연꽃을 향해 뛰었다. 거리가 조금 멀기는 했지만 어찌어찌 잘 안착했다. 거기서 잠시 멈췄다.
’이 연꽃이 내 무게를 버텨주는 시간은 3초.’
연꽃의 크기에 따라 내 무게를 버텨주는 시간이 달랐다. 이 연꽃은 3초를 버텨줄 거다. 그 것을 계산해서 오른쪽 연꽃을 택했다.
‘그리고.’
범선이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범선이 지척거리에 있다. 까딱 잘못하면 빠져죽는 곳 앞에서 마주하는 이 거대한 범선은, 실제 크기보다 더욱 거대하게 느껴졌다.
‘조금만 더.’
3초. 그 시간은 길지 않다. 짧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어떤 순간보다 길게 느껴졌다. 시간이 정지하고 내 눈에 범선만이 보였다. 느려진 시간 가운데에서도 범선은 빠르게 다가왔다.
‘저기로 지나간다.’
멀다. 한 번의 도약으로는 절대 닿을 수 없는 위치다. 그래서 내가 여기를 택했다. 여기는 연꽃이 하나 더 있다. 뿌리가 없는 연꽃. 내가 들 수 있는 연꽃이다. 왼쪽의 연꽃을 집어 들었다.
‘던진다.’
던졌다. 그와 동시에 나도 뛰었다. 발이 축축하게 젖었다. 0.1초라도 더 늦었다면 나는 아마 빨려들어 갔을 것이다.
내가 던진 꽃잎이 물 위에 떨어졌다. 내가 그곳을 향해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작은 연꽃을 밟고서 높이 뛰어 올랐다.
턱!
범선 난간을 겨우 붙잡았다.
힘을 끌어 올렸다. 마치 턱걸이를 하듯이. 겨우겨우 범선 위에 올라탔다. 범선의 갑판위에 올라서자, ‘클리어 크리스탈이 생성됩니다’라는 알림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수호자들이 앞다투어 메시지를 보내왔다.
[‘무명의 관찰자’가 관찰합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당신의 천재성에 매우 흡족해합니다.] [‘백색 사냥꾼’이 당신의 놀라운 균형감각에 즐거워합니다.] [‘푸른빛의 결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소음의 지휘자’가 당신의 전장 파악 능력에 감탄합니다.]각각 놀라워하는 분야가 다르다. 그리고 나는 ‘천마산의 진주’가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쩐지 몸이 가볍더라니.’
너무 집중하느라 잠깐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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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승리의 개척자가 개척한 필드에 한하여, 모든 칭호 효과를 증폭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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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내 모든 칭호의 효과를 증폭 시킨다. 그리고 ‘탁월한 플레이어’라는 내 칭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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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동 속도 20퍼센트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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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옵션이 붙어 있는 상태.
‘어쩐지 생각보다 몸이 가볍더라니.’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천마산의 진주이 감탄한 이유는 그게 아니다. ‘갑자기 가벼워진 몸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는 내 육체능력’에 감탄하고 있는 거다. 돌이켜보니 나도 놀랍다.
’이런 게 가능…… 했던 건가?’
내가 했지만 나도 놀랍다. 갑자기 육체능력이 증폭되었는데, 내 몸은 당황하지 않고 이 증폭된 능력에 맞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움직여주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러했던 것처럼.
’가능…… 하네.’
어쨌든 가능했다. 몸으로 경험해 보니 그랬다. 눈앞에 클리어 크리스탈을 향해 걸었다.
[클리어 크리스탈.]저걸 부수면 이곳이 클리어된다. 저곳을 향해 걸었다.
‘그런데…….’
이 범선은 도대체 어디로 향하는 거지? 내가 타고 있는 지금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것을 타고 있으면 어디로 가는 걸까. 저 멀리. 수평선을 향해 썰매처럼 미끄러져 가고 있는 것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조금 기다려 볼까?’
일부러 클리어 크리스탈을 깨지 않았다.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발생하면 곧바로 부숴 버리면 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쾅!
소리와 함께 범선이 어딘가에 부딪쳤다.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과의 충돌.
[‘항해하는 범선’이 ‘경회루의 끝’에 도달하였습니다.] [‘경회루의 끝’이 더 이상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습니다.]범선의 선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범선이 아주 천천히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저건…….’
나는 볼 수 있었다.
경회루의 끝 너머. 투명한 벽 너머에 있는 것들을.
* * *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경회루 필드에서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했다. 휴식이 필요하다. 그사이 송기열로부터 진행상황 보고도 받았고, 송정희가 ‘게이트 능력자들’을 모집하여 개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잘됐네.’
그랑서울 던전의 클리어가 점점 더 늦어질 테니까.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려면 멀었고.’
그랑서울 던전 브레이크는 꽤 늦게 벌어진다.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충분하다. 도굴삽도 알아서 갖다주고. 수호탑이 있는 자리에 굳이 등장해주면서, 그 허접함을 통해 새로운 조각도 맞추게 해주고.
’이 정도면 츤데레 아니냐?’
제 딴에는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데 나를 위해 일해주는 것만 같다.
‘어쨌든.’
나는 경회루 필드를 클리어하고서 찜찜함을 버리지 못했다.
‘과연. 위대한 탐험가 잭슨은 정화된 경회루 필드에 대해서 몰랐을까?’
나는 아주 높은 확률로 그가 ‘정화된 경회루 필드’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플레이어들의 능력이 훨씬 높아지는 10년 뒤다. 그때의 잭슨이 몰랐다고?
‘그건 말이 안 되지.’
알았을 거다. 플레이어들에게 공개하지 않았을 뿐.
‘문제는.’
그렇다면 다른 탐험가들은?
‘한국에도 뛰어난 탐험가들이 다수 존재했어.’
잭슨이 가장 유명한 탐험가인 것은 맞지만, 그가 유일한 탐험가인 것도 아니다. 분명히 수많은 탐험가 계열의 플레이어들이 광화문 던전에 들어갔을 거다. 그렇다면 그중 누군가는 이 ‘정화된 경회루’ 필드를 알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곳에는 플레이에는 하등 필요 없는 ‘범선’이 존재했으니까. 탐험가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확실히 이상하다.’
탐험가들 중 그 누구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그 누구도 ‘정화된 경회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틀어막았다.’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내가 뭘 봤지?’
경회루 필드 끝. 투명한 방벽에 부딪쳤던 건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곳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봤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분명히 봤는데. 누군가 의도적으로 내 기억을 지운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느낌은 마치.’
마왕이 내게 말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네가 —의 장난감들을 사냥했나?] [—. 못 알아듣나?]그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혹은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그 어떤 ‘영향력’이 내게 강제력을 발휘하고 있는 느낌.
‘광화문 던전에는…… 내가 모르는 비밀들이 존재한다.’
마침 침대 건너편의 거울이 보였다.
‘어라?’
몰랐는데. 내가 웃고 있었다. 마치 즐거운 놀이거리를 찾아낸 사람처럼.
‘재미있겠어.’
* * *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나는 튜토리얼 빌딩으로 향했다.
“D타워로 가주세요.”
참 좋다. 최고급 세단. 그리고 베테랑 운전기사님까지. 플레이에만 신경 쓸 수 있는 이 환경이, 내게는 정말 축복인 환경인 것 같다.
1층에는 마침 강상구가 있었다.
“야. 혁진아!”
손을 크게 흔들었다. D타워 내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지금 이거?”
“뭐가?”
“안 느껴져? 뜨겁잖아.”
“모르겠는데?”
어떤 이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화기’를 느꼈고, 또 어떤 이들은 느끼지 못했다.
“야. 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슈밤. 뜨거워서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네.”
아마도 내 인벤토리에 있는 ‘천년용암’ 때문인 것 같다.
“어우, 눈부셔.”
강상구는 내게 가까이 다가오지 못했다.
“너 무슨 거대한 불덩이 같애. 슈밤.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뭐가?”
“몸이 폭발할 뻔한 거 같은데?”
강상구는 멀리서 나를 관찰했다.
“뭔가…… 반대되는 성질의 기운이 네 터져 나오는 화기를 억눌러 줘서 산 것 같다.”
강상구가 울상을 지었다.
“얌마. 나 두고 죽으면 안 돼. 갈 때 가더라도 같이 가는 거야.”
“…….”
“너 없으면 나 플레이 어떻게 하냐? 나 진짜 요즘 답답해 뒤질 것 같단 말이야.”
다른 플레이어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정말로 많이 답답한 모양이다. 특히 강상구처럼 기본 방어력이 낮은 플레이어들은 큰 위협을 느끼겠지.
그래서 위로해 줬다.
“응, 괜찮아. 안 뒤져.”
“야, 야! 그래도 인마 정이 있지. 진짜 뒤질 거 같단 말이야!”
“살아 있잖아.”
“그, 그건 그런데…….”
“그럼 됐잖아.”
나는 자꾸 땡깡을 부려대는 강상구를 뒤로 한 채. 이동관문 위에 올라섰다. 다시금 이탈리아로 이동했다.
페드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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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설렘/기쁨/즐거움/양도에 대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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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에 대한 기대?’
양도? 나한테 뭘 넘긴다는 소리인가? 양도하는데 왜 기대하지? 퍼주면서 좋아하는 타입인가?
“벨라는 지금 개인 사정 때문에 다른 던전에 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걸 주려고 한참 전부터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죠.”
다짜고짜 내게 다가와 내게 무엇인가를 건넸다.
“이걸…… 저한테 왜?”
그 아이템은 ‘활’이었다. 신궁 ‘현정화’의 초기 아이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