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9)
#재능만렙 플레이어 19화
이곳. 제1 갈림길의 이름은 ‘네파라스의 길’이다.
튜토리얼 던전의 설정상, 이 ‘네파라스’는 태초의 신 중 한 명의 이름이며, 제1 갈림길에서는 그 신이 애지중지했던 ‘반지’가 드랍된다. 드랍 확률은 그야말로 랜덤. 운이 좋으면 한 번에 나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어쨌든 7개의 아이템을 획득하는데 걸리는 총합시간은 비슷비슷했지.’
1 갈림길에서 오래 걸렸으면, 2 갈림길에서는 비교적 적은 시간이 걸린다든지 하는 식이다.
‘이 정도면…… 평균인가?’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그렇게 빠르지도 않은 것 같다.
[네파라스의 반지를 획득하였습니다.]네파라스의 반지를 획득했다. 이제 볼일 없다. 나는 망설임 없이 몸을 뒤로 돌렸다.
“오빠. 저기. 구석에 블랙야크 더 있는데……. 사냥 안 해도 돼요?”
“어. 블랙야크는 경험치를 많이 안 주거든.”
최소의 시간으로 최대의 효율을. 그게 플레이의 기본 원칙이다. 블랙야크는 가성비가 별로 안 맞는 몬스터다. 잡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시간 대비 경험치 양이 너무 적다.
“가자. 2번 길로 갈 거야.”
순서가 딱히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암묵적인 공략 방법은 정해져 있다. 수많은 사람이 ‘서울역 던전’을 클리어했었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성된 공략법이 있다. 1번부터 7번까지. 솔로잉 플레이시 보통은 순차적으로 돈다.
1번 길에서 빠져나와 2번 갈림길로 들어갔다.
[서울역 던전 2번 갈림길. ‘듀고의 길’에 입장하였습니다.]* * *
마상현과 서주환 일행은 1번 갈림길에 들어섰다. 서주환이 감탄했다.
“이야…….”
블랙야크들의 시체가 보였다. 뿔만 도려져 있었는데, 아무래도 뿔이 약점인 것 같다. 블랙야크 시체가 굉장히 많았다. 적어도 30마리 이상 되어 보였다.
“누군가 이미 이곳을 지나간 것 같은데요.”
1번 갈림길. 누가 이미 지나갔다.
“이 길 끝까지…… 어. 저기 블랙야크가 있네요.”
블랙야크가 남아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플레이어의 시체가 보이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도망쳤다는 뜻이겠죠.”
그들이 알기로 앞서 들어간 플레이어는 단 두 명. 이 많은 블랙야크들을 잡아내고서 도망쳤다는 것이 이상한 건 아니다. 체력이 많이 부족할 수 있으니까.
“도망친 게 확실합니다.”
서주환이 말했다.
“일단 몸풀기 겸. 저놈들을 한 번 잡아볼까요?”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전투를 치르기 시작했다.
* * *
김혁진은 2번 갈림길에서도 ‘블랙 야크’를 사냥했다. 2번 갈림길인 ‘듀고의 길’에서는 ‘듀고의 목걸이’가 드랍되었다.
[듀고의 목걸이를 획득하였습니다.]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네.’
블랙 야크를 겨우 네 마리 잡았는데 이 아이템이 드랍됐다. 강선화도 이제는 눈치챘다.
“그럼 이제 3번 갈림길로 가는 거예요?”
블랙 야크를 잡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저 아이템들을 얻는게 중요하다. ‘키 포인트 아이템’에 대한 이해도가 생겼다.
“가자.”
[서울역 던전 3번 갈림길. ‘데란샤의 길’이 활성화됩니다.]데란샤의 길에서는 조금 다른 몬스터가 등장했다. 블랙 야크와 전체적으로 비슷하게 생겼는데 색깔이 보라색이었다. ‘퍼플 야크’라 이름 붙은 그놈들은 블랙 야크보다 레벨이 1~2가량 더 높았다.
“선화. 네가 앞장서.”
“제, 제가요?”
“어.”
강선화는 쭈뼛쭈뼛 앞으로 걸어갔다. 김혁진은 자그마한 체구의 강선화 뒤를 따라 걸었다. 그때. 뭔가가 날아들었다.
“꺄아악!”
강선화의 이마에 무엇인가가 부딪쳤다가 툭! 하고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괜찮아. 안 죽어.”
“바, 방금 뭐예요?”
“뿔.”
“뿔이요?”
“어. 퍼플 야크가 쏘아낸 뿔. 쟤넨 말하자면 원거리 딜러거든.”
그래서 선화를 앞세웠다.
“네가 나보다 튼튼하니까. 내가 맞는 거보다 네가 맞는 게 낫지.”
“오, 오빠! 꺅!”
“걱정 마. 안 죽잖아.”
실제로 그랬다. 퍼플 야크의 뿔은 선화에게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또다시 ‘퍼플 야크’의 뿔들이 쏘아졌다. 아직 플레이에 완전히 익숙해지지 못한 강선화는 비명을 질렀다. 몸에 타격은 전혀 없었지만. 그때. 둘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퍼플 야크를 사냥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13COIN을 획득합니다.]강선화는 조금 황당했다. 가만히 맞기만 했는데 갑자기 퍼플 야크를 사냥했단다. 영문을 모른 채, 앞으로 계속 걸어가니 ‘퍼플 야크’의 시체들이 보였다.
“얘네는 뿔 두 번 쏘면 죽거든.”
강선화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 그렇다고 저를 방패로 쓰신 거예요?”
“어. 너 탱커잖아.”
“그, 그래도요.”
“뭐. 죽어도 내가 죽는 거 아니고 네가 죽는 거니까.”
김혁진이 장난스레 웃었다.
“자. 가즈아. 우리 훌륭한 탱커씨.”
플레이어에게 나이나 성별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클래스와 스탯. 그리고 수호자와 스킬이 중요할 뿐. 선화의 ‘탱커로서의 능력’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다. 만약 플레이어에게 ‘총합 점수’가 있다면 자신이 훨씬 높긴 하겠지만, 적어도 ‘데미지를 받아들이는 부분’은 선화가 낫다.
강선화는 이상한 부분에서 약간 감동한 듯했다.
“저 훌륭해요?”
“생각보다는?”
강선화는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가 이내 애매한 표정으로 물었다.
“제가 탱커기는 한데…….”
익숙하지 않다. 14살에 불과한, 체구도 아주 작은 자신을 방패막이로 쓰는 이 오빠. 진짜 믿어도 되나 싶다. 물론 믿기는 믿는다. 믿지만 그래도 좀 불안하기는 했다.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정신 차려. 너 14살 어린 애 아냐. 여긴 던전이고. 넌 플레이어야.”
플레이는 각자 잘 하는 걸 해야 한다. 단순히 퍼플 야크의 뿔이 맞기 싫어서 강선화를 앞세운 게 아니다. 선화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선화를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앞으로도 함께 할 생각이라면 이런 식의 경험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장난식으로 웃으며 말했지만 결코 장난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먼저 나서게 하는 것이, 선화의 성장을 위해서도 좋다.
‘내가 아무리 공략을 다 알아도. 플레이는 분명히 위험하니까.’
위험한 만큼, 서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아니. 잘해야 한다. 그게 맞다.
[데란샤의 팔찌를 획득하였습니다.]3번 갈림길인 ‘데란샤의 길’에서는 ‘데란샤의 팔찌’가 드랍되었다. 7개의 길 중 3개의 길에 있는 아이템들을 손에 넣었다.
“나머지 퍼플 야크들은 그냥 내버려 두는 거죠?”
“어.”
“퍼플 야크들은 경험치 많이 주는 것 같던데…….”
“알아.”
알기는 안다. 퍼플 야크들은 분명 경험치를 많이 주는 개체다. 선화같이 듬직한 탱커가 있으면 잡기도 수월하다.
“혹시……. 내버려 두는 이유가 있는 거예요?”
당연하다.
“우리만 여기 들어왔을 것 같냐?”
강선화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강선화의 입장에서 김혁진은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어른’이었고, 어른이 하는 말을 전부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하고서 걸음을 옮겼다.
“쟤네들을 남겨놔야 잔챙이들이 천천히 쫓아올 거 아냐.”
과거와 똑같이 흘러간다면, 서주환이 분명 입장했을 테니까.
* * *
마상현과 서주환 일행은 1번 갈림길의 블랙 야크를 모두 잡아냈다.
“특별한 건 없는 것 같네요.”
이미 김혁진이 ‘네파라스의 반지’를 획득한 시점. 1번 갈림길에서 얻을 수 있는 거라곤 ‘블랙 야크’를 사냥한 것에 대한 보상뿐이었다.
서주환이 인상을 찡그렸다.
“맷집은 더럽게 좋은데 경험치는 조금 주네요.”
마상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블랙야크는 가성비가 최악이다.
“만약 뿔이 약점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많이 힘들 뻔했어요.”
“그래도 튜토리얼 종결자답게 무지막지하긴 하네요. 그 주먹에 얻어맞으면 저 같은 놈들은 한 방에 가겠어요.”
서주환이 너스레를 떨었다.
“여긴 다 잡은 거 같으니 다른 갈림길로 넘어가 볼까요?”
김혁진처럼 거의 ‘솔로잉’에 가까운 플레이를 떠올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불과 얼마 전. 종로의 끔찍함을 보지 않았던가. 15만 명 중 14만 명이 넘게 사망했던 튜토리얼 필드. 그러한 기억이 있기에, 마상현과 서주환도 따로따로 움직인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서울역 던전 2번 갈림길. ‘듀고의 길’에 입장하였습니다.]2번 갈림길에는 시체가 많지 않았다. 끽해야 네 마리 정도. 시체가 있다는 것은 누군가 사냥을 했다는 소리다. 살아 있는 블랙야크가 많다. 그런데 플레이어의 시체는 없다. 거기서 마상현은 약간 이상함을 느꼈다.
‘뭐지?’
1번 갈림길에 있었던 플레이어가 2번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도망친 건가? 판단하기 어려웠다. 서주환이 말했다.
“일단 잡죠.”
그렇게 2번 갈림길에 남겨진 블랙야크도 모두 잡았다. 그사이 김혁진은 4번 갈림길인 ‘아테니아의 길’에서 ‘아테니아의 목걸이‘. 5번 갈림길인 ‘제니스의 길’에서 ‘제니스의 몽둥이’를 획득했다.
김혁진은 6번 갈림길. 마상현과 서주환 일행은 3번 갈림길에 들어섰다. 마상현과 서주환도 거기서 눈치챘다. 서주환이 인상을 찡그렸다.
“도망친 게 아니라 놓고 간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마 던전을 클리어하는 키포인트 아이템이 있겠죠.”
서주환은 조금 분했다. 일부러 몬스터를 남긴 것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런데 자신보다 한참 앞서가는 놈이 있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어떤 놈이야?’
튜토리얼 종결자인 마상현도 자신과 함께하고 있는데, 누가 감히 앞서가고 있단 말인가. 그것도 잔챙이들을 남겨놓은 채.
마상현이 말했다.
“남겨진 몬스터는 그냥 내버려 두고, 다른 갈림길로 이동하죠.”
그 사이, 김혁진은 6번 갈림길에서 ‘빅토리아의 방패’를 얻었다. 그 뒤를 마상현과 서주환 일행이 바짝 뒤쫓았다.
그리고 결국 7번 갈림길에서 모두가 만났다.
* * *
나는 7번 갈림길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누군가 다른 이들이 찾아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늦네.’
사실 6번 정도에서 만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좀 늦었다. 확실히 아직까지 초보 플레이어들이 맞는 것 같기는 했다.
‘하기야. 저들 입장에서는 완전히 처음 보는 새로운 것일 테니.’
공략집을 이미 달달 외우고 있는 나랑은 다르다. 서울역 던전. 유튜브로 공략영상을 30번은 넘게 본 것 같다. 나와는 애초에 출발점이 다른 셈이다.
7번 갈림길에서 플레이어들과 만났다.
‘권왕 마상현.’
곧바로 감각안을 활성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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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이름 : 마상현
나이 : 20
레벨 : 17
클래스 : –
수호자 : –
상태 : 반가움/놀라움
성향 : 중립/정의/대인배/소심
요약 : 은혜 갚는 까치
+ 클래스가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 수호자가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 성향 및 특징/요약은 대표적인 몇 가지가 드러나며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합니다.
+ 감각안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상세 정보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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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은 17. 매우 준수한 수준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조금 황당했다.
‘성향이 뭐 저따위야?’
중립과 정의는 그렇다 치고.
‘대인배랑 소심이 어떻게 같이 있지?’
감각안이 고장났나?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감각안의 분석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한 대인배고, 또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소심한 부분을 가진 게 아닐까 싶다. 요약은 ‘은혜 갚는 까치’란다. 나쁘지 않다.
‘중요한 건 지금 마상현이 아니지.’
나를 보며 미묘한 웃음을 띠고 있는 저 남자. 나는 저 남자도 알고 있다.
‘아직 어려 보이기는 하지만…….’
권왕이 어린 만큼. 저 남자도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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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이름 : 서주환
나이 : 21
레벨 : 16
클래스 : –
수호자 : –
상태 : 음란/불쾌
성향 : 악/잔인/가식
요약 : 잔인한 소아성애자
+ 클래스가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 수호자가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 성향 및 특징/요약은 대표적인 몇 가지가 드러나며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합니다.
+ 감각안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상세 정보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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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초창기. 이제 갓 튜토리얼 필드를 벗어난 이때부터도 놈의 싹은 노란색이었던 것 같다.
‘여기서 만나는구나.’
예상은 했다.
‘서주환.’
훗날 ‘나이트메어.’ 혹은 ‘악몽‘이라 불리는 거대 집단이 있다. 통칭 ‘마왕군(魔王軍)’이라 불린다. 서주환은 그 마왕군의 유명한 행동대장 중 한 명이다.
‘요약이 역겹네.’
내가 마주하는 최초의 ‘악(惡)’ 속성 플레이어다. 아직 제대로 흑화(黑化)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서주환이 내 예상대로 움직인다면.’
어쩌면 나는 오늘, 서주환과 목숨을 걸고서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나는 이 상황을 예측해왔고 준비해 왔다.
‘우리가 진짜로 싸운다면……. 목숨을 거는 쪽은 내가 아닌 네가 될 거다. 서주환.’
그때 서주환이 입을 열었다. 서주환의 첫 마디는 상당히 의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