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90)
#재능만렙 플레이어 190화
8영웅에 버금가는 능력을 지녔지만 마왕군과 대립하지 않았던, 다시말해 자기 갈 길만 묵묵하게 갔던 플레이어들.
그들 중에서도 굉장히 유명했던 플레이어인 신궁(神弓) 현정화.
‘그 현정화가 초반에 사용했던 아이템.’
내 손에 아이템이 하나 들려 있다. 미래의 명인 페드로가 내게 쥐어준 아이템.
“저도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자니까요.”
“…….”
“남자라면 밥값은 하는 법입니다. 그게 상남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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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피드의 날개]바람의 정령 실피드들이 소멸한 실피드의 영혼을 기리기 위하여 만들어낸 무구. 소멸된 실피드의 영혼이 일부 담겨져 있다고 전해진다.
등급 : 유니크
공격력 : 34~55
옵션 :
1) 거리 벌리기
2) 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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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가 초반에 획득했던 아이템이고 그녀가 밝힌,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아이템이 바로 이 ‘실피드의 날개‘다.
아마 지금 시점에서는, 전 세계적으로도 몇 개 없는 아이템이다. 굉장히 귀한 아이템. 공격력만 보더라도 무려 34~55에 달한다.
초월급 아티팩트인 이사벨의 공격력이 72~84다. 초월급은 원래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아이템. 그러한 아이템의 절반 이상 수준을 따라간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일이다.
“이걸 왜 저한테?”
“남자니까요.”
페드로가 ‘도굴삽’을 꺼내들었다.
“이 정도 받았으면 그 정도는 드려야지. 남자들 간의 거래란 공정한 것 아니겠습니까?”
내가 피식 웃었다.
“공정한 게 확실합니까? 격이 안 맞는 것 같은데요.”
생각 못했던 거래지만 이왕 받을 거면 확실히 받아야지.
“아 물론. 인정합니다. 도굴삽이 훨씬 좋은 아이템인 건 맞죠.”
“…….”
“그렇지만 아마 효용성 측면에서는 실피드의 날개도 밀리지 않을 겁니다.”
저 말은 맞다. 도굴삽은 ‘도적’만이 사용한 아이템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궁수 클래스가 아니지만 ‘실피드의 날개’를 사용하는 것에는 별 지장이 없다.
‘일단 고맙긴 하네.’
신궁 현정화를 만들어준, 신궁 현정화가 그렇게 밝힌 아이템이 내 손에 들어왔다. 이건 내게 굉장히 좋은 일이다. 아직까지도 ‘궁신지체의 서’를 내놓지 않은 ‘유성이 떨어지는 밤’으로부터 궁신지체의 서도 받아낼 수 있을 거고.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실피드의 날개’를 되돌려줬다. 물론 그런 척이다. 이 아이템을 진짜 돌려줄 생각은 없다.
“……예?”
“도굴삽의 격과 맞지 않는 것 같군요. 효율성이라는 것이 레전드와 유니크의 등급의 갭을 매워주지는 않죠. 더군다나 도굴삽처럼 당신에게 유용한 아이템이라면.”
“…….”
페드로가 실피드의 날개를 받아들었다. 잠시 생각하는 듯 눈을 감았다.
“김혁진 씨의 말이 맞기는 합니다.”
그리고서 내게 다시 실피드의 날개를 돌려줬다.
“그런데 지금 당장은 이것보다 좋은 아이템을 선물하기가 어렵군요.”
좋다. 내가 원한 그림이다.
“공정한 거래는 추후에 하기로 하죠. 사실 저를 먼저 불러내서 아이템을 준 사람은 당신이니까, 이 정도 거래면 만족하겠죠?”
대답은 ‘베니스의 상인’이 대신해줬다.
[‘베니스의 상인’이 당신의 협상수완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베니스의 상인’이 ‘바람 속성 강화석’을 후원합니다.]역시 그냥 받는 것보다는 실리까지 챙기고 받는 게 좋다. 여자 페드로가 원하는 한 마디를 서비스 차원에서 해줬다.
“역시 상남자는 다르군요.”
페드로가 어깨를 쭉 폈다. 매우 기쁜 듯.
* * *
벨라는 벨라대로 플레이를 진행하는 상태. 나는 페드로와 함께 나보나 광장으로 이동했다. 분수가 보였다.
‘또 있네.’
아무래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저 남자의 이름은 베라토. 저번에도 저기서 권능을 펼쳐놓고서 통행세를 받았다. 이제 저곳이 ‘드워프의 숲’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게이트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다.
‘저기 들어가서 살아나오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게이트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게이트 안에는 보물들이 존재할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보물이 있었으면 드워프들이 전부 챙겼겠지.’
드워프의 숲은, 일반 플레이어들이 들어가 봤자 좋을 것이 전혀 없는 곳이다. 시간이 지나면 플레이어들도 그것을 깨닫게 될 거다.
발걸음을 멈췄다.
“김혁진 씨?”
“아무래도 저기로 가면 귀찮아지겠네요.”
직접 부딪치는 방법도 있지만,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마침 아이템도 생겼으니 시험 한 번 해보죠.”
과연 방금 얻은 활로도 저 게이트에 심어진 권능을 부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실피드의 날개를요?”
“예.”
아이템을 꺼내들었다. 이제 사람들은 ‘플레이어’라는 존재에 익숙해졌다. 내가 여기서 활을 꺼내들었다해도 사람들은 내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제 이것은 일상이 되었으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화살은 10개.’
암화궁 같은 아티팩트가 아닌 이상, 화살은 소모품일 수밖에 없다. 아껴 써야 한다.
‘유성이 떨어지는 밤이 보고 있으려나?’
보고 있으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고.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여, 여기서 쏘게요? 설마 베라토 죽이는 건 아니죠?”
“설마요.”
나는 베라토를 죽일 생각이 전혀 없다. 집중했다.
‘부순다.’
베라토가 펼친 권능을.
활시위를 놓았다. 그 순간, ‘실피드의 날개’에서 미약한 바람이 일었다. 뭐랄까. 실피드의 날개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운이 내가 가지고 있는 기운과 공명(共鳴)을 일으키는 것 같은 느낌.
‘한 번 더.’
한 번 더.
화살을 쐈다.
‘다시 한 번 더.’
또다시 화살을 쐈다. 그때마다 무형의 ‘진폭’이 증폭되는 것이 느껴졌다.
‘한 번 더.’
활시위를 당겼다.
“어, 어떤 미친놈이야!”
베라토가 절규했다.
“히익!”
베라토는 잔뜩 겁에 질린 채 목을 움츠리다가 땅에 철푸덕! 넘어졌다. 베라토의 머리 위로 화살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분수에 화살이 꽂혔다가 녹아 없어졌다.
‘실피드의 날개’의 화살은 1회성이다. 다시 주워서 사용할 수 없다. 저렇게 녹아서 사라져 버리니까.
‘확실히 알았다.’
‘실피드의 날개’는 단순히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이 아니다. 능력이 봉인되어 있는 이사벨처럼. 실피드의 날개에는 무엇인가가 봉인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그 것을 느꼈다. 신궁 현정화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겠지.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고유의 파장?
‘파장이 나와 찰떡같이 잘 맞는 느낌.’
실피드의 날개와 순간적으로 교감하는 느낌이 들었다.
[‘실피드의 날개’와의 교감에 성공하였습니다.]순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실피드의 날개는 ‘소멸된 실피드’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무구라고 했다. 그 곳에는 영혼이 담겨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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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된 실피드의 영혼이 일부 담겨져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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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혼과 내 궁합이 굉장히 좋았던 모양이다.
[‘실피드의 날개’와 관련된 숨겨진 퀘스트가 오픈됩니다.] [퀘스트. ‘온전한 실피드의 날개를 찾아서’가 주어집니다.]퀘스트창을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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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피드의 날개를 찾아서]현재 ‘실피드의 날개’는 온전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온전한 실피드의 날개를 찾아 불완전함을 완전으로 회복시키십시오.
* 온전한 실피드의 날개는 ‘바람 신전’에 잠들어 있습니다.
* 온전한 실피드의 날개를 찾기 위하여 ‘바람 신전의 가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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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바람신전이라고?’
나는 바람신전에 대해 알고 있다. ‘바람이 부는 언덕’을 클리어하고 나왔을 때. 곽태운이 결국 내게 했던 말들을, 나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제 몸속에 클리어 크리스탈의 기운이 녹아들었다는 알림이 있었고, 어떤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면 바람 신전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했어요.
그 이후. 곽태운은 아직 내게 ‘바람 신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다. 나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바람 신전’에 대한 단서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와 계속 같이 움직이느라 바쁘기도 했었고.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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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전한 실피드의 날개를 찾기 위하여 ‘바람 신전의 가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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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건은 이미 만족시켜놓은 상태다. 전에 나는 ‘바람 신전의 가호’를 받고서 히든 피스를 만족시킨 적이 있다.
[‘바람 신전의 가호’가 임합니다.] [6개의 축복을 확인합니다.] [히든 피스 : ‘6개의 축복’을 만족하였습니다.]여기서 ‘풍신지체의 서’를 획득했고 그걸 곽태운에게 줬었다.
‘바람신전의 가호가 있었고. 덕택에 나는 실피드의 날개의 숨겨진 조건을 만족시킨 거네.’
내가 의도했던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일이 술술 잘 풀리고 있다.
‘어쩌면 온전한 실피드의 날개의 단서는…… 태운이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혁진 씨?”
“아. 예. 미안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
“그게 아니라, 베라토가 김혁진 씨에게 다가오는데요.”
씩씩대며 다가오고 있는 폼이 내게 화가 난 것 같다. 내가 활을 쐈다는 걸 누군가 목격했고 그 것이 알려진 모양이다.
“그렇겠죠.”
그런데 나는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걸 알고 있었습니까?”
“당연합니다.”
만약 이 일을 피하고 싶었다면 ‘인지부조화’를 사용했겠지.
“너 잘 걸렸다.”
베라토가 씩씩대며 다가왔다.
“너 아무래도 특별한 능력이 있는 모양인데.”
침을 퉤! 뱉었다.
“원숭이놈이 재주를 가져봤자 원숭이지.”
그러면서 눈알을 굴렸다. 척 보니, 벨라가 주변에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한 것 같다.
“나는 전부터 노란 원숭이들을 세상에서 소거해 버리고 싶었거든.”
“…….”
“궁수가 이 거리가 될 때까지 가만히 있으면 어떡하냐?”
“…….”
“왜? 쫄리냐?”
“…….”
“너 같은 원숭이는 내가 여기서 그냥 죽여줄게.”
베라토가 씨익 웃었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근데 누가 그래, 나 궁수라고?”
* * *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베라토가 싹싹 빌었다.
[감히 내 남편한테 원숭이? 뭐해? 목 그어 버려.]이사벨은 고유 능력 ‘패고 패고 또 패고’를 사용한 것에 대한 수치심도 느끼지 못하는, 굉장히 분노한 상태.
[뭐해? 저런 쓰레기 살려둬서 뭐하냐고!]이사벨의 검신이 바르르 떨렸다. 어지간히도 화가 난 것 같다.
‘뭐. 베라토 정도면 귀여운 수준이지.’
게이트를 막고서 통행세를 받는 것 정도는 애교다.
내게 원숭이니 뭐니 인종차별주의적인 말을 하는 것도, 짜증은 나지만 그게 죽일 정도는 아니다.
엎드려서 싹싹 빌고 있는 베라토에게 작게 말했다.
“불법적인 일로 코인을 많이 모았겠어. 그렇지?”
“그, 그렇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아니. 그게 죽을 정도는 아니고.”
내가 손에 아이템을 하나 들었다. 세니아로부터 전해 받은 ‘통역 구슬’이다. 이거 참고로 비싸다.
“이거 값은 해야지. 너랑 대화를 해야 했잖아.”
사실 몸의 대화를 더 많이 한 거 같다. 몸의 대화를 몇 번 하고 나니, 이토록 고분고분해졌다. 대화란 참 좋은 거다.
“죽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죽이지는 않을게. 단.”
나도 본전은 뽑아야지. 이동관문 이용하느라 적자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놔. 목숨값.”
“그, 그것이…….”
“싫으면 죽든지.”
이사벨의 검끝을 베라토의 목에 가져다댔다.
“아닙니다!”
베라토가 내게 1만 코인을 건넸다. 이야. 많이도 긁어모았네. 분명 여기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게이트에서 통행료를 받은 모양이다.
“뒤져서 더 나오면 1코인당 10대다.”
“지, 진짜 없습니다. 이게 제 전 재산입니다.”
“그래?”
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참고로 나는 2만 코인을 얻었다. 저놈은 모르겠지만 내게는 절도 천재가 있으니까.
우리의 절도천재께서는 정확하게 10,211코인을 가져오셨다. 1코인까지도 탈탈 털어서.
그러니까 마음을 곱게 써야지. 잠깐의 실랑이로 2만 코인을 얻었으니 절대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나는 드워프의 숲으로 이동했다. 겨울성 앞에 도착하니 부파파 장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천년용암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나 뭐라나.
[아 졸려. 서방. 나 이제 다시 잔다. 나 자는 동안 바람피면 죽…….]서방이냐 남편이냐.
그도 아니면 신부냐. 뭐 하나만 해라.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쉴 무렵, 부파파 장로가 내게 다가왔다.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위협적일 정도로 빠르게 걸어왔다. 그러더니 넙죽 엎드렸다.
“귀인이시여.”
자존심 높은 종족. 드워프가 갑자기 내게 무릎을 꿇었다.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천년용암을 구해온 것이 이렇게까지 큰일은 아닐 텐데. 천년용암 때문은 아니다.
쌍둥이 문지기들이 기겁했다.
“자, 장로님!”
“부파파 장로님!”
나도 그렇다. 나도 놀랐다. 부파파 장로를 일으켰다.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부파파 장로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서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서 —님을 영접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