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98)
#재능만렙 플레이어 198화
나는 송기영 회장과 만났다. 처음 송기영 회장과 만났을 때. 그때 송기영 회장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과 지금의 눈빛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래요. 나를 보고 싶다 했다고?”
네모난 테이블. 중앙을 바라보는 가운데 의자에 송기영 회장이 앉았다. 그리고 양옆에 송기열 길드장과 내가 마주보고 앉았다.
“차 나왔습니다.”
깔끔한 짧은 머리에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한 남자 한 명이 따뜻한 차 세 잔을 내왔다.
“차를 좀 마시면서 얘기하지.”
“그러시죠.”
분위기를 먼저 환기하려는 듯 송기영 회장이 입을 열었다.
“예쁘장한 여비서를 쓰면 우리 와이프가 하도 난리를 치는 바람에.”
곁눈질로 훤칠한 미남자를 힐끗 쳐다봤다. 글쎄. 나는 비서가 여자든 남자든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왜 비서들은 하나같이 미모가 출중한 건지 모르겠다. 뭐. 남자가 잘생겼다는 건, 여자가 예쁘다는 것보다 나와는 더더욱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어째서 나를 보고 싶다고 했지? 혹시 발모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나?”
“…….”
일단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내가 차를 음미하는 동안 송기영 회장은 천천히 기다려 줬다. 세계 굴지의 기업 성신의 총수를 앞에 두고도 나는 그렇게 긴장되지 않았다. 그에 반해 내 앞에 앉은 송기열은 많이 떨리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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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불안/초조/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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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의 만남을 강력하게 주선해 줘서일까? 아무런 소득도 없이 이 자리를 만들었다면, 시간을 금처럼 여기는 할아버지가 크게 화를 낼 것 같아서인가?
‘그게 아니라……. 실망을 드릴 것 같아 두려운 거겠지.’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내가 입을 열었다.
“좋은 차네요.”
“꼼빠니꼴로니알 홍차네.”
뭔지는 모르겠다만 좋은 거겠지. 어차피 이 홍차가 맛이 있고 없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손님이 한 분 더 오실 것 같으니. 얘기는 그때 하죠.”
“손님?”
송기영 회장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내 시간은 귀하네.”
“알고 있습니다.”
“나와 약속도 하지 않고 나를 막무가내로 찾아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별로 없겠지.
“하지만 사랑스러운 손녀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물론 겉으로는 그다지 티를 내지 않고 있을 거다. 그리고 후계전쟁에 있어서 송정희를 보는 시선과, 손녀로서 송정희를 보는 시선은 완전히 다를 거다. 송기영 회장은 그게 가능한 사람이다. 어찌됐든 송기영은 생각보다는 송정희를 아끼고 있을 거고, 송정희가 할아버지의 방에 찾아오는 것이 그렇게 싫지는 않은 사람일 거다.
얼마 오래 지나지 않아 비서실로부터 연락이 왔다.
-송정희 이사님이 찾아 오셨습니다.
성신에서의 직함은 이사인가. 송기영 회장이 나를 쳐다봤다.
“자네가 말한 손님이 정희인가?”
“예.”
송기영이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기분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애매한 표정. 송기영이 말했다.
“들어오라고 해.”
송정희가 방에 들어왔다.
* * *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정리하고 들어오기는 했다. 그렇지만 송정희는 급하게 뛰어온 것이 확실했다.
‘거친 호흡.’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지만 목덜미에 땀이 몇 방울 나있다. 지금은 겨울인데.
‘급했나보네.’
나와 송기열이 함께 송기영 회장을 본다고 생각하니, 일단 급하게 뛰어온 것 같다. 아주아주 중요한 기밀 얘기를 할 거라고 정보를 흘려놨으니까.
내가 말했다.
“그럼 얘기를 시작해 볼까요?”
내 말의 골자는 간단했다. 현재 동맹 협약을 맺고 있는 ‘거신 길드‘와 ‘태극 방패’는 더 이상 ‘그랑서울 던전’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내용.
“그러니까 송정희 씨가 그 어떤 플레이를 하더라도 방해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게이트 능력자들을 한 데 모아 게이트를 점거했던데요. 지금도 하고 있고.”
송정희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서 거짓말했다.
“오해가 있으신 모양이네요. 저는 그런 내용을 전혀 모릅니다만.”
이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렇다면 더욱 실망이군요.”
“무슨 뜻이죠?”
“그랑서울의 중요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뜻이니까요. 게이트 능력자들을 모아 점거하려는 시도라도 했다면, 당신의 안목에 감탄이라도 했을 텐데.”
순간 송정희의 말문이 막혔다. 송정희의 짧은 시선이 내가 아닌 제 할아버지 송기영 회장을 향했다. 지금 송기영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거다. 송기영은 태평하게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중. 살 많이 떨리지, 철혈마녀.
“사실 가족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그랑 서울 던전을 포기하려고 했었습니다만. 송정희 씨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일부러 씨익 웃었다.
“그들을 모두 쫓아내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군요.”
“…….”
결국 송정희가 입을 열었다.
“좋아요. 내가 졌어요. 그들은 제가 고용한 것이 맞아요. 그랑 서울 던전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파악했기 때문이죠.”
그래. 차라리 빠른 인정을 하는 것이 낫지. 송기영 회장도 그걸 원할 거다. 송정희의 상태를 보아하니 무표정인 겉모습과는 다르게 화가 많이 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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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분노/눈치/열등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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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은 오빠를 향한 열등감인지 나를 향한 열등감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면 태극방패와 거신길드는 그랑서울 던전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왜죠?”
“왜냐하면 그랑서울 던전의 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죠.”
“…….”
송정희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요건 몰랐지. 지금 송정희는 할아버지 앞에서 안목 없이 쓸데없는 도전과 투자만 해대는 바보 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거다.
“그럴 리가요. 김혁진 씨가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랑서울 던전에서는 성장열매라는 특수한 열매가 나올 확률이 매우 높아요.”
송정희는 ‘성장열매’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나보고 들으라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보고 들으라고 하는 얘기다. 내가 이렇게 정보에 밝다. 이런 정보를 토대로 움직인다. 모든 플레이어가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 곳이므로, 그래서 내가 이곳을 선점하려고 하는 거다. 그 것을 어필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그 것이 아니라고 밝혀졌습니다.”
“정보의 신뢰도가 높지 않습니다. 오로지 당신의 생각 아닌가요?”
송정희를 대하는 게 너무 쉽다.
“송정희 씨는 아마도 잭슨에게서 정보를 얻었겠죠? 그는 유능한 탐험가니까.”
“…….”
송정희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아마 잭슨과 함께 다시 탐사를 해본다면, 말이 바뀌어 있을 겁니다. 던전이라는 건 마치 생명을 가진 생명체와도 같아서 어제와 오늘이 다르니까요.”
“…….”
송정희가 입술을 아주 살짝 깨무는 것이 보였다. 할아버지 앞에서 된통 망신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송정희 이사님. 저는 태극방패와 긴밀한 협약을 맺은 거신길드의 길드장입니다. 알고 계시죠?”
“알고 있어요. 소수 정예로 이루어진 거신 길드. 그렇지만 대중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길드죠. 튜토리얼 종결자로 유명한 마상현. 아주 예쁜 눈웃음과 압도적인 PVP실력을 가진 신연서. 바람과 불의 콜라보로 유명한 곽태운과 강상구. 그리고 당신이 입양한 천재 탱커 김선화까지. 모두 대단한 플레이어들로 알고 있습니다.”
정보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다는 듯 송정희는 열심히 자신이 아는 카드와 정보를 내밀어댔다. 그래서 팩트로 뼈를 때렸다.
“만약 저희 거신길드가 그랑 서울의 게이트를 점거했다면 중국 플레이어인 라오위에게 패퇴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
걸려들었다.
“거기서의 패배는 죄입니다. 하려면 확실히 하든지. 그도 아니면 아예 하질 않았어야 합니다.”
“그건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닌 것 같은데요.”
“상관이 있죠. 당신이 라오위에게 패퇴하는 바람에, 태극방패가 반드시 움직여야만 하는 이유가 생겨버렸으니까. 날개길드가 태극방패의 사주 없이 움직였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굳이 태극방패를 거들먹거리면서?”
당시 ‘날개’를 이끄는 길드장인 김동현이 이렇게 인터뷰를 했었다.
-라오위 같은 적당한 수준의 플레이어 한 명 때문에, 태극방패쯤 되는 한국 최고의 길드가 나설 필요는 없겠죠.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중국 기준일 뿐이죠. 한국은 그보다 당연히 뛰어납니다.
-약 3시간 뒤. 다른 게이트를 클리어하러 간 동료들이 도착하면 저희가 라오위를 몰아내겠습니다. 그랑서울에서.
“그리고 날개가 움직인 것이, 저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으시겠죠.”
“…….”
아마 몰랐겠지. 나와 날개가 인연이 있고 이번 그랑서울 던전에서의 전투에 내가 연관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저는 그랑서울 던전의 히든필드를 공략하느라 안 그래도 바빴던 상황입니다. 태극방패 역시 마찬가지였고.”
물론 태극방패는 상관없었다. 그냥 끼워 넣어줬을 뿐이다. 할아버지 앞에서 점수 좀 따라고. 눈앞에 보이는 게이트를 제대로 장악하지도 못한 송정희. 그리고 보이지 않는 히든 필드를 공략해 내고 새로운 정보를 획득한 태극방패. 누가 더 우위일까.
송정희는 완벽히 내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저 포커페이스도 조금은 깨졌다.
“그건…….”
내가 말을 잘랐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그 패퇴한 무리로 다시 팀을 짜서 게이트를 점거했다는 것.”
“당신이 말하기 이전에 전력을 보강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보강한 전력이 얼마나 강한지, 제가 직접 시험해볼까요? 게이트에 걸어둔 권능. 쉽게 깨지나 안 깨지나?”
“…….”
거기서 송기영 회장이 흠흠, 하고서 헛기침을 내뱉었다.
“자. 자. 자네가 이 자리를 만든 것은, 내 앞에서 내 손녀딸에게 무안을 주기 위함인가? 할애비로서 기분이 아주 좋지만은 않아서 하는 말이네.”
당연히 그럴 거다. 자기 앞에서 손녀를 이렇게 까대는데 좋아할 할아버지는 없다. 보통은 그렇다.
‘하지만 송기영 회장은 보통의 할아버지가 아니지.’
허허- 하고 웃고는 있지만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보인다. 저 나이에 플레이어로 각성하여 레벨을 급속도로 올리고 있는 이레귤러. 기분이 나쁜 와중에도 공과 사는 철저히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말한 모든 것들이 송기영 회장에게는 귀중한 정보가 되었을 거다.
‘철혈마녀에게 힘을 실어주면 곤란해.’
철혈마녀 송정희. 저 여자는 아마도 잭슨과 큰 연관이 있을 거다. 송정희 혼자서 미래에 ‘철혈여제’가 되었을 리는 없다. 아예 날지 못하도록 날개를 잘라 버리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 마음 약한 송기영을 위해서라도. 내가 송기영 회장을 쳐다봤다.
“저는 송기열 길드장님의 비즈니스 파트너입니다.”
“그건 알고 있네.”
“그러나 그 비즈니스 파트너가 심약한 부분이 있어서 말이죠.”
움찔.
송기열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그런가? 자네 눈에는 우리 기열이가 심약한가?”
“적어도 동생과 관련해서는 그렇습니다.”
“…….”
송기영 회장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굳이 이런 자리를 만든 것이 비즈니스 파트너인 내 손자를 대신해서 할 말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제 파트너가 못하는 부분은 제가 채워줘야죠. 태극방패가 전폭적인 지원을 얻게 된다면, 저희 거신 길드에도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할애비로서의 기분은 전혀 참작하지 않은 방법이로군?”
약간은 화가 나 보인다. 실제로 조금은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인간인 이상 그럴 수밖에.
“저는 태극방패를 한국 제일. 아니 세계 최고의 길드로 우뚝 세워 올리고 싶으니까요.”
순간, 송기영 회장의 눈빛이 변했다.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에 약간은 반응했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겁니다.”
“어째서 스스로는 하지 않지? 자네 정도의 안목과 실력이라면 스스로 하는 것도 괜찮을 텐데? 거신 길드원들을 끌어모은 것도 그렇고.”
“제게는 성신이라는 뒷배경이 없어서요.”
“1인자가 어려우면 2인자라도 되겠다는 뜻인가?”
“그릇의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두죠.”
송기영 회장이 손뼉을 치며 웃었다.
“재미있군. 정말 재미있어. 처음에 나를 찾아왔을 때와는 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구만.”
그리고서 송기열 길드장을 보면서 말했다.
“정말 훌륭한 파트너를 옆에 두었구나, 기열아.”
“……감사합니다.”
“파트너란 그런 거지. 내가 못하는 것들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 용병술이란 그런 것이다.”
잠깐이지만 시선이 송정희에게 머물렀다. 지금 송정희는 용병술에 실패했는데, 그 실패한 용병술을 또 사용한 머저리가 되어 있을 거다. 송기영 회장의 머릿속에서는 말이다.
그러면 이쯤에서 비장의 카드를 하나 꺼내볼까. 이 자리는 단순히 송정희를 까내리고, 성신의 든든한 지원을 확고히하기 위한 자리만은 아니다. 내 눈으로 송기영 회장을 관찰하고 싶어서 이 자리를 만들었다.
‘원래의 미래대로라면…….’
송기영 회장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사망한다. 원인은 불명.
“회장님. 단 둘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만.”
“당신의 뭘 믿고 할아버지와 당신을 단 둘이 두게 하죠? 당신은 전투 클래스조차도 무력으로 찍어누른 플레…….”
송기영 회장이 손을 들어 올렸다.
“괜찮다.”
“하지만…….”
“둘은 나가 보거라.”
송기열과 송정희가 밖으로 나섰다. 나와 송기영 회장. 둘만 남았다. 내 눈에 송기영 회장의 상태창이 또렷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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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 [황금 군주]
수호자 : [황금뿔의 도깨비]
요약 :
1) 죽음을 대비하고 있는 플레이어.
2) 후계구도를 고민하는 재벌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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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영 회장 스스로 죽음을 대비하고 있단다. 단서는 두 개.
‘플레이어’ 와 ‘재벌총수’다.
플레이어로서는 죽음을 대비하고 있고, 재벌총수로서는 후계구도를 고민하고 있다. 확인했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로 했다. 내 능력과 자질은 이미 증명했으니, 송기영 회장도 지금은 내게 마음을 열 거다.
“황금 군주와 황금뿔의 도깨비. 그 것이 회장님의 생명과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만약 살릴 수 있다면 살린다. 내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