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99)
#재능만렙 플레이어 199화
“황금 군주와 황금뿔의 도깨비. 그 것이 회장님의 생명과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내가 말하자 순간 이곳. 회장실이 완전히 바뀌었다. 직사각형의 방. 모든 것이 황금으로 이루어진 황금의 공간.
[수호자 ‘황금뿔의 도깨비’가 수호자 전유 공간을 선포합니다.]송기영 회장의 눈동자가 약간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저 모습은…….’
정확하게 ‘강림’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저 상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반쯤…… 강림?’
한 번 보는 것만으로 완벽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있었다.
“회장님은 황금뿔의 도깨비라는 수호자님과 계약을 맺으셨겠군요.”
“그래요. 그랬죠.”
모종의 계약. 그것은 송기영 회장이 목숨을 담보로 한 계약일지도 모른다. 굉장히 큰 후원을 받는 대신, 생명을 바친다거나.
‘68세의 송기영 회장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그 계약 때문이겠지.’
송기영 회장이 말했다.
“언제부터 알았지?”
“처음부터요.”
“처음부터라.”
송기영 회장이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난 처음부터 황금 군주는 아니었는데. 자네가 날 처음 봤을 때에는.”
이 양반. 예리하시네.
“처음 봤을 때. 회장님의 레벨은 11. 고유능력으로 카리스마와 압도를 가지고 계셨죠. 그걸로 절 압박했었고.”
“…….”
“제 말이 틀렸습니까?”
“정확하군.”
“두 번째 만났을 때. 회장님의 레벨은 31이었습니다. 그때 이미 클래스와 계약 수호자가 결정되어 있었죠.”
송기영 회장은 황금색으로 달아오른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글쎄. 왜 이 필드를 구현했고 왜 이 필드 안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때 저는 확신했습니다. 황금뿔의 도깨비. 황금 군주. 그리고 회장님. 이 세 개의 키워드가 밀접한 관련이 있겠구나.”
“어떤 관련을 말하는 것인가?”
“분명 레벨업을 대가로, 플레이어로서 성장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무엇인가를 내놓았겠죠. 그게 시스템이 추구하는 바이니까.”
“재미있는 추론이군.”
“그 것은 물질적인 무엇인가가 되었을 수도 있고.”
송기영 회장을 한 번 쳐다봤다. 송기영 회장은 완벽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관찰자의 눈’으로 관찰하면 보인다. 저 황금색 눈동자가 미묘하게 떨리고 있다. 내가 송기영 회장보다 레벨이 높기에. ‘관찰자의 눈’의 능력이 송기영 회장의 포커페이스보다 뛰어나기에. 좀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어쩌면 회장님의 생명을 담보로 잡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송기영 회장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내 허허- 하고 웃고 말았다.
“정확하군.”
“회장님이 어째서 그러한 계약을 성사했는지는 여쭤보지 않겠습니다.”
송기영 회장에게도 송기영 회장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겠지.
“다만, 지금의 저는 송기영 회장님을 돕고 싶군요.”
“나를 돕고 싶다? 어째서지?”
“그야 성신의 뒷배를 얻고 싶으니까요?”
“오히려 내가 빨리 세상에서 없어져 주는 것이 좋지 않나? 기열이가 성신을 물려받게 될 텐데. 기열이와 자네는 돈독한 사이 아닌가?”
“송기열 길드장님이 성신을 온전히 물려받는다면 그렇겠죠.”
“아니라고 생각하나?”
“그럴 거였으면 이렇게 남매를 경쟁상대로 붙여놓지 않으셨을 거라 판단합니다.”
송기영 회장은 송기열에게 성신의 모든 것을 물려줄 생각이 전혀 없다. 과거에는 송정희에게 절반 이상 물려주고, 나머지 절반은 국가에 환원했다…… 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그에 대해 호사가들이 말이 많았지만, 하여튼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알려졌었다.
송기영 회장은 재미있다는 듯 가볍게 미소 지었다.
“탁월한 분석이군. 마치 내 아들놈 같아.”
아들이라면,
‘몇 년 전 비행기 사고로 죽은 송기천 사장을 말하는 거겠지.’
송기영 회장의 유일한 아들로 송기열의 뒤를 이어 성신을 이어받을 뛰어난 재목이자 천재로 명성을 알리던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죽은 사람을 들먹이니 내가 뭐라고 말하기에는 좀 애매했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송기영 회장이 그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화제를 조금 돌렸다.
“그래. 나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했고, 현 상황을 완벽하게 읽어냈어.”
“…….”
“단 둘이 남은 이 자리를 만든 것이, 자네의 통찰력을 자랑하고 싶어서는 아닐 거라 생각하네.”
송기영 회장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송기영 회장은 내가 왜 이 자리를 만들었는지. 이미 충분히 눈치채고 있다.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했고. 나를 돕고 싶다고 말했으니, 나도 솔직히 말하지. 나는 현재 [붉은 꽃의 눈물]을 가슴속에 품고 있네.”
“…….”
“이것은 현재 내 심장 속에 자리 잡고 있어. 언제 발화할지는 나도 모르네. 이게 발화하면.”
“3년 내로 죽겠죠.”
송기영 회장이 드디어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붉은 꽃의 눈물에 대해서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허.”
미래 기준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식이다.
“결계술사 안서희와 함께 포식수 군락지를 클리어했을 때 얻은 정보입니다.”
“포식수 군락지?”
“그 곳에서 저는 [라푼델의 의념]을 만났고. 라푼델의 의념이 제게 정보를 줬죠.”
어느새 송기영 회장의 눈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황금빛으로 물들었던 필드로 원래의 회장실로 돌아왔다. 내가 ‘포식수 군락지’에 대해 말을 꺼냈을 때. 그 때 이 ‘반 강림’ 상태가 저절로 해제 되었다.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말을 이었다.
“붉은 꽃의 눈물은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말라 죽어가는 병입니다.”
“……정확하네.”
“치료법이 없어 3년 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죠.”
“자네는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내가 모르는 많은 세계를 알고 있군. 진심으로 놀랍네. 이건 진심이네. 알면 알수록. 정말 놀랍군. 과거에, 자네를 과소평가했던 내 스스로의 안목이 구더기처럼 느껴질 정도야.”
‘붉은 꽃의 눈물’은 원래 불치병이다. 미래 기준으로도 불치병이 맞다. 그렇지만 나는 치료법의 실마리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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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수 군락지 지도(해석본)]포식수 군락지는 많은 포식수가 자리잡고 있는 산림입니다. 라푼델의 아버지는 라푼델을 위하여 포식수 군락지를 만들었습니다. ‘포식수의 씨앗’이 ‘붉은 꽃의 눈물’에 큰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위적으로 생성한 ‘포식수 군락지’의 수명은 최장 300년입니다. 300년 내에 포식수들은 생태계를 유지하지 못한 채 멸종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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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수의 씨앗이…… 붉은 꽃의 눈물에 큰 효험이 있다.’
이것이 곧 완벽한 치료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아직 제대로 개화하지도 않은 병이라면.’
감기도 초장에 잡으면 별 탈 없다. 암도 초기에 진단하여 잡아내면 괜찮은 경우가 많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 아닐까?
‘포식수의 씨앗으로 어찌어찌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포식수 군락지 지도’를 보여줬다. 송기영 회장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욕심이 나는 모양이다. 내가 지도를 다시 인벤토리에 넣었다.
“제 패는 모두 보여드렸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나는 송기영 회장을 돕고 싶지만, 그렇다고 무료봉사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황금 뿔 도깨비님과 무슨 계약을 하셨죠? 왜 그런 시한폭탄을 심장에 품고서, 이런 계약을 진행하셨습니까?”
“그 건…….”
“비밀 조항이 묶여 있습니까?”
“그건 아니네.”
송기영 회장이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 * *
송정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회장실을 나와, 엘레베이터를 타자마자 제 오빠인 송기열을 다그쳤다.
“그 자식. 도대체 뭐야?”
“…….”
몰라서 묻는 게 아니다.
“뭔데 이렇게 쪽을 줘? 오빠가 시켰어?”
“아니. 나도 몰랐다.”
“그게 말이 돼? 오빠가 만든 자리잖아! 이렇게 비겁하게 뒤통수 칠 거야?”
“…….”
송기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뒤통수를 치게 된 것이 맞다.
’이 상황은…… 김혁진이 그려낸 상황이다.’
김혁진은 일부러 이 상황을 만들었고, 이 상황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다. 송기열 자신이 못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이 할 일을 대신 해줬다. 송정희는 동생이기도 하지만 경쟁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경쟁이라는 건 늘 선할 수만은 없다.
‘내가…… 정희에게 무르다는 것을 알고.’
그래서 이런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겠지.
“……는 거야!”
잠시 다른 생각을 해서 못 들었다. 송정희의 날 선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내 말 듣고 있냐고!”
“듣고 있어. 목소리 낮춰. 곧 엘레베이터 문 열려.”
“이딴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그럼 나도 다 생각이 있어.”
“지나치게 극단적인 대립과 방법은 옳지 않아.”
“지금 오빠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
김혁진은 아마 정희가 이토록 분노할 것도 이미 알고 있었겠지. 지금 정희는 김혁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다. 송기열이 판단하기에 자신의 동생은 김혁진의 적수가 절대로 되지 못했다.
‘정희야.’
송기열은 경쟁자의 눈이 아닌, 오빠의 눈으로 동생을 쳐다봤다. 송정희가 말했다.
“그 눈빛. 역겨워.”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다. 송정희가 아주 작게 말을 이었다.
“나는 네 경쟁자야. 동생 따위가 아니라.”
송기열을 밀치고서 앞서 걸어갔다. 송정희는 화가 났다. 이런 상황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김혁진이 싫다. 그런데 자신을 동정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송기열의 눈빛은 더욱 싫다.
‘어리숙한 몽상가 주제에.’
그런 주제에 감히 누가 누굴 동정해?
‘나는 네 경쟁자라고.’
동생이 아니다. 우리는 경쟁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저쪽이 자꾸 저런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이니 더욱 화가 난다. 그런 주제에 김혁진과 짜고서 이런 치졸한 짓까지 벌여?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할 수가 없다.
입구에서 대기하던 차에 올라탔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래. 김혁진. 오늘부터 그 자식이 어디서 뭐 하는지. 샅샅이 기록해서 보고해. 실시간으로. 그리고 정창인 불러. 그래! 내 말 못 알아들어? 정창인 부르라고!”
그녀의 왼팔. 독인(毒人) 정창인을 불렀다.
* * *
송기영 회장의 말을 모두 들었다. 송기영 회장이 이 정도로 제 손자들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나도 몰랐다.
‘황금 군주.’
황금 군주는 자신의 ‘재화’를 소비하여, 자신이 아닌 타인의 재능을 극대화 시켜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타인의 재능을 극대화시켜 주면서, 그 스스로도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는 이레귤러 영역의 클래스였다.
‘송기영 회장이 사망했을 때…… 한창 비자금 설이 돌았었는데.’
당시에는 ‘붉은 꽃의 눈물’ 때문이었다는 발표도 전혀 없었다. 송기영 회장의 장례는 극비리에 치러졌었다.
‘비자금이 아니라…… 손자와 손녀를 성장시키기 위해 돈을 썼나보네.’
아무래도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의 송기열과 송정희, 그리고 망나니인 송진철까지. 아마도 송기영 회장은 죽기 전에 자신의 모든 불꽃을 바쳐 그 셋을 성장시켰던 것 같다.
‘어쩐지.’
송기열이 잘해주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상위 랭커라고 불리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다.
‘철혈마녀는 당연히 그렇고.’
지금의 송정희는 거의 신생아 수준이다. ‘철혈여제’라는 이명을 얻기에 한참 부족하다. 거기에 송진철? 최근 플레이어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글쎄.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졌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모두의 재능을 강제로 일깨우고 성장시켰구나.’
단순히 손자 손녀를 사랑해서라기보다는, ‘성신’을 이끌어가는 데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한다. 다가오는 시대는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이 곧 권력이 될 거라는 것을, 이 시기의 송기영 회장은 이미 판단했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걸어 과감하게 투자했고.
‘그만큼 성신을 사랑했다는 거겠지.’
오케이. 상황은 다 알겠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거래’겠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회장님을 돕고 싶습니다. 붉은 꽃의 눈물에 효험이 있는 약재도 알고 있을뿐더러.”
“…….”
“포식수가 많이 발견되는 필드도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단서를 알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날 놀라게 할 참인지 모르겠군. 자네는 도대체 모르는 게 있기는 한가?”
원래 ‘포식수의 군락지’를 맨 처음 발견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이탈리아의 플레이어 ‘전신(戰神) 살바레토’다.
‘내가 포식수의 군락지를 클리어할 수 있었던 것도.’
전신 살바레토가 먼저 그곳을 클리어 했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 플레이어 살바레토.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나와 큰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소음의 지휘자의 최애캐가 되어서.’
그래서 소음의 지휘자가 살바레토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거나,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거나. 둘 중에 하나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내가 소음의 지휘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잖아.’
심지어 나는 소음의 지휘자로부터 지도까지 받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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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지도]치열했던 전장. 승자와 패자. 산자와 죽은자의 기로.
‘까마귀의 전장’으로 안내하는 지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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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의 지휘자.
전신 살바레토.
전신 살바레토가 처음 찾아냈었던 ‘포식수 군락지’.
소음의 지휘자가 내게 준 지도.
지도에 표기되어 있는 ‘산자와 죽은자의 기로’.
아무런 연관이 없을까?
‘없을 수도 있겠지만. 또 있을 수도 있겠지.’
연관이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없어도 괜찮다. 이 상황을 잘만 이용하고 꾸려나간다면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다.
‘살바레토가 클리어했던 포식수의 군락지를……. 내가 찾을 수도 있겠지.’
그건 내가 하기 나름이다. 방향은 정해졌으니 구체적인 그림은 내가 직접 그려내면 된다.
“거래를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