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03)
#재능만렙 플레이어 203화
페드로는 끼어들고 싶지만 끼어들 수 없었다.
‘군주?’
페드로가 아는 한, 주변에서 가장 뛰어난 군주 클래스는 단연 ‘키엘리니(살바레토)’였다. 전에 ‘도르단 게이트’를 함께 클리어했을 때. 아마 키엘리니가 없었다면 모두가 몰살당했을 거다. 플레이어들을 진두지휘할 때 빛을 발하는 군주 클래스.
‘근데 김혁진 씨도?’
심지어 김혁진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내 군주로서의 능력이, 당신보다 뛰어나니까.
참다 못한 페드로가 끼어들었다. 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렇게 되면 활을 선물한 자신은 뭐가 되겠는가.
‘활 말고 다른 더 좋은 걸 줬어야 하는데.’
이래서야 상남자의 이름이 울지 않겠는가.
“아니. 김혁진 씨. 그럼 실피드의 날개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제가 잘 쓰고 있습니다. 저번에 봤잖아요?”
‘실피드의 날개’로 베라토의 권능을 부쉈다. 그리고 이사벨로 베라토를 두들겨 팼었다. 그 영상을 선화도 발견하지 않았던가.
“어. 그렇긴 한데…….”
그래도 궁수가 아니고 군주라니까. 좀 찝찝하다.
“그거 돌려주시면 더 좋은 거 갖다드릴게요.”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돌려주면 더 좋은 거 주는 겁니까?”
“예. 더 좋은 걸로 구해올게요. 그 뭐냐. 군주 전용으로다가.”
“저도 그게 좋을 거 같기는 한데.”
아니다. 사실 김혁진은 이 실피드의 날개를 원한다. ‘바람 신전’과 관련된 시나리오도 얻을 수 있을 거고. 그렇지만 말은 이렇게 했다.
“받은 걸 되돌려 주면 상남자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습니까?”
“그, 그건…….”
“제게 좋은 것을 주고 싶은 욕심때문에 자존심이 상할까 염려됩니다만.”
페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생각해보니 상남자의 자존심이 울 것 같다. 상남자는 응당 줬던 건 안 받는 거다. 그 게 상남자다. 그(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새,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페드로가 활짝 웃었다.
“그렇다면 이 상남자는, 돌려받지 않고 더 좋은 새로운 것을 구해다드리죠.”
“마음 정말 감사합니다. 역시 상남자라 배포가 다르군요.”
페드로가 활짝 웃고 그 옆의 모든 이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저게 눈 뜨고 코 베이는 건가. 단순한 벨라조차도 이게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을 정도니 말 다했다. 벨라가 크흠- 헛기침을 하고서 말했다.
“아무튼 나도 같이 할래.”
“안 돼.”
“왜?”
“키엘리니 씨가 싫어하니까.”
“그 건 내가 알 바 아니지.”
강상구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나도 저 마음 잘 알지.”
그랑 서울 던전에서 얼마나 개고생을 했단 말인가. 김혁진 말고 다른 놈들이랑 플레이하면 답답해 미칠 것 같다. 김혁진이랑 플레이하는 게 제일 좋다. 뭐니뭐니 해도 김혁진이랑 같이하는 게 최고다.
‘그게 가장 꿀 빠는 길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세상에 그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무조건 김혁진과 함께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너랑 플레이하다가 다른 애들이랑 하면 돌아버린다니까? 그렇죠, 벨라?”
벨라가 강상구에게 악수를 건넸다.
“역시. 뭘 좀 아는군요.”
“크. 슈밤. 이렇게 뜻이 잘 통하다니. 멋진 형이구만.”
벨라와 강상구는 뜻하지 않게 공감했고 둘이 함께 의기투합했다. 김혁진은 더 이상 대화로 벨라를 어르고 달래려 들지 않았다. 이 이상은 시간 낭비다.
“벨라.”
“왜?”
“너 싸움 잘하냐?”
“…….”
벨라는 순간 이상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저건 원래 내 대사인데.
“잘하지.”
“나보다 잘하냐?”
“…….”
벨라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한 상태다. 벨라가 보는 김혁진은 ‘근접 무투의 달인’이었다. 자신보다 몇 단계는 더 뛰어난.
“너보단 못하지.”
“나보다 싸움 잘하면 따라오고. 아니면 가고.”
“아니. 잘 생각해봐. 너보다 싸움 잘하는 인간이 몇이나 있겠냐?”
“그래서. 싸움 잘하냐고?”
키엘리니(살바레토)는 저 황당한 대화를 잠자코 지켜봤다.
‘벨라를 다루는 법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어.’
유치해보이지만 벨라를 다루기에는 저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 문제는 벨라를 굴복시킬 만큼의 능력자가 흔하지 않았다는 것뿐이지.
어쨌든 김혁진은 ‘너 싸움 잘하냐?’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김혁진. 살바레토. 강상구. 김선화. 넷으로 이루어진 파티가 결성 되었다. 페드로는 부파파 장로의 퀘스트가 있어 ‘겨울성’으로 갔다.
‘그럼……. 일단 게이트를 찾아볼까.’
폼페이 유적지.
이곳에서 3일의 시간이 흘렀다.
* * *
키엘리니(살바레토)는 속으로 생각했다.
‘과연…… 배울 점이 있는지 두고 보겠다.’
군주로서, 자신보다 더 뛰어나다고 한 플레이어는 처음이다. 그것도 저렇게 당당하게. 그래서 지켜보기로 했다. 과연 얼마만큼 뛰어난지. 아직 이렇다 할 소득은 없었다. 3일이 지났지만 게이트는 찾을 수 없었다.
김혁진은 고민해야만 했다.
‘잭슨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그러나 모든 일에 잭슨을 부를 수는 없다. 과거 살바레토가 이곳을 클리어했을 때에, 잭슨은 이 자리에 없었다. 잭슨 없이도 가능은 하다는 소리다.
선화가 말했다.
“오빠. 다리 아픈데 저기서 조금 쉬면 안 돼요?”
“그래.”
강상구가 ‘엥? 그게 말이 돼?’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김혁진이 강상구를 말렸다. 사실 말이 안 되기는 한다. 김선화는 탱커다.
‘몸의 내구력과 체력만큼은 나 이상인데.’
그런데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김혁진이 김선화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김혁진은 과거 ‘거북이 둥지’를 찾았을 때를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규카츠 집에서도 그랬어.’
선화가 갑자기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곳에 갔는데 게이트가 열렸었다.
‘보면 알겠지.’
탱커인 선화. 육체능력이 매우 뛰어난 선화가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고 느낀 이유를. 김혁진은 그렇게 판단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이곳은.’
바실리카 건물 구조. 흔히 생각하는 ‘신전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길다란 기둥들 수십 개가 하나의 직사각형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구조.
‘이미 여러 번 오간 곳인데.’
기둥이 모두 잘려있는 상태다. 멀쩡한 기둥은 하나도 없었다. 당연히 천장도 없다. 잘린 기둥만 수십 개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남아 있는 형태.
그리고 그중 한 주춧돌 앞에 선화가 앉았다.
김혁진은 거기서 발견할 수 있었다.
‘미묘한 일렁거림이 있다.’
아주 미묘하지만 분명히 있다. 뭔가가.
‘게이트는 아니야.’
그러나 게이트를 열 수 있는 어떤 ‘키’ 정도는 될 거다. 그리고 그때 살바레토가 말했다.
“제가 가진 지도가 반응합니다.”
찾았다. 게이트의 입구를.
* * *
김혁진은 활성화 된 게이트를 쳐다봤다. 강상구나 페드로처럼 황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했던 건 과거 한 번으로 족하다. 이 정도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선화에게는, 그 누구도 파악하지 못한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다.
‘선화 본인도 모르겠지만.’
김선화는 실제로 자기가 뭘 했는지 몰랐다.
“으잉? 게이트?”
살바레토가 가진 지도와 반응하여 게이트가 오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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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수 군락지]포식수 군락지로 이동할 수 있는 게이트입니다.
입장자격 :
1) 게이트를 활성화시킨 자(파티)이면서 30레벨 이상.
2) 포식수를 사냥한 경험이 있는 자이면서 30레벨 이상.
입장 자격 1) 과 2) 중 하나를 만족시킨 플레이어에 한하여 입장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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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진이 김선화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잘했어.”
“제가 했어요?”
“응.”
김선화는 자기가 한 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칭찬을 받아 기분 자체는 좋았다. 14살의 김선화는 오빠의 칭찬에 고팠다.
떨떠름한 표정의 살바레토가 앞장섰다.
“들어가죠.”
김혁진이 뒤따라 걸었다.
“제가 경험했던 포식수 군락지와 설명이 완전히 똑같습니다.”
지구 반대편. 한국에 있는 ‘포식수 군락지’와 설명이 거의 같다.
[‘포식수 군락지’에 입장합니다.]필드가 변했다. 포식수가 사는 곳답게 음습하고 어두운 동굴. 김혁진의 ‘감각안’에 많은 기척들이 잡혔다. 그러나 위협적인 기척은 아니었다.
‘전과 같아.’
300년이 지나 수명이 다한 포식수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재배한 포식수들. 사냥하기 정말 쉬운 놈들이다.
김혁진이 말했다.
“저는 직접 사냥에 직접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즉, 직접 공격은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왜죠?”
“제가 보상을 나눠가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약속했으니까요.”
솔직히 말해, 직접 사냥하면 경험치를 못 먹기 때문이다.
물론 김혁진은 지금 비약인 ‘자유’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사용하면 ‘경험치 획득 불가’ 페널티도 삭제할 수 있다. 그걸 이미 알고 있지만 잠시 보유만 하고 있는 중이다. 급한 건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지금 김혁진 스스로가 사냥하면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다.
“물론 간접적으로 획득하는 경험치나 제게 주어지는 직접 보상은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최대한 보상을 키엘리니 씨에게도 양도하고 싶어서죠.”
“……그렇군요.”
키엘리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약속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인간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단, 효율적인 사냥을 위해서 강상구가 딜을 넣는 것은 허용해 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어차피 뛰어난 딜러 없이 이곳을 클리어하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마침 포식수를 사냥하기 좋은 아이템도 갖고 왔습니다.”
천수지로부터 전해받은 ‘부패수’를 여기저기 뿌렸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살바레토도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몬스터들의 상태가 이상한데요.”
“물론입니다.”
“조심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아뇨. 지금 놈들은 늙고 병들어 있습니다.”
“함정이 있을 확률은?”
“없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합니까?”
“제가 클리어 했던 곳과 똑같은 곳입니다.”
뿐만 아니라 김혁진의 ‘감각안’은 예전에 포식수 군락지를 클리어했을 때보다 훨씬 더 발전한 상태. 김혁진의 능력 자체가 그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그것만으로 어떻게 확신하죠? 너무 과감한 움직임은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 못합니다.”
김혁진이 일부러 씨익 웃었다. 김혁진은 살바레토가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살바레토의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그게 당연하다.
“그래서 제게 배우라고 한 겁니다.”
“무엇을 말입니까?”
“가끔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것은 과거 살바레토가 직접 했던 말이다.
-제가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지나치게 신중한 생각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냉철했다 자부했던 저의 분석 때문에 살릴 수 있었던 많은 생명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얻을 수 있었던 더 많은 보상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이를테면 ‘포식수 군락지’ 같은 곳 말이죠.
살바레토는 ‘빠르게 클리어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시야를 말입니다. 물론, 이걸 제가 가르친다고 배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살바레토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저 무모한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란 말인가.
‘두고 보겠다.’
과연 얼마만큼 이곳을 확실하고 안전하게 클리어하는가. 군주로서 어느 정도의 능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이렇게 큰 소리를 떵떵 칠 만큼은 되는 것인가.
그렇게 10분이 흘렀을 때. 살바레토는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럴 수가.’
포식수 군락지가 완벽하게 클리어 되어 버렸다. 한바탕 불폭풍이 휩쓸고 지나가자 포식수 군락지가 끝났다.
[‘포식수 군락지’의 모든 ‘포식수’를 사냥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클리어 크리스탈이 생성 됩니다.]그리고 그 이후. 또 알림이 이어졌다.
[‘클리어 시간에 따른 보상 확대 조건’이 적용되어 있는 특수 필드입니다.]살바레토는 황당한 듯 김혁진을 쳐다봤다.
김혁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가볍게 웃고 있었다. 저 표정은 마치 ‘알림 들었습니까?’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뭐야, 저 인간?’
그런데 또 다른 알림까지 이어졌다. ‘포식수 군락지’를 클리어하는 데 기여한 공헌도를 ‘시스템’이 직접 판단한다는 알림이었다.
[공헌도를 판정합니다.]패배감에 휩싸여 있던 살바레토의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이것만큼은 내가 무조건 이겼겠지.’
그때까지만 해도, 살바레토는 그렇게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