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09)
#재능만렙 플레이어 209화
현정화가 눈을 부릅떴다.
‘데미지가…… 별로 안 박혔어?’
조금 혼란스럽다.
‘어째서?’
궤도는 정확했다. 정확하게 심장을 맞췄다. 그런데 데미지가 많이 안 들어갔다.
“현정화 씨.”
“……예.”
“최선을 다한 겁니까?”
“…….”
물론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별한 스킬이 아니라 일반 공격이었으니까.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최선을 다해보세요.”
사실 김혁진 스스로도 좀 놀랐다. 약점 중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심장을 그냥 내줬다. 원거리 딜러에게 최대 약점을 그냥 오픈했는데, 데미지가 별로 안 들어왔다. H/P가 절반도 깎이지 않은 것 같다. 스탯빨 차이가 이 정도로 많이 나나 싶다.
“현정화 씨의 최선이 이거였다면 정말로 실망할 뻔했습니다.”
“…….”
현정화가 두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실피드의 날개’를 들어 올렸다.
“김혁진 씨.”
활 시위를 잡아 당겼다.
“활을 잘 다루는 군주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 상태로 물었다.
“그런데 그 방어력은 무엇입니까?”
믿기 힘들었다. 궁수로서의 실력이 어찌됐든, 또 군주로서의 실력이 어찌됐든 그런 건 현정화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마법을 잘 쓴다고 해도 그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데 이건 다르다. 궁수. 군주. 마법사.
그 어떤 클래스든. ‘방어력’이 뛰어난 클래스는 아니다. 그런데 그런 클래스를 가진 김혁진이 화살을 그저 몸으로 받아냈다. 그 것도 심장을 내주고도 멀쩡했다.
‘저 불가사의한 방어력은 도대체…….’
김혁진이 대답했다.
“스탯빨과 템빨이라고나 할까요?”
“…….”
사실 지금 ‘템빨’의 덕을 보지는 않았다. 오크 대전사 세트는 파괴된 상태니까. 뛰어난 방어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다. 곧 오픈될 싱가폴의 ‘가든스 바이더 베이’ 던전에서 훌륭한 방어구를 얻을 수 있을 테니, 아직 투자하지 않았다.
현정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탯빨과 템빨이라.’
현정화는 오해했다. 사실상 스탯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스탯빨을 볼 수는 없다. 사실과 다르지만, 현정화는 그렇게 오해했다.
‘얼마나 좋은 아이템을 갖고 있길래?’
저 티셔츠 안에 어떤 갑옷을 착용하고 있는 걸까.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궁수는 방어력이 약하니까. 저런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이번에는 진짜로 갑니다.”
화살을 쏘아냈다. 한 번에 죽일 수 없다는 것을, 현정화도 잘 알았다. 연거푸 활시위에 활을 걸었다.
[고유 능력. ‘연속속사(連續速射)’를 사용합니다.]실피드의 날개에 현정화의 힘이 깃들었다.
“제 고유 능력. 연속속사입니다.”
화살을 쐈다. 한 번의 화살을 쏘아냈는데, 그녀의 활로부터 여러 발의 화살이 연속해서 발사되었다. 현정화의 손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화살 하나를 소모하여 여러 발의 화살을 쏘아내는 것. 마나로 이루어진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화살을 쏘아내는 현정화의 고유 능력.
김혁진은 그 장면을 눈에 담았다.
“꽤.”
꽤 좋네요. 라고 말하기 전에 김혁진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 * *
김혁진이 툴툴 몸을 털고 일어섰다.
“이 느낌. 별로 좋지 않네요.”
강상구가 말했다.
“슈밤. 나도 저 느낌 알아. 속도 울렁거리고 머리도 어지럽고. 하여튼 되게 별로야.”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느낌이다. 이미 PVP존에서 한 번쯤은 죽음을 경험해 봤으니까.
현정화가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부활하신 겁니까? 이곳은 PVP존도 아닌데요.”
“알려드릴까요?”
뭐. 커다란 비밀도 아니고.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제 칭호에 무한 부활 권능이 적용되거든요.”
──────────
*그랑서울 던전 내 무한 부활 권능 적용.
──────────
다만 ‘그랑서울 던전 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무, 무한 부활 권능이요?”
그런데 그때 보다 못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권총’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크기는 사람의 팔만한 권총. 그 권총에는 눈이 달려 있었다.
‘BJ?’
현정화의 중간 관리자. ‘리볼볼’이었다. 김혁진도 ‘리볼볼’을 알고 있다. 현정화와 독점 계약을 맺은 중간 관리자.
“아니. 잠깐. 지금 이게 말이 되는 상황임?”
세니아도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버그 검토는 이미 끝냈습니다. 저기 마상현 플레이어와 계약하신 넵튠 중간 관리자께서 말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 말에 어쩔 수 없이 넵튠까지도 모습을 드러냈다. 초록색과 에메랄드. 그 중간쯤의 피부를 가진, 눈이 하나밖에 없는 난쟁이 형태의 중간 관리자.
“말씀해 보십시오. 넵튠 님.”
“……그랬죠.”
넵튠은 씁쓸한 표정으로 김혁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때, 김혁진에게 함부로 대하다가 본전도 못 찾았던 기억이 난다.
세니아가 말을 이었다.
“강제 굴종을 사용해 가면서 김혁진 플레이어를 부당한 방법으로 압박했고, 폭력적인 상황을 연출하셨습니다. 이후, 버그 검토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넵튠 관리자께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셨습니다.”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요즘 많이 느끼는 거다.
‘이야. 세니아 진짜 많이 컸다.’
그때 그러니까 넵튠이 난리를 칠 때만 해도, 세니아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김혁진이 한 마디를 보탰다.
“저울의 아낙네께서 특수 권능인 무죄 추정의 원칙을 사용하여 나를 보호해 주셨지.”
권총 형태의 중간 관리자. ‘리볼볼’이 하늘을 향해 총알을 발사했다.
탕!
커다란 소리가 모두의 고막을 때렸다.
“아니. 그래도 이게 말이 됨? 버그 검토 제대로 한 거 맞음? 도대체 저놈 클래스가 뭐임? 뭔데 이럼?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밸런스가 안 맞음. 천사 양. 잘 보셈. 지금 초보구간임. 초보구간에 저게 말이 됨?”
“말이 안 됩니까?”
“이야. 이거 한 통속이네. 말이 안 되는 게 당연함. 당연히! 무슨 버그를 썼음? 얼른 말하셈! 넵튠님도 그렇게 생각 안 함?”
넵튠은 거기에 동의를 표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리볼볼의 말에 동의했다. 여태까지 같이 플레이해 오고는 있는데, 김혁진은 정말 이상한 놈이다. 잠깐 안 보였다 나타나면 성장해 있는 괴물 같은 플레이어. 초보구간 플레이어라고는 볼 수 없는 놈.
세니아가 창 하나를 띄웠다. 모두가 볼 수 있는 공유창이었다.
[시스템 스캔 결과, 버그값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시스템 스캔 결과, 어떠한 부정한 방법도 사용되지 않았습니다.]“이상 공유된 알림창이 바로 시스템에서 내린 결론값입니다.”
세니아는 ‘알림’을 캡쳐의 형태로 보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리볼볼은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완벽한 물증 앞에 더 이상은 꼬투리를 잡지 못했다.
김혁진은 조금 감탄했다. 세니아가 저런 것까지 미리 준비하고 있을 줄이야. 정말 많이 컸다.
김혁진이 말했다.
“우리는 다음 플레이를 진행해도 되나?”
그때 ‘리볼볼’이 총구를 김혁진에게 겨눴다.
“어디서 반말질임?”
김혁진은 담담한 태도로 리볼볼을 쳐다보기만 했다.
“증거 하나 없이 심증만으로 나를 버그 취급하는 중간 관리자에게 굳이 존대를 해야 하는 거냐?”
“하. 겁대가리를 상실함? 미쳤음?”
리볼볼의 총신이 붉게 달아올랐다.
“무한 부활 권능? 지금 그거 믿고 까부는 거임?”
리볼볼이 또 하늘을 향해 총을 몇 발 쐈다.
“그 권능이 진짜인지 아닌지. 한 번 보여줌? 난 그딴 권능이 있다는 거, 절대 안 믿음. 고수 구간에 들어가도 그런 사기적인 권능은 없음!”
“뭐. 시험해 보는 건 상관없는데 말이야.”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그렇게 스포를 해도 돼? 음. 고수 구간에도 그런 권능은 없다라. 메모를 해야 하나.”
리볼볼의 몸이 허공에 우뚝 멈춰 섰다.
“스, 스포라니!”
“고수구간의 내용을 초보구간의 플레이어에게 발설한 것 같은데. 세니아. 맞지?”
“그렇습니다. 고수구간의 내용을 미리 언급하셨습니다.”
“영상 찍고 있지?”
“송출 중입니다.”
중간 관리자는 미래의 일을 언급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미래 일을 언급하는 것. 이걸 ‘스포’라고 하는데, ‘스포’는 시스템적으로도 제재를 받는 중대한 위법행위다.
“나를 죽이는 건 상관없는데 말야. 지금 나는 새로운 필드를 클리어해야 하거든.”
새로운 필드.
그리고 송출 중.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리볼볼‘은 더 이상 김혁진을 상대하지 못하고 무어라무어라 열심히 중얼거렸다.
현정화는 두 눈을 꿈뻑거리며 김혁진을 쳐다봤다. 그 무서운 중간 관리자를 저렇게 말로 제압해버리는 인간은 처음 본다. 현정화는 알 수 있었다. 지금 리볼볼의 채널에 수많은 수호자들이 들이닥쳐서 항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리볼볼 관리자의 총신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
사람으로 치자면 식은땀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는 거다. 새로운 콘텐츠를 앞두고 있는 중요한 타이밍인데, 그 타이밍이 끊겨 버렸다. 몇몇 과격한 수호자들이 분노하고 있는 모양이다.
세니아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푸른빛의 결계께서도 매우 분노하셨습니다.”
푸른빛의 결계는 다른 수호자들보다도, 플레이어의 안위와 안전을 생각하는 성향의 수호자다. 김혁진 표현에 따르면 ‘과보호 성애자’다. 그 수호자의 심기를 거슬렀다.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는 우리 본분을 다해야지.”
리볼볼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고.
“현정화 씨. 비석은 여기다 꽂고. 부수면 될 것 같네요.”
“……네.”
비석을 꽂았다. 현정화에게 새로운 정보가 물밀듯 밀려들었다. 현정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김혁진이 그 기색을 읽었다.
“무슨 문제라도?”
“비석을 파괴하는 데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무슨 조건이죠?”
“풍신지체의 서를 가진 이만이 이 것을 부술 수 있다고 합니다.”
“풍신지체의 서요?”
“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아이템입니다. 그만큼 희귀하고 값진 아이템이리라는 생각이 드는 군요.”
“그래요? 한 번도 못 들어봤어요?”
김혁진이 곽태운의 등을 톡톡 쳤다.
“태운아.”
“네. 형.”
“저거 부술 수 있지?”
“네.”
현정화의 시선이 곽태운을 향했다.
‘응?’
저 말은 곧,
‘풍신지체의 서를…… 곽태운 씨가 가지고 있었나?’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다. 김혁진이 말했다.
“현정화 씨. 코리안 플레이 스타일이라고 모르세요?”
“그게 무슨……?”
“이탈리아에 그런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페드로로부터 만들어진 말이고, 그 말이 피에트로가 이끄는 ‘검은 나비’ 길드를 통해 점차 퍼지고 있는 중이다.
-코리안들은 퀘스트 아이템을 전부 미리 구비해 놓고 있다가, 퀘스트를 받는 즉시 클리어해 버리는 기이하고도 신기한 플레이 방식을 구사합니다. 그 와중에 챙길 건 모두 챙겨 버리는 미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죠. 제가 본 코리안 플레이어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그들은 랭커가 아니었습니다.
명인 페드로의 이 말이 씨가 되었다. 그래서 코리안 플레이 스타일이라는 말이 조금씩 번지고 있는 중이다.
그 사이. 곽태운이 바람을 일으켰다. 비석을 감싸고서 작은 회오리바람이 생성되었다. 비석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적-!
소리와 함께 비석이 부서졌다.
[‘문지기 무덤의 비석’이 파괴되었습니다.] [‘바람 신전’의 입구가 오픈되었습니다.]아무나 그곳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조건이 필요했다. 조건은 총 4개.
[풍신지체(風神之體)의 서(書)를 흡수한 자.] [바람의 의지를 이은 마도사.] [풍(風) 속성 친화력이 매우 높은 자.] [‘실피드의 날개’를 보유한 자.]알림이 이어졌다.
[네 가지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만족한 플레이어에 한하여 ‘바람 신전’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김혁진은 지체하지 않고 입장을 선택했다.
[‘바람 신전’에 입장합니다.]김혁진. 곽태운. 현정화. 셋이 입장했다. 그런데 셋만 입장한 게 아니었다. ‘거신 길드원’들 중, 예상하지 못했던 플레이어 하나가 함께 입장했다.
“선화?”
“헤헤. 오빠. 저도 왔어요.”
김혁진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선화는 무슨 조건을 만족시킨 거지? 김혁진이 물었다.
“선화. 넌 무슨 조건을 만족시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