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10)
#재능만렙 플레이어 210화
선화가 씽긋 웃으며 대답했다.
“풍 속성 친화력이 높대요.”
“알고 있었어?”
“몰랐죠!”
선화가 워낙 해맑게 대답해서 김혁진조차 황당할지경이었다. 선화가 다시 물었다.
“왜요? 안 되는 거예요?”
“아니. 안 될 건 없지.”
오히려 좋다. 뭐가 됐든. 어떤 속성에 대해 큰 친화력을 가지고 있으면 써먹을 때가 분명히 있으니까.
“보통 이런 경우는 흔치 않아서.”
선화가 고개를 갸웃했다.
“오빠는 불 속성 친화력이 상구아저씨보다 좋은 것 같던데…….”
“…….”
“안 흔한 거예요?”
김혁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듣고보니 그건 또 그렇네. 크흠, 헛기침을 하고서 말했다.
“더 좋지는 않아.”
“그래도 오빠는 군주인데, 상구 아저씨랑 비슷한 정도잖아요? 그러면 오빠가 더 재능 있는 거 아니에요? 클래스 빨을 하나도 안 받았는데 비슷하니까!”
그 말에 곽태운이 기분 좋은 듯 피식 웃었다.
“방화 마스터라고 한껏 잘난 체하더니. 별거 아니었네요.”
어쨌든 김혁진, 김선화, 곽태운, 현정화는 ‘바람 신전’에 들어오게 됐다. ‘바람 신전’은 김혁진이 예전에 들어왔었던 ‘바람이 부는 언덕’과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여기는 언덕 지형이고.”
저만치 위에 건물이 하나 보였다.
“전에는 폐허였었는데. 저기 신전이 세워져 있네.”
때마침 바람이 불어왔다. 예전. ‘바람이 부는 언덕’과 같았다.
[↗↗↗]바람 표시가 생겨났다. 마침 신전을 향해 부는 바람이다. 김혁진이 말했다.
“올라가죠.”
바람을 등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바람이 부는 언덕’에는 그다지 위험한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았다. 끽해야 레벨 20 내외의 레이스.
“태운이도 전에 봤던 놈이지?”
“네. 형.”
둥둥 떠다니는 유령 형태의 몬스터인데 커다란 갈매기 형상을 하고 있는 놈.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 특수 몬스터다.
“물리 공격 안 통하는 놈이었죠. 제가 잡을게요.”
돌발 게이트였던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사냥한 적이 있는 놈이고, 곽태운이 간단한 바람마법을 사용해 모조리 죽여 버렸다.
곽태운은 감회가 새로웠다.
‘처음에는 위협적인 놈이었는데.’
그때는 위험한 놈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쉽다. 레벨 차이가 거의 20 가까이 나는 현재. 레이스는 곽태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곽태운이 물었다.
“엎드릴까요?”
“아니.”
전에는 바짝 엎드렸어야 했는데. 그래야 날아가지 않았는데. 지금은 다르다.
“현정화 씨. 어때요, 움직이는 데 지장 없죠?”
“네. 지장은 전혀 없네요.”
바람이 세차게 불지만 움직이는데 어려움은 없다. 굳이 거추장스럽게 엎드렸다가 일어났다를 반복할 필요는 없었다.
신전 앞에 도착했다.
곽태운이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18개의 기둥이 있어요.”
18개의 기둥을 가진 신전이었다.
“그러게. 하필이면 18개네.”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봤었던 ‘기둥’도 18개였었다. 기둥을 부술수록 중앙 기둥의 높이가 낮아졌고, 대신 필드의 난이도가 높아졌었다.
김혁진은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때 기둥에 관한 설명은 이랬었다.
──────────
폐허가 된 신전의 기둥
──────────
신전 앞에는 두 개의 천사상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천사상 두 개.’
일반적으로 ‘클릭’은 불가능한 물체였지만 관찰을 통해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
[날개 잃은 천사상 1]──────────
──────────
[날개 잃은 천사상 2]──────────
두 천사상의 이름은 모두 ‘날개 잃은 천사상’이었다. 김혁진은 순간 멈칫했다.
“왜 그래요, 오빠?”
“저 천사상들 뭔가 있는 것 같다.”
이탈리아의 정보상인 피에트로가 궁수들을 모집하고 있는 이유. 바로 ‘날개 잃은 천사상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함이었다. 피에트로가 김혁진 자신의 경고를 받아들여 게이트 공략을 포기할지, 아니면 강행할지는 모를 일이다.
’과거 피에트로는 절반이 넘는 궁수들을 잃고 패퇴했었어.’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엇인가 ‘필요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그런 끔찍한 결과가 벌어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그 게이트와 저 날개 잃은 천사상과 관련이 있는 거라면.’
저 천사상을 통해 무엇인가를 얻고, 그것을 통해 진짜 ‘날개 잃은 천사상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현정화는 여기서 그걸 얻지 못한 채 클리어했었던 거고.’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윈드 애로우.”
곽태운이 레이스 한 마리를 또 사냥했다. 이후에는 검은색 연기로 이루어진 몬스터인 ‘고스트’가 나타났다. 던전과 필드의 구성은 이전과 거의 같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이렇게까지 구성과 맥락이 같다는 건, 분명 뭔가 이상했다.
“형. 방금 보셨겠지만 고스트가 나타났어요.”
이제는 그 고스트의 마비독도 별로 무섭지 않다. 예전에는 레벨이 ‘?’로 표시 됐었는데 이제는 28로 표시된다.
방금 또 한 마리의 고스트를 사냥한 곽태운이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거기서 현정화는 신기하다고 느꼈다.
‘나는 곽태운 씨와 플레이할 때 상당히 편하다고 느꼈어.’
서로 대화는 오고가지 않았지만, 둘의 궁합은 굉장히 좋았다. 현정화는 그렇게 판단했다. 곽태운은 늘 상황판단이 빨랐고 결단이 과감했다. 곽태운의 리드는 대체적으로 옳았다. 그런데 그 곽태운이 지금은 김혁진에게 질문만 하고 있다.
‘완벽한 신뢰.’
곽태운도 뛰어난 플레이어인데. 그 곽태운이 저토록 완벽하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쯤 되니, 거신 길드의 길드장인 김혁진에게 더욱 큰 관심이 생겼다. 어째서 저런 괴물 같은 플레이어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나도 궁금해졌다.
김혁진이 말했다.
“글쎄. 나는 이 천사상에 뭔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선화랑 제가 엄호할게요.”
현정화도 한 마디를 보탰다.
“저도 엄호하죠. 딱히 엄호할 필요도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김혁진은 ‘날개 잃은 천사상’에서 아주 특별한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바로 ‘이름’과 ‘형상’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
’이름은 날개 잃은 천사상인데.’
두 천사상 모두 날개가 존재한다. 한 쌍의 날개가 각각 달려있는 석상이다.
“두 천사상의 이름은 날개 잃은 천사상. 그런데 둘 모두 날개가 달려 있어.”
선화가 또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부수면 되는 거예요?”
“글쎄.”
과거를 떠올렸다. 현정화를 쳐다봤다.
’과거의 현정화는 이 천사상에 의의를 뒀을까?’
‘관찰자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이름이다. 그냥 조형물로 생각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아니. 조형물로 생각했을 거다.
“왜요?”
“이곳의 클리어와는 상관이 없을 수도 있어.”
과거의 현정화는 이 천사상과 상관없이 이곳을 클리어했을 거다. 그녀만의 방식으로. 그래서 온전한 실피드의 날개를 획득했을 거다. 그러니까 ‘피에트로’는 ‘날개 잃은 천사상 게이트’에서 실패했겠지.
‘그러면 여기서 굳이 날개 잃은 천사상에 대해 더 조사하고 파고드는 건 비효율 적인 일인데.’
그런데 또 그냥 넘어가기에는 찝찝했다.
‘음.’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고, 복권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하지?’
잠시 고민했다.
[‘무명의 관찰자’가 관찰합니다.] [‘용맹한 사자왕’이 지루해합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신중한 자세를 칭찬합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답답해합니다.]김혁진의 고민 때문에 플레이가 지체되자, 수호자들이 각각의 성향에 따라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리고 또 한 명.
[‘유성이 떨어지는 밤’이 흥미롭게 지켜봅니다.]먹튀를 했었던 ‘2세대 졸부 수호자’ 유성이 떨어지는 밤이 다시 등장했다.
‘어라?’
다시 나타났다. 아직 ‘뛰어난 궁술가의 자질’ 퀘스트가 완벽히 클리어되지 않은 상태. 정확히 말하자면 ‘보상‘인 ‘궁신지체의 서’가 아직 주어지지 않은 상태다.
‘굳이 여기서 나타났어?’
김혁진은 떠올렸다.
검은나비의 길드장 피에트로.
그가 모으던 궁수들.
날개 잃은 천사상 게이트.
바람 신전. 실피드의 날개.
유성이 떨어지는 밤.
‘모두. 바람 혹은 활과 관련이 있다.’
2세대 졸부 수호자. 플레이어들에게는 로또라고 불리는 수호자가 먹튀를 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그 수호자는 지금을 기다려왔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지금을 위해서.’
궁수.
날개 잃은 천사상.
실피드의 날개.
유성이 떨어지는 밤.
김혁진은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오늘. 드디어 ‘궁신지체의 서’를 획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것을 얻을 수 있다면 약간의 도박도 필요하다.
“날개를 자른다.”
일단 직접 하지는 않기로 했다. ‘관찰자’ 페널티가 존재하는 이상, 그것이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니까.
“태운이. 네가 잘라.”
“네, 형.”
곽태운이 마법 시동어를 내뱉었다.
“윈드 커터.”
날개 잃은 천사상의 날개가 잘렸다. 김혁진의 관찰은 정확했다.
[‘날개 잃은 천사상’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그 순간 김혁진은 직감했다. 위험하다.
“모두 엎드려!”
쿠구궁!
소리와 함께 필드 전체가 진동했다.
날개 잃은 천사상.
두 석상이 단 위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날개 잃은 천사상’의 이마에는 붉은 보석이 하나씩 박혀 있었다.
붉은 보석에서 빛이 번쩍! 새어 나왔다.
붉은색 빛줄기가 허공을 향해 쏘아졌다. 모두가 엎드린 덕분에 빛줄기에 얻어맞지는 않았다. 김혁진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방금 그건?’
순간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붉은 광선 안에 내재되어 있는 흉폭한 힘을. 살갗이라도 스쳤다가는 온몸이 재가 되어 바스라질 것이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날개를 상실케 한 이가 누구냐.] [나의 날개를 상실케 한 이가 누구냐.]날개 잃은 천사상의 두 눈이 붉은 빛으로 빛났다. 눈동자가 붉고, 이마 위에 보석이 붉었다. 김혁진은 아득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엄청난 기세군.’
아무래도 잘못 건드린 모양이다.
──────────
날개 잃은 천사상 LV ?
──────────
레벨이 표기되지 않는다. 그냥 느껴진다. 이 느낌은 마치 ‘불 거인’을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자신보다 훨씬 강력한 개체를 앞에 뒀을 때 느끼는 이 아득하고 답답한 느낌. 해일같은 그 느낌이 김혁진의 몸을 덮었다.
그때 바람이 불었다.
[↙↙↙↙↙↙↙]김혁진은 알 수 있었다. 과거. ‘바람이 부는 언덕’이 존재했던 것은, 오늘을 위한 초석이었다는 것을. 시스템이 오늘을 위해 안배를 해놓은 것이었다.
그때 경험했던 것들을 오늘 다시 경험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때는 ‘예행 연습’이었다.
[감각안이 ‘흉폭한 살기(殺氣)’를 감지하였습니다.]과거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느꼈던 살기는 그냥 살기였다. 그때는 ‘고스트’가 김혁진을 노렸었는데, 이번에는 ‘날개 잃은 천사상’이 김혁진을 노렸다.
‘방법은 전과 같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바람을 확인했다.
[↙↙↙↙]바람에 따른 붉은 광선의 궤적을 예측하고.
바람의 영향을 받은 김혁진 자신의 몸놀림을 이해해야 한다.
붉은 광선이 쏘아졌다.
‘해봤던 거야.’
이미 해봤던 거다. 덕분에 좀 더 익숙하다. 잘할 수 있다. 기이한 포물선을 그리며 붉은 광선이 쏘아졌다.
‘본질적으로 그때와 같으니까.’
그때를 떠올렸다. 가능한 최소의 움직임으로,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건 고스트의 마비독이냐, 날개 잃은 천사상의 공격이냐.’
그것이 달라졌을 뿐이다.
[관찰자의 눈이 본질의 흐름을 탐구합니다.]공격하는 대상이 달라졌지만, 회피하는 김혁진도 많이 성장했다.
‘궤적이…… 보인다.’
그때와 같았다.
‘오른쪽으로 반 보.’
날개 잃은 천사상이 쏘아낸 붉은 광선은 김혁진을 맞추지 못했다. 스쳐 지나갔다. 김혁진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맞으면 죽는다.’
어떻게든 놈들을 파괴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방법이 있을 거야.’
생각해봤다.
‘어쩌면. 이게 먹힐지도 모르겠어.’
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