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12)
#재능만렙 플레이어 212화
부서져 버린 ‘날개 잃은 천사상’이 바람결에 날려 흩어졌다. 그것은 작은 돌멩이가 되었다가 이내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김혁진이 말했다.
“저한테는 특별한 스킬이 있습니다.”
“…….”
현정화는 보채지 못했다. 특별한 스킬. 고유 권능. 클래스 스킬. 기타 등등. 자신의 패를 남에게 까는 것은 불리하다. 믿을 만한 동료. 혹은 지금 당장 합을 맞춰야 하는 파티원이 아니면 공유하지 않는다.
그런데 김혁진은 굉장히 쉽게 말해줬다.
“상대의 약점을 간파하고 후벼 파는 기술이죠. 어떻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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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지검(洞察之劒)]탁월한 일격과 검로개척의 장점을 한데 모아 만들어낸 상위 고유능력. 어떠한 순간에도 적의 약점을 놓치지 않으며 가장 연약한 부위에 강력한 공격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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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사실은 이것이 ‘검’과 관련한 기술이라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 현정화가 들었으면 믿지 못하거나 멘붕에 빠질 확률이 크니까.
‘사실 검 기술인데, 이능융합을 통해 합성시켰어요. 화살에 적용하니까 되긴 되더라고요.’
그 말은 하지 않았다마는, 어쨌든 거짓말은 안 했다.
“그 스킬에 또 다른 칭호 효과가 덧붙였습니다.”
“……진정한 지배자 외에도 또 칭호를 가지고 계셨어요?”
“네. 운 좋게도.”
현정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칭호는 어지간해서는 얻기 힘들다. 그래도 김혁진이라면 인정한다. 칭호를 못해도 2개 이상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3개 까지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
사실 3개가 아니라 8개지만, 현정화는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그 칭호에 추가 데미지 20퍼센트 산정이 붙어 있거든요.”
탁월한 플레이어의 칭호 효과다.
“20퍼센트요?”
2퍼센트도 아니고 20퍼센트다. 현정화는 입이 쩍 벌어질 뻔했다. 20퍼센트 증폭 칭호 효과. 들어본 적도 없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서 군주 스킬 덕을 좀 봤어요. 이게 크리티컬 샷 확률을 높여줘요.”
그리고 하나 더.
“화살은 소모성 아이템이잖아요?”
“따지고 보면 그렇죠.”
“지금 저는 일대일 전투를 치렀고.”
“맞아요.”
“그러면 아이템 효과가 또다시 30프로 증폭되는 군주 전용 능력이 있어요.”
“…….”
현정화는 침묵했다. 2프로 3프로도 아니고 툭하면 20프로, 30프로가 튀어나온다. 김혁진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유형의 플레이어다.
“방금 저희한테도 전투 버프 걸어주시지 않았어요?”
“걸었죠. 현정화 씨에게 사용한 버프도 같은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현정화도 그 능력은 경험해 봐서 안다. 그런데 그 능력을 중첩해서 두 번이나 사용할 줄은 몰랐다.
“좋아요.”
현정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궁수로서의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었던 게 아니라, 김혁진 씨의 칭호와 스킬들이 사기적이라는 뜻으로 이해할게요.”
“그렇게 이해하시면 편할 것 같네요.”
이능 융합도 사실 스킬이니까.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
“제가 배울 건 없었던 것 같아요.”
“네. 아쉽게도.”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니까. 여기요.”
현정화가 아이템 하나를 건넸다. ‘천사상의 날개’라는 아이템이었다.
“저한테 주시려고요?”
“거절은 안 하시네요?”
“주시면 받아야죠.”
“뭔가 주기 싫은 태도네요. 예의상 한 번은 거절해 주면 모양 좋잖아요?”
“먼저 주신다고 한 건 현정화 씨인데요.”
현정화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뭔가. 말을 하면 할수록 말리는 기분이다.
“그래도 뭔가 얄밉잖아요.”
그런데 그때. 김혁진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유성이 떨어지는 밤’이 당신의 궁술에 깊이 감탄했습니다.]잠깐이나마 먹튀를 했던 2세대 졸부 수호자. ‘유성이 떨어지는 밤’이 다시 등장해서 감탄했다는 알림을 보내왔다. 긴 시간 끝에. 퀘스트 클리어 알림도 들려왔다.
[‘뛰어난 궁술가의 자질’이 완벽하게 클리어 되었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보상은 다름 아닌,
[궁신지체(弓神之體)의 서(書)를 획득하였습니다.]무려 ‘궁신지체의 서’를 획득했다.
‘먹튀가…… 아니네.’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아무튼 받아냈다. 역시 저 ‘날개 잃은 천사상’ 정도는 잡아줘야 이 정도 보상이 따라주는 모양이다.
세니아는 세니아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매우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그녀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리액션을 해줬다. 플레이에 집중하는 김혁진을 대신해서 말이다.
김혁진이 말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갈까요?”
* * *
‘바람 신전’의 내부는 겉에서 봤을 때와는 또 달랐다. 천고가 훨씬 더 높았다. 일반적인 천고는 아니었다. 고개를 위로 완전히 꺾어서 봐야만 위가 겨우 보일 정도로 높았다. 천장에는 ‘천장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양식이 독특했다.
‘기하학적인 문양들.’
그리고 그 문양들 사이사이에 ‘신’이라 짐작되는 나체의 인간들이 보였다. 그 나체의 인간들이 각각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가리키며 누워 있었다.
천장의 가장자리. 직사각형 테두리는 은은한 보랏빛이 새어 나왔다.
‘18개의 기둥.’
그런데 밖에서 봤을 때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가운데에 중앙 기둥.’
유독 두껍고 커다란 기둥. 천장을 뚫고서 높이 솟아 있었다.
‘예전의 바람신전과 같네.’
전에 곽태운이 저 기둥을 타고 올라가 ‘헌물함’을 챙겨왔었다. 전체적으로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간다면, 이번에도 역시 저 기둥 위에 뭔가가 있지 않을까.
현정화가 활을 쐈다.
탁!
활이 어딘가에 꽂혔다.
레벨 22짜리 큰 입 도마뱀을 사냥했다. 큰 입 도마뱀이 중앙 기둥 위에서부터 내려오던 중이었다.
‘큰 입 도마뱀도 있고.’
과거와 너무나 똑같다.
‘인면조도 나타나겠네.’
아니나 다를까. 인면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얼굴. 그리고 새의 몸. 레벨은 29. 모두 강한 놈들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현정화의 손이 바빠졌다.
[고유 능력. ‘연속 속사(連續 速射)’를 사용합니다.]미래의 신궁답게. 그녀의 활은 정확했다. 김혁진이 별로 할 것도 없이, 현정화는 무려 12마리에 달하는 큰 입 도마뱀과 인면조를 사냥했다. 몬스터들은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김혁진이 말했다.
“예전과 정말 똑같네.”
“제가 위로 올라가봐야 겠네요. 바람의 신발도 갖고 있고요.”
“그래야할 것 같아. 그건 그런데 조금만 더 살펴보자.”
과거에는 실수하면 ‘마나의 흐름’에 의해 몸이 산산조각 났었다. 저 중앙기둥에서 벗어나는 순간 죽는다고 보면 됐다.
‘그런데 그런 마나의 흐름이 보이지 않아.’
겉으로 보면 굉장히 쉽다. 곽태운이 저 기둥을 타고 올라가서 헌물함이든 뭐든. 뭐가됐든 가지고 내려오면 된다. 그러면 클리어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터.
‘그렇게 쉬울까?’
그건 아니겠지.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선화가 말했다.
“그런데, 오빠. 전에는 기둥들 막 부수고 그러지 않았어요?”
“그랬지.”
여기서도 하나의 차이점이 발생했다.
“그때는 7개의 기둥을 부숴야 중앙기둥이 생성되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그냥 존재하고 있다.
“기둥을 부술수록 기둥의 높이는 낮아지는 대신, 몬스터들이 흉폭해졌어.”
김혁진이 결론을 내렸다.
“저 중앙기둥은 키포인트겠네.”
현정화에게 말했다.
“저 중앙기둥 부술 수 있겠어요?”
“해볼게요.”
어느새 현정화는 자신도 모르게 김혁진의 커맨드를 충실하게 따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김혁진을 리더로 인정했다.
현정화가 아이템을 바꿨다.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활이었다. 속도는 느리지만 데미지가 강력한 ‘화염 속성’을 머금은 아이템. ‘화염 두꺼비’였다.
[특수 스킬. ‘폭발(爆發)’을 사용합니다.]현정화가 쏘아낸 화살이 기둥에 닿았다.
콰광!
폭발음이 일었다.
여러 번의 공격 끝에 기둥이 부서졌다. 중앙기둥과 맞닿았던 천장 쪽에는 구멍이 생겨버렸다. 작고 동그란 하늘이 보였다.
[1개의 기둥이 파괴되었습니다.] [몬스터들이 흉폭해집니다.]그리고 김혁진은 확신했다.
‘순서가 있어.’
전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전체적인 맥락은 같이 흘러가지만 디테일이 다르다는 소리다.
‘일단 첫 번째는 맞췄고.’
그럼 그 다음은.
‘순서를 틀리면…….’
아마 높은 확률로 이 신전이 붕괴된다. 필드가 소멸한다는 소리다. 필드가 소멸하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죽는 거고.
’과거의 현정화가 여기를 클리어했다고?’
천사상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이건 아니다. 절대로 현정화 혼자서 클리어하지 않았다. 현정화를 돕는 조력자가 분명히 있었다.
김혁진이 ‘실피드의 날개’를 사용했다.
“현정화 씨. 저거.”
현정화가 빠르게 이해했다.
[특수 스킬. ‘폭발(爆發)’을 사용합니다.]김혁진이 맞춘 기둥에 연속해서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곽태운도 가세했다. 현정화와 곽태운이 함께 부수자, 기둥은 금방 무너졌다.
“다음은 이거.”
김혁진은 순서대로. 18개의 기둥들을 하나씩 공략하기 시작했다. 예전.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얻었던 교훈이 있다.
‘12개만 부순다.’
그때의 기억이, 지금의 힌트가 됐다. 모두 부술 수는 없다. 이곳이 무너진다. 12개를 부수고 6개를 남긴다.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거다. 김혁진은 그렇게 확신했다. 천장을 확인했다.
처음. 중앙 기둥이 무너진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반 나체의 신’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위치한 기둥. 그걸 무너뜨렸다. 그 자리에는 또 다른 ‘반 나체의 신’이 가리키는 기둥이 있었고, 그걸 부쉈다.
천장의 천장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었다. 이곳의 클리어 열쇠였다.
나체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 그 곳에는 늘 기둥이 존재했다. 중앙 기둥 위의 방향을 기준으로 계속해서 이어갔다.
[7개의 기둥이 파괴되었습니다.] [진정한 중앙 기둥이 생성됩니다.]아까 무너졌던 중앙기둥의 잔해가, 마치 시간을 되감은 것처럼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복구되었다. 중앙 기둥은 천장을 뚫고 하늘 위까지 솟구쳤다.
은은한 황금빛을 내고 있고, 여러 가지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기둥이 생겨났다. 하늘 높이 솟아났다.
“태운아. 부탁한다.”
“네, 형.”
“마나의 흐름이 강렬하니까 조심하고.”
“네.”
곽태운은 자신 있었다. 지금은 ‘풍신지체의 서’까지 흡수했고, 레벨도 훨씬 높아졌다. 그때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우리는 밑에서 서포트할게.”
‘바람의 신발’을 착용한 곽태운이 달리기 시작했다. 중앙 기둥을 타고 올랐다. 그사이, 김혁진과 김선화. 그리고 현정화가 나머지 기둥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여기.”
김혁진의 명령을, 김선화와 현정화는 충실히 잘 이행했다.
[12개의 기둥이 파괴되었습니다.] [몬스터들이 흉폭해집니다.]그때 새로운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와 맥락은 비슷하되 같은 곳은 아니다.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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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의 인면조 LV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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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37짜리 몬스터다. 인면조와 비슷하지만 온몸에서 보랏빛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는 놈.
‘저주 계열.’
꽤 강력한 저주를 사용하는 놈이다. 놈이 날개를 펼치고 날았다. 목표는 중앙기둥을 오르는 곽태운으로 보였다.
“선화. 어그로.”
김선화가 곧바로 도발을 사용했다.
“도발!”
천재탱커답게 어그로를 한 번에 끌어왔다.
‘원한의 인면조’가 보랏빛으로 눈을 빛내며 선화를 향해 괴상한 울음소리를 냈다. 날개를 접는가 싶더니 선화를 향해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의 얼굴. 그런데 입이 굉장히 컸다. 송곳니가 날카로웠다. 마치 맹수의 이빨 같았다.
현정화가 황급히 활을 쐈다.
팅!
그러나 현정화의 활은 ‘원한 인면조’의 결계를 뚫지 못했다. 원한 인면조는 원거리 공격에 강한 내성을 가진 몬스터다. 그렇다고 데미지가 강력한 ‘폭발’이나 결계를 뚫는 특수 스킬을 사용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인면조가 너무 빠르게 접근했다.
현정화가 다급하게 외쳤다.
“선화!”
보통은 ‘선화 양’이라고 존중해서 표현해주는데, 너무 급하니 반말이 튀어나왔다.
‘안 돼!’
다만, 김혁진은 지금 ‘원한의 인면조’가 뭘 하려는지 알고 있다.
‘자폭 공격. 사무치는 원한.’
원한의 인면조는 인면조의 강화판. 단순히 능력치만 높아진 게 아니다. 이 놈은 ‘사무치는 원한’이라는 강력한 한방 공격을 가지고 있는데, 말하자면 자폭공격이다. 자폭인 만큼. 그 위력이 상당했다.
‘선화여도 위험해.’
저 자폭공격은 강한 ‘저주’를 동반한다. 어찌어찌 막아낸다 하더라도, 후유증이 많이 남는다. 질병에 걸리거나 몸이 마비가 되거나. 지금 시점에서 ‘원한 인면조’의 ‘사무치는 원한’을 풀어낼 수 있는 고위급 사제는 없다. 애초에 안 맞는 게 좋다.
‘내 동생인데.’
저런 찝찝한 공격을 하게 놔둘 필요는 없다. 질겁한 현정화를 향해 말했다. 김혁진은 의외로 여유로웠다.
“혹시 제가 말했었나요?”
검림의 여제와 같은 이름을 가진 아티팩트.
‘하늘의 재능을 저주한’ 성흔을 머금은 초월검.
이사벨을 꺼내들었다.
“제 주무기는 활이 아니라 검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