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2)
#재능만렙 플레이어 22화
12. 두 번째 고유능력
나는 돌아온 서주환을 쳐다봤다. 서주환의 일행은 총 네 명. 서주환을 필두로 한 이들이다.
서주환이 내게 말했다.
“별로 놀라워하지 않는 것 같은데?”
말투는 어느새 반말로 변해 있었다. 나 역시 반말로 응수했다.
“네가 무슨 짓을 할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거든. 진짜로 이럴 줄은 몰랐지만.”
“그래?”
서주환이 씨익 웃었다.
“그렇다면 긴말이 필요 없겠네.”
서주환은 자신의 무기인 ‘단도’를 꺼내 들었다. 놈은 이미 작정하고 왔다.
“여기는 CCTV도 없고 너를 지켜줄 경찰도 없다는 거. 잘 알고 있겠지.”
물론이다. 던전 안에 들어갔다가 시체조차 찾지 못하는 경우는 널리고 널렸다. 안에서의 살인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후. 플레이어협회가 자리 잡게 되고, 플레이어 간에도 암묵적인 약속과 규율이 생기게 되지만 그건 미래의 일이다.
“이러는 이유는?”
“그냥 네가 너무 거슬려. 재수가 없거든.”
서주환은 나를 불쾌하다는 듯 쳐다보다가 한 마디를 더했다.
“근데 저 여자애만 나한테 넘기면,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 줄게.”
서주환은 마상현에게도 제안했다.
“어때요? 마상현 씨. 저 여자애만 나한테 넘기면 상황은 깨끗하게 정리되는 거야.”
선화가 내 옷자락을 꾹 말아쥐었다. 느껴졌다. 얘 손이 얼마나 작은지. 이제 겨우 갓 14살이 된, 이제 겨우 초딩을 벗어난 어린아이의 체구가 얼마나 작은지.
내가 말했다.
“네가 왜 선화를 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아니. 사실은 알고 있다. 놈의 요약이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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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잔인한 소아성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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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정신병자다. 내가 서주환을 쳐다봤다. 지금 내 눈앞의 서주환. 그리 강해보이지 않았다.
“네가 말했지. 이곳에는 CCTV가 없다고.”
그건 너한테도 해당되는 거다. 병신아. 서주환이 킥킥대고 웃었다.
“뭐야? 설마 우리랑 싸우려고? 마상현 씨는 어차피 중립일 테고. 네 놈이랑 저 째깐한 여자애랑 우리 넷이랑 싸울 수 있을 것 같냐?”
나는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뭘 근거로 마상현이 중립을 유지하겠다고 자신하는 건지 모르겠다. 마상현도 말했다.
“나는 형님 편인데?”
주먹을 들어 올리는 폼이 벌써부터 서주환과 한 판 뜨겠다고 다짐하는 황소 같았다. 서주환은 딱히 당황하지 않은 것 같았다.
“뭐. 괜찮아. 너희들 실력은 이미 다 파악해 놨어.”
서주환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마지막으로 선택할 기회를 준다.”
감각안을 통해 느껴진다. 짜릿한 느낌이다. 날카로운 날붙이가 내 몸을 찌르는 것 같았다. 감각안을 통해 배웠다. 이 느낌은.
‘살기.’
살기였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하는 기운. 저놈은 지금 진심이다. 서주환이 경고하듯 말했다.
“몬스터를 잡는 능력은 비등비등. 그런데 나는.”
놈이 무슨 말을 할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PVP에 특화된 능력을 갖고 있겠지.”
“…….”
내게 말을 빼앗긴 서주환은 아주 잠시 당황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내 여유를 되찾았다.
“잘 알고 있네.”
내가 물었다.
“그림자 기습 정도는 익혔나?”
“…….”
아마 못 익혔을 거다. 아직 놈은 전직도 하지 않았고 클래스도 정하지 않았다. 놈의 반응으로 보건대 ‘그림자 기습’ 같은 기술은 전혀 익히지 못한 상태. 그렇다면 딱히 어려울 것도 없다.
“다시 한 번만 물어보자.”
“얼마든지.”
“내가 선화를 너희한테 안 넘겨주면 진짜로 우릴 죽일 셈이냐?”
서주환이 피식 웃었다.
“말했잖아. 여기에는 CCTV가 없다고. 진짜로 마지막 기회야. 다 죽을 지. 저 여자애만 나한테 넘길지. 정해.”
여긴 경찰이 없으니까. 법도 없으니까. 던전 안이니까.
‘그래. 여긴 그런 곳이야.’
나는 잊지 않았다. 과거에 직접 경험한 적은 없지만, 초창기의 던전은 무법지대였다.
“어때? 마음의 결정은 좀 했냐?”
“내 대답은.”
이거다.
내가 먼저 서주환을 향해 달려들었다. 허리를 살짝 숙이고 테이크 다운(Take Down) 태클을 넣었다.
‘피하겠지.’
놈의 움직임이 훤히 보였다. 궤적이 보였다. 놈이 어떻게 움직일지. 그려졌다.
“이 미친놈이!”
원거리 딜러가 내게 활을 겨누었다. 그것마저도 눈에 잡혔다. 초감각을 머금은 내 감각안이, 놈의 움직임들을 전부 읽어냈다.
“느려.”
애초부터 서주환이 목표가 아니었다. 거슬리는 원거리 딜러. 고장한이 목표였다.
‘쓰지 않기를 바랐는데.’
나는 그대로 몸을 틀어 고장한을 향해 미리 준비했던 ‘그것’을 사용했다.
* * *
마상현은 순간 깜짝 놀랐다.
‘음?’
이 모든 상황을 김혁진이 예상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움직임이 여태까지와는 많이 달라졌다.
‘힘을 숨기고 있었다?’
그렇게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김혁진의 움직임은 깔끔하기 그지없었다. 원래부터 각종 무술을 섭렵해왔던 마상현이다. 방금 김혁진의 움직임은 레슬링을 오랫동안 익혀온 사람의 움직임처럼 보였다.
‘일부러……. 힘을 다 안 보여줬어.’
그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서. 방금 움직임 하나로 그것이 증명됐다. 마상현도 싸우기로 결심했다. 이판사판이다.
“이 개놈들.”
한 플레이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강선화가 끼어들었다.
[스킬. 백금 방패를 사용합니다.]쨍!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선화가 서주환의 단도 공격을 막아냈다. 마상현을 지켜냈다.
“땡큐.”
겨우 14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가, 다시 말해 재능판이 다 열리기도 전의 아이가 서주환의 움직임을 읽었다는 얘기다. 기습이 특기인 서주환의 움직임을 말이다.
[스킬. 강력한 주먹을 사용합니다.]마상현의 주먹에 하얀빛이 서렸다. 그대로 플레이어 하나의 복부에 꽂아넣었다.
“컥!”
플레이어의 배가 새우처럼 꺾였다. 그때, 김혁진이 접근해서 달콤한 향이 나는 무엇인가를 뿌렸다.
김혁진은 확신했다.
‘압도할 수 있다.’
저들은 이쪽의 전력을 너무 얕봤다.
‘아니. 압도한다.’
마상현은 생각보다 훨씬 잘 움직였고 빨랐다. 선화의 센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겁을 먹고 위축되었던 아까와는 달랐다.
‘전투가 시작된 시점에서 선화는 완전히 달라졌어.’
꽤 까다롭다 할 수 있는 서주환의 공격을, 선화가 무려 세 번이나 막아냈다. ‘백금 방패’를 연거푸 사용한 탓인지 숨이 많이 거칠어져 있었고, 몸이 떨리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고장한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서주환에게 꿀물을 퍼부었다. 누나가 사다준 꿀. 그걸 희석해서 꿀물로 만들어 왔다.
“무슨 개 같은 짓이냐!”
서주환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음을 직감했다. 마상현도, 강선화도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압도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압도당하는 것은 이쪽이었다.
‘아니. 마상현과 강선화가 문제가 아냐.’
이건 마상현과 강선화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상황을 만들어낸 인간은 전적으로 김혁진이었다. 김혁진의 움직임은 쫓기가 힘들었다. 특별한 스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요리조리 잘 피하면서 자신들을 공격했다.
‘저 새끼는 도대체 민첩이 몇이냐!’
민첩에 대폭 투자한 자신이다. 그런데도 자신보다 더 빠르다. 놈이 여기저기 움직이며 자신들의 무게중심을 흐트러뜨리고 있다. 거기에 마상현의 강력한 한 방이 더해진다. 가끔 있는 이쪽의 공격은 강선화가 막아내고 있다.
‘씨팔!’
저놈. 저놈을 잡아야 한다. 김혁진만 어떻게 하면 된다. 마상현이 제일 문제일 줄 알았는데, 김혁진이 가장 문제다. 온몸이 끈적끈적했다. 땀과 꿀물이 뒤섞였다.
‘농락하는 건가?’
치명타를 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혁진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꿀물만을 뿌려댔다.
부우우웅-!
부우우웅-!
갈림길 안쪽에서 커다란 부밍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엎드려!”
김혁진이 외침과 동시에 마상현과 강선화가 엎드렸다.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 미리 말해놨다.
[혹시라도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엎드리라고 외치면 상황 불문하고 엎드리는 거다. 알겠지?]마상현과 강선화가 바로 엎드렸다. 김혁진도 마찬가지. 그 위로 벌 떼가 날았다. 일반적인 벌보다 훨씬 컸다. 흔히 무서운 벌이라 표현하는 장수말벌보다 더 컸다.
[붕붕벌의 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붕붕벌 -LV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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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개체의 레벨은 별로 높지 않다. 하지만 붕붕벌은 수천 마리 이상이 몰려다닌다. 화염계열 마법사가 없으면 잡을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게 나은 몬스터다.
“씨, 씨팔 이게 뭐야!!!”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붕붕벌은 달콤한 향기에 예민하다.
“으,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
“사, 사, 살려주세요!”
붕붕벌은 플레이어의 피를 빨아먹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제, 제발……!”
“살려…….”
“싫…….”
수천 마리의 붕붕벌에게 둘러싸인, 꿀물을 뒤집어쓴 플레이어 넷의 비명소리가 작아졌다.
[붕붕벌의 습격이 해제되었습니다.]피를 하도 많이 빨아서 잔뜩 부풀어오른 붕붕벌 수백 마리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태. 그리고 미라처럼 변해 버린 네 명의 플레이어가 누워 있었다.
‘끝났네.’
감각안을 통해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생명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생명체라 부를 수 없었다.
‘사람이 죽었다.’
말하자면 김혁진이 죽였다.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네.’
생각보다 무감각했다. 살인을 했는데도. 그렇게 큰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은 느껴지지 않았다. 미라처럼 변해버린 시체를 보는데도 그리 역겹거나 무섭지 않았다. 김혁진 자신 스스로가 두렵게 느껴질 정도였다.
미라처럼 변해 버린 시체. 서주환을 한 번 더 쳐다봤다.
‘네가 자초한 거야.’
남을 죽이려고 각오했으면, 스스로도 죽을 각오를 해야 맞는 거다. 김혁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피가 모두 빨려버린 시체들. 배에 피를 잔뜩 채워 풍선처럼 동그랗게 변한 채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붕붕벌들. 이 상황을 김혁진이 만들어냈다. 마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지휘자처럼.
수호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저울의 아낙네’가 당신에게 크게 실망합니다.] [‘무명의 관찰자’가 침묵을 유지합니다.] [‘속삭이는 악마’가 손뼉을 치며 즐거워합니다.]마상현과 강선화는 김혁진 뒤에 서서 잠시 침묵을 지켰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일상에서 익숙했던 일은 아니었으니까. 지금 이곳에서 가장 침착한 사람은, 미래의 권왕 마상현이 아니라 오히려 김혁진이었다. [재능 없음] 판정을 받았던 김혁진 말이다.
김혁진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특수한 상황에 노출되었습니다.] [시스템에 의하여 PK(Player Kill)로 인정됩니다.] [최초의 PK를 통하여 잠재된 고유 능력이 강제적으로 개방됩니다.]이미 이 비슷한 알림. 들은 적이 있다. 마법 트롤에게서 도망칠 때. 그때도 이러한 알림이 있었다. 그때. 고유능력 ‘초감각’을 익혔고, 그 초감각이 지금의 ‘감각안’으로 융합되어 있지 않은가.
‘나한테 고유능력이 또 있었다고?’
보통 플레이어 한 명이 고유능력 하나를 가진다. 그것도 레벨 60쯤 되어야 주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빠른 플레이어가 40 정도. 그런데 벌써 두 개다.
[고유 능력이 개방됩니다.]새로운 고유 능력이 개방되었다.
‘음?’
그 고유 능력.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고유 능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