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22)
#재능만렙 플레이어 222화
“쉬신 님. 저랑 내기 하나 하시겠습니까?”
김혁진은 정말로 쉬신에게 ‘내기’를 제안한 게 아니었다. 그저 쉬신을 도발하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쉬신은 김혁진 자신을 제물로 삼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불타고 있는 불에 기름 한 방울 더하는 목적이었다.
‘내가 내기를 들먹거리며 나섰으니 미셸은 움직이지 못해. 잠시 동안은.’
미셸이 잠시 주춤할 거다. 원래대로라면 미셸이 수호탑을 소환하든, 아니면 미셸사단을 동원하여 쉬신을 제압하든. 빠르게 움직였어야 한다. 그걸 김혁진이 ‘내기 하나 하시겠습니까?’라는 말로 제지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좋아하는 콘텐츠니까.’
그걸 앞장서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최측인 미셸로서는 난감한 상황. 분명 제지를 하기는 할 건데. 약간 시간은 벌었다.
“내기? 지금 내기라고 했냐?”
쉬신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쉬신은 이미 이성을 잃었다. 수집광이 자신의 수집품들을 모조리 도둑맞았다. 제정신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도발했다.
“네가 소환한 저 싸구려 총과, 내 상점표 화살 중에 뭐가 더 빠른지 말이야.”
김혁진이 아이템 상점에서 구입한 ‘단단한 나무 활’을 꺼내 들었다. 척 봐도 상점표인 것이 티가 났다. 대부분의 랭커들은 저 아이템이 ‘상점표 아이템’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것을 더욱 잘 알아차린 사람은 다름 아닌 미국의 플레이어 마크였다.
‘진짜 상점표잖아?’
마크는 미셸사단에 영입된 사람이다. 한국에 현정화가 있다면, 미국에는 마크가 있다. 두 사람 모두 ‘유성이 떨어지는 밤’과 계약한 플레이어. ‘궁술’에 관련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능과 가능성을 가진 플레이어다.
‘저건 무거워서 잘 안 쓰는 건데.’
상점표가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그렇지만 저 ‘단단한 나무 활’은 무거워서 잘 안 쓴다. 차라리 데미지는 조금 떨어져도 일반 ‘나무 활’을 쓰는 것이 궁수에게 훨씬 유리하다.
‘자세도 엉성하고.’
한국의 플레이어로 보인다. 태극방패의 길드장이 옆에 보인다. 그렇다는 말은, 저 ‘단단한 나무 활’을 꺼내든 사람은 태극방패의 길드원이라는 말이 된다. 아마 송기열의 수행원쯤 되겠지.
‘송기열이 안 말리는 걸로 봐서.’
아마 송기열의 지령이 떨어졌을 거다.
‘송기열이 왜?’
마크는 미셸사단의 일원이다.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을 때 막아야만 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이곳에 포진한 미셸사단은 이미 자신의 스킬을 준비 중이다. 마크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송기열의 의중이 궁금했다.
‘송기열도 쉬신이 누군지는 알 테고.’
그렇다면 수행원 하나쯤 내주는 게 그렇게 손해는 아닐 수도 있는데. 나중에 이성이 돌아온 쉬신을 상대로 막대한 보상을 뜯어내거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을 테니까.
‘송기열은 탱커잖아.’
탱커니까. 어지간한 공격은 막아줄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저 수행원을 말리지 않는 거지?
‘봐야 알겠어.’
보아하니 미셸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오른손을 들어 올려 제압을 준비시키고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상황을 잠시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김혁진의 ‘내기’라는 한 단어가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다.
쉬신의 눈에 핏줄이 섰다. 벌게진 눈으로 김혁진을 노려봤다.
“오냐. 말 한 번 잘했다.”
“…….”
김혁진은 쉬신의 겨냥한 상태.
“너 한 번 뒤져봐라!”
“…….”
김혁진은 일단 그냥 기다렸다.
탕! 탕! 탕!
주변에 생성되어 있던 총이 ‘마나 탄’을 발사했다.
김혁진은 피하지 않았다. 그냥 맞아줬다.
“어깨에 두 발. 심장에 한 발.”
아. 이거 생각보다는 좀 아프네. 주먹으로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다.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다.
“네가 먼저 쳤다?”
김혁진이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암염궁’이나 ‘실피드의 날개’ 같은 걸 쓰려다가 ‘단단한 나무 활’을 쓰려니, 영 손에 익지가 않았다. 무겁고 데미지도 약하고 하여튼 별로다.
[특수 능력.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강제 활성화되었습니다.]요즘에는 먼저 이렇게 대놓고 공격하는 놈이 없어서 활성화 될 일이 없었던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활성화되었다.
김혁진은 현정화의 몸놀림을 떠올렸다. 눈앞에. 좋은 실험체가 있다.
‘이렇게 하면 되나?’
현정화는 고유 능력 ‘연속 속사’를 통해 여러 발의 화살을 한 번에 발사했었다. 그 화살에는 ‘마나’가 담겨 있었고, 일반적인 화살보다는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었다.
‘음.’
연속 속사까지는 아니지만 얼추 그에 비슷하게는 되었다. 세 발의 화살을 발사했는데 그냥 쏠 때보다는 확실히 빨랐다.
동시에 쉬신이 비명을 질렀다.
“크아악!”
양쪽 어깨에 한 발씩. 그리고 복부에 한 발. 화살이 꽂힌 쉬신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결국 미셸이 명령을 내렸다.
“제압해. 반항하면 죽여도 좋아.”
“둘 다 말입니까?”
“둘 다.”
미셸으로서는 당연한 명령이었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미셸과 미셸사단의 위신에 흠집이 간다. 흠집 정도가 아니라 커다란 균열이 생긴다.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잘하고 있네.’
그래. 저렇게 하는 게 맞다. 다만 김혁진 자신이었다면 일이 이렇게 진행되기 전에 애초에 쉬신을 먼저 무릎 꿇렸을 거다. 몇 초. 딱 몇 초 사이에 김혁진이 ‘내기’를 들먹거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을 참여시켰고, 그 덕에 상황이 이렇게 커져버렸다.
‘다음부터는 좀 더 빠르게 움직이라고.’
김혁진이 그 즉시 무기를 버리고 양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마크가 가까이 다가왔다.
“잠시 수갑 좀 채우겠습니다.”
“예. 뭐.”
김혁진이 손을 내밀었다. 송기열이 나서려했지만 김혁진이 괜찮다고 말했다. 김혁진은 미셸에 대해 이미 알고 있고, 이 상황은 김혁진 스스로가 만든 상황이니까.
쉬신을 제압하는 것을 어렵지 않았다. 고통에 익숙하지 않은 듯, 바닥에 쓰러져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까. 그 고통에 분노도 사그라든 모양이었다.
“연행해. 경매는 그대로 진행한다.”
경매는 진행하되, 분란을 일으킨 두 명을 미셸이 연행했다. 김혁진은 여유로운 태도로 미셸을 따라 무대 뒤로 걸어갔다.
무대 뒤.
미셸이 김혁진을 쳐다봤다. 미셸 뒤에는 궁수인 마크를 비롯한 미셸사단 10여 명이 서있는 상태.
“너무 과하게 손을 쓴 것 아닌가요?”
“진정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미셸은 대답하지 않았다.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어깨에 두 발. 심장에 한 발. 공격당했습니다. 총으로.”
“…….”
“그래서 저는 어깨에 두 발. 복부에 한 발. 쐈죠.”
“그렇지만 당신은 피해가 전혀 없고. 쉬신은 많은 피를 흘린 채, 기절했습니다.”
“기절한 게 아니라 기절 시켰잖아요?”
정신계 능력자. ‘밤의 나그네’의 이명을 가진 플레이어. 미래의 랭커 중 한 명인 ‘리암’이 보였다. 아마 리암이 기절시킨 것 같다. 힐러인 ‘아담’이 응급처치는 한 것 같고.
“당신은 지나치게 손을 썼습니다. 내가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그걸 모르고 있지는 않을 테죠.”
“이 일이 일어나지 않게 했어야죠. 당신의 대처가 너무 느렸어요.”
“그 부분은 미안합니다.”
미셸도 인정할 건 인정했다.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불이익을 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내 사업장에서 피를 봤으니까.”
“흠.”
김혁진은 여유로웠다. 미셸은 지금 미셸이 해야 할 말과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다.
“당신은 일부러 라스베이거스의 목동님을 언급하며 판을 키웠죠.”
“그것마저 못 알아차렸으면 크게 실망할 뻔했네요.”
미셸이 작게 말했다.
“어째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섰죠?”
“무슨 뜻입니까?”
“당신은 한국에서부터 가진 바 능력을 최대한 감췄습니다. 이번 전쟁도 마찬가지고. 당신은 스스로를 숨기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이렇게 대놓고 나섰느냐 물었습니다.”
“제가 다시 묻죠. 미셸. 당신은 당신을 향해 총을 쏘는데 가만히 있을 겁니까?”
“저라면 애초에 쏘지 못하게 했을 겁니다. 도발도 안 했을 거고요.”
“애초에 이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통제했다면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었죠. 상대가 쉬신이어서, 그래서 조금 머뭇거렸고. 내가 라스베이거스의 목동 님을 언급해서. 그래서 또 머뭇거렸죠.”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님의 기대치를 채우는 것에 대한 메리트. 그리고 당신 사업장에서 벌어지면 안 될 일이 벌어졌을 때의 페널티. 그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해서 빠르게 행동을 취했어야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쳐놓고서, 이제 와서 내게 책임을 묻겠다고요?”
미셸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도무지. 말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달변가시네요.”
“사실만을 말할 뿐이죠.”
“당신의 상황을 잊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아.”
김혁진이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미셸 뒤의 마크가 활을 들어 올렸다. 김혁진의 미간을 정조준했다.
“내 상황이라…….”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하고서 말을 이었다.
“저는 남이 먼저 치면 반드시 되갚아줘야 하는 설정값을 가진 플레이어라서요.”
“무슨 뜻이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특수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이 능력을 가진 채 반격하지 않으면 제가 미쳐 버리거든요. 다시 말해, 나는 정당한 플레이를 했을 뿐입니다. 당신은 나의 정당한 플레이를,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억압하고 있는 거고.”
김혁진이 뒤를 힐끗 쳐다봤다.
“그렇지, 세니아?”
세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셸 사단 중 몇몇이 저도 모르게 크흠, 소리를 냈다. 세니아는 확실히 아름다웠다. 등장만으로도 이곳 모두의 시선을 빼앗고 감탄을 자아낼 정도. 존재만으로도 고귀하고 아름다운 중간 관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스템에 의거한 정당한 플레이였습니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말하면, 사실 쉬신이 한 것도 정당한 플레이였죠.”
놈은 아이템을 빼앗기면 안 되는 클래스다. 그래서 ‘도적 색출’ 같은 고유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다. 도적이 나타났으니 도적을 색출해야 한다. 다만, 그 방식이 너무 무식했을 뿐.
“나와 쉬신은 그저 플레이를 했을 뿐입니다.”
미셸은 세니아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중간 관리자까지 나섰어.’
중간 관리자가 나서서 ‘이것은 정당한 플레이였다’라고 주장하면, 사실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그저 중간 관리자의 배려와 양해를 기대할 뿐. 미셸 자신의 중간 관리자가 투명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명분이 확실하게 저 쪽에 있는 모양이다.
“설마 몬스터를 때려잡고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만이, 플레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미셸은 저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깨달았다. 지금 김혁진은 자신에게만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수호자를 염두에 두고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수호자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전투 외의 요소들. 비전투와 관련된 것에 집중하는 수호자들도 분명 많을 테니까.
“아참! 미셸 씨에게는 이미 제 능력을 밝혔죠.”
“네. 신비한 힘이더군요.”
“그 능력의 이름이 바로 인지부조화입니다.”
때의 차이였을 뿐. 김혁진 스스로 밝히려고 했었다. 지금 마침 그 타이밍이 되었고.
“그 능력은, 아까도 사용됐습니다. 내가 저놈에게 활을 쏠 때.”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뜻이군요.”
미셸은 김혁진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도대체. 이 남자가 원하는 게 뭘까.
‘분명히 쉬신을 도발했어.’
일부러 그렇게 했다. 눈에 띄기 싫어하는 저 남자가 말이다. 이 상황 자체는 김혁진. 저 남자가 만든 것이 틀림없다. 무엇을 위해서?
“혹시 쉬신의 아이템을 당신이 가져갔습니까?”
“멀쩡한 사람을 도둑놈으로 모는 겁니까?”
“당신의 행동들이 납득이 되지 않아서입니다.”
왜 굳이 저렇게 도발하고 나섰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납득할 필요 없습니다. 내게는 내 시나리오가 있고, 내 방식대로 그걸 풀어가야 하니까. 당신이 굳이 세계의 랭커들을 불러모아 굳이 번거롭게 경매를 열고 있는 것처럼.”
“…….”
“저도 그 이유가 납득이 안 됩니다만. 돈 벌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김혁진이 계속 말했다.
“어쨌든 저는 경매 참여자로서, 그리고 태극방패 길드장님의 부하로서, 미셸 씨의 면을 세워드릴 수밖에 없겠네요.”
“제 면을 세워준다고요?”
“제 가진 힘을 모두 빼앗고 한국으로 쫓아버렸다고 하시죠. 두들겨 팼다고 해도 좋습니다. 저는 플레이어로서의 모든 힘을 빼앗겼고, 다시는 플레이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겁니다.”
김혁진이 ‘속삭이는 악마’로부터 선물받은 아이템 하나를 건넸다.
“이거면 충분히 랭커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 겁니다.”
미셸이 아이템을 받아들었다. 아이템의 이름이 ‘권모술수’였다. 미셸이 아이템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김혁진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손수 풀어줬다. 쉬신은 여전히 기절한 상태.
미셸이 말했다.
“공짜로 넘기지는 않겠군요.”
“그럼요. 미셸의 면을 세워주는 값은 받아야죠. 플레이어로서의 힘을 잃고 한국으로 쫓겨나는 대신에.”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발표가 될 거다.
“어떤 보상을 원하십니까?”
다 왔다.
쉬신이 가지고 있던 ‘값나가는’ 아이템들은 전부 손에 넣었고, ‘자유의 만년필’까지도 획득했다. 미셸과의 관계성도 얻었다. 원래 이곳에 왔던 목적은 전부 이뤘다.
이제 하나 남았다.
“제가 원하는 건.”
손가락으로 마크를 가리켰다.
“저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때, 새로운 알림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