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31)
#재능만렙 플레이어 231화
“그분이…… 내려오신다.”
천사상의 몸이 굳어갔다. 원래의 석상으로 돌아가 버렸다. 아주 희미하게나마 보석들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는 있는데, 그마저도 곧 없어질 것처럼 보였다.
세니아가 말했다.
“많은 수호자들께서 동의하셨고 지원하셨기에, 새로운 시나리오가 진행됩니다.”
“난이도가 얼마나 높아졌지?”
“그 것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 본인의 판단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어마어마하게 높아진 느낌이 드는데.’
예전 불거인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불 거인이 처음 생성되었을 때. 원래 약 3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어야 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절반 정도의 궁수들이 목숨을 잃었어야 했던 것 같다. 원래 시나리오가 그랬다.
하늘문이 계속해서 진동하고 팽창했다. 안에서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이번에도 시스템은 원하는 설정값만큼의 사람들이 죽기를 바라는 건가.’
그것도 수호자들의 지원까지 받아가면서?
‘빌어먹을.’
계속해서 팽창하는 하늘문. 하늘문에서는 이따금씩 노란 스파크가 일기도 했다. 시간이 꽤 걸렸다.
‘뭔 놈이 나오는데 저렇게 요란스러워?’
등장시간이 길면, 그만큼 강한 놈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거다.
‘천사보다는 강한 놈이 나올 텐데.’
보통 천사들은 ‘날개의 숫자’로 그 강함을 표현하곤 한다.
‘설마 6장짜리가 나오지는 않겠지.’
6장짜리 천사가 딱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 ‘파리 대참사’로 불리던 그 사건. 프랑스 파리에 6장의 날개를 가진 천사가 나타난 적이 있었는데, 당시 1만 명이 그 자리에서 불타 사라졌고 2만 명이 빛에 녹아 없어졌다.
‘6장짜리가 나오면 다 죽어.’
그러나 그건 아닐 거다.
‘절반 정도의 목숨을 빼앗기 원한다.’
그걸 토대로 계산해보면 2장보다는 강하고 6장보다는 약한 놈. 과거에는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혹은 드러냈더라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4장짜리 천사가 나타날 확률이 높았다.
세니아를 쳐다봤다.
“세니아.”
“네. 말씀하십시오.”
세니아는 여전히 무표정이지만, 김혁진은 느낄 수 있었다.
‘뭔가를 말하길 원한다.’
뭔가를 듣고 싶은 모양이다. 입술이 아주 조금씩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건. 우리에게 시간을 주고 있는 거고.’
들리지는 않지만, ‘어서 말하십시오, 당장!’ 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 것 같다.
살바레토는 잠자코 상황을 지켜봤다. 지금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통솔하고 다스리는 것보다는, 김혁진의 플레이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군주로서. 플레이어로서. 배워야 할 것이 많으니까.
“시스템은 수호자분들의 지원까지 얻어가며 난이도를 갑자기 높였어. 그렇지?”
그런데 강한 놈이 바로 튀어나오지 않고 있다.
“시스템이 단순히 우리의 학살을 원했다면, 이렇게 시간을 주고 있지는 않을 거야.”
“…….”
세니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녀의 날개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세니아가 평소랑 다르게 눈을 조금 더 빠르게 깜빡거렸다. 김혁진은 ‘그렇습니다. 어서. 빨리 이의를 제기하세요’라는 세니아의 말이 들려오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시스템은 우리를 죽여야 하는 게 맞지만, 반대로 우리를 지켜야 하는 어떤 절대값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시간을 주고 있는 거다. 그 절대값을 토대로 이의를 제기하라고. 플레이는 공정하지 않다. 많이 아는 놈이 이긴다. 잘 모르면 눈 뜨고도 코 베인다.
마상현의 BJ 넵튠과의 설전처럼 말이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난이도를 높였다면 밸런스가 틀어졌을 거야.”
시스템이 좋아하는 말이다. 밸런스. 공의.
“그렇다면 그 밸런스를 맞춰줘야 할 다른 요소가 필요하겠지.”
그 이유 때문에, 저 하늘문 안에 있는 놈이 모습을 아직까지 드러내지 않고 있는 거다. 세니아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그렇지만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말했다.
“그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저쪽이 강해졌다면, 이쪽도 강해져야 하는 것 아니겠어?”
“김혁진 플레이어의 말씀은 잘 알았습니다.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시스템의 공의와 관련한 항목으로, 중간 관리자의 직권으로 이의를 제기하겠습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너. 말이 왜 그렇게 빠르냐. 랩 하는 줄 알았네.
“동의해.”
그러자 필드 전체가 회색으로 물들었다. 전체 알림이 들려왔다.
[중간 관리자 ‘세니아’의 요청으로 시나리오 진행이 잠시 정지됩니다.] [중간 관리자 ‘세니아’의 요청이 합당하지 않을 경우, 시스템은 중간 관리자 ‘세니아’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합니다.]‘일시 정지 권능’과는 조금 달랐다. 플레이어들은 모두 그대로 있고, 필드만 멈췄다. 정보상인 피에트로는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달았다.
‘저 아름다운 여성 중간 관리자가 김혁진의 계약 관리자이고. 이름은 세니아.’
피에트로는 자신의 계약 관리자에게 물었다. 피에트로의 계약 관리자는 요정형 중간 관리자로, 이름은 ‘벨벨’이었다.
“세니아님은 어떤 요청을 하신 것입니까?”
“시스템의 진행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딴지를 건 거야. 에휴. 저 이쁘장한 천족이 미쳤나 봐.”
“어째서죠?”
“성공해봤자 어차피 너희들한테 약간 좋은 걸 주는 걸 테고. 그리고 흐름 끊겼잖아. 수호자분들이 싫어해, 이런 상황. 게다가 실패하면 중간 관리자의 자격이 박탈되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거든.”
“죽을 수도…… 있다고요?”
피에트로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왜?’
중간 관리자가 왜 저렇게까지 나섰지? 이유는 어렵지 않았다.
‘세니아의 입장에서, 김혁진은 목숨을 걸어도 될 만큼 중요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라서 그렇다.’
피에트로는 자신의 어깨 부근에서, 한숨을 푹푹 쉬며 날아다니고 있는 중간 관리자 벨벨을 힐끗 쳐다봤다.
‘만약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과연 ‘벨벨’은 이의 제기를 해줬을까? 답은 ‘절대 아니오’였다.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어딘가 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은 꽤 뛰어난 정보상인이지만,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몇쯤은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그럴 거다. 세상에는 뛰어난 사람이 많으니까.
‘그러나 김혁진은…….’
김혁진은 다르다. 주먹을 꽉 쥐었다.
‘저렇게 되어야 해.’
대체 불가능한 플레이어. 그게 되어야 김혁진 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중간 관리자가 자신의 지위나 목숨까지 걸면서까지 나서게 만들어야 한다.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만드느냐. 수호자에게 어떤 연출을 보여주느냐. 그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조금 지났다.
[중간 관리자 ‘세니아’의 이의제기가 합당한 것으로 판정되었습니다.] [중간 관리자 ‘세니아’의 요청에 따라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한 방안을 탐색 중입니다.] [이의를 제기한 중간 관리자 ‘세니아’의 의견을 일정부분 수용할 수 있습니다.]김혁진이 말했다.
“수호자분들을 통해 난이도가 높아졌잖아. 반대급부로, 수호자분들을 통해 우리들에게 특전을 부여할 수 있겠지.”
세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혁진의 귀에 알림이 들려왔다.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을 관찰하기 원합니다.]‘관찰합니다’가 아니고, 관찰하기 ‘원한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계속해서 너를 관찰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이다. 김혁진은 그 뜻을 이해했다.
[‘푸른 빛의 결계’가 당신을 수호하기 원합니다.]수호 성애자 ‘푸른 빛의 결계’가 등판했다.
[‘저울의 아낙네’가 ‘공의의 가치’에 깊이 공감합니다.]거기에 저울의 아낙네.
[‘천마산의 진주’가 ‘시스템에 도전하는 패기’에 즐거워합니다.] [‘소음의 지휘자’가 ‘군주의 덕목’에 감탄합니다.]천마산의 진주와 소음의 지휘자까지 나섰다. 김혁진에게 알림을 보내온 수호자들이 다섯. 세니아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표정은 그대로이지만, 이제 김혁진은 세니아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 중계하는 게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수호자들이 또 많은 지원을 해서, 이쪽을 위한 ‘밸런스 조절’을 진행하겠다는 뜻일 거다. 시스템이야 반대쪽 수호자들에게 코인을 받고, 또 이쪽 수호자들에게 코인을 받으니 손해볼 게 없는 거고.
이윽고. 세니아가 말했다.
“많은 수호자분들의 지원을 힘입어.”
세니아의 몸에서 황금빛이 일렁거렸다.
“새로운 설정값을 선포합니다. 시스템의 공의에 의거하여, 이곳의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임시적인 설정값을 부여합니다.”
그 모습은, 마치 정말로 하늘에서 강림한 천사와도 같았다. 하늘문에서 튀어나온 괴물 같은 천사가 아닌, 사람들이 상상으로 꿈꾸는 천사.
세니아를 몇 번 봤던 벨라마저도 입을 쩍 벌렸다.
“아…….”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황금빛 신성한 기운을 내뿜으며 새로운 설정값을 선포하는 세니아의 모습에, 모두가 넋을 잃고 바라봤다.
딱 한 명. 김혁진은 별 감흥이 없었다.
‘저게 저렇게 아름다운가?’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으로는 와닿지 않는다. 이사벨과 일종의 결혼 계약을 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역시 내 남편.]꼭 이럴 때에는 잘도 깬다.
[역시 내 남편은 한 눈을 팔지 않지.] [믿음직스러워. 내가 남편을 잘 골랐어.] [맞아. 아무리 예뻐도 나보다 예쁘진 않잖아? 그렇지? 오홍홍…… 홍…… 홍…… 음냐.]그리고 곧장 잠들었다. 깰 때가 돼서 깬 것이 아니라, 그냥 억지로 깬 것 같다. 김혁진 자신의 마음을 읽고서 말이다.
시스템 알림이 이어졌다.
[‘날개 잃은 천사상’이 다시 눈을 뜹니다.] [‘날개 잃은 천사상’의 능력이 강화됩니다.]천사상이 다시 깨어났다.
[플레이어들에게 일시적인 특전이 주어집니다.] [설정값에 의해 제한되어 있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한 개로 제한됩니다.] [본 특전은 ‘날개 잃은 천사상’ 게이트에서만 유효합니다.]그리고 다시 필드가 원래 색으로 돌아왔다. 붉은빛에 가까운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불었다. 모래바람이 휘날렸다. 하늘 문안에는, 강대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김혁진은 직감했다.
‘곧. 나온다.’
예상이 맞다면 날개 4장짜리다. 6장짜리보다는 약하겠지.
‘할 수 있다.’
이 그림을 만들었다. 4장짜리라면 충분히 할 만할 거다.
“살바…… 아니. 키엘리니.”
“예?”
더운물 찬물 가릴 때가 아니다. 알고 있는 지식을 감출 때는 아닌 것 같다.
“Opera of Castle.”
키엘리니의 얼굴이 굳었다. 자신의 ‘클래스 전용 스킬’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그것도 아직 레벨제한이 풀리지 않아 사용하지 못하는 저 능력. [Opera of Castle]을 말이다.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일단은 넘어가야 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단 한마디지만, 살바레토는 이해했다.
“알겠습니다.”
살바레토는 확신했다. 김혁진이 또 무엇인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김혁진이 또 말했다.
“벨라. 너는 성전무희(聖殿舞姬).”
“엥? 너 그걸 어떻게 알아?”
키엘리니가 벨라의 뒤통수를 한 대 쳤다.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
“아오씨. 너. 오늘만 봐준다. 나가서 뒤지게 맞을 줄 알아.”
김혁진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문에서 무엇인가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보스 몬스터. ‘사익천사상(四翼天使像)’이 모습을 드러냅니다.]김혁진의 예상대로였다. 커다란 입을 가지고 있는, 4개의 날개를 가진 천사. 정식 명칭은 ‘사익천사상’ 레벨은 붉은색 ‘?’로 표시되었다.
‘정석으로는 못 잡지만.’
김혁진은 저놈을 잡을 준비를 끝냈다.
“우리가 저놈을 잡는다.”
이 말은 살바레토와 벨라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고, 이 상황을 지켜보는 수호자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모든 순간에 연출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을 곧바로 살바레토가 받아 크게 말했다.
“우리가 저놈을 잡습니다.”
김혁진의 명령이 살바레토의 입을 통해, 모든 궁수들에게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