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37)
#재능만렙 플레이어 237화
‘송정희가 철혈여제로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던 건 발리 해상전투에서부터였어.’
그때부터 송정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신연서가 검후의 이명을 얻게 된 것이 ‘몰디브 전투’에서 였다면, 송정희가 철혈여제의 이명을 얻게 된 것이 ‘발리 해상전투’에서였다.
‘그때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 불멸함대(不滅艦隊).’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등장하게 될 거북선까지.
‘철혈여제의 기반이 될 능력.’
감이 온다.
충무공 이순신.
불멸 함대.
해상 전투.
거북선까지.
그 시초가 될, 근본이 될 능력을 이곳에서 얻었던 것이구나. 위대한 탐험가 잭슨의 도움을 얻어서. 김혁진은 그 사실을 깨달았다.
김혁진이 말했다.
“이순신 동상 게이트를 클리어하겠다고요?”
“예. 제게 게이트를 열 수 있는 키가 있습니다.”
“저기. 다가오는 송정희 씨와 함께요?”
송정희가 인상을 찡그리며 다가왔다. 김혁진에게 물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불쾌감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
“무슨 일이죠?”
“아.”
김혁진이 대답했다.
“동상에서 무엇인가 이상한 기류를 느껴서 조사 중이었습니다. 저희 길드원들과 함께.”
신연서가 한마디 보탰다.
“그래서 태운이랑 상구는 헬기 타고 날아왔어요. 미.리.”
그 정도로 우리는 이곳에 굉장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신연서는 ‘이순신 동상’에서 뭔가를 느끼지 못했다. 피에트로처럼 동상과 눈이 마주치지도 않았다. 그냥 눈치로 때려 맞췄다.
잭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거신 길드원들 전원이 모여있는 것을 보니, 김혁진 길드장께서 먼저 손을 쓰신 건 확실하군요.”
송정희가 한 발자국 앞으로 움직였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죠. 김혁진 길드장. 당신은 게이트를 열 수 있는 키가 있나요?”
“없습니다.”
“하지만 잭슨에게는 있죠. 저들이 먼저 왔지만, 어차피 저들은 게이트에 들어갈 수 없어요. 이 게이트는 예정대로 우리가 공략합니다.”
송정희는 약간의 우월감을 느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어봤자 뭐해?’
그래봤자 잭슨이 없으면 열 수 없는 게이트다. 아무리 김혁진이 잘났어도 이 게이트는 자신과 철혈사자 길드원들이 클리어하게 될 거다.
김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요.”
잭슨의 도움이 없으면 ‘불멸 함대 게이트’에 들어갈 수 없는 게 맞기는 하다.
그러니까 여기서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는 사람은 잭슨이다. 그리고 김혁진은 잭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또한, 송정희보다 협상에 훨씬 더 능하다.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현재 이곳은 광화문 습격이라는 작은 시나리오가 진행 중입니다.”
“그래서요?”
“이런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과정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그 누구도 알 수 없겠죠.”
“불미스러운 일?”
송정희 옆에 서있던 강웅민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말씀을 가려하시기 바랍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구체적으로 뭘 뜻하는 걸까요? 우리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들리는 건, 제가 지나치게 예민한 탓입니까?”
“누군가 전에 제게 암살자를 붙였습니다. 만약 제가 빈틈을 보였다면 살해당했을 겁니다.”
“그런데요?”
독인 정창인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지금 김혁진은 정창인 자신을 콕 집어 얘기하고 있는 거니까.
“저는 그 암살자를 붙인 사람이 누구인지. 그 암살자가 누구인지도 다 알고 있죠.”
“그게 지금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강웅민은 불쾌함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불미스러운 일?
결국 거신 길드가 철혈 사자 길드를 힘으로 찍어 누르거나, 더 나아가 살해해서 지워 버리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철혈사자의 실질적 2인자로서, 강웅민은 나서야만 했다. 송정희가 가볍게 손을 들어 강웅민을 제지시켰다. 말이 더 나와봐야 좋을 게 없다고 판단했다.
김혁진이 송정희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 사람은 스스로 자신이 누군지 알 겁니다.”
“쓸데없는 말을 하시는군요. 본론으로 들어가죠.”
“아뇨. 제 말 아직 안 끝났습니다.”
숙련된 연출가답게. 때맞추어 ‘패기’를 발생시켰다. 김혁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이 새어나와 철혈사자 길드원들과 송정희를 압박했다. 심리적으로 위축시켰다.
“제가 과연. 그냥 착해빠져서 저를 암살하려고 했던 사람들을 그냥 둘까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요.”
“착해서가 아닙니다.”
송정희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김혁진의 눈빛을 슬그머니 피했다. 피하려고 피한 게 아니라,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됐다.
‘내가…… 눈빛을 피했어?’
자존심이 잔뜩 상했다. 눈빛을 피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창피했다. 그래서 억지로 눈을 들어 김혁진과 눈을 마주쳤다.
“언제든지 죽여 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냥 두는 겁니다. 내 손 더럽히기 싫어서.”
“……무슨 불쾌한 소리를 자꾸 하시는지?”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물론. 송정희 씨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닙니다.”
누가 봐도 송정희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지만, 순간 송정희는 숨 쉬기가 편해짐을 느꼈다. 김혁진이 ‘패기’의 방출을 멈췄기 때문이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눴을 뿐이지만 주도권은 완전히 김혁진에게로 넘어와 버렸다.
김혁진도 어차피 송정희를 죽일 생각은 없다.
‘불미스러운 일’을 언급하면서 저들을 자극했던 건, 그냥 주목을 끌고 상황을 만들어가기 위한 초석이었다. 쉽게 말해 ‘어그로’였다.
김혁진이 물었다.
“잭슨 씨는 철혈사자 길드와 영속적인 파트너십을 맺었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이번 게이트에 한해서 잠시 손을 잡았습니다.”
저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
‘과거에도 철혈사자와의 연결고리는 철저하게 비밀로 붙였었으니까.’
이유는 모른다. 김혁진이 판단하기로, 철혈사자는 어쩌면 잭슨의 수족과도 같았던 길드였을지도 모른다. 철혈여제 송정희마저도. 아직 그 정도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그러니까 지금도 비밀로 하겠지.’
그저 잠깐, 손을 잡았다고 표현하겠지. 예상했다.
“잭슨 씨의 목적은 이 게이트를 성공적으로 탐사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저희가 그 목적을 이루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철혈사자 길드와 이미 협약을 맺은 상태여서요.”
김혁진이 일부러 피식 웃었다. 약간의 도박수를 던졌다.
“왜요? 송정희 씨가 불멸함대를 얻고 싶다고 했나요?”
“오. 불멸함대를 아십니까?”
잭슨의 표정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잭슨은 아직 ‘불멸 함대’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김혁진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압니다. 그래서 제가 이곳에 와있는 거죠.”
“역시 김혁진 길드장께서는 특별한 눈을 가지고 계시군요.”
김혁진의 도박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그냥 던져봤는데 덥썩 물었다.
‘저 안에서 불멸함대를 얻을 수 있는 게 확실해졌네.’
그렇다면 더더욱 송정희에게 양보할 수 없다. ‘발리 해상 전투’에서 엄청난 위력을 선보였던 불멸함대다. 얻을 수 있다면 얻어야 한다. 철혈마녀 송정희에게 넘겨줄 생각은 없다.
“게이트에 인원제한이 있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좋네요. 그럼 저희 거신 길드도 함께하면 좋겠는데요. 잭슨 씨를 도울 수 있을 것 같군요.”
잭슨이 몸을 돌렸다. 김혁진의 제안은 충분히 합리적인 제안이었다.
‘만약 잭슨이 송정희만을 키우고 싶어 한다면 거절하겠지.’
거절한다면, 잭슨은 송정희를 키우고 싶어 하는 것으로 확정지어 생각할 수 있다. 잭슨이 일단 대답했다.
“잠시 송정희 길드장님과 얘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렀다. 잭슨이 난색을 표했다.
“제가 좀 더 알아보니 약간 문제가 있습니다.”
“그게 뭐죠?”
“특별한 영창을 직접 들은 자. 그리고 그가 이끄는 파티만이 이곳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정희가 명백한 비웃음을 흘렸다.
“이걸 어쩌나. 닭 쫓던 개가 되셨네.”
김혁진은 송정희의 도발에 응하지 않았다. 되물었다.
“특별한 영창이라 함은 무엇을 뜻합니까?”
왠지. 뭔지 알 것 같다. ‘날개 잃은 천사상’에서 분명 특별한 영창을 들었다. 독일의 궁수 플레이어. 슈르트가 했던 영창이 있다. 독일인인 그에게 발음조차 어려웠던 짧은 영창.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혹시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입니까?”
“…….”
잭슨마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준비하는 자만이 미래를 그려갈 수 있으니까요.”
솔직히 이번에는 정말로 운이었다. 김혁진 스스로가 준비한 게 아니었다. 그저 얻어 걸렸을 뿐.
김혁진은 잭슨과 대화를 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단순히 행운일까?’
계속 생각해 보니 왠지 아닌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날개 잃은 천사상 게이트’에서 김혁진은 결국 ‘갈망의 도화지’를 얻었다. 이것은 ‘천공’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될 것이다.
‘천공은 마왕의 안배.’
마왕이 안배를 했고, 거기서 슈르트의 영창을 들었다. 그 안배의 연장선에 이곳 ‘불멸 함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순전히 운이 아니라, 누군가의 짜임새 있는 안배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충분히 합리적인 추론이야.’
마왕.
그는 도대체 누군데. 이런 안배를 해놓은 것일까. 왜 천공에서 자신을 기다리겠다고 한 걸까.
잭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준비하는 자만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겠죠. 그나저나. 진심으로 감탄스럽군요. 그 영창을 이미 들으셨다니. 진심으로 놀랍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송정희는 똥 씹은 표정을 짓고 말았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김혁진을 따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아직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발현되지 않은 영창이라고 했다.
‘우린 선택 받았다며?’
‘탐험가’의 선택을 받은 ‘철혈사자’만이 그냥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돌아가는 꼴을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김혁진과 눈이 마주쳤다.
‘제기랄.’
패배감이 들었다. 김혁진은 웃지 않았지만, 송정희의 눈에 김혁진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놈이…… 이탈리아에 이상한 말을 만들었다지.’
이탈리아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말이 있다. 바로 ‘코리안 스타일’.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 그런데 한국 게이트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영창을 어떻게 알고서 미리 준비하고 있단 말인가.
“잭슨. 잠깐 저와 얘기 좀 하죠.”
잭슨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김혁진을 그냥 들여보내선 안 된다. 솔직한 말이지만, 김혁진이 조금은 두려웠다. 함께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잭슨과 송정희가 대화를 나눴다. 결과가 나왔다. 잭슨이 김혁진에게 말했다.
“같이 들어가시죠. 단, 직접 보상을 제외한 부산물은 제게 양도하신다고 약속하셔야만 합니다. 모르시겠지만 제가 입장제한 조건을 걸 수 있거든요.”
확실히. 다재다능한 클래스다. 입장제한 조건을 걸 수 있다라. 김혁진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 능력을 쓰려면 진작 썼겠지.’
그런데 이 능력을 먼저 알려주지 않고 ‘영창’을 운운했다. 만약 김혁진 자신이 입장하는 게 싫었다면, ‘입장 제한’ 능력을 미리 사용해 버렸을 거다. 잭슨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송정희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내게도 협력한다는 뜻인가.’
알림이 들려왔다.
[‘속삭이는 악마’가 즐거워합니다.] [‘무명의 관찰자’가 관찰합니다.]두 수호자도 주의 깊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르긴 몰라도 ‘불멸 함대’ 게이트는 마왕의 안배가 들어가 있을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 곳이다. 수호자들이 많이 집중하고 있을 거다.
그냥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
‘여기서 좀 더 보여주자.’
같은 재료를 가지고서도,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지금 당장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도 괜찮지만, 같은 사건을 가지고 얼마나 더 맛있게 연출하느냐는 연출자의 역량이다.
‘속삭이는 악마도 즐거워하고 있고.’
일부러 송정희에게 말을 걸었다.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 양념을 좀 더 치기로 했다.
“조건. 더 없습니까? 저희가 철혈사자에게 빚지는 느낌이니, 조건을 더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선화는 봤다. 오빠의 웃음이 어딘지 모르게 사악해 보였다.
[‘속삭이는 악마’가 더욱 즐거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