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4)
#재능만렙 플레이어 24화
13. 대한민국 아버지
[감각안(感覺眼)이 위험을 감지합니다.]의미없는 경고는 절대로 아니다.
‘아무런 방비도 없이 접근하면 위험해.’
독가스. 초창기 서울역 던전에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저 독가스에 목숨을 잃었다. 저 독가스에 대항하는 법을 몰랐으니까.
“오빠……!”
고블린이나 도시 늑대 같은 비교적 평범한 몬스터들에는 익숙해진 선화도, 저런 특수효과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무서워요.”
선화가 내 뒤에 섰다.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마상현도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둘 다 저쪽으로 물러나 있어.”
확산 속도 자체는 빠르지 않다. 직접 호흡하지 않으면 괜찮다. 아직까지는 괜찮다.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오빠는요?”
“저거 없애야지.”
“…….”
선화의 눈동자에 걱정이 한가득 담겼다.
“괜찮아. 걱정 마.”
나라고해서 긴장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공략을 다 알고 있다고 해도, 저 독가스를 어떻게 파훼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고 해도. 그래도 잘못하면 죽는다.
크리스탈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쯤인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플레이어가 된 지금. 일반인들보다는 훨씬 오래 숨을 참을 수 있다. 내 눈에 독연을 내뿜고 있는 크리스탈이 보였다.
‘간다.’
다시 한 번 아이템을 점검했다. 만드라에게서 얻어낸 히든 피스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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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라의 장갑]만드라의 장갑(掌甲)은 특별한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에 관한 특수한 내성을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감염으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합니다.
방어력 : 2
옵션 : 독 내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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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내성 +3만으로는 모든 독을 막아낼 수는 없다. 크리스탈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피부가 따끔거렸다.
[‘서울역 크리스탈’의 독연(毒煙)에 저항합니다.] [감각안(感覺眼)이 위험을 감지합니다.]감각안을 통해 조금 더 구체화 된 위험이 감지되었다. 이대로 다가가면 나는 이 독에 중독되어 죽는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내 피부가 썩어 문드러질 거다. ‘독 내성+3’만으로는 이 크리스탈의 독연에 완벽하게 저항할 수는 없다.
그리고 나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최대한 호흡을 멈춘 채 계속해서 접근했다.
‘세니아는 알고 있겠지.’
독 내성 풀템을 갖추지 못한 내가, 단순히 ‘만드라의 장갑‘만을 믿고 크리스탈에 접근했다가는 몸이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걸.
‘수호자들도 집중하고 있을 거고.’
세니아와 수호자. 그들이 내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을 거다. 보고 싶을 거다. 겨우 레벨 18짜리 플레이어가 혼자서, 이곳을 과연 클리어할 수 있을지. ‘속삭이는 악마’ 같은 이름의 수호자라면, 내가 처참하게 죽는 꼴을 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보여줄게.’
너희들이 원하는 플레이를.
‘인벤토리.’
인벤토리를 열었다. 아이템을 꺼내 손에 쥐었다. 아까 획득했던 아이템인 ‘붕붕벌의 독침’이다. 경험치도 별로 안 주고, 코인도 별로 안 주는 몬스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사냥했다. 한 마리도 빠짐없이.
[크리스탈의 독기운이 신체에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독 기운에 저항합니다.]‘눈 뜨기가 힘드네.’
일반적인 플레이어보다 훨씬 더 높은 스탯 덕에, 보편적인 플레이어들보다는 독 저항이 높을 거다.
‘호흡도 한계.’
크리스탈 앞까지 다가갔다. 독연이 너무 진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 실제로 보이지 않았다. 독연이 너무 짙다.
‘어디 있지?’
[감각안(感覺眼)이 매우 심각한 위험을 감지합니다.]감각안은 쓸데없이 상세한 미래를 그려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나는 죽는다.
‘컥……!’
숨을 참는다고 참았는데, 완벽하지는 않았다. 모공을 통해 독기운이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피부가 불타는 느낌.
[포션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포션도 사용불가. 이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어디에 있냐!’
눈을 뜰 수 없었다. 격렬한 고통이 밀려 들었다. 그 고통 가운데에서도, 나는 필사적으로 크리스탈을 찾았다.
‘여기다!’
감각안은 결국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손에 크리스탈이 잡혔다.
‘빨리……!’
크리스탈을 손에 쥔 그 순간. 그 찰나의 순간.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붕붕벌의 독침’을 터뜨렸다. 바늘같이 생긴 독침 안에서 시꺼먼 수액이 터져 나왔다. 그 작은 곳에서 꽤 많은 양의 수액이 흘러나왔고, 그것이 크리스탈에 닿았다.
치이익-!
연기가 피어올랐다.
[‘서울역 크리스탈’의 독성이 중화되기 시작합니다.] [‘서울역 크리스탈’의 독성이 중화되기 시작합니다.]나는 또다른 붕붕벌의 독침을 터뜨려 그 수액을 크리스탈에 묻혔다. 그때마다 연기가 피어오르며 ‘서울역 크리스탈’의 독성이 약화되기 시작한다는 알림이 들려왔다.
선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솔직 담백한 한 마디였다.
“헐…….”
보라색 연기가 조금씩 옅어졌다.
“헉…… 헉……!”
나는 내 팔을 쳐다봤다. 독에 꽤 중독된 듯,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네.’
육안이 거의 마비되었다. 때문에 크리스탈을 바로 찾지 못했다.
‘어쨌든 해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결과는 이루어냈다. 겨우 레벨 18에, 과거 수많은 사상자를 냈었던 ‘서울역 던전’의 크리스탈을 부쉈다.
[‘서울역 크리스탈’을 획득하였습니다.] [클리어 조건을 1/2 만족하였습니다.]어느덧, 연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무명의 관찰자’가 깊은 흥미를 가지고 당신을 관찰합니다.] [‘속삭이는 악마’가 아쉬워합니다.]속삭이는 악마. 저놈은 확실히 내가 독에 중독되어 죽기를 바란 모양인데. 마상현이 내게 물었다.
“형님. 어떻게 하신 겁니까? 연기 때문에 잘 안 보여서요.”
“아까 붕붕벌의 독침 얻었잖아. 그 걸로 독연기를 중화한 거야.”
“그걸로 연기를 중화할 수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이템 설명에 독을 중화한다는 내용이 있었거든.”
열심히 설명할 필요는 없다. 지금 이 내용은 수호자들도 보고 있을 거고, 내 플레이에 대해서 떠벌릴 필요는 없다.
“그럼 그 설명만 보고서 지금 이 플레이를 생각하신 겁니까?”
“어.”
내가 생각한 건 아니고. 위대한 탐험가인 잭슨 님께서. 마상현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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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존경/흠모/놀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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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상태가 선화와 비슷해지는 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크리스탈은 획득했다. 한 번 해봤으니, 다음 크리스탈을 얻기는 조금 더 수월할 거다.
“가자.”
* * *
서주환이 먼저 갔었던 그 길. 그 길에 다시 들어섰다. 진행은 거의 비슷했다. 난이도도 거의 같았고.
크리스탈 근처까지 도달했다. 또다시 알림이 들려왔다.
[‘서울역 크리스탈’이 침입자를 반기지 않습니다.]같은 레파토리의 반복. 서울역 던전은 어디까지나 ‘초보자용 던전’이고 클리어 방법이 그렇게까지 복잡하거나 어렵지는 않다. 일단 공략법만 알면, 클리어 확률이 매우 높으며 사망 확률도 아주 적은 곳이다.
[감각안(感覺眼)이 위험을 감지합니다.]아까와 마찬가지로 감각안은 김혁진에게 위험신호를 보내왔다. 그렇지만 김혁진은 아까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크리스탈을 획득할 수 있었다.
세니아는 입을 다문 채, 김혁진의 플레이를 중계했다.
‘아까보다…… 더 성장했다.’
아까 서울역 크리스탈의 독연을 파훼한 것도 놀라운 일인데, 그걸 겨우 한 번 실행해본 뒤로 훨씬 더 자연스러워졌다.
‘아까는 분명 위험한 상태까지 갔었는데.’
독연이 너무 짙어 크리스탈을 제대로 찾지 못했었다. 아마 감각안이 없었다면 김혁진은 첫 번째 갈림길에서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에는…….’
아까는 김혁진의 팔 전체가 보라색으로 물들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독가스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는 뜻이다.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의 성장속도에 감탄합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당신의 성장에 놀라워합니다.] [‘용맹한 사자왕’이 당신의 재능에 또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수호자들도 지금 김혁진의 성장속도에 감탄하고 있다. 그들은 제3자의 시선에서 김혁진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훨씬 더 객관적으로 김혁진의 플레이를 평가할 수 있는 상태.
‘김혁진 플레이어. 당신은 지금 당신이 무슨 플레이를 하고 있는 건지, 자각하고 있는 겁니까?’
저 플레이어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녀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따로 중계를 위해 말을 할 필요조차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명한 수호자들이 자신의 채널에 입장하고 있다. 그저 ‘질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호자들이 채널 #19207번에 대거 입장합니다.]어중이떠중이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진명’을 밝힌 또 다른 수호자까지 입장했다.
[‘천마산의 진주’가 채널 #19207에 입장하였습니다.]세니아는 그저 입을 다문 채, 김혁진의 플레이를 계속해서 중계했다.
김혁진은 크리스탈을 받아들었다.
[‘서울역 크리스탈’을 획득하였습니다.] [‘서울역 던전’ 클리어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어떤 거지같은 던전은 이 크리스탈을 완전히 파괴해야만 클리어가 진행된다. 그리고 크리스탈은 어마어마한 방어력을 자랑한다. 다행히 서울역 던전에 그런 설정은 없었다.
[클리어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역 던전’이 클리어되었습니다.] [‘서울역 던전’의 ‘던전 브레이크’가 봉인되었습니다.]반투명 상태로 상황을 중계하던 세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상현은 세니아를 보고서 입을 쩍 벌렸다.
‘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외모다. 고결한 천사가 내려온 것 같았다. 저 무표정마저도 아름다웠다. 아름다움을 넘어 고귀함까지 느껴졌다.
‘저게…… 형님의 중간 관리자?’
침이 흐를 뻔했다. 뭐가 저렇게 예쁜지 모르겠다. 저런 엄청난 미인을 보고도 별다른 표정이 없는 김혁진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저 형님은 진짜 어디서 뭐하던 사람이지?’
도대체 뭐하던 사람이었을까. 궁금해졌다. 저 남자가.
‘천천히 알게 되겠지.’
너무 급작스레 다가가지는 않기로 했다. 이미 생명의 은혜를 빚졌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상현은 마상현의 방식대로 저 사람에게 은혜를 갚으리라 다짐했다.
세니아가 입을 열었다.
“보상을 진행하겠습니다.”
“네가 보상을 진행한다는 것은…….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얘기겠네.”
보통 던전이 클리어되면 던전 자체적으로 보상을 준다. 그게 일반적인 경우다. 중간 관리자가 직접 나타나 보상을 대행하는 건, 중간 관리자가 어떤 아이템을 사용했거나 권능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 레벨업 포인트는 줄 것 같고.’
세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서울역 던전을 클리어한 일행 전원에게 레벨업 포인트를 지급하겠습니다.”
그리 놀랍지 않은 보상이다. 지극히 평범하기 짝이 없는 보상.
‘내가 원하는 건.’
김혁진이 원하는 건 따로 있었다. 이곳을 클리어하러 온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내 계획의 첫단추이자 시작점.
‘내게 선택지를 주겠지.’
김혁진은 잠자코 기다렸다. 다급하게 굴어서 좋을 건 없으니까. 드디어 세니아가 입을 열었다.
“놀라운 플레이를 보여준 김혁진 플레이어에게 선택지가 주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