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42)
#재능만렙 플레이어 242화
강상구가 맥주잔을 내밀었다. 인간이 술을 건넸다. 세니아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일이었다. 천족들 가운데 술을 건네는 것은 ‘매우 친밀한’ 사이에서나 가능한 일이니까.
“자. 자. 그러지 말고. 세니아님도 한 잔 받으세요.”
“…….”
세니아는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 그녀의 나이 332세. 단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 것을, 강상구가 건넸다.
‘감히.’
세니아는 기본적으로 중간 관리자다. 김혁진과 파트너십을 맺고서, 김혁진에게는 상당 부분 많이 져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을 약간은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세니아의 잘못이 아니다. 대부분의 중간 관리자들이 그렇다. 아직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겨우 초보들이니까.
“자. 어서요.”
강상구의 얼굴이 좀 붉어져 있었다. 약간 취기가 오른 모양이다. 세니아의 날개가 파르르 떨렸다.
“무례하군요.”
세니아는 늘 무표정이다. 그런데 오늘의 무표정은 그 정도가 더 심했다. 매서운 칼바람이 이는 얼음 광야 같았다. 사실 세니아는 불쾌하다기보다 긴장한 것에 가까웠다. 술을 한 번도 안 마셔봐서 그렇다.
딸꾹.
강상구가 정신을 번쩍 차렸다.
“아, 그게.”
이 놈의 입이 방정이지. 술이 웬수지. 강상구는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눈길로 김혁진을 쳐다봤다. 김혁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중재하지 않으면, 세니아가 강상구에게 약간의 불이익을 가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그 술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
강상구의 손에 힘이 풀렸다. 손에 들고 있던 맥주잔이 땅에 떨어졌다. 떨어지기 직전. 다롱이가 쏜살같이 움직여 컵을 받아냈다.
[!!!]맥주잔이 무겁다는 듯 휘청거렸다. 신연서가 그 잔을 잡아 들어올렸다.
“이야. 다롱이 진짜 빠르네.”
[♪♪]다롱이는 어깨를 쭉 피고서 배를 내밀었다. 김선화가 다롱이의 배를, 검지손가락으로 살살 긁어줬다.
치킨가게는 나름 평화로웠는데, 김혁진은 세니아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천족은 술을 잘 안 마시는데.’
그렇게 알려져 있다.
‘게다가 중간 관리자가 플레이어들과 어울려서?’
지금 중계 중인가?
‘기본적으로 수호자들은 중간 관리자들이 플레이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걸 싫어해.’
지금은 ‘메인 시나리오’를 진행한다고 볼 수는 없다. 아무리 좋게 봐도, 지금은 그저 쉬는 시간이지 ‘플레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계 중이라면…… 누군가 이런 일상적인 콘텐츠를 좋아하는 수호자가 개입했다는 소리인데.’
세니아가 김혁진 옆자리에 앉았다.
“이것은 어떻게 마시는 것입니까?”
“그냥 마시면 돼.”
“플레이어들을 관찰해보니, 고개를 돌리거나 양손으로 먹거나 했습니다. 그것을 일컬어 주도라고 말하는 것 같더군요.”
“세니아.”
김혁진이 세니아를 쳐다봤다. 세니아의 날개가 파르르 떨렸다.
“왜 그러십니까?”
“너 지금 중계 중이지?”
“예. 그렇습니다. 중계를 하고 있기에 제가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마치 중계가 아니었다면 이런 곳에 같이 어울릴 이유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것 같았다.
“그래. 중계를 하고 있겠지. 그런데 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서 우리랑 같이 놀려고 하는 걸까?”
“미션을 받았습니다.”
“미션?”
중간 관리자가 퀘스트를 받는 경우. 그 것을 보통 ‘미션’이라고 표현한다. ‘퀘스트‘처럼 아주 흔하게 벌어지는 건 아니지만, 아주 없는 경우도 아니다.
“예. 미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가 이곳에 앉아 주도를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세니아의 눈길이 강상구를 향했다. 강상구는 여전히 딸꾹, 딸꾹, 딸꾹질을 하고 있는 중.
“저 무례한 태도도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요.”
“헤헤…… 감사합니다.”
미래의 염제(炎帝) 강상구는 세니아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인 뒤 치킨을 집어 들었다. 오늘 그는 맥주를 더이상 마시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했다.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어쩔 수 없다고?”
“예.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어떤 미션을 받았는데?”
“그걸 제가 밝혀야 하는 것입니까?”
“아니. 밝힐 필요는 없지. 근데 그냥. 말해주면 좋겠어서. 너랑 나 사이에, 비밀로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오늘따라. 세니아가 평소보다 좀 더 앙칼진 느낌이다. 뭔가가 괜히 캥기는 것 같은 모양새. 세니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 —- 께서 주신 미션입니다.”
“아 그래?”
삐이- 처리돼서 들렸다. 시스템의 간섭 혹은 수호자의 간섭이다.
‘이런 시답잖은 것에 미션을 내렸다라.’
그러면 결국 추려진다. 대다수의 수호자들은 이런 일상적인 콘텐츠에 ‘미션’까지 줘가면서 투자하지 않는다.
‘화살쏘는 아기천사네.’
저번에 집중한다는 알림이 한 번 있은 뒤로 잠잠하나 싶었더니. 갑자기 또 이상한 미션을 던져줬다.
‘세니아에게 분명 어떤 영향을 끼치려 들 거야.’
화살 쏘는 아기천사는 별로 달갑지 않은 수호자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에게 걸려서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악질에 가까운 놈이다.
‘모양새로 보아하니.’
세니아에게 직접적으로 어떤 미션을 내린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이 ‘파티‘에 함께 참여하라는 것 정도인 것 같다.
‘원래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하는 거지.’
그러고 나서,
‘우리들 중 누군가와 엮으려 들 거야.’
그게 ‘화살 쏘는 아기천사’의 공략법이다. 그놈은 이상한 취향을 주입하기도 한다. 어떻게든 플레이어의 영향을 끼쳐서 말이다.
‘제 엄마와 결혼하겠다고 난장을 피웠던 미친 자식이 있었지.’
그 플레이어 역시 ‘화살 쏘는 아기천사’에게 당했다.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몇몇 플레이어가 갑자기 나는 동성애자라고 밝히며, 멀쩡했던 가정을 파탄내고 동성애의 길로 빠져든 적도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원래 동성애자로 유명했던 한 배우가 갑자기 애인을 배신해서, 그 애인이 자살하는 소동도 있었다.
‘하여튼 엮여서 좋을 것 없는 놈.’
그것 말고도 미친 짓이 많다. 묘사하기 껄끄러울 정도의 괴상한 일도 많이 일으켰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화살 쏘는 아기천사를 일컬어 ‘이상성욕 수호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세니아를 누구와 엮으려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이곳의 모두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세니아가 만약 눈독을 들일 수 있는 대상 중, 가장 이상한 대상을 꼽으라면?
‘선화?’
선화가 제일 이상하다.
‘진짜 최악의 최악의 경우는…….’
저기서 [♪♪] 표시를 보이고 있는 김다롱.
‘그래도 천족의 정신력이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니겠지.’
세니아가 말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아냐. 아무것도.”
선화를 캐스퍼로부터 지키는 것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세니아도 신경 쓰게 생겼다.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세니아는 처음으로 술이라는 걸 마셔봤고, 술에 굉장히 약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저는 그저 미션을 수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어떤 오해도 사절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수십 번 정도 반복한 뒤 갑자기 투명상태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말을 하는 와중에 발음이 점점 꼬여서, 종국에는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김혁진은 방으로 돌아왔다.
‘맥주 두 모금 마시고 그렇게 취하다니.’
황당했다. 332년만에 처음 마셔보는 술이라나 뭐라나.
“근데…… 이건 또 뭐야?”
갑자기 일시정지 권능이 펼쳐졌다. 세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니아의 얼굴은 여전히 붉었다. 취기가 많이 올랐는지, 원래 하얗던 날개마저 붉게 변해 있었다.
“김혁진 플레이어.”
“요즘 여유롭나봐. 갑자기 일시정지?”
플레이 도중도 아닌데?
“예. 저는 지금 전 서버에서 가장 잘나가는 중간 관리자입니다. 가장 많은 후원을 받고 있고,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난 지 오래입니다. 이깟 권능쯤은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발음이 조금 이상했다. 혀가 꼬여있다.
“지금 설마 중계 중이야?”
“아닙니다.”
“중계 중이었으면 정식으로 항의하려고 했어.”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답게 해야 한다. 중간 관리자가 이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좋아하는 수호자는 소수다. 대부분의 수호자들은 ‘멀쩡한 상태’의 중간 관리자가 중계하는 ‘플레이’를 좋아한다. 계약자로서 태클을 걸고도 남을 정도의 일이다.
“그저 머릿속에 비즈니스밖에 없습니까?”
“…….”
“중계, 중계, 중계, 중계. 그 말밖에는 모릅니까?”
김혁진은 거기서 약간의 이상함을 느꼈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가 노리는 게…….’
설마.
‘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세니아의 태도를 보니 대충 알겠다. 지금 세니아는 술에 취했고, 그에 따라 ‘화살 쏘는 아기천사’에게 어떤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에이씨. 똥 밟았네.’
하여튼 그놈에게 걸려서 좋을 게 없다.
“세니아. 정신 차려!”
“저는 지극히 제정신입니다.”
“너 취했어.”
“전혀요. 저는 술에 취하지 않는 체질입니다.”
날개까지 빨개졌는데.
“그래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뭐야? 지금 중계 중도 아니잖아.”
“중계 중이어야만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것입니까?”
김혁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퇴근했는데 회사에서 연락 오면 짜증이 나겠어, 안 나겠어? 야근수당도 안 주는데.”
“그럼 김혁진 플레이어는 지금 짜증이 났습니까?”
“당연하지.”
화살 쏘는 아기천사에게 걸리면 매우 피곤해진다. 애초에 틈을 주면 안 된다. 단칼에 잘라 버리는 게 맞다.
“잘 들어. 너랑 나는 비즈니스로 엮여 있어. 우리는 독점계약을 맺었다는 것을 잊지 마. 이런 식으로 내 휴식을 방해하는 것은, 내 이후 플레이를 방해하는 활동으로 간주하고 정식으로 항의할 거야.”
“…….”
“내 말 이해했어?”
“김혁진 플레이어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마음에 든다. 많이 성장했다. 요즘은 합도 잘 맞는다. 수호자에게 연출할 때, 미리 짜지 않아도 꽤 훌륭한 그림을 만들어낸다.
“지금 중계 중이 아니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중계. 안 하고 있습니다.”
세니아의 무표정이 조금 깨졌다. 조금 화가 난 것 같았다. 또 그놈의 중계 얘기 입니까? 그 말을 하려다가 참은 것처럼 보였다.
“아까 나한테 시스템의 간섭이 있었어. 네게 미션을 준 수호자가 누군지. 시스템이 막았든, 수호자가 막았든, 하여튼 그 이름을 내게 알려주지 않았어.”
“……그랬습니까?”
“그런데 나는 그 수호자가 누군지 알 것 같아.”
“맞춰 보십시오.”
“화살쏘는 아기천사.”
“…….”
“잘 생각해 봐. 왜 이름을 안 알려줬겠어? 수호자들은 자기 이름이 널리 퍼지는 걸 좋아하는 관종들이 대부분이란 말이야. 그리고 왜 너한테 그런 미션을 줬겠어? 너. 화살쏘는 아기천사에 대한 악명 몰라?”
‘지구’라는 차원 외에,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 미래의 인류는 그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화살쏘는 아기천사’ 정도 되는 네임드 수호자라면, 이미 중간 관리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할 거다. 김혁진의 판단은 정확했다.
“네가 말했지. 너는 지금 가장 잘 나가는 중간 관리자라고.”
“……네.”
“그럼 너를 시기, 질투하는 애들도 많겠네.”
“…….”
“수호자들은 너희가 너무 잘나가는 걸 싫어해. 그들 입장에서도 너희는 그저 중간 관리자. 유희를 제공하는 하등한 것들이니까.”
세니아는 말을 하지 못했다.
“화살쏘는 아기천사가 떳떳했다면, 굳이 시스템에 간섭했을까?”
“…….”
“정신 차려. 너랑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어.”
이제 겨우 초보구간이다. 아직 갈 길이 멀고도 멀다. 여기서 겨우 저런 것에 휘둘리며 멀리 갈 수 없다.
“수호자들에게 휘둘리지 마.”
“…….”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면 되는 거야. 그들은 유희를 원하고, 우리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추태를 보였습니다.”
“우리 같이, 멀리 가야지. 지금 겨우 초보구간이잖아.”
“김혁진 플레이어의 말이 맞습니다.”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게. 정신 똑바로 차려.”
김혁진이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건넸다. ‘미라클’이라는 이름이 붙은 아이템이다. 김다롱이 저번에 송정희로부터 훔쳐온 아이템이기도 했다.
“마셔.”
“이게 뭡니까?”
“너 그렇게 취한 상태면 아마 곧 머리 아파올 거야.”
“…….”
세니아가 순간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확실히 두통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그건 포션도 안 들어. 이 미라클 마시면 나을 거야.”
세니아가 ‘미라클’을 받아 들었다. 이후. 미래에는 ‘숙취해소용 아이템’으로 각광받게 될 아이템이다. 세니아는 작은 음료수처럼 생긴 그 것과 김혁진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언제 준비하신 겁니까?”
“아까 너 취했을 때.”
“저한테 왜 주시는 겁니까?”
“내일부터 나랑 같이 콘텐츠 만들어야 하는데, 네가 숙취에 시달리면 곤란하잖아.”
하마터면 다정하고 세심하다고 생각할 뻔했습니다. 세니아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그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그렇군요. 납득했습니다.”
세니아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이윽고 세니아의 ‘일시 정지’ 권능이 풀렸다. 어느덧 세니아는 사라진 상태. 이번에도 인사 없이 사라졌다.
김혁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급한 불은 껐네.’
화살 쏘는 아기천사 놈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르겠다. 조심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이틀이 지났다.
이탈리아의 명인, 상남자를 주장하는 페드로가 김혁진을 찾아왔다.
매우 좋은 소식을 갖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