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44)
#재능만렙 플레이어 244화
오공굴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오기 전. 김혁진은 요약집을 한 번 더 살핀 상태.
-매화도의 오공굴. 지네가 서식하는 굴의 입구. 입장 자격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입구가 여러 개인 특성을 가지고 있음. 진주오공 다수가 서식하고 있음. 불 계열 마법사 없이는 클리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게이트.
사실 이런 내용은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다. 오공굴에는, 김혁진 자신이 파악하지 못했던 비밀들이 몇 가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날 마왕을 봤었지.’
그날을 돌이켜봤다. 마왕이 갑자기 나타나 목을 움켜쥐었었다.
[내가 널 여기서 살려준다면, 너는 내게 무엇을 해줄 수 있지?]그때 김혁진은 강해지겠다고 대답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강자로 군림하는 너를 무릎 꿇릴 만큼.] [반대로 네가 믿고 휘두를 수 있는 매서운 검이 될 수 있을 만큼.]그렇게 대답하자 마왕이 이렇게 말했었다.
[어디 한 번 재주껏 강해져 봐라.] [살아남을 수 있다면.]그때부터. 어쩌면 마왕의 안배는 진행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여기서 포식수를 처음 만났고.’
포식수에 대한 정보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포식수(捕食樹). 진주오공의 서식처를 습격하여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다. 통풍이 잘되는 곳을 좋아한다. 레벨은 40 전후이며 오크 대전사도 통째로 잡아먹을 정도의 포식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방어력이 매우 높아 동레벨의 플레이어의 솔로잉이 거의 불가능한 개체.
-포식수가 움직일 때, 주변에 미세한 진동이 생기는 것이 특성이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떠올렸다.
‘오공굴에서, 다롱이가 마왕의 인벤토리를 털었어.’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롱이가 훔친 게 아니라, 마왕이 그냥 ‘훔침’을 당해줬었다. 그때 다롱이가 훔친 것이 바로 ‘융화석’이었다.
‘그리고 그 융화석을 통해 이 스킬을 체내에 이식시켰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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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吸收)]0.5초 동안 모든 물리 데미지를 흡수합니다. 흡수한 데미지는 H/P로 전환 됩니다.
쿨타임 :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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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진의 여벌 목숨이라고도 할 수 있는 능력.
이 모든 요소들이 어쩌면 하나의 안배 안에서 이루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흡수. 이 능력을 염두에 두고 움직인다.’
강상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오래 해?”
“아. 전에 이곳에 왔었을 때를 생각해 봤어.”
“그때 우리 죽을 뻔했잖아. 난 포식수 걔네 싫더라. 걔네 레벨이 몇쯤 됐지?”
“약 40 정도.”
“그러면 무난하게 잡을 수 있겠네?”
포식수는 불 속성 공격에 약하다. 현재 강상구의 레벨은 39. 마의 구간이 30-40 구간 돌파를 거의 끝마친 상태다.
“뭐. 그래도 그때보단 덜 위험해서 좋겠다마는…….”
강상구는 김혁진을 흘겨봤다.
“네가 여기까지 기어온 이상, 덜 위험할 리는 없겠지. 넌 위기를 몰고 다니는 코난 같은 녀석이니까.”
진주오공 여러 마리가 나타났다.
“불 벽.”
불벽.
영어권 플레이어들은 Fire Wall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이 마법은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마법이다.
불로 만들어진 방벽을 쌓는 것인데 원래는 방어마법에 가깝다. 그렇지만 곤충형 몬스터들에게 큰 힘을 발휘하는 마법이기도 했다.
[‘진주오공’을 사냥하였습니다.]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강상구는 별로 어렵지 않게 진주오공을 사냥했고, 진주오공으로부터 그 어떤 위협도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강상구는 찝찝해졌다. 뭐지. 김혁진이랑 왔는데 왜 쉽지? 왜 센 놈이 안 나타나지?
“무슨 꿍꿍이야?”
“꿍꿍이라기보다는.”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이곳에서 특별한 사람을 만났거든.”
“특별한 사람?”
그때. 강상구는 같은 자리에 없었다. 강상구는 마왕을 만나지 못했었다. 강상구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김혁진이 계속 말했다.
“그가 여기서 내게 한 가지 안배를 해줬어.”
“미친? 너한테 안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너보다 세냐?”
“얼마나 강한지. 나는 몰라.”
아득히 멀다.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다. 플레이어인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나는 여기서 아이템 하나를 얻었고, 그걸 토대로 ‘흡수’ 능력을 획득했거든.”
“그런데?”
강상구는 조금 불길해졌다. 얘가 갑자기 왜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을 할까. 다시 한 번, 마법을 사용했다.
“불 벽.”
진주오공이 타다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갔다. 어둡고 습한 동굴에 벌레 타는 냄새가 가득 찼다.
그그그그-
작은 소리와 함께 미세한 진동도 느껴졌다. 포식수 특유의 울음소리가 저 멀리. 바람을 타고서 들려왔다.
“불화살.”
강상구가 여러 개의 불화살을 만들어 쏘아냈다. 포식수를 겨냥했다. 아직까지 포식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강상구의 불화살은 포식수를 정확하게 맞췄다.
그그그극!
포식수들이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김혁진이 말했다.
“일단 놈들 잡고 얘기하자.”
이사벨을 꺼내들었다. 이사벨은 잠이 든 상태.
“야. 너 그 불 계열 활 안 쓸 거야? 그거 한 방이면 해결되겠구만.”
“그건 마나 소모가 너무 심해.”
“그럼 그냥 칼질로 저놈들을 잡겠다고? 상성상 쟤네 칼로 잡기 힘들…….”
강상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 않지. 암. 그렇고말고.”
저놈이 누구인가. 레벨은 39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레벨 39보다 훨씬 더 강력한 놈이다. 김혁진의 말에 따르면 ‘랜덤 스탯’이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월등하게 많이 주어진다고 했다. 그게 군주의 특전이라나 뭐라나. 사실 강상구 입장에서는 개소리도 그런 개소리가 없다. 저게 무슨 군주란 말인가.
서걱-!
이사벨이 은빛 검영을 남길 때마다.
[포식수를 사냥하였습니다.]포식수 한 마리가 절명했다.
‘그래. 저딴 건 군주가 아니지.’
어찌됐든 군주 특전으로 인해 랜덤 스탯을 많이 획득했고, 따라서 현재 김혁진은 일반 클래스들 기준으로 적어도 레벨 40대 후반 이상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 강상구는 그렇게 판단했다.
김혁진의 뒤에서 포식수 한 마리가 입을 크게 벌리고 접근했다.
“불채찍.”
김혁진도 알고 있었지만 반응하지 않았다. 강상구를 믿었기 때문이다. 강상구의 ‘불채찍’이 포식수의 몸을 불태워 버렸다.
갑자기 나타난 포식수 무리 11마리를 사냥하는 데에는 불과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한 마리에 30여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야. 우리 진짜 세졌다. 레벨이 갑이네.”
김혁진을 힐끗 봤다.
“너 빼고.”
칼로 포식수를 잡다니. 그것도 군주가.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그래서. 아까 하려던 말은 뭐야? 흡수가 뭐 어쨌다고?”
“나는 여기서 흡수를 얻었어.”
김혁진은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강상구보다 훨씬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지만 전혀 지치지 않았다. 체력 안배를 해서 싸웠기 때문이다. 집 앞 산책 나온 느낌으로.
“나. 왜 자꾸 불안해지려고 그러냐? 흡수가 왜?”
“이거. 0.5초 동안 들어오는 모든 데미지를 H/P로 전환시키는 능력이라는 건 알지?”
“……알긴 아는데. 근데 왜?”
자꾸만 불안해졌다. 얘가 무슨 말을 할까.
“어쩌면 나는 오늘. 이곳에서 이 능력을 십분 발휘해야만 할지도 몰라.”
‘유성이 떨어지는 밤’의 직접적인 후원 같은, 정말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본래 ‘서’ 아이템은 얻기 어려운 게 정상이다. 강상구만 하더라도 수호자인 ‘석양의 거인’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덕택에 화신지체의 서를 얻을 수 있지 않았던가.
“지금 우리는 수호자들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태니까.”
김혁진의 요청으로 인해, 현재는 녹화가 진행 중이다. 수호자들의 후원은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둘만의 능력으로 돌파해야 한다.
“아니. 그래서?”
강상구가 인상을 찡그렸다.
“설마 그 능력을 제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죽을 만큼 위험한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거나……?”
슈밤. 그런 거 아니지?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실화냐……?”
방금 김혁진의 무위를 직접 봤다. 상성상 그다지 유리할 것도 없는 ‘검’으로 포식수를 썩둑썩둑 잘라 버렸다. 심지어 포식수 레벨이 1가량 더 높은데 말이다. 김혁진의 능력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 김혁진이 ‘흡수’같은 겨우 ‘0.5초짜리 능력’에 의지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혁진아. 나 죽는 거 아니지?”
김혁진이 이러한 사실을 미리 말해주는 이유는 하나다. 조심하라는 뜻이다. ‘0.5초’만에 어떤 위험이 다가올 수도 있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뜻.
“나는 그냥 여기서 기다리면 안 될까?”
“혼자 있으려고? 여기 뭐가 있는지 나도 몰라.”
“슈밤.”
강상구가 몸을 또 부르르 떨었다.
“너 이거 다 알고 나 데려온 거지?”
“응.”
“너 죽여도 돼?”
“할 수 있으면.”
“슈밤!”
강상구는 굉장히 억울하다 느꼈다. 벨라와 비슷하게 말했다.
“내가 싸움 잘했으면 너 두들겨 팼다.”
“언젠가 그러길 바라.”
“…….”
강상구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래서. 난 뭘 하면 될까?”
“글쎄. 일단 이곳을 탐사해보자.”
김혁진이 걸음을 옮겼다. 김혁진의 머릿속에 ‘검신지체의 서’의 위치가 있다. 그 경로를 따라 움직였다.
* * *
‘진주오공. 포식수.’
그 외에 별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습하고 어두운 동굴을 계속해서 탐사해봤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여러 갈래의 갈림길을 지나고, 거대한 하나의 공동에 도착했다.
김혁진이 앞을 쳐다봤다.
‘뭔가가 있네.’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쿵! 소리가 들려왔다. 둥그런 형태의 거대한 공동. 이곳으로 연결되는 모든 입구에 돌벽이 세워졌다.
“슈밤. 놀래라.”
강상구가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 갇혔네.”
“그러게.”
갇혔다. 공동 중앙에는 ‘석상’이 하나 보였다. 꽤 커다란 크기였다. 약 7미터 정도 되었다.
“으웩. 징그러. 나 벌레 개 싫은데. 어우. 지네가 저렇게 크면.”
실제로 소름이 돋았다.
“어우. 개무서워.”
벌레 모양의 석상이었다. 자세히 보니 ‘진주오공’을 크게 확대시켜 놓은 모양새였다. 돌을 깎아 만든 것이 아니라, 생명체를 돌로 바꿔버린 것 같았다. 그만큼 석상은 정교했다.
알림이 들려왔다.
[특별한 보스 몬스터인 ‘흑진주오공(黑眞珠蜈蚣)’을 발견하였습니다.] [특별한 자격을 갖춘 이만이 ‘흑진주오공(黑眞珠蜈蚣)’을 잠에서 깨울 수 있을 것입니다.]흑진주오공.
김혁진은 들어보지 못한 몬스터다. 10년 후. 미래 기준 몬스터 도감 혹은 플레이피디아에도 등장하지 않는 몬스터. ‘특별한 보스 몬스터’가 맞다는 소리다.
강상구 입장에서,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는 알림도 들려왔다.
모든 출구는 봉쇄된 상태.
[특별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는 해당 시나리오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해당 시나리오를 포기할 시, 해당 시나리오는 재생성되지 않습니다.]단 한 번의 기회.
그렇지만 ‘특별한 자격’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것을 만족하지 못하면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시스템의 절대값이 공개되었다.
강상구가 말했다.
“야. 혁진아. 슈밤. 이거 너무 위험한 거 아니냐? 리얼 도박인데?”
특별한 자격이 뭔지 모르는데. 그런데 괜히 도전하려 들었다가 죽도 밥도 안 되는 수가 있다.
“야. 나는 예로부터 운빨이 개망이었어.”
그렇게 말했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애초에 포기할 거면, 너 나 데리고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지?”
“너는 돌아가도 돼.”
강상구에게 선택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강상구를 데려온 것은, ‘저번과 최대한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다.
그때와 지금.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슈밤. 그게 무슨 섭섭한 소리냐?”
강상구가 바들바들 떨면서 얘기했다.
“그래도 인마. 우린 친구잖어.”
“…….”
“어유 슈밤. 개무섭네. 나는 다음부턴 절대로 너 안 따라온다. 나는 배 터질 때까지 먹고 평생을 행복하게, 길고 가늘게 살 거여!”
어쨌든 둘 모두. 이곳을 클리어하기로 했다. 그에 따라 ‘특별한 자격’이 공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