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49)
#재능만렙 플레이어 249화
김혁진이 막힌 벽 앞에 섰다. 이사벨을 들어 올렸다. 이사벨과 한 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검합일보다 조금 더 상위의 경지.’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김혁진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아니.’
예전에 이룩했던 ‘신검합일’은 진짜 신검합일이 아니었다. 지금의 경지가, 예전 랭커들이 말했던 신검합일이었다. 그게 느껴졌다. 이사벨의 검신이 웅웅- 떨리기 시작했다.
이사벨의 검신 위에 반투명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강상구가 그걸 봤다.
‘저건?’
반투명한 기운은 이내 검은색으로 물들어갔다.
‘암염?’
그런데 단순히 암염과는 또 달랐다. 암염을 베이스로하여 새로이 창조해낸, 김혁진만의 기운이었다.
김혁진이 입을 열었다.
“암염이라는 극상의 기운을 기본으로 하여.”
세니아가 열심히 현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수호자들이 열광할 수 있는 상황. 그것을 연출해야 한다. 일부러 정보를 전해주는 거다. 굳이 육성으로.
“그 기운을 뿜어내되.”
현재 김혁진은 진정한 신검합일의 경지를 이룬 상태.
“이것을 이사벨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강력한 절삭력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기운으로 가공해서.”
이사벨을 들어 올렸다. 이사벨에 검은색 기운이 일렁거렸다.
“이사벨만이 다룰 수 있는, 그리고 나만이 다룰 수 있는 고유의 파장.”
이사벨의 능력이 부분적으로 개방되었다. 김혁진의 특성인 ‘검신지체’와 이사벨의 능력이 개방되면서, 새로운 능력을 피워 올렸다. 이사벨과 김혁진의 새로운 권능.
[고유 권능. ‘검기(劍氣)’를 사용합니다.] [해당 ‘검기(劍氣)’를 이루는 근본적인 기운은 ‘암염(暗炎)’으로 설정된 상태입니다.]검기(劍氣).
과거, 고수 구간에 들어선 검술계열 플레이어들이 사용했던 기술. 그것을 불과 레벨 39의 김혁진이 해냈다.
위에서 아래로 김혁진이 이사벨을 휘둘렀다.
손에 착 감기는 느낌.
몸에서 무엇인가가 빠져 나가는 느낌.
‘암화궁을 사용할 때보다…… 훨씬 편해.’
암화궁을 사용할 때보다 더 쉽다. 더 손에 잘 감긴다. ‘궁수’로서의 재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혁진이다. 그런데 궁수로서의 재능보다는 검술가로서의 재능이 더 뛰어난 것 같았다. 상대적으로 말이다.
‘이사벨의 도움도 있고.’
묵궁을 베이스로 하여 암화궁을 만들어내서 힘을 사용했던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초월급 아이템 이사벨을 매개체로해서 힘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나은 것 같다.
[최초로 ‘검기(劍氣)’를 발현하였습니다.] [숨겨진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숨겨진 퀘스트. ‘검림(劍林)의 발자취를 따라서’가 생성되었습니다.]강상구는 볼 수 있었다.
‘길이 열렸어.’
세로로 기다란 틈이 생겼다.
스르륵-
양옆으로 잘린 벽 사이가 벌어졌다.
두텁고 높았던 벽에 긴 검상이 새겨졌다. 강상구는 뭔가에 홀린 듯 가까이 걸어갔다. 사람 둘은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틈이 벌어졌다.
강상구가 절단면에 손을 댔다.
“절단면이…….”
이렇게 깨끗할 수 없었다. 바위를 종이처럼 잘라버렸다. 높이 약 10미터. 깊이는 모르겠다. 들어가 봐야 알 것 같다.
“거의 얼음 수준인데?”
절단면이 깨끗하다 못해 미끌거릴 지경이었다.
“뭘 보여주려고 이렇게 시간을 질질 끄나 했더니.”
질질 끌만했던 것 같다. 이런 건 본 적도 없다. 한국에서 검을 제일 잘 쓰는 검객. 신연서도 이 정도 무위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아니. 파괴력에 있어서는 검술가보다 훨씬 더 강력한 마도사. 그 중에서도 ‘절삭력’이 뛰어난 바람의 마법사인 곽태운도 이런 짓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태운이도 이건 못할 거 같은데.”
“가자.”
“그래.”
강상구는 나름대로 쉽게 납득했다. 놀라봤자 뭘 하겠는가. 어차피 이놈과 플레이하면 매일매일이 놀랍다. 더 이상 놀라지 않기로 했다.
김혁진이 앞장서서 걸었고 그 뒤를 강상구가 따라 걸었다.
“야, 혁진아. 근데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어.”
“너 솔직히 연서보다 칼 잘 쓰지?”
“글쎄.”
검기를 피워올려 이토록 강력한 절삭력을 내는 것은 자신이 몇 수는 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PVP는 어떨지 모르겠다. 신연서는 PVP 센스가 무척 뛰어난 검객이니까.
“내가 보기에는, 네가 연서보다 센 거 같아.”
“지금은 그럴지도 모르지.”
김혁진은 이 순간 신연서의 수호자인 ‘천마산의 진주’를 떠올렸다.
“그렇지만 연서가 나보다 강하게 될 것은 틀림없어.”
“뭔 소리야? 지금은 네가 더 세다며?”
“연서가 익히고 있는 능력이 내가 익히는 능력보다 훨씬 뛰어나거든. 연서는 무공이라는 걸 익히고 있어.”
“무공?”
마법과 무공이 존재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그 무공이 천하제일이거든.”
모르긴 몰라도. 천마산의 진주가 이 말을 듣게 된다면 굉장히 기뻐할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을 인정해 주고 치켜세워 주는 것을 좋아하는 수호자니까. 그런 만큼 또 통 크게 후원도 하는 수호자다.
“연서가 검신지체의 서를 흡수하면, 아마 나보다 더 강해질 거야.”
“음. 그러냐?”
강상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김혁진의 의도를 눈치챘다.
‘저 자식. 일부러 저 말하고 있는 거네.’
지금 김혁진은 ‘천마산의 진주’를 낚고 있다. 김혁진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만약 신연서가 더 약하다면? 천마산의 진주의 무공이 약하다는 뜻이다. 똑같이 검신지체의 서를 흡수했는데 말이다.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연서를 나보다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아낌없이 투자해 줄 거다. 그 자존심을 위해서.’
걸음을 더 옮겼다.
“야, 혁진아. 클리어 크리스탈이 느껴진다!”
마법사인 강상구가 클리어 크리스탈의 기운을 먼저 느꼈다. 김혁진은 기분이 좋아졌다. 감각안과 관찰자의 눈을 가지고 있는 자신보다 먼저 느꼈다. 강상구가 이런 부분은 더 예민하다는 뜻이다.
‘좋네.’
매일 엄살 부리긴 하지만 강상구도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뜻. 이내 김혁진에게도 ‘클리어 크리스탈’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강상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세상에나.”
클리어 크리스탈을 잡고 들어 올렸다.
“쪼개지기 일보직전이네.”
강상구는 황당하다는 듯 클리어 크리스탈과 김혁진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봤다.
“진짜 너도 너다. 여기까지 족히 백 걸음은 넘게 걸어온 것 같은데.”
칼질 한 번으로 절단면이 예리한 동굴을 만들었는데, 그 와중에 클리어 크리스탈도 거의 부숴 놨다.
강상구가 말했다.
“내가 부술게.”
클리어 크리스탈을 부쉈다.
[‘오공굴’이 클리어되었습니다.] [‘오공굴’ 클리어 보상으로 ‘흑진주오공의 사체’가 주어집니다.]강상구의 인벤토리에 ‘흑진주오공의 사체’가 전송되었다.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시스템 보상으로 변해 있었던 모양이다.
“으웩. 싫어. 이딴 거!”
강상구가 진절머리 치며 인벤토리에서 ‘흑진주오공의 사체’를 꺼냈다.
쿵!
소리와 함께 흑진주오공의 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생전 모습 그대로. 커다란 사체가 보였다.
클릭이 가능했고, 그에 따라 인벤토리로 전송도 가능했다. 김혁진이 ‘흑진주오공의 사체’를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이 보상은 내가 갖는다.”
“그래. 제발 가져줘.”
매화도의 오공굴을 클리어했다. 역시 뭔가 특별한 곳이다.
‘이곳에서 검신지체의 서를 획득했고 흡수했다.’
단순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를 통해 검기라는 새로운 능력을 획득했어.’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검림의 발자취를 따라서’가 생성되었다. 부파파 장로와 만났을 때. 그때부터 이미 ‘검림’이 실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사벨과 부파파 장로의 고향. ‘검림’에 대한 단서를 또 얻었다.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 조금 쉬기로 했다.
* * *
김아영은 고추장찌개를 끓였다. 멸치와 무로 육수를 내고, 돼지목살을 초벌로 구운 뒤 팔팔 끓고 있는 붉은 국에 퐁당퐁당 빠뜨렸다.
‘갈비찜은…… 다 됐나?’
갈비를 특제 바비큐 양념에 12시간 이상 재운 뒤, 또 12시간을 찜기에 넣고 쪘다.
“김다롱. 기다려.”
갈비찜을 향해 손을 뻗던 김다롱의 몸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멈췄다.
“앉아.”
김다롱이 앉았다.
[;;;]김다롱의 입에서 침이 흘러 내렸다. 김아영은 김다롱을 쳐다봤다. 김다롱이 나타났다? 곧 김혁진도 온다는 소리다. 보아하니 김다롱은 갈비찜 냄새에 미쳐서, 엘리베이터도 기다리지 않고 마구 뛰어온 모양이고.
김아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기다려. 우리 먼저 먹고 줄게.”
김아영은 서열을 확실히 했다. 다롱이는 김아영에게 감히 대들지 못했다. 배가 고픈 듯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기다렸다.
띡- 띡- 띡- 띡.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좋은 냄새 나네.”
“그냥 심심해서. 대충 만들어 봤어.”
그냥 심심해서 대충 만든 것치고는 정성이 정말 많이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고추장찌개. 좋은 냄새를 풍기는 소갈비찜. 거기에 갓 담근 것처럼 보이는 빨간색 겉절이 김치.
김아영이 퉁명스레 말했다.
“연습 삼아 만든 거니까 먹든지 말든지.”
“고마워. 잘 먹을게, 누나.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설거지는 내가 할…… 아니다. 다롱이가 할거야.”
다롱이는 설거지도 잘했다. 만능 펫이었다.
[;;;]김다롱이 땀 표시로 불만을 표시했지만,
“갈비찜 넉넉히 줄게.”
라는 김혁진의 말에 이내 김다롱은 거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누나. 진짜 고마워. 진짜 엄청 맛있다.”
“…….”
확실히. 요리사라는 꿈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스승님은 좀 알아봤어? 그 왜, 엄청 유명한 쉐프 있다며?”
현재 김아영은 한 레스토랑의 보조로 일하는 중.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만족할 만한 배움은 없었다. 그래서 좀 더 제대로 된 스승을 찾고 싶어 했다.
“알아는 봤는데…….”
김아영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왜? 너무 바쁘대?”
“그렇지 뭐. 내가 뭐 특별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허접한 주방보조일 뿐이니까.”
“그래?”
김혁진이 하얀 쌀밥 위에 부드러운 소갈비찜을 올렸다. 그 위에 겉절이 김치 한 조각을 얹었다. 입에 넣고 보니 갈비찜의 풍만한 감칠맛과 새콤달콤한 겉절이의 향기가 어우러져 혀를 살살 녹였다.
“그. 쉐프 이름이 뭔데?”
“마이클.”
“아. 마이클?”
그리고 김혁진은 그가 누구인지 떠올렸다.
‘미쉘의 남동생?’
세계적인 쉐프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사람이다.
‘보아하니 배움의 기회조차 없었던 것 같네.’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을 거다.
‘그래도 우리 누난데. 기회는 좀 줘야지.’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맛있었다. 마이클에게 억지로 우리 누나를 가르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한 번 만나보게는 할 수 있다. 기회는 줘볼 수 있다.
‘그게 안 되면 레스토랑 하나 차려주지 뭐.’
누나가 원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김아영이 말했다.
“야.”
“응?”
“너 여자친구 생겼어?”
켁!
사래가 들렸다. 수호자들과 세계의 랭커들을 손바닥 위에 놓고 굴리던, 천하의 김혁진도 김아영의 질문에는 당황했다.
“갑자기 뭔 소리야?”
“너 수상해.”
“뭐가?”
“그런 게 있어. 묘한 기류가 있어.”
“…….”
“너 왜 부정 안 해?”
“그 게…….”
여자친구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소개해야 하지? 음. 신부이기는 하지만 계약으로 맺어졌는데. 검이라고 말해야 하나?
약간 혼란스러워졌다.
“잘해줘.”
“응?”
“너 같이 재미없는 애를 만나주려면, 어지간히 착한 애일 거 아냐.”
“…….”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지만 또 맞는 말 같기도 했다. 밥을 다 먹은 김혁진은 김다롱과 함께 설거지를 하고서 방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책상 저만치 아래에는 ‘노란색 부적’이 있었다.
‘또 있네.’
누나가 매번 새 걸로 갖다 놓는다. 지치지도 않는 것 같다. 미련한데, 저 미련함이 참 고맙다. 책상에 앉아, 머릿속으로 계획을 정리했다. 할 일이 많다. 가장 빠르고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미래의 태풍. 거신 길드원 중 한 명인, 곽태운에게 연락했다.
-나 좀 잠깐 보자.
계약에 대해서 얘기할 게 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