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56)
#재능만렙 플레이어 256화
고래일족들. 하얀빛으로 보이는 그들이 웅성거리는 게 들려왔다.
“정말로 천공으로 돌아갈 수 있나?”
“우리는 언약 때문에 못 가는 거 아니었어?”
“하늘새들이 우릴 공격할 텐데.”
저런 말이 들려오는 건 아주 좋은 거다. 수호자들도 저 말을 듣고 있을 테니까.
불가능하다.
어렵다.
힘들다.
이런 내용을 조연들이 말해줘야, 주인공이 위기를 헤쳐나갈 때 재미있지 않겠는가.
수면 근처까지 왔다.
‘많이 밝아졌네.’
조금 더 나아가 밖으로 나가게 되면, 이제 구름으로 이루어진 바다가 보일 거다.
‘강철 와이번들이 느껴진다.’
그렇게 멀지 않다.
‘고래일족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걸 느낀 것 같네.’
김혁진이 말했다.
“혹시 저 강철…… 아니, 하늘새들을 불러모을 수 있나?”
나프탄이 대답했다.
“초음파를 쏘아내면 가능합니다.”
“가능한 많은 놈들이 이쪽을 향해 돌진하게 만들어.”
나프탄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김혁진은 왜 나프탄의 얼굴이 어두워졌는지 알 것 같았다.
‘계란이 깨지는 걸 두려워하는 바위라.’
정말 강인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일족인데. 참 신기한 설정이다. 자신을 공격하는, 심지어 저 소중한 딸을 죽일 뻔한 강철 와이번들이 죽어나갈 것을 걱정하다니.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네.’
아무튼 일은 진행해야 했다.
“나는 인간들의 기준으로, 군주라는 클래스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플레이어다.”
“그렇군요.”
“그래서 나는 나프탄. 너를 통해 고래일족을 지휘하고 다스릴 거야. 적어도 천공에 돌아갈 때까지는.”
“저희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방금 말해듯. 초음파를 쏘아내서 최대한 많은 숫자의 놈들이 집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말하자면 이건 융단폭격이다. 한 번에 많은 수의 ‘강철 와이번’들을 사냥해 버리는 방법.
[‘속삭이는 악마’가 즐거워합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당신의 전략에 동의합니다.] [‘푸른빛의 결계’가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지켜봅니다.] [‘무명의 관찰자’가 관찰합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집중합니다.]5명의 수호자가 각각 알림을 보내왔다. 금자탑이자 미국의 초일류 군주인 미셸. 그녀의 수호자인 ‘라스베이거스의 목동‘도 김혁진의 선택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사벨이 말헀다.
“귀 막아줄게.”
그렇게 말하고서는 이내 얼굴을 조금 붉혔다.
“아니. 남편은 약하니까.”
김혁진 뒤로 갔다. 그리고 두 손으로 김혁진의 귀를 막았다. 지팡이는 허공에 둥둥 뜬 상태.
“내가 지켜줄게.”
순간, 김혁진은 모든 소리와 차단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조용한 곳에 혼자 와있는 느낌. 청각과 세계 사이에 격벽이 생긴 것 같았다.
초음파를 사용하겠습니다.
나프탄의 입모양이 보였다.
삐이이-!
김혁진에게 이명이 들려왔다. 김혁진은 알 수 있었다. 이사벨이 막아주지 않았다면, 청각에 큰 이상이 생겼을 거다.
‘느껴진다.’
저 먼 하늘로부터, 수많은 강철 와이번들이 몰려들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숫자가 모여 있는 거야?’
가늠조차 안 된다. 모르긴 몰라도. 저 밖으로 나가면 하늘을 가득 뒤덮고 있을 거다. 마치 하늘을 뒤덮은 곤충 떼처럼 보일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감각안에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기감들이 느껴졌다.
‘살기가…… 엄청나네.’
설정에 따르면 500년간 강철 와이번들은 이 고래일족을 핍박해 왔다. 개중 또 몇몇은 고래일족 사냥에 성공하기도 했다. 500년간 저들은 점점 더 포악해졌고 고래일족을 사냥감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포식자의 기운.’
그게 느껴졌다. 이쪽을 사냥하겠다는 강렬한 의지마저 느껴질 정도.
김혁진이 말했다.
“일시에. 운해 밖으로.”
고래일족들은 조금 주춤하기는 했지만, 이내 운해 밖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맨 처음. 김혁진이 느꼈던 그 거대한 감각이 다시 느껴졌다.
‘운해 안에 있을 때에는 인간과 비슷한 모습.’
빛나는 인간의 모습.
‘운해를 벗어나는 순간. 거대한 원래의 모습이 드러난다.’
신비로운 색상. 하얀색의 고래가 모습을 드러낸다.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느껴지네.’
거대한 공룡들이 위에 떠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 나프탄의 초음파에 이끌려 운해쪽으로 집결한 수많은 강철 와이번들이 이때다 싶어 고래일족을 향해 날아들었다.
‘놈들의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횡재냐 하겠지.’
평소처럼 달려들 거다. 날카로운 부리와 이빨로 고래일족의 살갗을 뚫어버릴 것이라 생각하면서. 정말로 맛있는 사냥감을 사냥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 거다.
순간, 운해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단순히 방어만 가능할 정도로 설정값을 바꾸었을 뿐인데.’
놈들은 고래일족의 살갗을 뚫지 못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계란이 깨진다.
수많은 강철 와이번들이 정신을 잃고, 운해 속에 풍덩 풍덩 빠져들었다.
‘어라.’
운해에 빠진 와이번들의 몸집이 작아졌다. 작아지고 작아지고 계속 작아졌다. 운해 밖. 거대한 고래일족이 운해 안으로 들어오면 작은 사람의 모양이 되듯. 놈들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계속 작아지다가 결구 주먹만 한 돌덩이가 되어 버렸다. 그 돌덩이는 노란색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저건?’
마정석?
지금 태극방패의 2군이 보라카이에 파견나가 있는 이유는 저 ‘마정석’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이게 무슨 횡재냐.’
운해에 빠진 와이번들이, 운해에 잡아먹혀 저절로 마정석으로 변하고 있다.
“김다롱. 헤엄 가능해?”
김다롱의 머리 위에 [♪♪] 표시가 떴다. 김다롱의 손에는 이미 저 노란색 마정석이 들려 있었다.
김다롱의 모습이 사라졌다. 김다롱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운해 안에 생겨난 마정석들이 하나하나씩 없어지는 것으로 보아, 김다롱이 하나씩 수집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이게 도대체 몇 개냐?’
멍청한 와이번들이 바위를 향해 달려들었고, 엄청나게 많은 숫자들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놈들도 이상함을 좀 느낀 모양이긴 한데.’
득달같이 달려들던 놈들이 다시 하늘로 향했다. 멀어지지는 않았다. 주변을 맴돌았다. 방금 있었던 일이 무슨 일인지 파악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숫자는 많이 줄였고.’
김혁진이 말했다.
“우리는 이 작업을 몇 번 더 진행한다.”
“하늘새들에게는 학습능력이 있습니다.”
“알아. 아마 한두 번 더. 같은 일을 반복하면 더 이상 무턱대고 달려들지 않겠지.”
그러면 그다음은 어떨까?
“그 다음은 하늘에서 너희를 귀찮게 할 거야. 너희를 잡아먹을 수는 없어도, 적어도 너희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게 방해정도는 할 수 있겠지.”
목표는 천공을 향해 올라가는 거다. 그런데 강철 와이번들을 모두 처리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더 이상 달려들지 않는 하늘새들은 내가 처리한다.”
“남편이 어떻게?”
“이사벨. 네가 도와줘야지.”
“내가?”
“어. 나는 약하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검의 맹약자로서. 네 신부로서. 너를 도와주는 건 당연한 거긴 한데…….”
이사벨의 호박색 눈동자에는 ‘네가 있는 힘껏 나를 휘둘러도 저놈들을 잡을 수는 없을 텐데?’라는 의문이 녹아들어 있었다.
“이사벨. 나를 도와줄 거지?”
“그야 당연히 돕지.”
“어떤 방식으로든?”
“응.”
“그럼 나한테 마나를 빌려줘.”
이사벨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나를?”
나는 검인데?
“이곳 운해의 마나는 일반 필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농도의 마나가 무한정 존재하는 것 같아. 내 말이 맞아?”
“뭐. 일반 필드에 비해서는 그렇지?”
“그런데 나는 이 마나를 스스로 사용할 수 없단 말이야.”
“그런데?”
“네가 그 마나를 받아들여서, 내가 쓸 수 있도록 해줘.”
이사벨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지금 나더러, 마법을 사용하라는 거야? 검림의 이사벨에게?”
말하자면 ‘마나 힐‘이다. 마나를 보충해주라는 뜻이니까. 김혁진이 몸을 돌렸다. 이사벨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검림의 이사벨이기 전에. 내 신부잖아.”
“…….”
“결국 네 도움이 없으면 나는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고, 결국 나는 성장이 멈춘 채 이곳에서 굶어 죽겠지.”
“…….”
“그러면 완전히 현신한 네 모습을 보지 못하고 죽을 테고.”
“…….”
“내가 있어야 너도 있는 거고. 내가 살아야 너도 사는 거잖아. 우린 검의 맹약으로 묶여 있으니까.”
“그건 그렇지만…….”
이사벨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과연. 하늘의 재능을 저주한 검다운 면모였다.
“네가 마법을 사용하는 게 아냐. 너는 그저 검의 맹약자이자 남편인 나를 도와주는 거야. 약한 나를 도와주는 거.”
“…….”
결국 이사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잊지 마. 나는 검이야. 마법사가 아니야. 알지?”
“내가 아는 한 너는 최고의 검이지.”
“좋아. 입에 발린 말은 됐어. 아무튼 나는 너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널 지켜줄게.”
“든든하네.”
“그래서 내가 마나를 채워주면 뭘 어떻게 할 건데?”
“네가 자는 동안 얻었던 능력이 있어.”
김혁진이 나프탄의 등에 업혔다. 나프탄과 함께 수면 위로 올라섰다.
세상이 밝아졌다. 구름 바다가 보였다. 안에서의 운해. 그리고 밖에서의 운해는 많이 달랐다.
12척의 불멸함대를 소환할 수 있는 능력. ‘바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운해 역시 바다다.
발리 해상 전투에서 그 위용을 선보였던 ‘불멸 함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혁진이 영창을 한 번 읊어봤다. 독일의 궁수 슈르트가 사용했었던 영창.
“필사즉생. 필생즉사.”
그렇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영창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았다. 흉내만 냈을 뿐이다.
‘뭐. 상관없지.’
영창이 제대로 성공했다면 좋았겠지만 못해도 괜찮다. 어쨌든 12척의 함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어는 고래일족이 맡는다.”
방어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고래일족이 지켜줄 거다. 적어도 방어는 할 수 있으니까.
“공격은 내가. 그리고 내가 이끄는 함대가 맡는다.”
김혁진은 나프탄의 거대한 등 위에 올라섰다.
[‘불멸 함대’가 적을 인식합니다.]마나가 빨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대로라면 오랫동안 이 능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 같다.
이사벨이 김혁진 옆에 섰다. 보랏빛 마나구슬에서 마나가 피어올랐다. 이사벨의 몸이 푸른빛으로 빛났고, 그 푸른빛이 김혁진의 몸을 뒤덮었다.
‘청량감이 느껴진다.’
청량감.
‘그리고…….’
마치 무한에 가까운 마나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기분.
‘거의 무한에 가깝게 불멸 함대를 운용할 수 있어.’
알림이 들려왔다.
[발포를 허가하시겠습니까?]김혁진이 허가함과 동시에 12척의 함선이 불을 내뿜었다. 운해의 마나를 빨아들여 강력한 마나탄환을 쏘아냈다. 일부는 광선포와 비슷한 느낌의 공격까지 뿜어냈다.
‘운해라는 독특한 환경이 불멸함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한 공격. 단 한 번의 공격이 와이번 두어 마리를 한 번에 꿰뚫고 폭파시켰다.
[‘강철 와이번’을 사냥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아이템이 드랍되지 않습니다.]관찰자의 페널티가 적용됐다.
‘아냐. 저렇게 녹여버리면 안 돼.’
작전을 조금 수정했다.
‘공격 강도는 낮추되. 놈들의 날개를 노린다.’
놈들을 죽이지 않은 채. 운해 안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그러면 김다롱이 마정석을 획득할 것이다.
수호자들이 앞다투어 메시지를 보내왔다.
[‘저울의 아낙네’가 300코인을 후원합니다.] [‘용맹한 사자왕’이 ‘용맹’을 선물합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500코인을 후원합니다.] [‘무명의 관찰자’가 관찰합니다.] [‘소음의 지휘자’가 매우 감탄합니다.]나프탄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 정도의 힘을 가진 아티팩트를 가지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김혁진도 몰랐다. 이건 이사벨의 능력과 운해라는 독특한 환경이 겹쳐져서 생겨난 결과다.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그야말로 압살. 이건 전쟁이 아니고 학살이었다. 불멸 함대의 위용은 김혁진의 상상을 초월했고 하늘의 강철 와이번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바빴다.
‘한 마리도 놓치지 마.’
불멸함대는 도망치는 와이번들의 날개를 뚫어버렸다. 대다수의 와이번이 운해 속으로 고꾸라졌고, 극히 일부만 살아 도망쳤다.
김혁진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 너무나 일방적인 학살. 그에따른 마정석 획득.
거기에 더해. 또다른 알림이 이어졌다.
[‘강철 와이번’을 학살하였습니다.] [현재 플레이어의 레벨은 39이며 초보 구간에 해당합니다.]아주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시스템 검토 결과, 버그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불가능한 일을 달성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업적을 성취하였습니다.]김혁진에게 ‘업적 성취’에 대한 보상이 이어졌다. 연출자인 김혁진이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너무나 즐거운 변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