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57)
#재능만렙 플레이어 257화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39의 레벨. 초보구간의 플레이어가 ‘강철 와이번’을 사냥한 것도 아니고 학살한 것에 대한 보상. 간만에 ‘선택류 보상’이 주어졌다.
[칭호 ‘와이번 학살자’ 선택이 가능합니다.]──────────
[와이번 학살자]일반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와이번을 30마리 이상 사냥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호칭.
* 드래곤의 모든 아류종(亞流種)에 대하여 데미지 +20%
* 드래곤의 모든 아류종(亞流種)에게 ‘피어’ 발산
* ‘자유의 하늘’ 내 히든 필드 ‘와이번의 둥지’ 오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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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진이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육지 혹은 그에 준하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게 와이번의 둥지.’
히든 필드. 무엇인가가 숨겨진 보상이 주어질 확률이 크다. 다른 선택지도 살펴봤다.
[퀘스트 아이템 ‘충무공(忠武公)의 흔적’ 선택이 가능합니다.]──────────
[충무공(忠武公)의 흔적]충무공이란 나라에 무공을 세워 죽은 후 충무(忠武)라는 시호를 받은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입니다. 본 아이템의 경우, ‘난중일기(亂中日記)’의 기운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충무공’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짐작 됩니다.
* 특별한 조건 만족시, 퀘스트. ‘충무공의 흔적’ 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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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으로는 보상의 가치가 그리 높지 않았다. 이걸 가지고 다음 무언가를 획득하는 형태다.
‘이게 있어야, 그 다음 조건인 퀘스트가 발현되는 구조.’
김혁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뭘 선택해야 하지?’
하나는 모든 드래곤 아류종에 대해서 상성우위를 가질 수 있는 칭호다. 칭호의 힘은 김혁진 스스로가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상황.
‘수룡 역시 드래곤의 아류종이겠지.’
그렇다면 천공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천공으로 올라가는 도중, 히든 필드를 개방할 수도 있고.
먹어서 손해볼 것이 없는 보상. 세니아가 질문을 던졌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해야지.”
“어떤 보상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수호자들도 궁금해하고 있을 거다.
“수룡 역시 드래곤의 아류종이니까. 와이번 학살자를 선택하면 천공에서 꽤 큰 도움이 될 거야.”
“…….”
세니아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플레이에 관여하거나 힌트를 주지 않겠다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수호자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2번을 선택한다.”
“2번은 현 필드 클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도 알아.”
일단 선택을 했다. 그러면 이 선택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저들이 만족할 만한 이유를 꺼내주면 된다.
“천공은 이곳보다 월등하게 많은 마나. 정순한 마나가 있는 곳이라 짐작돼.”
나탈리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거기는 맛있는 마나가 많다구. 하고 혼자서 중얼거리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렇다면 이곳에서보다 이사벨이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겠지.”
“만약 그곳이 김혁진 플레이어의 예상과 같은 곳이라면 그럴 것입니다.”
“그러면 굳이 호칭의 도움 따위 없어도.”
이사벨의 팔을 잡고 살짝 끌어당겼다. 이사벨은 못이기는 척 김혁진 옆에 섰다.
“검의 맹약자로서, 놈들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을 거야. 이사벨이 내 옆에 있으니까.”
김혁진이 물었다.
“그렇지, 이사벨?”
“…….”
“수룡들따위는, 검의 맹약자를 어떻게 할 수 없어. 물론 놈들은 나보단 강하겠지만, 내 신부보단 약하거든.”
김혁진은 새삼 든든함을 느꼈다. 딱히 대답은 안 해주고 있지만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이사벨이 입을 열었다.
“저 수호자놈들 따위의 광대가 되어 움직여주기는 싫지만. 도와는 줄게. 내 남편이 죽는 건 싫으니까.”
김혁진이 세니아를 힐끗 쳐다봤다. 세니아의 날개가 떨리지 않았다. 당황하지 않고 있다는 소리다.
김혁진은 확신했다.
‘나한테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듯. 수호자들에게도 이사벨의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는다.’
마치 김혁진 자신에게 ‘—’로 처리되는 것처럼 말이다.
‘더 좋네.’
수호자들은 이사벨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으니까.
‘다른 말로 하자면, 시스템이 이사벨의 말을 감춰야만 할 정도로 이사벨의 존재 자체가 특별하다는 거지.’
다시 한 번. 또다시 든든해졌다. 처음에 신부니 뭐니 황당했지만, 지금은 그 선택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충무공의 흔적을 선택하겠다.”
[퀘스트 아이템 ‘충무공(忠武公)의 흔적’이 주어집니다.]인벤토리에 아이템이 하나 생겼다. 풀어나가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 * *
나탈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사벨의 맹약자라는 사실도 놀라운데, 대화를 하면 할수록 이 인간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졌다.
“아니. 그런데 진심이에요?”
나탈리는 어린 고래일족답게 꽤 발랄하게 말을 이었다.
“250년 평생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
“나탈리. 검의 맹약자께 말을 함부로 하면 못 쓴단다.”
“그렇지만 아빠. 아빠도 황당하죠?”
나탈리가 정말로 황당하다는 듯 또 말했다.
“아빠한테 잡아먹히고 싶다니. 그러다가 소화되면 어쩌려고 그래요?”
김혁진이 말했다.
“나는 마나가 아니니까.”
고래일족은 마나를 먹고 산다. 김혁진은 마나가 아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럼 나올 때는 어떻게 나와요?”
“아까 네가 했듯. 구름을 뿜어내면 그 구멍으로 나오면 될 것 같은데.”
김혁진은 ‘천공’으로 향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 중, ‘나프탄의 뱃속에 숨는 법’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직 소수의 하늘새들이 남아있고. 고래일족은 헤엄치기에도 바빠. 나를 신경 쓸 여력이 안 된다는 뜻이지. 이사벨은 잠에 빠져들었고.”
이사벨은 이사벨 나름대로 힘을 비축해야 해서 잠을 잔다고 했다. 이유까지는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이게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했어.”
나프탄의 뱃속이 제일 안전할 거다. 나프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이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이기는 하군요. 놀랐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실 줄은.”
“어때? 가능하겠어?”
“제 생각에는 가능할 것 같긴 합니다만,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방법이라 뭐라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아마도 가능할 거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됐어. 어차피 너희의 등에 매달리거나 해서 올라가는 게 훨씬 위험해.”
그때는 강철 와이번으로부터 스스로 몸을 지켜야 한다. 나프탄의 뱃속이 훨씬 안전할 거다.
[‘무명의 관찰자’가 관찰합니다.] [‘용맹한 사자왕’이 지루해합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비겁한 계책을 비웃습니다.] [‘속삭이는 악마’가 재미있어 합니다.]김혁진은 한 명의 수호자를 기다렸다.
‘나와 줘라.’
그리고 김혁진의 바람대로. 그 수호자가 나타났다.
[‘푸른빛의 결계’가 당신의 방어전략을 좋아합니다.]이제 확신이 생겼다. 푸른빛의 결계는 그야말로 보호 성애자다. 저 수호자가 좋아한다는 것은, 이 길은 안전한 길이라는 뜻.
하얀 고래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프탄이 입을 벌렸다.
후아아아암-!
구름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김혁진의 몸이 빨려 들어갔다. 고래 일족. 나프탄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위’라고 짐작되는 부분까지 들어왔다.
섬세하게 움직이는 근육들이 보였다. 거대한 덩치답게 꽤 큰 공터 같았다. 하나의 필드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고래일족의 뱃속.’
‘자유의 하늘’에 들어올 때만 해도, 이런 일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수호자들에게도 즐거운 콘텐츠가 되고 있을 거다.
‘이걸 하나의 필드로 쳐서 또 뭔가 있었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런 이벤트는 벌어지지 않았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엄을 시작하겠습니다.]고래일족이 움직였다. 그들의 고향. 천공을 향해, 하늘을 거슬러, 거꾸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 * *
나프탄의 뱃속은 꽤 안락했다. 이렇다 할 위험한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고 약간 따뜻하고 포근해서 약간 졸립기까지 했다.
머릿속으로 차분하게 생각을 조금 정리했다.
‘천공에서 마왕을 만날 수 있을까?’
천공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과연 마왕을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가능하다면 사실, 마왕과 만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현 시점에서 가장 두려운 상대니까.
‘근데 또 묘하게 만나고 싶단 말이야.’
두렵지만, 피하고 싶지 않다는 이중적인 마음도 들었다. 마왕을 만날 때마다, 김혁진은 무엇인가를 얻거나 성장했으니까. 따지고 보면 천공 역시 마왕의 안배가 아니었던가.
‘신기하네, 이런 기분.’
마왕의 얼굴을 떠올려봤다.
‘역시 떠오르지 않아.’
이제는 인지부조화 파훼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마왕의 얼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세니아.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4일하고 22시간 지났습니다.”
약 5일에 가까운 시간동안, 김혁진에게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저 고래일족이 계속해서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만이 느껴질 뿐.
‘나프탄도 지친 거 같기는 하네.’
나프탄의 몸 안에 있어서 그런 건지. 나프탄의 상태가 약간은 느껴졌다. 종종 들려오던 말소리도 이젠 들리지 않았다.
허억- 허억-
거친 숨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만약 많은 숫자의 강철 와이번들이 살아있었다면, 고래일족의 헤엄을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이 좀 더 흘렀다. 나프탄의 뱃속으로 들어온 지 1주일째가 되었을 때.
나프탄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공에 거의 도착했습니다.]거의 도착했단다. 김혁진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숨구멍’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대충은 찾아놨다.
김혁진이 말했다.
“천공에 완전히 도착해서, 안전이 완벽하게 보장되었을 그때. 숨을 뿜어내. 구멍을 통해서 나갈 테니.”
천공에 도착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 500년 전. 고래 일족이 천공을 떠나올 때. 그 곳에는 ‘수룡’들이 있었다. 지금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그리고 또 얼마 후.
[안전한 것 같습니다. 수룡들은 보이지 않습니다.]그런데 그때. 무엇인가가 미친 듯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목구멍을 통해. 김혁진이 자리 잡고 있던 ‘위’에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김혁진의 감각안이 그걸 잡아냈다.
‘미친.’
김혁진은 알 수 있었다.
‘마나.’
마나인데, 그냥 마나는 아니었다. ‘지나치게’ 정순한 마나. 또 ‘지나치게’ 많은 마나. 그냥 닿으면 위험하다. 고래 일족에게는 깨끗한 먹이지만, 김혁진에게는 아니다.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마나 흡입을 멈춰.”
그런데도 마나가 물밀듯 밀려들어왔다. 이게 나프탄의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천공.
이곳의 환경 자체가 김혁진에게 너무 위험했다. 뛰었다.
‘밖으로 나가면.’
이것보다 더 많은 마나에 노출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방사능보다 더 위험하다.
‘뱃속이 아니라 그냥 올라왔다면 도착과 동시에 몸이 녹아버렸겠지.’
우연찮게도, 이 방법이 가장 안전했던 방법이로 증명되었다.
‘고래일족에게는 천국. 내게는 지옥.’
물 대신 염산이 가득한 바다. 김혁진에게는 거의 그런 지옥에 가까웠다. 김혁진이 자신의 등 뒤를 덮쳐오는 마나의 해일에게서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다.
김혁진은 등이 따가움을 느꼈다. 미세하게 화상을 입은 것 같았다. 그리고 느꼈다. 마나에게 잡아먹힌다. ‘감각안’이 미래를 보여주었다. 튜토리얼 필드에서 그랬던 것처럼.
마나에게 잡아먹혀 온몸이 분쇄되는 미래가 보였다.
‘아니.’
여기서 허무하게 죽으려고 이곳까지 힘들게 찾아온 게 아니다. 이곳은 마왕의 안배가 깃든 곳. 마왕이 자신을 죽이려고 이곳을 안배했고 알려줬을까? 아니다.
‘예상 못 했던 건 아니었으니까.’
정확하게 이 미래를 예상했던 건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기는 했었다.
‘방법이 있다.’
이 끔찍한 마나로부터 살아남는 방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