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6)
#재능만렙 플레이어 26화
14. 돌발 게이트-땅굴
나는 많은 사람들이 송기영을 일컬어 ‘무서운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걸 들었다.
저 사람 앞에 있으면 절로 긴장하게 되고 무섭다나 뭐라나. 사람을 긴장시키는 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나는 그 이유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송기영도 플레이어였어.’
과거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송기영 스스로 밝히지 않았었으니까. 플레이어로 각성하였으되, 플레이를 하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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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이름 : 송기영
나이 : 68
레벨 : 11
클래스 : –
수호자 : –
고유 능력 : [카리스마] [압도(壓倒)]
상태 : 희망/의심/피곤
성향 : 진취/중립
요약 :
1) 합리적 의심의 대인배
2) 손자바보
+ 클래스가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 수호자가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 성향 및 특징/요약은 대표적인 몇 가지가 드러나며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합니다.
+ 감각안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상세 정보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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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각안에서 특이한 정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카리스마? 압도?’
현재 내 레벨이 19. 송기영 회장의 레벨이 11. 레벨 차이가 많이 나서인지는 몰라도, 고유 능력까지 살필 수 있는 것 같다. 겨우 레벨 11. 이제 겨우 튜토리얼을 벗어난 지금 이 시기에, 직접적인 플레이를 전혀 하지 않은 송기영 회장이 ‘고유 능력’을 각성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 것도 무려 두 개나.’
역시 인물은 인물인 것 같다.
“이것입니다.”
나는 ‘B형 회복의 비약’을 내밀었다.
“저는 플레이어입니다. 플레이어가 무엇인지, 어떤 존재인지는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쇼파에 앉은 송기영은 내가 내민 ‘B형 회복의 비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플레이어라면 아이템 설명창을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회장님이 플레이어로 각성하셨다면 말이죠.”
“저는 플레이어가 아닙니다.”
그렇단 말이지. 플레이어가 아니란 말이지.
“그렇다면 제가 대신 설명해드리겠습니다.”
‘B형 회복의 비약’은 말 그대로 발모제다. 머리카락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서주환은 이걸로 송기영에게서 10억 원을 받아냈다.
요약이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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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합리적 의심의 대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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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대인배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내놓으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사람.
“단순히 섭취하는 것만으로 머리카락을 자라게 만듭니다.”
“어느 정도지요?”
“원하시는 만큼 충분히.”
송기영이 나를 한 번 훑어봤다.
[감각안이 고유능력을 감지합니다.] [고유능력. ‘카리스마’가 발동합니다.]감각안을 통해 송기영의 기세가 느껴졌다.
‘심장이 간질간질하네.’
사람들의 표현처럼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송기영과 대화하면 심장이 찌릿찌릿하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카리스마’라는 고유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봤자 레벨은 11이다. 나는 그다지 위축되지 않았다. 모르면 몰랐으되, 저게 고유능력이 가진 힘이라는 걸 안다.
“저는 거짓말을하지 않습니다. 감히 성신의 회장 앞에서 거짓말을 할 정도로 담이 크지도 않고요.”
송기영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송기영 회장이 허허-웃었다.
“담이 크지 않다는 건 거짓말 같군요. 제 앞에서 이렇게 당당한 사람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송기영 회장이 나를 보는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미세하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송기영이 말했다.
“원하시는 게 뭡니까?”
현금으로 달라고 할 생각은 아니었다.
“아파트 한 채와 약간의 현금을 받고 싶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라고 외쳤을 것 같지만 송기영은 그러지 않았다.
“아파트와 현금이요?”
“DMC 쪽에 위치하고 있는 신축 아파트입니다. 현재 9억 정도 합니다.”
“아파트라.”
송기영이 나를 한 번 똑바로 쳐다봤다.
[감각안이 고유능력을 감지합니다.] [고유능력. ‘압도’를 감지합니다.]감각안을 통해 정보가 전해졌다.
중압감이 나를 짓눌렀다. 숨 쉬기가 조금 힘들어졌다. ‘압도’라는 이름의 고유능력. 그것의 실체를 확인했다.
‘약간…… 두꺼운 마스크를 낀 것 같은 느낌?’
딱 그 정도였다.
‘별거 아니네.’
솔직히 말해 조금 가소롭기까지 했다. 레벨 격차가 거의 두 배 가까우니까.
“아파트는 알겠고. 현금은 얼마나 원하죠?”
아파트 시세는 9억 정도 한다. 서주환이 현금으로 10억을 받은 적이 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1억을 원합니다.”
송기영은 계속해서 나를 쳐다봤다. 마치 나를 탐색하듯. 단순히 쳐다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압도’의 기운이 계속해서 감지됩니다.]시간이 조금 흘렀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요.”
송기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습니다. 한 번 믿어보겠습니다.”
압도의 기운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성신의 회장이 내게 경고하듯 말했다.
“계약서를 바로 쓰도록 하지요. 그러나 당신의 말이 거짓일 경우. 당신은 제 시간을 무려 40분이나 빼앗은 것에 대한 고초를 치러야만 할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저 경고가 두렵지는 않았다. 나는 이미 ‘신문물’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까. 여유로운 상태로 한 마디를 보탰다. 이 얘기를 잊을 뻔했다.
“세상이 저를 몰랐으면 합니다. 관심 받고 싶지 않아서요.”
대서특필되어 신문을 장식했던 서주환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좋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남았다.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 * *
홀가분한 마음으로 성신의 본사를 빠져나왔다.
‘엄청 긴장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여유롭게 일을 진행했다. 예전이라면 눈도 못 마주쳤을 것 같은데. 과거로 돌아온 지금은 달랐다. 성신의 회장이 내뿜는 기세도 별 거 아니었다.
‘거래는 완료 됐고.’
내가 지목한 아파트의 이름은 ‘DMC 리버뷰자이’.
향후 근처에 한국 플레이어 협회가 들어오게 되면서 값이 폭등하는 노른자 중의 노른자 아파트다. 한국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며, 한국의 랜드마크가 되는 아파트. 시세차이나 돈이 중요해서 이곳을 달라한 게 아니다.
‘3년 후 돈이 필요한 시점에 팔 수도 있고.’
3년 후면 플레이어 협회가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DMC 리버뷰자이는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곳이 된다. 현금으로 받지 않았을 뿐 현금을 받은 것과 똑같다.
‘10억은 3년 후에 필요하니까.’
최후의 보루는 마련해놓았다. 언제든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재산을.
‘무엇보다도.’
이제 우리 가족. 반지하방에서 힘들게 안 살아도 된다. 내 뒷바라지 한다고 새벽같이 일어나 일하던 누나도 이제 자기 방을 가질 수 있을 거다.
평생 아파트 한 번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던 우리 엄마. 그 소원 이루어줄 수 있을 거다.
‘보금자리가 생기는 거야.’
2년마다 전세금 올릴 것이 걱정 되어, 그 좁은 반지하방에서라도 쫓겨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걱정 없다. 지금 내 손에는 계약서가 있으니까.
성신의 회장이 진심으로 감탄했다.
[믿을 수가 없군요. 이것은……. 신문물입니까?]이제 그는 더 이상 대머리가 아니었다. 그는 거울 앞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비서를 불렀고, DMC 리버뷰자이에 대해 알아보라 시켰다. 성신의 회장에게 아파트 하나 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마침 비어 있는 집이 있었고 바로 살 수 있었다.
[아. 그리고 강선화라는 아이. 본인이 원하면 이수현이라는 분의 양녀로 들이는 거 돕도록 하고. 차질이 없도록 하게.]과연 대인배답게, 모든 일을 빠르게 처리했다. 엄마가 자꾸만 선화를 데리고 살고 싶어 한다. 엄마를 위해서. 선화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이런 제안을 했다.
‘이후 던전 출입에도 남매라는 자격이 훨씬 편할 거고.’
재능판이 다 열리지도 않은 천재 중의 천재. 선화와 함께 다니는 것은 내게도 여러모로 이득이다. 무엇보다, 나도 선화를 지켜주고 싶은 것도 사실이고.
‘성신도 신문물에 대해 알았겠지.’
미래의 큰 흐름은 유지해야 한다. 서주환으로 인해 ‘성신’은 ‘신문물’에 대해서 깊이 있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송기영 회장의 주도 아래, 그들은 ‘플레이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플레이어’와 관련된 사업을 펼치게 된다. 송기영 회장이 직접 신문물을 경험한 당사자니까.
‘이제 저들은 발 빠르게 움직일 거다.’
과거와 같다. 과거에도 그렇게 흘러갔다. 같은 큰 흐름 속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거다. 그 사이. 문자가 왔다.
[Web발신. 한국은행.입금 100,000,000원.]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 손에 들린 아파트 계약서. 그리고 현금 1억원. 이게 현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너무 현실감이 없다.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서울 홍제동. 나는 한 건물 앞에서 15분 정도 기다렸다.
“누나. 일 끝났어?”
츤데레 끝판왕인 우리 누나는 마치 못 볼 것을 본 사람 마냥 나를 위 아래로 쳐다봤다.
“……뭐냐?”
“나 어디 좀 들렀다가 집 가려는데, 마침 누나 퇴근시간이랑 겹쳐서. 누나랑 집에 같이 갈라고.”
“…….”
누나는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엄청나게 귀찮은 것처럼 행동했다. 몸을 돌려서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그 태도가 쌀쌀맞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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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기분 좋음/안도/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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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나 상태 읽고 있다는 거 알면 죽고 싶겠지?’
아마 그럴 거다. 지금 자기 기분이 굉장히 좋다는 것을 들키면 아마 죽고 싶을 거다.
‘안도는 뭐야?’
아마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에서 느끼는 감정인 것 같다. ‘대격변’의 그날로부터 내가 살아 돌아왔으니까.
“버스 왔다.”
우리 둘은 버스에 올라탔다. 감각안을 통해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사실 감각안이 없었을 때도 이 시선은 많이 느꼈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평범한 차림이지만, 뭇 사람들의 시선을 강제로 잡아끄는 사람이 누나니까. 누나도 나도. 이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누나. 우리 이사 가면 어때?”
“돈 많냐?”
“응. 나 1억 정도 있어.”
“술 마셨어? 정신 차려.”
“진짠데?”
“…….”
누나는 내 말을 개소리로 일축한 듯했다. 대답조차 안 했다. 창밖을 쳐다봤다.
나는 안다. 누나도 이사 가고 싶을 거다.
툭하면 바퀴벌레가 튀어나오는 집에서 벗어나고 싶을 거다. 다만 내색하지 않을 뿐. 우리는 현실남매답게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누나는 그냥 창밖을 쳐다보기만 했다. 나도 창밖을 봤다. 대화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대화를 해야만 어색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내 손에 들린 게 새 아파트 계약서라는 거 알면 까무러치겠지.’
뿐만 아니라 내 통장에 1억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누나.”
“왜?”
“내가 좋은 집으로 이사시켜 줄게.”
“…….”
누나는 여전히 밖을 쳐다보기만 했다.
“우리 가족. 좋은 데서 살자. 누나도 일 그만두게 해줄게.”
앞으로는 백혈병같은 거 안 걸려도 돼. 돈 없다고 공장같은 데 안 들어가도 돼.
“오늘 엄마랑…….”
가족끼리 외식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나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어?’
창밖에 뭔가가 보였다. 가로수에 황금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 빛을 보지 못한 것 같다. 당연하다. 저들은 플레이어가 아니니까. 플레이어의 눈에만 보이는 거니까.
‘돌발 게이트?’
서울역 던전이 막 클리어된 시점이다. 이 시점에 홍제동 근처에 만들어진 돌발 게이트가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봤다. 아주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하나. 있었다.’
공시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은 아니었다. 그냥 ‘검후’가 클리어했던 최초의 게이트라고, 아주 짧게 지나가는 내용.
가로수에서 일렁이는 옅은 황금빛. 그리고 그 앞에 선 여자. 나는 저 여자를 알고 있다.
“누나. 나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내릴게.”
PVP의 최강자이자, 같은 편으로 삼으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다는 플레이어. 두 얼굴의 학살자.
검후 신연서를 발견했다. 아주 작은 돌발 게이트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