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62)
#재능만렙 플레이어 262화
송정희는 책상에 앉은 채 눈을 감았다. 그랬다가 벌떡 일어서서 책상 위에 있던 유리잔을 집어던졌다.
쨍그랑!
유리잔이 벽과 부딪쳐 산산조각 났다.
송정희의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송정희는 혼자서 씩씩거렸다.
“김혁진. 그 개 같은 자식.”
철이 든 이후. 오빠를 밀어내고 성신을 이어받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이래로 벌써 10년이 흘렀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기 전까지. 그녀는 자신이 유일무이한 성신의 후계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혁진이라는 인간이 튀어나온 이후로 조금씩 뭔가가 변하고 있다.
‘오빠까지 조금씩 변하고 있어.’
김혁진이라는 변수도 짜증나는데 거기에 더해 오빠마저 변하고 있다.
‘내 말이라면 무조건 한 수 접어줬는데.’
송정희는 오빠의 약점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사실 송정희는 그게 싫었다. 성신의 후계자라면, 자신의 오빠라면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피붙이의 정보다는 성신이 우선이니까. 오빠는 너무 무르다고 생각했다. 변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송기열이 변하자 조금 짜증이 났다.
‘할아버지도 김혁진을 보는 눈빛이 심상치가 않고.’
송정희는 모르지만 할아버지와 김혁진 사이에 뭔가 비밀스런 거래가 있는 것 같다는 정황은 포착했다. 할아버지의 능력과 관련된 어떤 비밀스런 거래가.
‘어떻게 하지?’
암살자를 붙이는 것도 의미가 없다. 성신의 힘을 이용해 찍어누르는 것도 안 된다. 할아버지가 오빠가 버티고 있으니.
“놈이 더 크기 전에 싹을 잘라내야 해.”
협력자가 될 수 없다면 짓밟는 것이 낫다. 아주 철저하게. 그 것이 송정희의 방식이다.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못 해.’
그러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 내에서는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해외에서 그 방법을 찾았다.
며칠 뒤.
송정희는 중국의 거부. 미셸이 주최했던 지난 경매에서 플레이어로서의 힘을 박탈당하고 쫓겨났었던 쉬신과 만났다.
송정희가 말했다.
“당신이 플레이어로서의 힘을 모두 잃은 이유를 알아요. 한 플레이어 때문이죠.”
“그게 누군지 송정희 씨는 아십니까?”
쉬신의 눈에 독기가 어렸다. 그놈이 누군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목격자도 많은데.
심지어 미셸조차 그놈이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 태극방패 길드장인 송기열의 수행원이었다는 사실은 기억이 났다. 그런데 송기열은 그 수행원을 파문했다고 했다. 거기까지만 알려졌다.
쉬신이 말했다.
“그놈. 혹은 태극방패에 뭔가 있습니다. 기억을 조작한다거나 집단 환각에 걸린 것처럼 누구도 놈을 기억하지 못해요.”
이 일을 만든 그 원흉을 찾아야 했다. 송정희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쉬신의 눈가에 어린 독기를 읽어냈다.
“놈에게는 인지부조화라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요. 정신조작 계열 능력의 일종이죠.”
“그걸 어떻게 알죠?”
“태극방패와 긴밀한 관계니까.”
“역시.”
태극방패와 긴밀할 거라고 생각했다. 수행원이 아닐 거라 짐작했는데 그 짐작이 맞아 떨어졌다.
쉬신이 씩씩대며 말했다.
“그놈도, 더 나아가 미셸도 모두 무릎뼈를 박살내서 내 앞에 꿇릴 겁니다.”
“암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저도 쉬신 님을 돕고 싶어요.”
“왜 나를 돕고 싶죠?”
“태극방패를 이기고 싶으니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는 그놈을 매우 혐오하거든요.”
둘 사이에 거래가 성사됐다. 쉬신이 물었다.
“혹시 놈의 클래스가 도둑입니까?”
“도둑은 아니지만, 도둑의 능력을 갖고 있는 건 틀림없어요.”
다롱이의 정체는 모른다. 그렇지만 도둑의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건 안다.
“저 역시 나침반이라는 중요한 퀘스트 물품을 잃어버렸거든요.”
“역시 그놈이 범인이었군요.”
피 같은 돈도. 놈이 훔쳐갔다. 쉬신이 또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산 채로 소금에 담가 버릴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러고 싶어요. 우리는 이해관계가 잘 맞네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죠? 저는 쉬신 님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입니다.”
송정희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제일 좋은 방법은 김혁진을 던전이나 게이트 안에서 죽여 버리는 거야.’
살인. 괜찮다. 상대가 김혁진이라면 더더욱 괜찮다. 놈은 사람이 아니다. 제거해야 할 적일 뿐이다.
쉬신이 말했다.
“송정희 씨께서 힘을 써주신다면 중국의 플레이어들을 대거 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한국 내에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돕죠. 철혈사자와 제휴를 맺으면 되니까. 별로 어렵지 않겠네요. 그리고 김혁진의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공유하겠습니다.”
중국의 거부 쉬신. 철혈사자 길드장인 송정희. 둘은 그럴듯한 계획을 짰다. 쉬신의 사냥본능이 꿈틀거렸다.
“한 번 놈을 사냥해 봅시다.”
그로부터 하루 뒤.
송정희는 김혁진의 위치를 파악했다. 검은색 고급 세단. 자신의 오라비인 송기열이 선물해 준 세단을 타고서 튜토리얼 빌딩으로 향했단다.
그 이후 종적을 감추기는 했으나, 튜토리얼 빌딩에 들어가는 건 봤어도 다시 나오는 건 못 봤다.
‘튜토리얼 빌딩. 그곳에 놈이 있어.’
그곳이 김혁진 사냥터가 될 것이다. 쉬신과 송정희는 그렇게 생각했다.
* * *
김혁진은 천공에서 빠져나왔다.
[튜토리얼 빌딩 2층에 진입합니다.]튜토리얼 빌딩 2층. 보통, 플레이어들은 이곳에 오지 않는다. 이제 갓 플레이어로 각성한 초보 플레이어들이나 한 번 들어와 보는 것이 전부다. 아직 이곳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여기에 꽤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고.’
중국인들이다.
‘음. 잘 모르겠는데…… 나한테 호의적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네.’
당장 공격을 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뭔가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느낌을 보아하니 1층에서 2층으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는 통제되고 있는 것 같고.’
2층에 몰려와 있는 중국인들, 작동하지 않는 에스컬레이터. 튜토리얼 빌딩 1층의 에스컬레이터를 통제하고 있다?
‘송정희의 작품일 확률이 제일 높겠네.’
그렇게 생각하자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중국의 플레이어들이라면 쉬신의 부하들인가.’
중국인 중에서 자신에게 큰 증오를 품을 놈은 쉬신밖에 없다.
‘내 정체는 송정희가 까발렸을 거고.’
그러면 모든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뭘 할지 한 번 보기나 보자.’
천공에서 고래일족 같은 천상계 괴물들을 보다가 여기서 중국 플레이어들을 보니 코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때 귓속말이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아까 인사드렸죠?
김혁진의 감각안이 귓속말의 위치를 잡아냈다. 저만치 벽 쪽 구석. 은신을 한 상태의 플레이어가 하나 보였다.
‘귓속말?’
누구나 귓속말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귓속말 아이템’을 가지고 있거나 ‘귓속말 스킬’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귓속말을 보낼 수 있는 플레이어는 대부분 탐험가 계열이다.
알림이 들려왔다.
[쪽지함에 선물이 도착하였습니다.] [‘귓속말 구슬’이 도착하였습니다.]곧바로 사용했다. 귓속말로 물었다.
-네. 아까 인사했었죠.
김혁진 자신의 인지부조화를 뚫었던 탐험가. 요약은 ‘호기심 많은 탐험가’로 표시됐었던 강솜이.
-성함이 강솜이 씨였죠. 아마.
-이름을 기억해 주시다니. 의외네요. 아무튼. 지금 위험한 상황이에요?
-글쎄요. 저를 싫어하는 어떤 사람이 함정 같은 것을 파놓은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상하게 적개심만 표출하고 있을 뿐. 움직임은 취하고 있지 않다.
-적이 많은 타입인가 보죠?
-많지는 않은데 몇 명 있어요.
-짐작가는 사람은요?
-송정희.
김혁진은 강솜이의 반응을 살폈다. 송정희의 사람이라면 심정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고, 감각안이 그 것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별다른 반응은 없고.’
강솜이가 말했다.
-제가 도울 방법은 없나요?
-왜 저를 도우려고 하죠?
-악의는 전혀 없었는데. 본의 아니게 당신의 정보를 제가 팔아버린 것 같아서요.
강솜이는 김혁진이 2층으로 올라간 것을 유일하게 알고 있던 플레이어. 철혈사자 길드원 중 한명이 자신에게 접근했고 ‘이런 사람 혹시 봤습니까? 저희가 급히 찾고 있어서요. 사례는 충분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에 알려줬다. 2층으로 올라가는 걸 봤다고.
-겨우 그거 알려줬는데 저한테 500만 원을 주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조금 이상했다. 태극방패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왜 철혈사자 길드쯤 되는 이들이 사람 한 명을 찾을까. 500만 원 좋기보다는 찝찝해졌다.
-그리고 중국 플레이어들이 들이닥쳤고.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봉쇄하기 시작했어요.
-그랬군요.
-저 때문에 곤경에 처하신 것 같아서 뭔가 돕고 싶은 거예요.
-딱히 크게 도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여기서 한바탕 싸울 것 같은데. 강솜이 씨는 직접 전투계열은 아닌 것 같으니까요.
강솜이는 부정하지 않았다.
-맞아요. 저는 탐험가예요. 저는 당신이 나타나기 전까지, 저들을 계속해서 관찰했어요. 저들이 뭘 하려는지 알 것 같아요.
김혁진은 강솜이에게 약간 호기심이 일었다.
-뭘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저들은 무엇인가를 생성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생성요?
-당신이 이곳에 오기 전 군데군데 마정석을 심었어요. 특별한 방식으로.
김혁진은 관찰자의 눈으로 주위를 훑어봤다. 마정석은 보이지 않았다.
‘소모된 거네.’
마정석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자신을 사냥하는 결계를 칠 수도 있고, 그와 비슷한 마법진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중국 플레이어들이라.’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대충 알 것 같기도 했다.
-강솜이 씨. 진심으로 저를 돕고 싶습니까?
-네. 지금 저는 좀 자책감에 빠져 있거든요.
-그럼 이 곳에서 빠져나가서 송기열 길드장을 찾으세요. 이 쪽 상황을 알리고, 가능하면 기자들을 대동하라고 전해주세요.
-그거면 돼요?
-여기서 빠져나갈 수는 있죠?
-네. 올라올 때도 몰래 왔으니까 내려갈 때도 몰래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솜이. 생각보다 훨씬 유능한 탐험가다. 지금 시점에서는 최상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내 인지부조화를 꿰뚫었을 정도니까.’
과거 알려졌던 이름값보다 훨씬 더 잠재력이 높은 탐험가인 것 같다.
-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할게요. 저는 이만.
강솜이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혹시 한국말 할 줄 아는 사람?”
아무래도 통역구슬을 몇 개 가지고 다녀야겠다. 레벨 40이 넘어가면 상점에서 통역구슬을 살 수 있으니, 세니아에게 몇 개 달라고 해야지.
중국어가 들려왔다. 해석할 수 없었다.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저들은 못 듣지만 수호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곳곳에 심겨진 마정석의 흔적.”
수호자들도 이 상황을 궁금해하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세니아의 채널을 통해 상황을 보던 수호자들은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모를 테니까.
김혁진이 설명했다.
“중국계 플레이어들이 서 있는 배치와 구도로 봤을 때, 핵심이 되는 인물은 저기 붉은색 로브를 입고 있는 마법사.”
이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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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라우 딩 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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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알고 있는 마법사다. 중국에서 꽤 이름을 날렸다. 그냥 이름을 알린 정도가 아니다.
‘마왕군의 행동대장.’
천공에서 마왕을 만나고 왔는데, 이곳에서 마왕군의 행동대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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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인육을 즐기는 함정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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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진은 라우 딩 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 수호자들에게 또 알려줬다.
“미리 진을 짜고서 내가 올 것을 기다렸다. 분명히, 함정을 파놓은 것 같은데. 그게 어떤 부류의 함정이냐가 중요하겠네.”
김혁진이 한 걸음 앞으로 옮겼다. 중국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무기를 쥐고서 김혁진을 노려봤다.
“아마도 특수한 필드를 생성해서 나를 빠뜨리려는 것 같고.”
라우 딩 숴라면.
“게이트를 열 수 있는 능력자냐?”
씨익 웃었다.
“이를테면 ‘마나 지옥’ 같은.”
저 능력……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