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74)
#재능만렙 플레이어 274화
몇 분 전.
송정희는 이를 악물었다.
“정신 차려!”
송정희의 오른팔인 강웅민의 오른팔이 뜯겨져 나갔다.
“크악!”
공식화된 이명은 아니지만, ‘철혈사자’ 내에서는 ‘금강불괴’라는 이명으로 불리고 있다. 그만큼 단단한 몸을 가진 강웅민의 몸이 너무 쉽게 뜯겨져 나갔다. 강웅민의 어깨에서 피분수가 치솟았다.
사제 클래스 중 한 명이 팔을 집어 들었다. 서둘러 ‘냉동 가방’ 안에 넣었다. 강웅민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출혈이 너무 심해.’
어지러웠다.
‘너무 강하다.’
붉은 악마. 고블린처럼 생겨서 조금 얕잡아 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생김새와 실제적인 강함 사이에 괴리가 너무 컸다. 저 발톱은 여태까지 상대했던 그 어떤 몬스터보다 강력했다.
송정희가 황급히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보호하는 결계’를 사용합니다.]붉은빛 결계가 생성되어 강웅민의 몸을 덮었다. 붉은 악마가 강웅민의 왼 팔을 향해 손톱을 휘둘렀다.
쨍그랑-!
보호하는 결계는 맥없이 깨져버렸다. 전혀 보호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주 짧은 순간. 찰나의 시간 정도는 벌어줬다. 강웅민이 황급히 몸을 뒤로 굴렸다. 바닥에서 몇 바퀴나 굴렀다. 추가 부상은 없었다. 사제들의 힐을 받고 출혈은 멈춘 상태.
‘지금 팔이 잘린 게 중요한 게 아니야.’
팔 따위는 얼마든지 다시 붙일 수 있다. 이제는 그런 세상이 됐다.
‘문제는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지.’
강웅민이 말했다.
“도망치십시오.”
“도망?”
송정희는 화가 난 듯 했다. 강웅민의 뺨을 후려쳤다.
“지금 나한테 도망을 치라고 했어?”
탱커인 강웅민은 송정희의 손이 그리 아프지 않았다.
“너무 위험합니다. 저희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도 놈 한 마리를 잡을 수 없습니다.”
그 옆에 독인 정창인도 섰다.
“그 어떤 독도 먹히질 않습니다.”
“너희들 월급이 얼만데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월급값은 하겠습니다.”
강웅민이 이를 악물었다.
“제가 시간을 벌 테니까, 길드장님은 도망치십시오.”
송정희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화가 났다. 저만치 하늘 위에는 헬기가 떠있다. 철혈사자의 활약상을 담고 싶은 기자가 있을 것이다.
“기자들도 보고 있을 텐데, 도망치면 내가 뭐가 돼?”
“창피함은 순간입니다. 목숨이 더 중요합니다.”
그때 크악!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철혈사자의 메인탱커 중 한 명인 김수철의 목이 잘렸다. 붉은 악마는 악마라는 이름답게, 김수철의 목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게걸스럽게 핥아먹었다.
강웅민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피를 핥고 있는 저 모습에서 여유마저 느껴졌다. 이쪽을 적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도망 치…….”
그런데 기적이 벌어졌다. 하늘에서 ‘검‘이 하나 떨어져 내렸다. 그 검이 붉은 악마의 머리와 몸을 관통했다.
마치 천벌과도 같았다.
‘하늘이…… 도왔다?’
강웅민이 빠르게 외쳤다.
“지금 당장! 당장 치료해!”
지금 머리가 잘린 지 5초가 채 지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뛰어난 사제가 5명 정도 있으면, 10초 내에 손을 쓰면 살려낼 수 있다. 세상이 변했다. 머리가 잘렸다고 즉사하지 않는다.
송정희가 말했다.
“네 팔부터 치료해.”
“아닙니다.”
“네 팔부터 치료하라고!”
송정희에게 있어서 강웅민은 오른팔. 메인탱커인 김수철의 목숨보다 강웅민의 오른팔이 더 귀중했다.
강웅민은 이를 악물었다.
‘시간이 없어.’
명령불복종이어도 어쩔 수 없다. 팔은 시간이 좀 더 지나도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 ‘냉동 가방’에 잘린 팔을 넣어놨으니. 몇 시간 정도는 괜찮을 거다.
강웅민이 우물쭈물대는 사제들에게 윽박질렀다. 지금은 김수철이 우선이다.
“명령이다! 빨리! 책임은 내가 져!”
사제들이 서둘러 김수철의 잘린 얼굴을 김수철의 목에 댔다. 5명이 동시에 눈을 감고서 신성력을 뿜어냈다.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은 50프로.
‘제발. 살아라.’
분노에 몸을 떨고 있는 송정희의 시선이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살 수 있는 사람부터 살려야하지 않겠는가. 정말 운 좋게도, 김수철이 의식을 차렸다. 강웅민이 말했다.
“병원으로 옮겨.”
일단 목숨은 붙여놨는데, 회복은 또 다른 문제다. 성신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 * *
태극방패 길드장. 송기열은 사실 비장한 마음을 가지고 ‘붉은 악마’를 상대하려고 했다.
어쩌면 태극방패의 일부가 죽을 수도 있고, 탱커인 자신마저도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김혁진이 긴장하는 상대. 당연히 비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사실 송기열도 황당하다.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붉은 악마들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신 겁니까?”
“태극방패뿐만 아니라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의기투합하여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지?’
하늘에서 검이 떨어져 내린 것 같은 기분이 있는데, 이게 꿈처럼 느껴진다. 송기열은 아마도 이것이 김혁진의 ‘인지부조화’ 능력이라고 판단했다.
‘그럼 김혁진 씨가 수백 마리의 붉은 악마를 전부 사냥했다고?’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대한민국 전체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하늘에서 떨어진 검을 모두가 봤는데, 그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정말 대단합니다. 태극방패는 그야말로 한국의 영웅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붉은 악마와 대적하였습니다. 모두가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송기열의 말은 진심이었다. 진심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송기열은 진짜로 아무것도 안했다. 너무 진심이어서, 그 진심이 전파를 타고 대한민국 전체를 울렸다.
거창한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겸손의 일인자.
-영웅의 면모를 갖춘 태극방패의 길드장!
-한국에 기적을 피워 올리다.
* * *
송기열은 성신병원의 VVIP병동을 찾았다.
“그게…… 일단 인터뷰를 하기는 했습니다만,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병실 침대에는 김혁진이 누워 있는 상태. 이사벨이 ‘만검우’를 사용한 직후, 김혁진은 정신을 잃었고 체력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참.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송기열이 오렌지 주스를 건넸다. 김혁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탈력감이 너무 심해서 움직일 수가 없네요.”
“어쩌다 그렇게 되신 겁니까?”
“힘을 너무 많이 끌어다 썼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사벨이 너무 강했다.
“역시…….”
힘을 너무 많이 끌어다 썼다고 해서, 붉은 악마 수백 마리를 동시에 난도질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 것도 그렇게 광역에 걸쳐 멀리 퍼져 있던 놈들을?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애초에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안 될 사람이다.’
한편, 김혁진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이. 남편. 미안해. 남편이 연약한 걸 모르고, 실수로 힘을 너무 썼어.]이사벨은 ‘천공석’에 내재된 힘보다 더 많은 힘을 끌어냈고, 덕분에 김혁진의 몸에 엄청난 부담이 전해졌다.
‘제2의 심장이 깨질 뻔했어.’
[아, 안 깨졌잖아. 안 깨졌으니까 조금 쉬면 회복 될 거야. 헤, 헤헤.]이사벨이 멋쩍게 웃었다.
[아니. 이건 남편이 지나치게 연약한 탓이야. 꼴랑 그 힘 좀 썼다고 남편 몸이 이렇게 망가질 줄 어떻게 알았겠어? 이건 남편 잘못…….]그렇게 혼자서 자위하다가 결국 자기 잘못을 인정했다.
[내가 잘못했어. 남편 연약한 걸 배려했어야 하는데.]김혁진이 속으로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한 거야? 광역 인지왜곡이라는 알림은 들었는데.’
[인지부조화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아예 인지 왜곡을 시킨 거야.]‘그게 뭔데?’
[인지부조화보다 상위 능력이야. 아마 많은 플레이어들이 열심히 싸워서 붉은 악마놈들을 없앴다고 생각할걸?]김혁진은 황당했다. 인지 못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왜곡까지 시켜버렸다. 너 검이라며? 그 생각은 애써 접었다. 이것은 이사벨의 역린. 이사벨은 스스로 뛰어난 검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어쩐지 마법을 천박한 잡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천박한 잡술치고 너무 하잖아.’
아니. 아니지. 이사벨은 뛰어난 검이지. 마인드 컨트롤했다. 이사벨과 정신이 연결되어 있고, 어지간한 속마음은 다 읽어버리니까.
목소리가 들려왔다.
“……씨?”
“아. 죄송합니다. 몸 상태가 영 아니어서.”
송기열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괜히 찾아와서 심려만 끼쳐드린 것 같네요. 아무튼 이번 붉은 악마 토벌 건은 저희가 어째 공을 많이 가져온 모양입니다.”
“그러려고 계약한 거니까요.”
“사실상 저희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요.”
“계약대로 잘 이행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번에 김혁진이 얻어간 게 너무 없는 것 같다. 송기열 입장에서는 그랬다.
“…….”
송기열이 잠시 침묵했다. 김혁진을 넋 놓고 바라봤다. 김혁진이 물었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김혁진 씨 같은 분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물론 송기열의 생각은 완전히 착각이었다. 김혁진은 송기열이 밖으로 나간 뒤. 상태창을 열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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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이름 : 김혁진(플레이어)
레벨: 44
계약 수호자 : [무명의 관찰자]
호칭: [소멸의 개척자] [탁월한 플레이어] [최초의 대적자] [화인(火人)] [괴도 다람쥐의 주인] [시작의 군주] [시작의 투사] [천견주(千犬主)]
던전 칭호 :
[서울역 던전의 지배자] [그랑서울 던전의 진정한 지배자] [포식수 군락지의 진정한 지배자]고유 능력 :
[감각안(感覺眼)] [통찰지검(洞察之劒)] [동화(同化)]특수 능력 :
[흡수(吸收)] [패기(霸氣)]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불멸함대(不滅艦隊)]특성 :
궁신지체(弓神之體), 검신지체(劍神之體)
천공지체(天空之體)
힘: 24 지능: 24
민첩: 30 감각: 24
체력: 24 정신력: 62(+30)
보너스 스탯 : 10
랜덤 스탯 : 5
잔여 스탯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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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구간. 레벨 30-40 구간을 통과한 것도 모자라 아예 레벨이 44까지 치솟았다. 이 정도면 아마 전세계에서도 최고의 레벨을 가지고 있으리라 짐작되었다.
‘붉은 악마 700마리를 넘게 사냥했어.’
그것도 일순간에.
‘미쳤군.’
이런 능력을 썼는데 단순 요양으로 회복될 정도로만 몸이 망가졌으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김혁진은 기절하기 직전. 이런 알림을 들었다.
[‘경험치 제한 설정값’이 활성화됩니다.]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과거에도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알림이다. 경험치 제한 설정값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 같았다. 한 순간에, 지나치게 많은 경험치를 획득하면 시스템이 그것을 제한하는 모양이었다.
‘5레벨업이라.’
민망했던 듯, 잠시 말을 멈추었던 이사벨이 또 말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소멸의 개척자도 살펴봐봐.]‘소멸의 개척자?’
[응. 내가 일시에 전부 소멸시켜 버렸거든. 이 정도 업적이면 그 칭호에도 영향 있을걸?]‘내가 한 게 아니라 네가 한 건데?’
[남편은 내 맹약자니까!]이사벨은 마치 ‘남편 몸을 망가뜨린 건 미안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렇게도 했어. 그래도 난 착했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열심히 스스로를 변호했다.
소멸의 개척자 칭호를 열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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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消滅)]소멸의 개척자가 구사할 수 있는 고유 능력입니다. 소멸은 두 가지 경우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1. 플레이어
-하위 레벨 플레이어에게 ‘소멸’ 사용시, 플레이어의 자격이 박탈 되거나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이 감소됩니다.
2. 비 플레이어
-비플레이어에게 ‘소멸’ 사용시, 플레이어로서의 각성 가능성이 사라지거나 감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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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제한 조건이 바뀌어 있었다. 원래는 ‘빈사 상태’의 플레이어나 비 플레이어에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하위 레벨 플레이어’라는 조건이 붙었다. 빈사 상태로 만들지 않더라도 ‘소멸 권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가 병실 안에 몰래 들어온 것이 느껴졌다.
‘은신?’
레벨이 높아진 만큼. 김혁진의 감각안은 더욱 성장했다.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내가 암살을 못해서 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김혁진은 알 수 있었다. 상대는 독인 정창인. 김혁진 자신이 약해진 틈을 타서, 암살을 시도하려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지 않았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