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8)
#재능만렙 플레이어 28화
지금 나는 잘 가고 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일대일 PVP의 최강자라 불렸던 검후도,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나보다 약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니까. 잘 가고 있기는 한데, 그래봐야 아직 ‘초보 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30은 되어야 제대로 된 출발선에 서는 거고.’
레벨 40부터가 진정한 ‘플레이’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미래 기준으로는 레벨 40부터를 진짜 ‘플레이어’로 취급한다.
‘30부터 40까지 레벨업은……. 쉽지 않지.’
레벨 30대에는 레벨업에 좋은 몬스터도 별로 없고, 빠른 레벨업이 어렵다. 그야말로 노가다의 연속이다.
‘그나마 경험치를 주는 편인 라이칸스로프는…… 또 가성비가 너무 안 맞고.’
주변에 개천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니라면 라이칸스로프는 잡기 어렵다. 돈 많은 어떤 이들은 아예 소방차 같은 것을 끌고 다니면서 사냥하긴 했는데, 그것도 효율이 썩 좋지는 않았다. 라이칸스로프의 레벨은 약 25. 30대 레벨에서는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잡을 정도의 놈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저놈들이 있으면 말이 달라지지.’
내 눈 앞에 몬스터가 보였다. 세 마리가 옹기종기 얽혀 있었다. 거대한 토끼형상의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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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스터 래빗 LV.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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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스터 래빗 LV.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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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몬스터 래빗’ 두 마리는 레벨이 18. ‘암컷 몬스터 래빗’의 레벨은 20이었다.
신연서가 내게 물어왔다.
“한 마리는 빨간색으로 떠요. 보스몹 같은 건가요?”
신연서의 레벨은 19. 레벨 20인 암컷 몬스터 래빗의 레벨을 확인할 수 없는 모양이다. 신연서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별로 강해 보이지는 않는데…….”
맞다. 그렇게 강한 몬스터는 아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보통 몬스터의 ‘강력함’은 ‘외모’에 어느 정도 비례하는 편이다. 토끼형 몬스터의 경우는 대부분 약하다. 아무리 덩치가 커져도 ‘토끼’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아예 마계 토끼 정도되면 모를까.’
차원이 다른 곳으로 설정된 필드에서 서식하는 토끼쯤 되면 모를까. 아무리 ‘몬스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는 해도 그래봤자 토끼다.
‘문제는 잡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
놈들은 위험하다 싶으면 도망치는 습성이 있다. 도망을 치긴 치는데, 너무 빨라서 제대로 잡기가 힘들었다. 땅굴을 파고 도망치는지라, 땅을 뒤집는 마법을 가진 마법계열의 플레이어가 없으면 사실상 잡기가 거의 불가능한 몬스터에 가깝다.
나는 신연서를 살펴봤다.
‘신연서는 혼자서 이 게이트를 클리어했다.’
신연서에게는 저 몬스터들을 잡을만한 방법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냥 클리어했겠지.’
그냥 클리어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곳에서 저 ‘몬스터 래빗’을 최대한 많이 잡아야 한다. 이후의 플레이를 위해, 레벨 30-40 구간의 플레이를 위해 꼭 필요한 몬스터다.
‘여기서 저놈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그런데 나만 기분이 좋아진 건 아닌 모양이다.
“어때요? 한 번 잡아볼까요?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약간 흥분한 것 같았다. 볼이 발그레해졌는데 나는 저게 마냥 귀엽지만은 않았다.
‘쪼렙때부터 검후는 검후였구나.’
이 것도 재능의 영역이라면 재능의 영역이다. 새로운 몬스터에게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을 느끼는 것. 외모는 귀엽지만, 저 안에는 무지막지한 전투본능이 꾸물대고 있을 거다. 검만 잡으면 사람이 변한다. 어떤 이들은 검후를 일컬어 ‘나찰(羅刹)’ 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다른 말로 악귀.
“좋습니다.”
내가 설명했다.
“토끼들은 위험해지면 도망치는 습성을 지녔어요. 가능하다면, 한 방에 죽이는 게 좋을 겁니다. 가능하겠어요?”
이를테면 네 고유능력인 ‘일격필살(一擊必殺)’ 같은 걸로.
신연서는 순순히 자신의 패를 내놓았다.
“물론! 한 방에 죽이는 스킬도 있어요.”
우리 둘은 ‘몬스터 래빗’을 사냥했다. 사냥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놈의 공격이라고 해봐야 뒷다리로 후려차거나 앞니로 깨무는 것 정도인데,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았으니까.
“지금.”
순간, 신연서의 검에서 푸른빛이 새어나왔다. 아주 잠깐. 신연서의 몸이 뒤로 빠지는가 싶더니.
쌔애애액-!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이 터져나왔다.
일직선의 푸른빛의 궤적이 허공에 새겨졌다.
‘빠르다.’
신연서의 움직임은 빨랐다. 아주 잠깐. 뒤로 움직였던 신연서의 몸이 마치 총탄처럼 빠르게 쏘아졌다. 검을 마치 창처럼.
‘저게 검후의 고유 능력. 일격필살(一擊必殺).’
겨우 레벨 19인데 벌써부터 ‘고유 능력’을 개화시켰다는 것도 놀랍지만, 저걸 저 정도로 다룰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몬스터 래빗을 사냥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26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몬스터 래빗 한 마리가 죽었다. 나머지 두 마리는 도망쳤다. 나는 몬스터 래빗의 사체를 ‘클릭‘했다.
[드랍할 아이템이 없습니다.]조금 아쉬웠다. 몬스터 래빗에게서는 ‘피흡템’이 떨어진다. 그것도 굉장히 높은 확률로. ‘1차 마의 구간’이라 불리는 30-40 레벨 구간을 빠르게 통과하기 위해서는 피흡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에이. 다 도망쳐 버렸네.”
신연서는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나는 여기서 또 느낄 수 있었다. 얘도 진짜 플레이를 위해 타고난 애구나. 진짜로 이걸 즐기는구나. 그걸 느꼈다. 그러니까 후에 ‘검후(劍后)’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렸겠지.
“금방 또 리젠되겠지.”
“근데 있잖아. 혁진 님? 혁진 씨? 에씨 모르겠다. 우리 그냥 말 놓자. 아 몰랑. 말 놓을래. 친구 나이잖아. 사실 동갑끼리 존댓말 오그라든단 말이야.”
신연서는 빠르게 중얼거리더니, 그냥 말을 놓아버렸다.
“너는 원래 여기 알고 있었어? 들어왔던 거야?”
김혁진도 그냥 자연스럽게 말을 놨다. 김혁진에게는 딱히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처음인데?”
처음은 맞다. 미래의 공략을 대부분 알고 있을 뿐.
“진짜? 처음이야?”
“…….”
신연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몬스터 래빗을 향해 일격필살을 내뻗던 그 여자와 이 여자가 동일인물인지 좀 헷갈릴 정도다.
“근데 어떻게 그렇게 침착해? 나는 네가 여기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그야…….”
그사이 공간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타이밍 좋네. 말 그만해야지. 또다시 몬스터 래빗이 등장했다.
“저놈들 계속 잡을 거야.”
“알겠어.”
신연서는 심적으로 나를 꽤 의지하는 것 같았다. 내 말에 군소리 없이 잘 따랐다. 우리 둘은 몬스터 래빗을 계속해서 사냥했다.
[몬스터 래빗을 사냥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25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대략 8마리 정도 사냥했을 때, 사체에서 아이템 하나가 드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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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좋은 철검]꽤 수준 높은 장인이 만든 것이라 짐작되는 철검. 내구도와 공격력이 우수하다.
등급 : Normal
공격력 : 7~18
내구도 : 3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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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씨. 이런 건 의미 없다. 이제는 ‘내구도’까지도 표시되는, 초보등급 치고는 꽤 괜찮은 아이템이었지만 내게는 필요 없었다.
“음.”
하지만 고민하는 척했다. 아이템은 하나. 사람은 둘. 나는 선심 쓰듯 말했다.
“네가 가져.”
“진짜?”
“어. 일단 나보다 네가 검을 더 잘 다루는 거 같으니까.”
“…….”
신연서는 그래도 되는지 조금 고민하는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고맙게 받을게! 대신 다음에 나오는 아이템은 꼭 너 줄게.”
나한테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건지, 신연서는 활짝 웃었다. 저 미소. 확실히 예쁘기는 했다. 음. 그래. 넌 그런 잡템을 가져. 나는 피흡템을 가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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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골라스의 반지]신비한 힘을 가진 원석 ‘토파스’로 제련하여 만든 반지.
방어력 : 1
옵션 : 공격 데미지의 2% H/P 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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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다. 신연서는 이 아이템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
“에게. 겨우 2프로야?”
그렇다. 겨우 2프로다. 그런데 반지는 총 10개까지 장착이 가능하다. 거기에 강화까지도 가능하다. 조건만 맞출 수 있다면.
그 사실을 모르는 신연서가 못내 미안한 것처럼 말했다.
“나만 좋은 아이템 받은 거 같네.”
“몬스터 계속 잡을 건데 뭐.”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정확히 시간을 잰 건 아니지만 최소 5시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같은 일의 반복. 수호자들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용맹한 사자왕’이 지루해합니다.] [‘무명의 관찰자’가 관찰을 중지합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플레이어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낍니다.]보통은 수호자들의 흥미를 만족시켜 주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답답함이, 오히려 나중의 통쾌함으로 밀려들 거다.
그사이 나는 레골라스의 반지를 무려 8개나 획득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만, 신연서는 조금 불안해했다.
“근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니야? 너무 같은 것만 반복하는 거 같은데 우리 여기서 나갈 수 있겠지?”
너무 아무런 정보도 안 풀면, 신연서의 불안이 극도에 달하게 될 거다. 나랑 신연서는 팀. 팀의 사기를 저해할 필요는 없겠지.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찾아놨어.”
“음? 어떻게?”
신연서가 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입술까지 오므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검을 잡았을 때와 잡지 않았을 때. 갭 차이가 왜 이렇게 큰지 모르겠다. 금사빠까지는 모르겠지만 두 얼굴은 맞는 것 같다.
“저기.”
저만치 멀리. 한 곳을 가리켰다. 어두웠다.
“아무것도 안 보여.”
“저쪽에 클리어 크리스탈 생겼어.”
내 예상대로 난이도 높은 곳은 아니었다. 몬스터 래빗을 일정수준 이상 잡고 나면, ‘클리어 크리스탈’이 생긴다. 클리어 크리스탈을 부수면 게이트 클리어가 완료되는 형태. 정말 쉬운 곳이다.
“클리어 크리스탈?”
“저거 부수면 나갈 수 있어.”
“아하. 그럼 일부러 시간 끈 거네?”
신연서는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다. 그래. 피흡 아이템은, 초보구간에서는 얘한테서밖에 안 나온다고. 신연서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감각안을 통해 호감이 느껴졌다.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너 혹시 나한테 관심 있어서 그래?”
당돌하게 말하는데 귀는 왜 빨개지냐. 당돌할거면 그냥 당돌하고. 부끄러울 거면 그냥 부끄러우면 되지. 뭘 둘 다 하려는지 모르겠다. 넌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거냐.
마침 알림이 들려왔다.
[더 이상 리젠될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레골라스의 반지’를 무려 9개나 획득했다.
[몬스터가 리젠되지 않습니다.] [클리어 크리스탈이 강제적으로 파괴됩니다.] [‘돌발 게이트-땅굴’이 클리어되었습니다.]‘게이트’는 한 번 닫히면 다시 열리지 않는다. 지속성을 갖는 ‘던전’과는 또 다른 특성이다. 밖은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새벽인 것 같다.
‘시간이 많이 지났나 본데.’
순간. 내 감각안에 무엇인가가 잡혔다.
‘어?’
하나는 누나의 기척이었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누나가 보였다. 눈이 퉁퉁 부은 상태로. 그리고 또 하나의 기척이 느껴졌다.
‘아이씨. 이건 또 뭐야.’
순간. 세상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