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80)
#재능만렙 플레이어 280화
“기다리고 있었어요.”
우연이 아니었다. 강솜이는 거신길드가 이곳에 올 것을 이미 알고서 기다린 듯했다.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네. 이곳으로 오실 것 같았거든요.”
“어떻게 알았습니까?”
뒤를 캤나? 그건 아닌 것 같다. 뒤를 캤다면 김혁진 자신이 몰랐을 리 없다. 아무리 강솜이가 뛰어난 탐험가여도 레벨 44에 이른 김혁진의 ‘감각안’이 강솜이를 놓쳤을 리 없으니까.
“이곳, 아니면 일본. 둘 중에 하나로 갈 것이라 생각했어요.”
“강솜이 씨의 생각입니까?”
당연히 아닐 거다. 강솜이에게는 이 정도의 정보가 없다.
“스승님한테 들었어요.”
“그렇군요.”
잭슨이 이렇게 손을 써놨다. 잭슨 입장에서도 김혁진 자신이 일본의 ‘난바 터미널 던전’으로 갈지 그 외 다른 곳으로 갈지 몰랐던 상황.
‘내가 마이클과 만났다는 사실을 알았을 테고.’
그에 따라 마이클과 접촉했을 확률이 높다.
‘마이클에게서 정보를 얻어냈겠지.’
거신길드가 싱가폴로 향한다는 정보를. 어려울 것도 없다. 김혁진이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로 하세요’라고 말했던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데 난바 터미널은 무슨 얘기입니까?”
“음. 모르세요?”
강솜이가 가볍게 웃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헤헤.”
“뭐가요?”
“만약 철혈사자 내부에 첩자가 있다면 김혁진 씨가 난바 터미널로 갈 거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첩자요?”
김혁진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되물었다.
“그러니까요. 철혈사자에 첩자가 있을 리가 없죠.”
“철혈사자에 굉장히 우호적이시네요?”
“아. 저도 이번에 철혈사자에 들어갔거든요. 저도 거대 길드 소속 탐험가입니닷.”
헤헤헤-하고 웃고 있는 저 모습이 그리 미워 보이지는 않았다. 어딘가 살짝 나사가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과거 매스컴에서 봤을 때에 이렇게 허술하지는 않았었는데.
‘화상으로 얼굴을 잃게 되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들은 것 같기는 한데.’
이쪽이 원래 강솜이의 성격인가 싶다.
‘과거에 강솜이는 혼자서 움직였어.’
딱히 길드 없이 움직였다.
‘이렇게 떠본다는 거지?’
아무래도 정창인과의 만남이나 정보교류에 있어서 더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직 잭슨이 우군인지 아군인지 판단이 서지 않은 상황이니까.
“아무튼. 제가 싱가폴에서 김혁진 씨를 돕기로 했어요.”
“왜요?”
“그야 저번에 빚도 좀 있고.”
D타워 2층에서 있었던 일을 뜻하는 것 같다.
“그때 빚은 다 갚으셨을 텐데요.”
“그리고 김혁진 씨가 잘생기기도 했고. 전 잘생긴 남자 좋아해요.”
또 헤헤헤-하고 순박하게 웃었다. 정말로 순수하게 말해서 사심 같은 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여지껏 듣고 있던 김선화와 신연서가 동시에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대장. 이 탐험가. 수상해.”
“오빠. 저는 이 언니가 수상해요.”
수상했으면 진작에 나섰을 텐데, 갑자기 수상하다며 나섰다. 김혁진은 선화와 연서를 손짓 한 번으로 무시했다.
“어쨌든 철혈사자는 난바 터미널 던전으로 갔다는 거죠?”
“네. 오늘 출발했을 걸요.”
“알겠습니다.”
잭슨이 이쪽에 안배를 해놨듯 김혁진도 저쪽에 안배해 놨다. 수호자, 그리고 마왕과도 수 싸움을 하는 김혁진이다. 철혈사자와의 수 싸움도 못 할 게 없다.
강솜이가 또 밝게 웃었다.
“제가 열심히 도울게요. 저 꽤 능력 있는 탐험가거든요. 거신길드에는 탐험가 클래스 없죠?”
“알겠습니다.”
잭슨이 안배한 어떤 함정일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 리스크는 안고 가기로 했다.
‘아니. 함정은 아닐 거다.’
잭슨은 정확하게 ‘아군’ 혹은 ‘적군’으로 규정짓기는 애매한 존재다. 송정희도 왕의 후보고, 김혁진 자신도 왕의 후보라면, 둘 모두를 돕는 방향으로 움직일 거라 판단했다.
‘내가 싱가폴에서 [메르헨의 흉갑]을 확실히 얻을 수 있도록 돕기는 돕되.’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최대한 천천히 얻도록 하겠네.’
안전하지만 느린 길을 안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야 철혈사자가 난바 터미널의 히든 피스를 차지할 수 있을 테니까.’
잭슨의 의도가 읽혔다. 잭슨이 바라는 그림이 딱 그것이다.
‘잭슨에게는 미안하지만.’
잭슨의 의도대로 모든 상황이 흘러가게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김혁진은 강솜이가 이번 게이트 클리어에 함께 하는 것을 허가했다.
“아참. 함소현 씨가 이걸 전해달래요.”
함소현의 예지서까지 가져왔다. 함소현이 구체적인 미래를 보고서, 강솜이를 따로 불렀단다. 그래서 이걸 전해줬다고 했다.
[각본가와 도굴꾼이 만나 별빛세계가 선포되리.] [작열의 운명을 피한 이가 무릎을 꿇을 것이며.] [일방적인 교류의 끝에 유일한 태양이 떠오르리라.]그런데 그때 김혁진은 싱가폴 플레이어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김혁진은 자연스럽게. 그 플레이어를 모른 척했다.
김혁진이 말했다.
“그럼 일단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로 이동하죠. 하루 정도는 그곳을 탐사하도록 하겠습니다.”
* * *
6시간 전.
김혁진은 미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이 3번 울리기도 전에 미셸이 전화를 받았다.
-안 그래도 김혁진 씨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연락을요?
-제 동생과 얘기는 잘됐습니까?
-네. 좋은 분인 것 같더군요.
누나에게 눈독을 들여서 문제지만, 사실 마이클이 정말로 괜찮은 남자라면 오히려 좋게 봐줄 수도 있다. 가족이 될지도 모를 사람 아닌가.
-다행입니다. 마이클이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미셸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갑자기 아영 양에게 반했다고, 한국에 눌러앉겠다고 선포해 버리는 바람에.
-마이클 씨가 그렇게까지 말했습니까?
마이클을 좋게 보려고 하기는 하는데, 괜스레 거슬린다.
-네. 저는 걔가 게이인 줄 알았어요. 여자에게 도통 관심이 없었어서.
그러고 보니 회귀를 하기 전, 마이클은 한 여자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에 성공하고, 그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라는 얘기가 있기는 했었다.
김혁진이 가볍게 웃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가족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그렇죠.
-저는 특별히 그렇습니다.
한 번 잃었던 가족이다. 이제는 잃고 싶지 않다. 엄마도. 누나도. 그리고 새로운 가족인 동생도.
-알겠습니다.
미셸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갑자기 ‘김아영’이라는 존재가 조커로 급부상했다. 김혁진과의 관계에 있어서 크나큰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제발 마이클이 실수하지 말아야 할 텐데.’
통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미셸의 부관이자 절친한 친구 토마스는 재미있다는 듯 미셸을 쳐다보았다.
‘미셸의 표정이 저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걸 보게 될 줄이야.’
어릴 때부터 봤지만 저런 모습은 처음 본다.
‘김혁진 앞에서는 유독 쩔쩔 맨단 말이야.’
천하의 미셸이 저런 모습을 보일 것을, 토마스는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다. 김혁진이라는 자가 대단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미셸이 핸드폰을 내려놓자 토마스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미셸. 무슨 일이래?”
“블랙 크로우를 고용하겠대.”
“블랙…… 크로우? 그걸 벌써 알아?”
“그걸 알았다기보다는, 블랙 크로우에 소속될 플레이어의 이름들을 하나씩 거론하더라고.”
미셸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치 우리들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1급 기밀사항인데. 어떻게 알았지?”
블랙 크로우는 미셸이 만든 용병회사 ‘크로우’ 내에서도 엘리트들을 추려만든, 최상급 용병들이다. 이들 대부분이 ‘미셸 사단‘에 속해있는 이들로서 미국 내에서도 최상위 랭커들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히 미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성장하고 있는 중이고.
“첩자가 있나?”
“안에서 새어나갔을 리는 없어.”
“그렇겠지.”
미셸도 토마스도 첩자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은 ‘블랙 크로우’를 신뢰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고용하겠다는데?”
“일본으로 가달래. 난바 터미널이라고 알아?”
“몰라. 무슨 터미널이겠지.”
“거기에 철혈사자가 파견 나가는 모양이야.”
“거기 던전이라도 생긴대?”
“게이트를 열 거래.”
“흠. 근데?”
“거기서 송정희가 무엇인가를 얻을 예정인가 봐.”
토마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도 모르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코리안 스타일. 지독하군.”
“그러게나 말이야. 예지몽 능력자 함소현의 능력인 것 같아. 송기열 길드장이 송정희 길드장을 굉장히 아끼는 모양이니까. 그 정도는 귀뜸해 줬을지도 모를 일이지.”
최근 일본의 점성술사 ‘이타치’가 한국을 찾아 함소현과 만났다는 사실. 그 사실도 미셸은 파악하고 있다.
“이타치가 얘기해줬을 수도 있고. 아무튼, 그들은 코리안답게. 게이트가 열릴 장소를 미리 찾아가서 준비를 하고 있나봐. 무슨 보상이 나올지도 파악하고 있는 것 같고.”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은 끔찍할 정도로 징그럽군.”
그걸 미리 알고서 대비하는 김혁진은 더욱 징그럽다. 토마스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블랙 크로우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게 혹시…….”
“혹시가 맞아.”
김혁진이 미셸의 용병회사 ‘크로우’를 움직였다. 크로우 중에서도 ‘블랙 크로우’. 사실상 미셸사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플레이어들을 고용했다.
“송정희가 아무것도 얻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해. 특히 ‘함대’. 함대만큼은 얻지 못하게 하래. 그게 우리 임무야.”
“철혈사자와 부딪칠 텐데?”
미셸도 그 사실을 안다. 한숨을 폭 내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VIP의 의뢰라서.”
“거절해도 되잖아.”
“글쎄. 왠지 거절하고 싶지가 않네.”
토마스는 미셸의 속내를 파악했다.
“송정희라는 카드를 완전히 버리고 김혁진 쪽의 줄을 좀 더 잡으시겠다?”
“내 친구는 눈치가 빨라서 좋아.”
“송정희도 나름 버리기는 아까운 카드 아니야?”
“다른 카드가 압도적으로 좋아서. 뭐 둘 다 취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늘 그렇듯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잖아.”
“넌 꽤 옳은 선택을 해왔고.”
“토마스, 너도 내 선택을 존중하는 거야?”
토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혁진은. 아니 거신길드는 코리안들 중에서도 지나치게 특별하니까. 네 선택을 전적으로 지지할게. 부관으로서.”
그제서야 미셸이 활짝 웃었다. 기분이 조금 좋아진 미셸이 또 말했다.
“이건 정말 어쩌면인데, 진짜 어쩌면인데, 나 김혁진이랑 가족관계로 엮일지도 몰라.”
토마스가 본 미셸의 표정은 굉장히 좋아 보였다.
* * *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싱가폴 마리나베이에 위치하고 있는 5성급 호텔이다.
유명한 관광지에 위치하고 있는 호텔이니 만큼, 여행객들을 태운 택시가 쉴 새 없이 들어오고 빠져나가고를 반복했다.
김혁진도 택시에서 내렸다.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는 별다른 특별할 게 없고.’
회전문이 보였고 그 옆에는 일반 문도 보였다. 거신길드원들이 호텔 내부로 들어섰다. 사람들은 거대한 덩치의 마상현을 힐끗힐끗 쳐다보기도 했고, 신연서를 훔쳐보기도 했다.
“내 미모는 싱가폴에서도 빛을 발하나 봐, 대장.”
“어. 그래.”
“아니. 대장. 나 안 예뻐?”
“예뻐.”
“짜증나. 영혼이 1도 없어.”
말로는 짜증난다고 했지만 신연서는 낄낄대며 웃었다. 게이트가 활성화 되지도 않았고, 일단 유명 관광지에 위치한 호텔에 왔으니 기분이 꽤 좋은 듯했다.
신연서가 김선화를 와락 끌어안았다. 무엇인가로부터 보호하듯이.
“아 근데 선화를 훔쳐보는 건 좀 너무하지 않아? 물론 선화가 지나치게 귀여운 건 알겠지만.”
“언니! 숨 막혀!”
“에베베. 선화 훔쳐보는 애들 눈깔 다 썩어버려라.”
한편, 강솜이는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저는 저대로 먼저 이곳을 탐사하고 있을게요. 체크인도 알아서 할게요!”
김혁진은 멀어져가는 강솜이를 쳐다봤다.
‘강솜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안전하면서도 빠른 길을 찾아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다. 활용하기에 따라서 말이다. 최고층의 프리미어 오션뷰 룸을 잡았다. 21층에 위치해 있는 방. 21층까지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안. 신연서가 조잘거렸다.
“우와. 나 짱 기대된다. 여기 야경 진짜 예쁘다던데.”
1층. 2층. 3층. 4층.
엘리베이터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5층. 6층. 7층. 8층.
그런데 그때. 덜컹!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신연서가 고개를 갸웃했다.
“응? 뭐야? 고장?”
파직-! 파지직-!
스파크가 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내의 불이 꺼졌다.
“어어?”
엘리베이터가 땅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