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81)
#재능만렙 플레이어 281화
신연서는 순간 당황했다.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다니 갑작스러운 추락으로 인해 거신길드원 전원의 몸이 엘리베이터 천장에 부딪쳤다.
‘떠, 떨어진다!’
순간적으로 겁도 집어 먹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보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그런데 김혁진과 눈이 마주쳤다.
‘안심되네.’
김혁진이 웃고 있었다. 마치 이 일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헤헤.’
떨어지는 와중. 신연서는 안도할 수 있었다.
‘이래서 혁진이랑 해야 돼.’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 리더로서 확실하게 리드해 줄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랑 플레이 할 때가 가장 즐겁고 편안하다.
김혁진이 말했다.
“태운아.”
그 순간. 곽태운이 마법을 하나 사용했다.
“리프트.”
엘리베이터안에 ‘바람’이 불어닥쳤다. 신연서는 포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곽태운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바람과 마나가 몸을 감싸 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쿵!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몸에 충격도 전해졌다. 엘리베이터가 땅에 떨어졌다는 느낌이 있었다. 분명히 추락한 건 맞았다.
‘괜찮…… 네?’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진공 포장캡 속에서 보호받은 것 같은 느낌인데.’
신연서의 느낌은 그렇게 틀린 것은 아니었다. 바람계열 마법 ‘리프트’를 응용했다. 리프트는 본래 상대의 몸에 ‘바람’을 적용시켜 몸을 붕 뜨게 하거나 중심을 잃게하는 보조 마법이다. 지금은 그것을 거신길드원들에게 적용했다.
바람을 불러일으켜 추락하는 운동에너지값을 상쇄시켰다. 약간의 충격은 있었지만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김혁진이 말했다.
“다들 괜찮아?”
“괜찮습니다, 형님.”
김혁진이 엘리베이터 안을 한 번 둘러봤다.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고.’
맷집이 약한 편인 강상구가 ‘으으. 머리야’ 하고 두통을 호소하고는 있었지만 큰 부상을 입지는 않은 것 같았다.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엘리베이터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되어 있게 마련인데.”
이것은 거신길드원들이 아닌 수호자들에게 하는 설명이었다. 아까 떨어질 때 어렴풋이 봤다. 세니아의 날개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주 잠깐 신형이 드러났던 것에 불과했지만, 김혁진은 지금 세니아가 중계중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1층까지 떨어지기 전에 엘리베이터가 멈추게 설계되어 있거든.”
탑승객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되어 있다. 보통은 그렇다.
“근데 이렇게 추락해 버린다라…….”
누군가의 인위적인 개입이 있다는 얘기다.
“마상현. 문을 열어.”
“옛썰!”
마상현이 엘리베이터 문틈 사이에 손가락을 넣고서 힘을 주기 시작했다.
“으랴아아아!”
마상현의 거대한 근육에 핏줄들이 솟아오르고, 이마에도 힘줄이 솟았다.
끼익-! 끼이이익-!
듣기 싫은 쇳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마상현의 악력이 닿은 곳. 마상현의 손이 닿은 그곳은 일그러졌다.
강상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힘이 오져버린다, 진짜로. 상현아. 알지? 난 매우 착한 사람이다?”
문이 다 열리자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엘리베이터 사고에 몰려든 인파 같았다. 호텔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뛰어오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급하게 전화를 하기도 했다. 구조요청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김혁진이 아주 작게 말했다.
“다롱아. 우리한테 접근하는 도둑 있으면 역으로 털어버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괴도 다람쥐의 머리 위에 [!!!] 표시가 떴다. 이윽고 김다롱은 김혁진의 눈에도 보이지 않게 됐다. 본격적으로 은신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레벨 44가 됐는데도 다롱이의 움직임이 안 잡히네.’
중수구간에 들어섰는데도 김다롱의 움직임이 아예 안 보인다.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아까 튜토리얼 빌딩에서 눈이 마주쳤던 플레이어. 그놈이 떠올랐다.
‘라스본. 네놈이 김다롱보다 뛰어난 도적일까?’
* * *
라스본.
그는 26세의 싱가폴 플레이어다. 직업은 도적. 그는 자부했다. 자신이 싱가폴에서 가장 뛰어난 도적이라고. 실제로 그는 ‘별빛 도적’이라는 이명을 얻게 되며, 도적들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는 튜토리얼 빌딩인 ‘선셋시티 B동’을 찾았다. 상점 NPC들과 이런저런 거래를 하고 있을 무렵. 워프 게이트가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저들은 한국 플레이어들?’
한국 플레이어들이 떼거지로 ‘워프 게이트’를 사용해서 넘어왔다. 워프 게이트를 사용하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부자 플레이어다.
‘코리안이라.’
라스본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소문이 무성한 코리안 플레이어들을 봤기 때문이다.
‘일대일 전투. 그리고 던전 레이드에 특화된 서버.’
싱가폴은 ‘교역’과 ‘도둑’ 클래스의 플레이어들이 강세를 띄고 있는 서버다. 그들의 능력이 대체적으로 뛰어났다. 한국 서버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놈들의 전투능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그 유명한 ‘코리안 스타일’을 가진 플레이어들 아닌가. ‘도둑질’에 방비가 되어 있지는 않을 거다. 라스본이 알기로 한국은 좀 특이한 나라라고 알고 있다.
커피숍에 지갑이나 핸드폰. 아니 그보다 고가의 노트북 같은 걸 놓고 다녀도 아무도 훔쳐가지 않는 괴상한 나라. 그런 괴이한 나라여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도둑 클래스’의 플레이어들이 굉장히 적다고 알려져 있다.
‘도적의 영역에서는 내가 한 수 위지.’
라스본은 평소 친분이 있던 몇몇 플레이어들을 불러보았다. 스스로를 ‘밤의 나그네’라고 부르고 있다. 정식 길드로 출범한 것은 아니지만 정식 길드처럼 행동하고 있다.
“한국 놈들이 나타났어. 모두 워프게이트를 타고 왔고, 그중 한 놈은 이름을 알아.”
“이름? 뭔데? 혹시 송기열?”
“그 정도 거물은 아니고.”
송기열이었다면 도둑질을 계획하지도 않았을 거다. 송기열은 지나치게 거물이다. 지금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영웅급 플레이어니까.
“튜토리얼 종결자로 유명해진 놈 있어.”
“한국에서 그 정도면 뛰어난 거 아냐?”
“그 이후로 큰 업적은 없는 것 같아. 그래도 랭커인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송기열급은 아니다. 건드려 볼 만한 것 같다. 놈들의 목적지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다. 그곳에서 작전을 펼치면 된다.
그래서 그곳에서 수를 썼다. 라스본의 고유능력인 ‘사고 발생’을 활용하여 엘리베이터를 추락시켰다.
‘분명 당황하겠지.’
당황한 틈을 타고서, 놈들의 인벤토리를 싹 턴다. 그것이 ‘밤의 나그네’의 목표였다. 문제가 있다면, 김혁진이 그 목표를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것.
김혁진의 감각안이 주위를 훑었다.
‘놈들의 숫자는 넷.’
아마 놈들은 ‘밤의 나그네’일 것이다. 저들의 리더는 그 유명한 대도적 라스본일 것이고. 김혁진은 확신했다. 왜냐하면 이미 튜토리얼 빌딩에서 라스본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김혁진은 라스본의 얼굴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미 그때 요약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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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코리안을 털고 싶은 대도적 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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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본의 수법은 몇 가지 알고 있었고, 그의 고유능력이 ‘사고 발생’인 것도 알고 있었다. 상대의 패를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라스본은 두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김혁진이 말했다.
“우리가 혼란에 빠져 있을 거라고 생각할 거야. 대충 혼란에 빠진 척해.”
강상구가 아예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냐! 자양동 방화마스타가 이렇게 돌아가시는구나.”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결국 ‘밤의 나그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열심히 주변을 맴돌다가 결국 사라졌다. 그 사이 김다롱의 인벤토리에는 그들의 아이템이 쌓여 있었고.
한 차례 소동이 끝났다.
호텔측의 끝없는 사과를 뒤로 한 채, 거신길드는 다시 21층으로 올라갔다. 큰 사고를 치른 것 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체크인을 마쳤다.
김혁진의 방은 2111호. 거신길드원들이 그곳에 모두 모였다. 신연서가 먼저 물었다.
“혁진 대장. 대장은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지.”
“태운이. 너는?”
“몰랐어요.”
“그럼 거기서 리프트 쓴 거는?”
“그냥. 혁진이 형이라면 이렇게 할 것 같았어요.”
곽태운의 말은 진심이었다.
떨어지는 그 순간 생각했다. 김혁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좋아하는, 아니 동경하는 저 형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것을 생각하자 답이 쉽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곽태운은 기뻤다. 김혁진이 ‘태운아’라고 짧게 말했다. 그 짧은 말 속에 깊은 신뢰감이 묻어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판단을 끝낸 뒤 ‘리프트’를 사용했다.
신연서는 곽태운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가끔 혁진 대장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고 움직이곤 해.”
“…….”
“인위적인 것이었다면, 도대체 어떤 놈들일까?”
신연서가 검을 뽑아들었다.
“걸리면 아주 그냥 작살을 내줄텐데.”
신연서의 ‘아수라’가 강상구의 목젖 끝에 닿았다.
“아, 아니, 슈밤. 나, 나는 왜? 나는 착한 떵구라고.”
“상현이는 힘이 너무 세고. 태운이는 은인이고, 선화는 귀엽잖아. 혁진대장한테 검을 겨눌 수는 없고.”
“그, 그럼 나는?”
강상구가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닦았다.
“나, 나도 귀여…… 컥.”
신연서의 아수라가 강상구의 목을 살짝 찔렀다.
“슈밤! 진짜 찌르냐!”
곽태운이 신연서 옆에 섰다. 마치 신연서를 보호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안 죽었으니 됐잖아요.”
“혁진아! 쟤네 둘이 편먹고 나를 괴롭힌다!”
김혁진은 피식 웃었다.
‘잘하고 있네.’
김혁진은 알고 있다. 지금 이곳에는 거신길드원들만 있는 게 아니다. 1층에서 기회를 놓친 ‘밤의 나그네’ 중 누군가가 있다.
‘실체가 있는 건가.’
아니면,
‘염탐을 하고 있는 건가.’
감각안에 잡힌다. 외부의 시선이. 누군가가 여기를 감시하고 있다. 거신길드원들은 긴장이 풀어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고.
‘밤의 나그네 중…… [염탐하는 눈동자]를 가진 놈이 있었지.’
‘와드’라는 특수한 물질이 있다. 돌멩이 형태일 때도 있고 꽃의 형태일 때도 있고, 컵이나 책의 형태일 때도 있다. 형태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아무튼 ‘와드’라는 것을 어떠한 지점에 놓으면, 그것이 일종의 감시카메라 역할을 하게 된다.
‘말하자면 몰카 같은 거.’
플레이어의 능력으로 구현한 몰카다. 도적 계열 클래스들이 주로 사용하는 능력으로, 이 능력때문에 벌어진 ‘몰카 동영상 유출 사건’ 등이 전 세계를 발칵 뒤집기도 했었다.
김혁진이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하나 꺼냈다.
“이건 놈들에게서 훔쳐낸 아이템 중 하나야.”
이쪽을 감시하고 있을 거다. 아마 피가 거꾸로 솟을 거다. 이 쪽을 털려다 역으로 모두 털려 버렸으니. 김다롱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인벤토리의 1COIN까지 싹싹 털어왔다. 그중에서도 김혁진은 ‘노란빛’이 나는 아이템에 집중했다.
“이름은 대동여지도.”
선화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 저! 저! 저 알아요! 대동여지도!”
“알아?”
“네네!”
김선화는 고개를 위 아래로 세차게 흔들었다. 내가 이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것을 어필하는 듯했다.
“국사 시간에 배웠어요!”
한국인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대동여지도’가 라스본의 인벤토리에서 튀어나왔다.
대동여지도.
1861년 고산자 김정호(金正浩)가 편찬, 간행하고 1864년에 재간한 분첩절첩식의 전국 지도첩.
조선 후기의 지리학자 김정호가 만들어낸 지도와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김혁진이 벽면 한쪽을 힐끗 쳐다봤다.
‘와라, 라스본.’
미끼는 던져 놨다. 물기를 기다리면 된다.
‘여기서 이런 판을 짤 줄은 몰랐네.’
싱가폴은 상인과 도적의 서버다.
‘베니스의 상인도 지켜보고 있을 확률이 높고.’
어쩌면 ‘은하수 성자’가 지켜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문득 함소현의 예서가 떠올랐다.
[각본가와 도굴꾼이 만나 별빛세계가 선포되리.]원래 예정에는 없던 일이지만, 상황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