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90)
#재능만렙 플레이어 290화
이곳은 승자독식 던전이다. 3개의 섬을 지났고 3개의 갈림길이 있으며 그곳에는 3개의 ‘무쇠뿔’이 있다.(또 다른 부산물로 ‘무쇠 코뿔소의 시체’가 주어졌는데, 이것은 강솜이가 획득했다.)
그리고 무쇠뿔을 획득하면 전체 알림으로 모든 플레이어에게 알림이 간다.
‘상대가 무쇠뿔을 획득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던전.’
그리고 시스템적으로 단 한 팀에게만 최종 보상을 주는 던전이다.
‘결국 저 무쇠뿔을 빼앗을 수 있는 설정이 등장하겠네.’
김혁진은 대충 예상해봤다. 아마도 GVG(Guild vs Guild) 필드가 열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어쩌면 여태까지 이곳을 클리어해 왔던 공헌도나 무쇠 뿔을 획득한 순서 같은 것이 어떤 메리트로 작용할 수도 있고.
[무쇠 코뿔소의 ‘무쇠 뿔’을 획득하였습니다. 2/3]김혁진이 귓말을 보내 확인해 봤다.
-블랙 크로우입니까?
-아닙니다. 저희는 현재 무쇠 아르마딜로를 사냥 중입니다.
블랙 크로우가 아니다. 그 말은 즉, ‘철혈사자’가 무쇠 뿔을 획득했다는 소리다. 남은 것은 하나. 5분이 채 지나기 전에 또다시 알림이 들려왔다.
[무쇠 코뿔소의 ‘무쇠 뿔’을 획득하였습니다. 3/3] [무쇠 코뿔소의 ‘무쇠 뿔’을 3개 획득하였습니다.] [‘후루이마 해안가’가 개방됩니다.]김혁진의 감각안에 ‘필드’가 확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강솜이도 그걸 느꼈다. 후루이마 필드 자체가 커졌다.
강솜이가 말했다.
“안내할게요.”
거신길드원들이 강솜이의 뒤를 따랐다. 무쇠 코뿔소를 사냥한 이후, 이렇다할 몬스터들은 등장하지 않았다.
“강솜이 씨. 혹시 GVG 필드가 열릴 것 같습니까?”
“예?”
강솜이는 걷다말고 뒤를 돌아봤다.
“확실하지 않아서 말씀 안 드리고 있던 건데.”
“말해보세요.”
“방금 오픈된 해안가에 특별한 설정값이 걸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가까이 가서 확인해봐야 알 것 같아요.”
“그 특별한 설정값이 GVG필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거죠?”
“그렇기는 해요.”
강솜이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뭐야. 이 사람 탐험가야?’
아니다. 김혁진은 탐험가가 확실히 아니다.
‘왜 저래? 어떻게 저래?’
어떻게 저럴 수 있는 건지, 사실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된다. 수풀을 헤치고 걸었다. 고목과 고목 사이를 지나쳤다.
“조심하세요. 이 나무껍질에 극독 성분이 묻어 있어요.”
강솜이의 안내는 꽤 훌륭했다. 거신길드원들은 강솜이의 안내를 따라 조심스레 이동했다.
“혹시 이거 넝쿨을 잘라주실 수 있는 분?”
“저요.”
신연서가 앞으로 나섰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넝쿨들이 이리 얽히고 저리 얽혀 있었다.
신연서가 마검 아수라를 휘둘렀다.
“하압!”
신연서의 움직임은 빨랐다. 신연서의 검이 푸른빛 궤적을 남기며 넝쿨들을 차례차례 베어갔다. 넝쿨들의 단면들이 굉장히 예리했다.
강솜이는 신연서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단순히 미소가 아름다운 검객이 아닌데?’
눈웃음이 엄청나게 예뻐서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눈웃음‘이라는 것에 가려져서, 저 뛰어난 검술실력이 조금은 가려져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근데 진짜 예쁘다.’
마치 검과 하나가 된 것처럼 움직였다. 화려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간결했다. 검을 휘두르고, 베고, 회수하고. 그 것의 연속. 강솜이는 신연서의 검술을 보고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 길드가 진짜야.’
태극방패를 앞세운 실세 중 실세. 그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한 기분이었다. 넝쿨들을 제거하고 나자 바닷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
새하얀 모래.
하늘에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에메랄드빛에 가까운 바다.
새하얀 모래와 만나 부서지는 가벼운 파도.
전체 알림이 들려왔다.
[‘후루이마 해안가’에 ‘1개의 파티’가 도착하였습니다.]그냥 필드에서 필드로 이동했을 뿐인데 또다시 전체 알림이 들렸다. 김혁진이 다시 물었다.
“GVG설정이 걸려 있습니까?”
“아뇨. 지금은 느껴지지 않아요. 그냥 평범한, 아니 평화로워 보이는 해안가인 것 같아요.”
강솜이는 기감을 퍼뜨려 주변을 살펴봤다. 코를 킁킁대며 모래에 얼굴을 박아보기도 하고, 모래의 일부와 바닷물의 일부를 손으로 찍어 먹어보기도 했다.
“지금 당장 어떤 설정값이 걸리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설정값이 걸릴 수 있는 필드인 건 맞는 것 같아요.”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그러면 중간 관리자를 통해 시나리오 퀘스트를 내리겠네.’
그런 형태의 던전인 것 같다. 원래 김혁진이 알고 있던 ‘난바 터미널 던전’의 진행과는 많이 다르다. 미래가 바뀌는 건 많이 경험했지만, 던전의 내용자체가 이렇게 변하는 건 처음이다.
‘누군가의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거야.’
그것은 아마도 잭슨일 수도 있고, 수호자일 수도 있고, 시스템 자체적으로 움직였을 수도 있다. 어쩌면 ‘맵 제작자’ 차지혜의 입김이 작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후루이마 해안가’에 ‘1개의 파티’가 도착하였습니다.]송정희가 이끄는 철혈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루이마 해안가’에 ‘1개의 파티’가 도착하였습니다.]3개의 파티가 모두 해안가에 모였다. 세 개의 파티가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세니아가 모든 플레이어들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날개가 우아하게 움직였고 그녀의 발이 공중에 슬쩍 떴다.
펄럭.
마치 한 마리의 아름다운 백조가 천천히 날갯짓을 하는 것 같았다.
철혈사자는 물론이고 블랙 크로우에 속한 플레이어들 몇몇이 ‘아……’ 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하늘 위로 천천히 솟아오르는 세니아의 모습에서 저도 모르게 외경심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이곳의 모든 중간 관리자들을 대표하여 다음 시나리오 퀘스트를 하달하겠습니다.”
세니아가 직접 움직인 것으로 김혁진은 모든 것을 파악했다.
‘무쇠뿔을 가장 먼저 획득한 팀에게 특전이 주어진다.’
중간 관리자들에게도 마찬가지. 무쇠뿔을 가장 먼저 획득한 길드가 거신길드고, 거신길드의 길드장이 김혁진이다. 김혁진을 독점으로 중계하고 있는 중간 관리자가 세니아. 그러니까 지금 세니아가 모든 중간 관리자들을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진행하고 있는 거다.
“……인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여러분들은 GVG를 통해 상대가 가지고 있는 무쇠뿔을 획득해야만 합니다. 3개의 무쇠뿔을 획득하여 대표 중간 관리자인 저에게 보여주시면 본 시나리오가 끝이 납니다.”
김혁진의 예상대로였다.
[‘후루이마 해안가’에 ‘GVG 설정’이 추가되었습니다.]GVG. 길드와 길드의 전투다. PVP와 마찬가지로 부활 권능이 적용되어 있다. 죽어도 괜찮은 곳.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었다.
“GVG를 치르다가 사망하거나 패배하면, ‘난바 터미널 던전’에서 강제 퇴장됩니다.”
강제 퇴장의 페널티와 함께,
“사망한 플레이어들의 경험치가 무작위로 감소합니다. 최악의 경우. 1레벨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설명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무쇠뿔을 처음 획득한 팀에게는 GVG의 순서를 정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집니다.”
* * *
세니아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의 GVG에는 약간의 ‘룰’이 적용되어 있었다. 한 번에 다 같이 전투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일대일로 전투를 치른다. 토너먼트 식이다.
김혁진이 귓말을 보냈다.
-최선을 다해 놈들과 싸우세요.
-……저희가 먼저 말입니까?
마크는 피하고 싶었다. 마크가 파악하기로, 철혈사자와 블랙 크로우의 능력은 비등비등하다. 까딱 잘못하면 이쪽이 전멸할 수도 있다. 그들은 용병이고 ‘1레벨 다운’의 페널티를 지면서까지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 이기지는 않아도 됩니다.
-예?
-이기지 못해도 되니까 열심히만 싸우세요.
GVG를 끝내는 방법에는 ‘전원 사살’도 있지만, ‘항복 선언’도 있다. 블랙 크로우를 이끄는 수장인 마크가 항복을 선언하면, GVG는 끝이 난다.
-열심히…… 말입니까?
-네.
마크는 확신했다. 김혁진이 또 무엇인가를 꾸미고 있구나. 이기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좀 더 방어에 치중해도 된다는 소리다.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 없다는 뜻. 좀 더 안전하게.
-안전한 만큼. 좀 더 끈질기게 놈들을 괴롭히세요. 그건 가능하죠?
-그렇습니다.
공격에 무리하지 않는 대신, 방어에 치중하면서 철혈사자의 이목을 끌 수는 있다. 한편, 송정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 배신자 년이…….”
강솜이가 있었기 때문에, 거신길드가 저토록 빠르게 무쇠 뿔을 획득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난바 터미널 던전에서 빠져나가면 반드시 강솜이를 죽여 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전투를 준비한다.”
김혁진은 거신길드를 마지막으로 뺐다. 특권을 사용해서 블랙 크로우와 철혈사자가 먼저 부딪치게 만들었다.
송정희는 송정희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다.
“우리와 거래를 할 생각은 없나요?”
“어떤 거래죠?”
“우리에게 무쇠 뿔을 넘겨요. 대신 우리는 그쪽에게 재화를 지불할게요. 코인이든. 현금이든. 뭐든 괜찮아요. 자세한 사항은 추후 협의하는 걸로 하고.”
마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안합니다. 우리는 거래를 할 생각이 없습니다.”
블랙 VIP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보고 있는데, 이중 계약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블랙 크로우와 철혈사자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송정희는 뭔가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쟤들, 약간 소극적인데?’
그녀가 파악하고 있는 저들의 전력보다 뭔가 약한 것 같은 느낌. 그러면서 굳이 탐험가인 ‘잭슨’을 많이 괴롭혔다. 잭슨을 사제로 착각한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이상하기는 했지만, 결국 승리를 따내기는 했다.
마크가 말했다.
“저희는 항복을 선언합니다.”
큰 부상을 입은 몇몇 플레이어들이 있기는 했지만 죽은 사람은 없었다. 김혁진으로부터 귓말이 들려왔다.
-수고했어요.
-별말씀을. 저희는 의뢰를 완수했고,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네.
마크를 비롯한 블랙 크로우의 일원들이 난바 터미널 던전에서 강제 퇴장당했다. 세니아가 말했다.
“GVG에서 승리한 파티의 모든 상태이상과 부상을 치유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회복시킵니다.”
그녀의 말과 동시에 던전의 설정값이 적용되었다. 송정희가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이내 웃었다.
“좋네. 이런 건 예상 못 했어.”
솔직히 김혁진도 예상 못 했다. 저들의 체력을 모두 채워줄 줄이야. 김혁진이 약간 낭패를 봤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제 3자라 할 수 있는 미국 플레이어들이 사라지자, 송정희는 본색을 드러냈다.
“김혁진. 나는 너를 지금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어.”
“응. 나도.”
“하지만 지금은 거래를 제안할게.”
“조건은?”
“너와 강솜이를 살려줄게.”
김혁진은 어이가 없어 허허- 웃고 말았다.
“그게 거래 조건의 끝? 그래도 성신의 송정희인데. 계산기를 그렇게밖에 못 두드리나?”
“자존심 세우지마. 너희의 숫자와 우리의 숫자를 비교해보라고. 이번 GVG에 숫자 제한이 있었다고 생각해?”
숫자 제한은 없다.
“확실히. 그냥 싸우면 불리하긴 하겠네.”
“그러니까 그냥 순순히 무쇠뿔을 넘겨. 나도 괜히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까.”
“왜? 함대를 얻는데, 시간제한이라도 걸려 있나봐?”
송정희의 몸이 움찔했다.
“있네. 시간제한.”
김혁진이 킥킥대고 웃었다. 송정희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지만, 이내 평온한 얼굴을 되찾았다.
“그럼 잘 가.”
송정희의 입장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