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93)
#재능만렙 플레이어 293화
이탈리아의 정보상인 피에트로는 요즘 많이 바빴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물’이 튀어나오고 있는데다가 던전이나 게이트에 대한 정보도 속속들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정보를 다루는 입장에서는 바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이끄는 정보 길드 ‘검은 나비’는 세계 각지에 지부를 두고 나름대로는 은밀하게 운영되는 중이다.
많은 지부들 가운데, 피에트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부는 한국지부였다. 그곳에 김혁진이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송정희가 향한 곳에 김혁진이 향했네?”
피에트로는 송정희와 김혁진의 관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어쩌면 송정희가 먹었을지도 모를 ‘불멸 함대’를 획득하던 그 자리에 피에트로도 같이 있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가 갱신되었다.
“송정희가 한국에 돌아왔다라…….”
그런데 또 비슷한 시각. 미셸사단 중 일부가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일본에서 출발했다. 피에트로는 퍼즐을 짜맞췄다.
‘분명 관련이 있어.’
피에트로는 미셸이 김혁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이 판은 김혁진이 만든 판이다. 미셸 사단을 움직인 것도 김혁진이라는 뜻.
“김혁진과 미셸의 통화 내용을 좀 찾아볼까요?”
“아니, 됐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다. 상대가 너무 거물이다. 세상은 모르지만, 한국의 진짜 거인은 김혁진이다.
‘궁금한 건 미셸에게 직접 확인해 보면 되겠지.’
그건 그렇게 하기로 했다. 김혁진의 의뢰를 받고 파견했던 플레이어들. 그들의 명단이나 좀 확보해놓기로 했다. 그들이 어쩌면 떠오르는 실세일 수도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슈르트가 날 보고 싶다고 했다고?”
‘날개 잃은 천사상 게이트’ 이후, 단 한 번도 연락이 없었던 슈르트가 연락을 해왔다고 했다.
“예. 꼭 직접 만나고 싶다고 하던데요.”
“2순위 정도로 해서, 미팅 잡아봐.”
1순위는 아니다. 슈르트가 대단한 플레이어인 것은 맞지만 ‘정보로서의 뛰어난 가치’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는 또 아니었다.
“김혁진과 관련된 얘기랍니다.”
“혹시 오늘 시간 되냐고 물어봐.”
6시간 뒤, 슈르트와 피에트로가 만났다.
“오랜만이군요.”
“오랜만입니다.”
슈르트가 피식 웃었다.
“그냥 만나게 해달라고 하면 중간에서 다 자르는 것 같던데. 김혁진 씨 얘기를 꺼내니까 다이렉트군요.”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어리숙한 중간 애들이 슈르트 씨의 위명을 잘 모르나 봅니다.”
슈르트가 허허- 하고 웃었다. 슈르트는 이런 입 발린 말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어차피 서로 입 발린 말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본론으로 들어갔다.
“혹시 이타치라고 아십니까?”
“일본의 유명한 점성술사죠.”
“역시 알고 계시는군요.”
누가 뭐라 해도 슈르트는 독일의 랭커다. 정보로서의 가치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랭커는 랭커. 일단 만났으면 ‘검은 나비’의 힘은 보여주어야 한다. 정보길드는 정보가 곧 신뢰고 힘이니까.
“최근 이타치는 한국의 예지몽 능력자인 함소현과도 만났고, 김혁진과도 접촉했습니다.”
“그게 언제죠?”
“2019년 1월경입니다. 한국에 붉은 악마가 나타났을 때입니다.”
“저는 그 이후에 이타치와 만났습니다.”
피에트로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타치는 외국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었는데.’
실제로 김혁진이 회귀하기 전. 이타치는 해외로 나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알려져 있다. 성향상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한국도 모자라 이번에는 독일까지 날아갔다라.
“그것이 절 찾아온 것과 무슨 관련이 있죠?”
“혹시 [불멸함대]에 대해서 아시는 것이 있나 해서요.”
피에트로는 슈르트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겉으로는 무표정이었다.
‘하마터면 티 낼 뻔했네.’
왜 모르겠는가. 불멸함대를 얻는 그 자리에, 피에트로도 같이 있었다.
“아직은 모릅니다. 단서가 조금 있기는 합니다만.”
“단서라도 좀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왜죠?”
피에트로는 조금 긴장했다. 확실히. 김혁진과 관련이 있는 얘기다. 슈르트가 말을 잇기 시작했다.
* * *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내기를 제안합니다.]김혁진은 잠시 고민했다.
‘겨우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내기를 제안할 거야.’
늘 그렇듯.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제안하는 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그것을 해내기만 하면 큰 보상이 뒤따른다.
‘그래서 미셸이 미국의 랭커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거고.’
솔직히 말해서 미셸 본인 자체의 ‘재능판’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 그녀의 재능판은 58개. 최상위 랭커 치고는 낮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그렇게 플레이어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큰 후원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미셸이 그렇게 했다면.’
김혁진은 자신 있었다.
‘나도 할 수 있다.’
미셸이 할 수 있는 일은, 김혁진 자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다. 거신길드원들과 함께 있다. 괜히 무리했다가 거신길드원들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
그의 성향을 생각하고 분석해봤다. 내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약간은 실망하겠지만, 이번 한 번으로 자신을 적대하지는 않을 거다.
‘놈이 더 환장하게 만들 수 있어.’
그 방법을 안다. 그러면서, 거신길드원들의 안전은 확보할 수 있는 방법.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을 더욱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
“라스베이거스의 목동께서 제안하신 내기를 수락합니다.”
일부러 내기의 내용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내기의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의 도박.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굉장히 좋아하는 플레이다.
그런데 김혁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세니아의 날개가 파르르 떨렸다.
‘김혁진 플레이어. 설마.’
설마 했는데, 그 설마가 진짜로 벌어졌다.
“제가 역제안을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김혁진 플레이어. 지나친 플레이 방식입니다.”
세니아가 말리듯 말했다. 그렇지만 세니아도, 김혁진도. 둘 다 알고 있다. 이 것은 그저 하나의 연출일 뿐. 세니아는 지금 ‘말리는 척’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조금 더 안달 나게 하려고.
빠르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당신의 역제안에 매우 흥미를 느낍니다.]낚았다.
‘그래. 이래야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지.’
일부 수호자는 플레이어의 역제안을 매우 불쾌하게 여긴다. 하등한 인간 놈들이 감히 수호자에게 역제안을 걸었으니까. 그런 수호자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렇지만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은 아니다. 이런 플레이를 좋아한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당신의 역제안이 무엇인지 묻습니다.]김혁진이 생각하던 것을 말했다.
“군주의 솔로잉.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 말에 신연서는 저도 모르게 펄쩍 뛸 뻔했다.
‘뭐라고?’
크라켄을 봤다. 불멸함대가 없었다면 사냥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을 거다. 그런데 이번에는 ‘킹 크라켄’이다.
저기 저 멀리, 소용돌이 안에서 느껴지는 몬스터의 기운이 심상치가 않다. 그런데 혼자 킹 크라켄을 잡겠다고?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신연서는 알고 있었다.
‘우리가 위험에 빠지는 게 싫은 거야.’
그걸 파악했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연서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혼자서 킹 크라켄을 사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거고.’
다시 말해, 지금의 자신은 김혁진에게 있으나마나한 조력자라는 뜻이다. 김혁진 본인은 그렇게 생각한 적 없지만 신연서는 그렇게 느끼고 자극 받았다.
‘오늘 또 자극 받네.’
조금 나태해질 만하면 꼭 이렇게 자극을 준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혁진을 보고 있으면 그렇다.
김혁진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역제안을 수락합니다.]말하자면 STOP이 아닌 GO를 외쳤다. 리스크가 커진다. 그렇지만 리턴도 커진다. 말 그대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또 다른 메시지도 전해졌다.
[‘푸른빛의 결계’가 지나친 자신감을 지양할 것을 요청합니다.] [‘푸른빛의 결계’가 ‘기억 저장소’를 후원합니다.]말하자면 걱정 성애자. 보호 성애자인 푸른 빛의 결계가 ‘기억 저장소’를 후원했다.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예상했던 건 아니었는데.’
여기서 푸른빛의 결계가 나서줄 줄이야. 솔직히 이것 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상황이 조금 더 좋아졌다.
‘반대로 말하면, 푸른빛의 결계가 안달이 날 정도로. 킹 크라켄이 위험한 놈이라는 뜻이겠지.’
공략이 없었다면 김혁진도 감히 도전하지는 않았을 거다. 김혁진이 말했다.
“킹 크라켄은 나 혼자 잡을 거야.”
거신 길드원들이 침묵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곽태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조금은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왜 형이 혼자 짊어져요?”
“혼자 짊어지는 거 아냐.”
곽태운의 요약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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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형을 걱정하는, 그리고 자신을 혐오하는 남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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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 훑어보니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김혁진은 저들의 마음을 읽었다.
“너희가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너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역제안을 통해 더 큰 보상을 받고 싶을 뿐이야.”
“그건 알아요. 그렇지만 그 역제안의 배경에는 저희의 안전이라는 요소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죠.”
곽태운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저는 보호 받아야할 어린애가 아닙니다. 저도 어엿한 거신길드원이고요.”
“너를 무시하려는 건 아니야.”
곽태운도 안다. 김혁진이 자신을 무시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냥 상황이 이렇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도 알고 있다.
곽태운이 말했다.
“제가 더 강해질게요.”
김혁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거신길드원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반드시 더 강해져서 형이 이런 역제안 같은 거, 생각도 못 하게 할게요.”
“그래. 뭐. 자극받는 건 나쁘지 않지.”
다만, 오늘부로 거신길드원이 된 강솜이는 상황 파악이 조금 늦었다.
“진짜로 솔로잉을 하시려고요? 그게 가능해요?”
“가능은 합니다. 일단 놈을 얕은 바다로 끌어 와야 해요.”
“그걸 어떻게 해요?”
완전히 뭍으로 끌어오는 것을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조금 더 ‘얕은 바다’로 데리고 오는 것쯤은 가능하다.
“강솜이 씨. 아까 무쇠 코뿔소의 시체를 수습했잖아요.”
“어. 맞아요. 제 인벤토리에 있어요.”
“그걸로 낚시를 할 겁니다. 시체를 해안가에 두면, 놈이 이 쪽으로 가까이 다가올 거라 예상합니다. 보통 몬스터들은 피냄새에 환장하니까.”
일단은 좀 더 얕은 바다로 유인해야 한다. 그러면 놈의 움직임이 조금은 제한 된다.
“겨우 그 정도로 킹 크라켄을 사냥할 수 있어요?”
“못 하죠.”
김혁진이 해안가로 가까이 걸어갔다. 소환되어 있는 ‘불멸함대’ 한 척을 향해 ‘이형환위’를 펼쳤다.
느껴졌다. 킹 크라켄이 다가오고 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그리고 다시 한 번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다른 배로 이동했다.
우지끈!
함선 하나가 킹 크라켄의 거대한 다리에 잡혀 박살났다. 거대한 아나콘다가 사냥감을 감싸고 옥죄는 것 같았다. 함선이 정말 쉽게 부서졌다.
‘마나 소모량은 이정도고.’
일단은 버틸 수 있는 정도다. 순간, 눈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살기가 느껴졌다.
‘나를 노리고 있다.’
일부러 어그로를 끈 것이 아닌데 어그로를 잡았다. 함선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명확하게 적으로 인식한 거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다리가 느껴졌다.
둥! 둥! 둥! 둥!
북소리와 함께 함선이 일제 발포를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보호 성애자인 ‘푸른빛의 결계’가 경고를 보내왔다.
[‘푸른빛의 결계’가 시나리오 포기를 권유합니다.]함선의 공격으로는 못 잡는다. 김혁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함선의 공격으로 잡을 생각은 없었다.’
푸른빛의 결계가 후원한 ‘기억 저장소’를 꺼냈다. 곧바로 사용했다. ‘기억 저장소’는 이미 사용했었던 아이템을 다시 생성해 내는 아이템이다. 타이밍과 운에 따라, 완전히 같은 아이템이 나타날 수도 있다. 운이 나쁘면 생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억 저장소’를 사용하였습니다.] [‘기억 저장소’ 효과로 인해 ‘고래의 숨결’이 생성되었습니다.]이것 없이도 클리어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게 있으면 좀 더 쉬울 것 같다. 김혁진이 그만의 방식으로. 회귀자의 방식으로 킹 크라켄과의 전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