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94)
#재능만렙 플레이어 294화
‘고래의 숨결’이 생성되었다. 일전 운해에서 자유롭게 숨쉴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아이템. 김혁진은 그것을 곧바로 사용했다.
[‘고래의 숨결’을 사용하시겠습니까?]바다로 뛰어들었다.
첨벙!
김혁진의 몸이 바다에 빠졌다.
‘고래의 숨결’ 덕에 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물속에 들어왔는데, 물 밖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함선이 녹았어.’
킹크라켄이 뿜어낸 먹물에 함선 하나가 통째로 녹아 내렸다. 바닷물에도 그 산성 먹물이 스며들고 있는데, 온몸이 따끔따끔했다. 김혁진은 물속에서 다시 한 번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킹크라켄에게 접근했다.
‘놈은 바닷속의 패자다.’
적어도 초보구간-중수구간에 걸친, 레벨 40대 중반 정도의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바다에서는 최강의 몬스터다. 이 바다에서도 마찬가지. 최상위 포식자다.
‘킹크라켄은 저보다 강한 생물이 있으면 도망치는 녀석이니까.’
킹크라켄이 이토록 마음 놓고 먹물을 뿌려대며 함선을 부술 수 있는 것은, 이 근방에 킹크라켄보다 강한 놈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바닷속에 대한 경계는 하지 않지.’
함선으로 가까이 이동해서 일부러 바다로 뛰어내렸다. 놈은 바다 밑의 조그만 생물체인 자신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우지끈!
함선 하나가 또 박살났다.
킹크라켄의 길다란 다리가 함선을 서서히 조여 박살내 버렸다.
‘정신력을 높여놓길 잘했어.’
44레벨에서는 가질 수 없는 수준의 높은 정신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함선이 부서지고 역소환될 때에도 정신적 충격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제기랄. 복구하는 데 한참 걸리겠어.’
그래도 ‘라스베이거스의 목동’과의 내기도 걸려있고, ‘섬김의 탐험가’가 가지는 클래스 시나리오도 걸려 있다. 비록 함선들이 박살나고는 있지만 투자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보인다.’
크라켄은 커다란 항문을 가지고 있다. 저 항문을 통해 체내로 들어갈 수 있다. 계속해서 헤엄쳤다. 놈의 몸집이 워낙 거대한 만큼, 바닷속의 물보라도 상상 이상이었다. 가까이 가는가 싶으면 큰 해류가 일어나 멀어졌다.
‘조심해야 돼.’
놈이 공격의사를 가지고 움직이지 않더라도, 일단 저 다리 자체가 둔기다. 제대로 맞으면 죽는다.
이형환위를 다시 한 번 사용했다.
‘들어간다.’
항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좀 찝찝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킹크라켄을 효율적으로 사냥하는 방법은, 놈의 몸 속으로 들어가 몸 안에서 공략하는 것이다.
킹크라켄의 몸 속으로 들어왔다. 김혁진은 위대한 탐험가 잭슨의 공략집을 떠올렸다.
-킹크라켄의 항문을 뚫고 들어가면, 절반 이상은 성공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킹크라켄에 대한 공략도 잭슨이 만들어서 세상에 발표했었다.
-킹크라켄의 몸 안은 비어 있는 우주와도 같다. 중력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그곳에서 부유한 채 헤엄으로 움직여야 한다.
공략의 내용과 일치했다. 중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우주 같았다. 김혁진이 천천히 팔다리를 휘저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놈의 몸 어딘가에 피가 흐르는 대동맥이 존재한다.
인간이나 일반적인 생물과는 구조가 다르다. ‘대동맥’은 있지만 심장은 없을 수도 있다. 대동맥이 끊겨 있을 수도 있다. 설정에 따라 다르다.
‘대동맥을 찾는다.’
피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잭슨의 표현대로, 마치 우주에 들어온 것 같았다. 광활하고 넓었다. 한참을 찾아 돌아다녀야 했다. 딱히 위험은 없었다. 시간이 필요할 뿐. 움직이면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예전. 마왕의 안배였던 ‘천공’으로 향했던 때를 떠올렸다. 지금 상황과 약간 겹치는 부분들이 있었다.
‘바깥은 운해와 비슷했고.’
고래의 숨결을 통해 호흡의 자유를 얻었다.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천공으로 올라갈 때 고래일족의 몸 속으로 들어가서 이동했었는데.’
그때와 같다. 지금은 킹크라켄의 몸 속으로 들어와 있다.
‘그리고 느껴지는 이 기운.’
오랫동안 생각하고 나서, 김혁진은 이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천공의 마나.’
천공의 느낌과 비슷했다. 천공의 마나는 포악하다. ‘고래일족’을 제외한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흉폭한 마나다. 그런데 그 ‘천공의 마나’가 미약하게나마 느껴졌다.
‘놈의 몸 안에서 천공의 마나가 느껴져?’
김혁진은 깨달을 수 있었다.
‘놈의 몸 안에. 천공석이 있다!’
이미 알림을 한 차례 들었었다.
[‘천공석’의 이물질이 융해되었습니다.] [‘시나리오 변경’이 취소되었습니다.] [정상 시나리오 궤도에 진입합니다.]알림으로 들었던 ‘천공석’이 바로 이 보스 몬스터의 몸 속에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저번에는 잭슨으로부터 건네받았던 천공석. 이번에는 김혁진 자신의 손으로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천공석을 얻어야 돼.’
보스 몬스터인 킹크라켄 사냥도 사냥이지만, 어딘가에 있는 천공석을 얻어야 한다. 천공석에는 미증유의 힘이 담겨져 있다. 일반적인 마정석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보물이다.
‘어디지?’
감각안과 관찰자의 눈을 최대한 활성화시켜 부유했다.
‘천공의 마나. 그 농도가 짙어지고 있다.’
점점 짙어지고 있다. 진짜 천공에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천공의 마나’였다.
‘저쪽.’
그 마나에 홀리듯 헤엄쳤다.
‘느껴진다.’
천공의 마나가. 천공석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그 흉폭한 기운이.
‘천공의 마나는 나를 해칠 수 없어.’
이미 천공에서 ‘천공지체’를 얻었다. 더이상 천공의 마나는 적이 아니다. 한참이나 더 헤엄쳤다. 김혁진이 숨을 들이마셨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하고 있어.]이사벨이었다. 김혁진은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집중해. 천공지체를 얻은 건 맞지만, 그래도 완벽하지 않아. 남편은 아직 너무 여리고 연약하단 말이야.]그 말에 김혁진이 정신을 차렸다.
‘제2의 심장에 집중해야 해.’
‘천공의 마나’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제2의 심장. 이사벨의 도움을 받아 만든 또 다른 심장 ‘이사벨’이다. 이 심장을 통해 천공의 마나를 흡수하고 이것을 본신의 능력으로 체화시킨다.
[잘하고 있어. 이렇게 미약한 농도에서 연습해 놓으면 좋지.]얼마 후. 김혁진의 눈에 푸른색 보석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름이 ‘?‘로 표시되었다.
‘천공석!’
예전 잭슨에게 받았던 천공석과 똑같이 생겼다. 그때도 ‘?‘로 표시 됐었다.
[남편은 약하니까 내가 도와줄게.]그때는 잭슨에게 ‘위대한 세례자의 축복’을 받았었다. 그를 통해 아이템을 해석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이사벨이 도와줬다. 푸른색 천공석에 금빛 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이사벨이 특수한 능력을 사용한 것 같았다.
아이템 설명 활성화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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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석]천공의 마나를 품고 있는 결정체입니다. 특별한 신체는 특별한 방법으로 천공의 마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등급 : 하(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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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석을 획득했다. 과거 요약집에도, 플레이피디아에도, 그 어떤 공략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템.
‘얻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 던전 때와 같다면, ‘난바 터미널 던전‘에서는 브레이크가 벌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눈앞의 천공석을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도의상, 그 브레이크는 막아주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남편. 대견하네.]이사벨의 마음이 느껴졌다. 여기서의 대견은 진심이었다. 흡사 ‘많이 컸네’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천공석이 있으니까, 나도 좀 오래 깨어 있을 수 있을 거야.]김혁진이 말했다.
“현신화는?”
[천공석 하나로는 어림도 없을뿐더러 그랬다가는 저 천공석 그냥 가루가 돼서 바스라질걸? 천공석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의식을 조금 더 유지하는 게 전부야.]김혁진은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사벨의 모습이 다시 보고 싶다.
[남편. 지금 내가 현신한 모습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이사벨이 홍! 홍! 홍! 하고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런 마음. 하나도 기쁘지 않아. 하지만 기특은 하네. 암. 남편이라면 그래야지.]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만큼, 이사벨이 굉장히 기뻐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김혁진은 이사벨이 귀엽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지금의 자신은 감히 쳐다도 볼 수 없을 정도의 강자였지만 말이다.
[남편. 거기 말고 왼쪽, 왼쪽으로 가봐.]이사벨은 훌륭한 조력자였다. 의식이 조금 더 활성화 되었고, 능력을 조금 더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인데도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이거 찾고 있던 거지? 대동맥.]붉은 피가 흘러내리는 개울이 보였다. 길이가 꽤 길었다. 작은 계곡 같았다. 피 냄새는 나지 않았다.
“맞아.”
대동맥이 보인다. 이게 공략의 핵심이다.
[킹크라켄의 대동맥은 붉은 개울 혹은 붉은 계곡처럼 보인다. 그 계곡은 이물질 없이 깨끗하고 순결하게 흘러가야만 한다. 이 ‘대동맥’이 킹크라켄의 심장이다.]김혁진은 대동맥 앞에 섰다. 이사벨의 경고가 들려왔다.
[조심해. 빠지면 죽어.]꽤 후끈한 느낌이 났다. 피가 상당히 뜨거운 것 같았다. 김혁진이 ‘무쇠 뿔’을 꺼내들었다. 킹크라켄을 처음 보았을 때. 이미 이것을 사용하리라 마음먹었다.
[필자가 여러 번 시험해 보았을 때.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은 뜨거운 쇳물이었다.]날붙이나 독(毒)류 아이템보다는, ‘뜨거운 쇳물’이 가장 효과가 좋고 즉각적이라고 했다. 김혁진이 정순한 불꽃 아테네의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사벨은 꽤 흡족한 듯했다.
[잘하네, 내 남편.]이 운용은 아주 어렵지 않았다. 이미 ‘검기’를 익혀 자신의 기운을 외부의 물체에 덧씌우는 연습을 했었고 ‘아테네의 불꽃’을 여러 번 활용 했었다. 암화궁을 만들어내며 ‘화기’를 이끌어내는 연습도 많이 했다. ‘무쇠 뿔’을 녹이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김혁진의 손바닥에서 무쇠뿔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나도 뜨거워.’
아테네의 불꽃으로 녹여버린 무쇠 뿔. 그것이 김혁진의 손바닥에도 큰 화상을 입혔다. 쇳물이 ‘대동맥’으로 흘러 들어갔다.
무쇠 뿔 하나. 무쇠 뿔 둘. 그리고 무쇠 뿔 셋.
세 개의 무쇠뿔이 모두 녹아내렸다. ‘대동맥’이 흔들렸다. 개울에 작은 지진이 일어난 것 같았다. 김혁진이 떠있는 세계 전체가 좌우로 세차게 움직였다.
대동맥에 흐르던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조심!]김혁진의 눈앞에 푸르스름한 작은 결계가 생겨났다. 이사벨이 펼친 결계였다.
‘이런 것도 가능해?’
이사벨이 변명하듯 말했다.
진짜일 리 없다.
[그, 그냥 나는, 우리 남편이 너무 약하니까. 그래서 검을 휘둘렀어.]설령 진짜 ‘검막’이라는 기술이 존재한다고 해도, 적어도 이건 아니다. 이건 순전히 ‘마법의 힘’이다. 결계. 혹은 쉴드라고 불리는 방어 마법.
“고마워. 역시 뛰어난 검술이었어.”
[뭐, 뭘 이런 걸로, 호, 호호, 호홍!]대동맥에서 흐르던 붉은 피가 용암처럼 팔팔 끓어올랐다. 우주와도 같은 이 공간 여기저기에 붉은 피가 마구 튀었고, 붉은 피가 닿은 공간에 구멍이 숭숭 뚫리기 시작했다.
쏴아-!
구멍 사이로 바닷물이 흘러들기 시작했다. 다시금 중력이 느껴졌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온 느낌.
김혁진은 느낄 수 있었다.
‘놈이 죽어간다.’
30분여의 시간이 흘렀다.
[보스 몬스터. 킹크라켄을 사냥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아이템이 드랍되지 않습니다.]결국 킹크라켄은 소멸했다. 김혁진이 헤엄쳤다. 수면 위로 움직였다. ‘불멸함대’는 모조리 박살났다. 배를 타고 움직일 수는 없었다. 헤엄쳐서 백사장으로 향했다. 감각안을 통해 저 멀리 서서 기다리는 거신길드원들이 느껴졌다.
헤엄치는 와중에 김혁진은 생각했다.
‘원래 이 타이밍에 수호자들의 수많은 알림이 앞다투어 왔어야 했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 수호자들의 판단에, 아직 이 시나리오가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김혁진은 이 시나리오의 끝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단순히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 끝이 아니다.
‘종장을 내보자.’
이 시나리오의 끝을 내보기로 했다.